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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그날의 경비아저씨

익명
2026-09-12 09:23

우리 아파트 경비 아저씨는 부지런하다. 매일 있는 야간 순찰은 물론, 아침마다 이곳저곳을 움직이면서 출근하는 사람들에게 살가운 인사를 건네시곤 한다. 그 모습이 참 좋아보여서 아저씨는 주민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편이다.

웃음은 전염이 된다고 했던가. 아저씨의 환한 웃음을 보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올라가는 입꼬리가 느껴지곤 한다. 그건 주민들 모두가 같은 반응인지 아저씨와 얘기할 때 다들 웃고 있는 모습 뿐이다. 남에게 웃음을 전달하는 일은 정말 큰 일이다. 그 덕에 칙칙하고 냉정해 보였던 아파트의 분위기가 조금씩 밝아지고 있으니까 말이다.

[안녕하세요.]

언제나 그렇게 인사하는 아저씨를 보며 자라난 아이들이 이젠 모두에게 인사를 한다. 그 덕에 어른들도 하나둘씩 살가운 인사를 건네며 어색한 웃음을 짓는다. 현대 사회에서는 도저히 상상하지 못할 것들이 우리 아파트에 일어나고 있어서 저번에는 어디 방송국에서 취재를 왔다고 했다.

"취재 올 정도의 일인가?"

아버지가 떨떠름하게 투덜거리며 소주를 들이켰다. 매일 퇴근하시면 가볍게 약주를 하는 아버지의 앞에서 적당히 식사를 떼우던 난 생각 없이 아버지의 중얼거림을 들었다.

"그런 사람일수록 말야. 어두운 구석이 있는 법이라고. 어? 그 내면을 속이기 위해 일부러 밝은척하는거라니까?"

그 말에 어머니는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당신도 참. 아직도 그렇게 사람을 못 믿어서 되겠어요? 좀 좋은건 좋게 받아들여야지. 왜 자꾸 분석을 하려고 그래?"

"아니. 무슨 말도 못하게 해. 하여튼 내 말이 맞어."

그렇게 작은 실랑이를 벌이는 부모님을 뒤로 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컴퓨터 앞에 앉아 이것저것을 훑어 보던 중 [모두에게 웃음을 주는 사람. 00경비 아저씨.] 이라는 타이틀을 볼 수 있었다. 직감적으로 그게 우리 아저씨를 가리키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클릭을 하고서 아저씨에 대한 기사내용을 조심스레 정독했다. 거기엔 온통 아저씨에 대한 칭찬 뿐이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다 읽고서 네티즌들의 코멘트를 하나하나 확인하니 아버지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그런 사람일 수록 더 어두운 법입니다. 분명 뭔가 숨기고 있는거에요.]

[원래 사람은 겉만 보고서 모르는 거에요. 혹시 알아요? 다른 사람들이 모를 때 뭔 짓을 할지.]

라는 코멘트가 상당히 많았다. 그리고 난 적잖이 놀랐다. 생각보다 아버지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말이다.

이런저런 코멘트를 하나둘 살펴보고 있을 때 돌연 뭔가가 터지는 소리가 귀로 들려왔다. 콰-앙! 그건 군대시절 포대 전술 훈련을 할 때 들었던 그것과 매우 흡사했다. 심장이 철렁여서 방문을 박차고 나오니 부모님도 나와 같은 얼굴로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있었다.

"꺄아아악!"

곧 들려오는 높은 비명소리에 우리 가족은 서둘러 베란다 쪽으로 갔고, 그 아래에는 사람의 형상을 한 뭔가가 자동차에 굳게 박혀버린 듯 듯한 상태였다.

"어머.. 어머어머."

어머니는 그렇게 말하며 '어떡해.' 라는 말만 되풀이 할 뿐이었다. 아버지는 작게 이를 갈고서는 서둘러 119에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

처음이었다. 누군가의 죽음을 본다는 것은 결코 유쾌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반대로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았다. 생전 모르는 사람이었거니와 고요히 눈을 감고 있는 듯한 얼굴에는 고통이란게 전혀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편한건가?'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

다음날 아파트 단지에는 무거운 적막만이 가득했다.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버린 아파트 단지. 경비 아저씨도 그것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최대한 평상시의 모습으로 주민들을 대했지만 바로 죽음이 일어난 직후여서 그런지 모두의 반응이 냉담했다.

그날도 학교를 마치고서 집으로 오는 길이었다.

"적당히 좀 하세요!"

어느 여자의 목소리가 주차장내에 울려퍼졌다. 호기심에 살짝 그곳에 가보니 경비 아저씨 앞에서 한 아주머니가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사람이 죽었는데 웃음이 나와요? 정말 분위기 파악 좀 하시라구요. 예? 내가 그동안 말을 안해서 그렇지 자꾸 실 없이 웃고 다니시는거 기분 나쁘단 말이에요."

그 말에 경비 아저씨는 힘 없이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 힘 없는 노인 같은 모습에 아주머니는 콧방귀를 뀌고서 다른 곳으로 걸어가버렸다. 왜 이렇게 사람이 비틀어진거지? 따지고 보면 아저씨의 잘못도 아닌데.

아파트 내로 들어가는 아주머니의 뒷모습을 마지막으로 다시 경비 아저씨를 바라보니 생전 처음 굳은 얼굴을 한 아저씨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아저씨도 역시 사람이었다. 언제나 웃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

가만히 아저씨를 보고 있던 중 내 시선을 느꼈는지 아저씨도 나를 보고서는 살짝 웃었다. 그 미소는 언제나도 같은 따스해 보이는 미소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방에서 밀린 과제들을 처리 하느라 정신이 없을 때 또 엄청난 소음이 내 귀를 강타했다. 콰-앙! 본능적으로 그 소리가 무엇임을 알고 있었다. 서둘러 베란다 쪽으로 달려가보니 조금은 어려 보이는 여학생 하나가 차에 틀어박힌 모습이 눈에 선명하게 잡혔다.

고요히 잠긴 눈. 편안해 보이는 표정. 도저히 자살을 시도한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는 뭔가가 있었다.

"또 자살인건가.."

서둘러 119에 전화를 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드는 순간 왠 익숙한 인영하나가 여학생 앞에서 오열하기 시작했다.

"미란아! 미란아!!"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여학생의 손을 붙잡고 울부짖는 아주머니. 분명 어디서 봤는데..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주머니에 대한 생각을 떠올릴려고 할 때,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

죽은 여학생이 있는 곳과 그리 멀지 않은 곳. 주차장에서 경비 아저씨가 나를 보며 웃고 있는게 보였다. 언제나 같은 미소였지만 오늘은 조금 다른 기분이 들었다. 사람의 미소라고 할수 없는 뭔가가 있다고 해야하나..

서둘러 고개를 돌리고 집으로 돌아와 119에 신고를 넣었다.

**

연달아 자살자가 나오는 통에 아파트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초상집이 따로 없었다. 그 중에서는 무서워서도 못살것 같다는 주민들도 있었고, 땅값 떨어지면 어쩌냐며 초조해 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경비 아저씨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난 아저씨를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니, 아버지의 말을 허투로 넘길 수가 없었다. 이런 분위기에 자살자가 연달아 나온 마당에 하루종일 웃으며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았다.

감정이 없는건가? 분위기를 읽지 못하는 건가? 수 많은 생각이 난무했다. 비단 이 생각은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었는지 어느 순간부터는 주민들 모두가 아저씨를 하나씩 무시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아저씨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언제나 웃고 있는 삐에로가 있다면 저런 모습일까. 아파트의 분위기는 예전보다도 못한 쌀쌀 하다 못해 얼어 붙는 분위기로 변해버렸다. 사람들은 더 이상 어떤 말도 나누지 않았다.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을 볼 수가 없었다.

"우리 이사나 가자."

오랜만에 하는 외식자리에서 아버지가 내뱉은 말이다. 평소라면 어머니가 미쳤냐며 반기를 들었겠지만 요즘 분위기가 분위기인 만큼 거기에 아무런 토를 달지 않았다.

"요새 하도 이상한 소문이 돌아서 말야. 불안해서 못살겠어."

"..아버지 그런 소문은 안믿는 주의 아니었어요?"

"그렇긴한데.. 봐라. 사람이 벌써 셋이나 죽었어."

그 말에 난 고개를 갸웃거릴 수 밖에 없었다.

"예? 셋이요?

내 말에 어머니가 답했다.

"너 학교가는 날 오전에 자살한 사람이 또 있었어."

"..언제요?"

"그 아주머니 딸이 죽고 나서 얼마 안갔지."

"자살이에요? 뭐 때문에요?""

"몰라. 내가 경찰이니? 안그래도 요새 우리 아파트 흉흉하기로 소문이 나서 아무도 이사 오려고 하지 않아. 지금 땅값이 말이 아니야. 더 떨어지기전에 아버지 말대로 빨리 이사가는게 낫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다. 그 사이에 추가로 자살자가 생겼다는 말인가? 그럼 우리가 이사오기 전엔 아무도 죽지 않았었나?

"그렇게들 알고 준비하고 있어. 이번에 인한이 대학교 근처로 이사갈거니까."

마지막 소주 잔을 들이킨 아버지가 계산대로 걸어가며 말했다.

"그 아저씨가 분명해."

**

외식을 마치고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파트 정문 옆에 있는 경비실의 불이 꺼져있다. 이상하다. 언제나 불이 켜져 있던 곳인데.. 의문이 들었지만 딱히 신경쓸 일도 아니어서 집으로 걸음을 옮기니 요란한 소리와 수많은 사람들이 눈에 보였다.

"뭔 일이래?"

그렇게 말한 아버지가 서둘러 문제의 장소로 가기 시작했다. 걸음을 옮기면 옮길수록 시커먼 매연 냄새가 호흡기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불이 났음을 알 수 있었다.

위이이잉- 위잉-

곧 이어 아파트 단지내를 이동하는 소방차 여러대가 보였다.

"하, 참.. 이놈에 아파트 단지는 사람 살곳이 못돼."

그렇게 중얼거리며 아버지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동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정말 뭐라도 낀것처럼 일어나선 안될 일들이 이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게 분명하다. 인터넷에 떠도는 루머처럼 경비 아저씨에게 뭐라도 있는 걸까?

"어머니 잠시 다른데 좀 들렸다 갈게요."

괜히 마음이 우울해져서 머리를 식히고 싶어졌다. '빨리와.' 라는 어머니의 말을 뒤로 아파트 후문 앞에 있는 공원으로 가기 위해 걸음을 옮기는 순간 문제의 경비 아저씨의 뒷모습이 보였다.

허둥대며 서두르는 그의 모습에 뭔가 꺼림칙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순간 호기심이 발동한 난 몰래 그리고 조심스럽게 아저씨의 뒤를 따라갔다. 아저씨는 후문에도 있는 경비실로 급히 들어갔는데 시간이 지나도 경비실 내에서 인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뭐야."

이상한 마음에 천천히 다가가 경비실 문안을 열자 놀랍게도 아저씨의 모습은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내가 헛것을 본건가? 분명히 여기로 갔는데.. 작디 작은 5평내의 경비실 안에서 아저씨의 모습이 감쪽같이 사라져 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이상하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다른 곳으로 통하는 통로가 있는건가? 경비실 내를 두리번거리며 뭔가가 나오길 기대했지만 딱히 보이는 것은 없었다. 순간 작은 실망이 밀려왔다. 그동안의 일에 대한 실마리가 손에 잡힐듯한 순간 허무하게 없어져버린 것 같았다.

덜컥- 덜커-

아쉬움을 뒤로하고 경비실을 나서려는데 화장실 쪽에서 돌이 갈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본능적으로 그곳으로 가보니 화장실 벽쪽에 어느 한 부분에 미세한 금이 가있는 것이 보였다. 방금 전의 소리로 균열이 일어난건가?

암모니아 냄새를 뒤로하며 작은 균열이 가있는 곳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지금 여기서 저곳에 손을 대면 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 분명 아저씨는 저 안에 있는게 분명하다. 그럼 저 안에서 대체 뭘 하는걸까?

수많은 의문이 머릿속을 헤집어 놨다.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지금은 일단 물러나자.' 였다. 일단 안에 아저씨가 있다는 것이 기정사실되었으니 혹여 마주친다면 껄끄러운 일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다.

그대로 미련없이 경비실로 나와 조금 떨어졌다. 그리고 아저씨가 나오는 것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화재도 제법 진압이 되고 소방차들이 하나둘씩 아파트 내를 떠날 때 아저씨의 모습이 보였다.

"...."

여느 때와 다름 없는 모습. 허나 다른 것이 있다면 언제나 짓고 있던 미소가 사라져있다는 것이었다. 딱딱한.. 감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이라도 해도 믿을 정도로 아저씨의 표정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처음부터 저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고 해도 믿을정도로 말이다.

휙. 휘익. 빠르게 주위를 둘러보던 아저씨는 그대로 아파트 단지내로 걸어가버렸다. 아저씨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한 뒤 경비실로 들어와 문을 잠근 뒤 화장실로 향했다.

"후.."

왠지 모를 한숨이 새어나왔다. 이게 맞는건가? 저 너머에 뭐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내 행동이 과연 맞는건가? 마지막 내적 갈등이 일어났지만 눈 앞에 펼쳐져 있는 그동안의 미스테리를 모조리 풀어낼지도 모른다는 그 성취감은 생각보다 강렬했다.

작게 균열이 가있는 벽을 향해 걸어간다. 그리고 손을 뻗어 가볍게 벽을 두드리니 뭔가 텅 비어있는 소리가 들렸다. 틀림없다. 여기가 분명하다.

천천히 체중의 무게를 실어 문을 밀어내니 약간의 거친 돌소리 비슷한 것이 나며 문이 열렸다. 순간 훅하고 들어오는 지하 특유의 냄새가 후각을 잠식해가기 시작했다.

"...."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짙은 어둠 속. 스마트폰을 꺼내 후레시를 켰다. 환해지는 빛을 따라 천천히 시야를 옮기니 꽤 길어 보이는 어두운 통로만이 전부였다. 외자로 되어 있는 통로였기에 길을 헤맬 염려는 없어 보였다.

저벅. 저벅. 한 걸음씩 떼며 전진한다. 이내 직감적으로 통로의 길이가 꽤 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걸음을 조금은 빨리 하기로 했다.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지하 특유의 냄새와 꺼림칙한 기운이 온몸을 옥죄는 것 같았다.

10분정도 걸었을까. 이내 10평정도 되어보이는 공간 하나가 보였다. 그 공간 뒤에는 4개의 통로가 보였는데 아무래도 이동을할 때 쓰는 것 같아 보였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어두운 곳곳에 빛을 비추며 이것저것을 살피는 도중이었다.

"..뭐야."

공간의 정 가운데에 놓인 낡아 보이는 공책. 이런 곳에 있을 법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조심스레 손을 뻗어 공책을 넘기는데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발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

순간 심정이 크게 요동쳤다. 설마 누군가 이리로 오고 있는건가? 그럼 어떻게 하지? 숨어야 하나? 혹시 누가 오는지 확인할 수는 없는건가? 이런저런 생각이 오고 가며 쉽게 자리를 못 뜨고 있는 상태가 되어버리자 급속도로 몸에 피로가 쌓이는 듯 했다.

다시 귀를 기울이며 가만히 소리를 들어보니 더 이상의 발소리를 들려오지가 않았다. 안도의 숨을 내쉬며 공책을 넘기니 4개의 숫자들이 써져 있는게 보였다.

"뭐야.. 1903. 1803. 2201. 1202. 1001.."

공책을 가득 메울정도로 4개의 숫자들이 일정한 간격과 패턴으로 나란히 써져 있는게 보였다. 그리고 그 중에는 사선으로 그어진 몇개의 숫자도 보였다. 혹시 몰라서 카메라로 해당 숫자들을 모조리 담아낸뒤 가만히 그 숫자들을 바라봤다.

"..설마 아파트 호수인가?"

1차원적인 접근으로 볼 때는 당장 그 생각 밖에 할 수 없었다. 그 외에는 경비 아저씨가 이런 숫자를 적어낼 리가 없다. 그럼 이 사선은 대체 뭐지? 왜 이렇게 많이 그어져 있는거지?

"흐음."

더 이상 고민을 해도 알아낼 방도가 없다. 서둘러 이곳에서 벗어나려고 몸을 돌리는 순간 난 내 눈을 의심해야만 했다.

"뭐야?"

다시 돌아가야할 통로가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대신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처음 이 공간에 들어올 때 보였던 4개의 통로가 전부였다. 너무나 기괴해서 불빛을 비춰가며 이리저리 돌아다녀봤지만 4개의 통로가 전부였다.

처음부터 잘못된 길에 들어선건가? 전화를 걸기 위해 스마트폰 액정을 봤지만 통화권 불능이라는 단어만 눈에 보일 뿐이었다. '아무래도 잘못된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는 수 없이 오른쪽 편의 통로로 들어가기로 했다. 천천히 불을 비추며 걸음을 떼는 순간 어두웠던 통로에 순간 뭔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마치 전체에 영상 하나가 하나씩 새겨지는 것처럼.. 작은 모래알의 사이즈부터 커다란 바위 사이즈의 무언가가 합치고 합쳐져 커다란 영상 하나가 통로에 가득히 채워졌다.

"꺄아아악!"

강렬한 여인의 비명소리. 콰앙- 뭔가가 터지는 소리. 화르르륵. 강렬한 화염의 소리. 다시 이어지는 여인의 비명소리.

시야를 가득 메우고 귀를 가득 채우는 소음 소리에 정신이 금방 혼미해지는 것 같았다. 더 이상 이 통로를 나아갈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며 다시 전의 공간으로 돌아오니 아주 익숙한 사람 하나가 나를 보며 서있는게 보였다.

"..안녕하세요?"

언제나 사람들에게 미소를 짓는 경비 아저씨였다.

아저씨는 사람들의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로 인해 생겨나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 것이 즐겁고 유쾌했던 거였다. 지금 내 감정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타인의 고통을 쾌감으로 받아들이는 난 인간의 범주를 벗어나고 있는 것 같다. 

서둘러 이곳을 벗어나야겠다고 다짐하며 몸을 돌리는데 저 멀리서 나를 지켜보는 또 하나의 청년이 눈에 보였다. 

씨익. 나도 모르게 웃음이 피어 올랐다. 잘하면 저 청년과 몸을 바꿀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마음 속에서 생겨나기 시작한다. 그리곤 본능적으로 다시 공책을 만지작거린다. 

"...."

내 낌새를 느꼈는지 서서히 다가오는 청년. 나 역시 청년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걸어나가 청년에게 말한다.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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