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사이트, 꽁머니, 사이트 홍보, 구인구직 중심 종합 커뮤니티 | 올블랙
올블랙보증업체후기게시판

유머게시판

(공포) 밖에 나가지 마시오 pt.21(마지막)

익명
2026-10-18 04:09

“빨리 와!”

하얀 공간. 백색인 공간에서 보이는 것이라고는 기다란 흑발을 휘날리며 뛰어다니는 은혜가 전부다. 낯설지가 않았다. 저번에도 왔던 장소였다. 한 걸음. 한 걸음. 은혜를 놓치지 않기 위해 빠르게 뛰어갔다.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어느새 다가온 은혜가 나를 올려다보며 친근하게 말했다. 드디어…… 드디어 닿았구나. 손을 뻗어 은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보드랍고 연약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래, 난 이것을 위해 달려온 거였어.

“…….”

주룩.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 그 모습을 애처롭게 올려다보던 은혜는 떨어지는 눈물을 받아내며 말했다.

“이제 걱정 마. 이곳에서 함께 지내자.”

“함께…….?”

내 말에 은혜는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살며시 손을 뻗어 그녀의 곱고 작은 손을 맞잡았다.

“응. 영원히 함께…….”

**

“허억.”

눈을 뜨니 낯선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기존에 내가 알고 지내던 곳.. 항상 내 몸에서 피를 채혈하기 위한 곳이 아니었다. 음습해 보이고 어두운 공간. 조금은 숨이 막힐 것 같은 착각이 들어 몸을 일으켰다.

장기간 잠을 잤었나. 몸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다. 천천히 걸음을 옮겨 방을 나서니 폐허라고 부를 만한 넓은 거실이 눈에 들어왔다. 얼마나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았는지도 감히 짐작도 하지 못할정도로 군데군데 검은 구름처럼 자리 잡고 있는 먼지들은 절로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한 걸음을 떼며 바닥을 보니 이리저리 엉겨 붙은 이끼들이 발바닥을 보호해주고 있었다. 그렇게 느릿하지만 확실히 이동하니 활짝 열려 있는 대문이 보였다. 손을 뻗어 대문을 열자 시원한 바람과 함께 피비린내가 후각을 뒤덮었다.

“우욱..”

헛구역질을 해대며 조금 더 앞으로 걸어가니 허리 부분에 있는 난간 너머 넓은 공터가 보였다. 그 공터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는데 그들 하나하나가 먼지 속에서 뒤엉키며 생활하고 있는지 온통 피부가 검은 색이었다.

흑인이라고 부르기엔 그 경계가 너무나 확실하다. 짙은 어둠.. 그래. 수 많은 어둠들이 이리저리 걸어다니고 있었다. 그들의 눈동자는 진한 루비색이었고 길다랗고 빳빳해 보이는 털들이 몸 곳곳에 돋아나 있었다.

과연 저들은 사람이 맞는걸까.

“....”

멍하니 그들을 보고 있자니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가 나를 꿰뚫어 보고 있는 더러운 느낌.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그 근원지를 찾아 눈알을 굴렸다. 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

엄청난 포효 소리와 함께 일제히 동작을 멈춘 이들이 나를 보며 환호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게 기쁨의 환호인지 포효인지 잘 분간이 가지 않았지만 당장 알 수 있는 것은 이들은 날 적대시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천지를 뒤흔드는 듯한 소리에 몸이 절로 떨리는 것 같다. 바보처럼 그 자리에 굳어 이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곧 옆으로 다가온 진하디 진한 루비색의 눈동자가 천천히 다가왔다.

“*&()”

그러면서 천천히 손을 내미는 존재. 자연스레 그 손을 잡으니 아래에서 들려오는 포효 소리가 더욱 거세져갔다.

대체 난 이들에게 무엇이란 말인가?

**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다. 여기에서 지내는 동안 알 수 있는 것은 이들은 나를 극진히 보살핀다는 점이었고 철저히 보호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들과 전혀 다른 내 모습에서 나오는 노파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매번 정해진 공간에서 지내는 곳은 여간 껄그러운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들을 따돌리기 위해 몰래 나가기도 하고 숨어 있기도 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언제나 귀신 같이 나를 찾아내는 이들 때문에 어디에도 가지 못하고 있다.

그 답답함을 조금 읽은 모양인지 최근에는 하루에 한 번 정도 주변 산책을 시켜주곤 한다. 내가 지금 지내고 있는 곳은 아주 커다란 건물들이 밀집되어 있는 공간인데 이곳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무성한 식물들과 폐허로 변해버린 건물들이 전부인 재미없는 곳이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식량을 구비할 수 있는지는 미스테리지만 이들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여전히 불만인 것은 그들의 언어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이다. 배워보려고 노력 해봐도 이상하게 머릿속에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애초에 이들에게 언어체계라는 것이 있나 싶을정도로 요상했다.

그래서 대강 바디 랭기지로 해결하곤 하는데 그게 그나마 잘 먹히긴 했다.

“!@$”

손짓을 하며 이리로 오라고 말하는 경호원1. 이름을 몰라서 적당히 그렇게 부르기로 했다. 경호원1가 가리키는 곳으로 가니 맑은 물이 고여 있는 장소가 보였다. 마침 목이 마르던 참이었는데 이럴 때 보면 녀석의 눈치 하난 대단한 것 같다.

서둘러 목을 축인 뒤 이동하자고 보채자 경호원2가 나를 막아섰다. 무언의 압박으로 나를 보는 경호원2의 태도에 난 돌아가야함을 느끼고는 다시 걸음을 돌렸다. 현재 내게 붙은 경호의 수는 두 명. 둘의 특징은 다른 이들보다 더욱 건장하고 날렵해 보인다는 점이다.

거기다 온 몸에 돋아난 날카롭고 매서운 털들은 금방이라도 피부를 꿰뚫을 것 같아 상대적으로 위협감을 주기엔 충분해 보였다. 호기심 삼아 이들의 털을 만져본적이 있는데 생각 외로 보드라워서 놀란 적이 있었다.

아마 위급한 상황에서는 급변하지 않을까?

“^&*”

빨리 이동하라고 손짓하는 경호원2를 보며 걸음을 옮긴다. 난 언제까지 여기서 지내야만 하는걸까.

**

시간이 제법 흐른 것 같다. 나를 철저히 지키는 경호원1,2와도 많이 친해졌다. 겉 모습은 그리 호감형은 아니지만 이들 모두가 나를 끔찍이 생각해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내가 원하는 것이라면 거의 해줄 정도로 자상했다.

하지만 이런 닭장 속의 생활도 지속 되면 질리고 싫증이 나는 법이다. 하루하루 여기에서 나가고 싶다는 갈망이 더욱 커져만 가고 있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밖의 세상을 더 보고 싶었다. 어쩌면 나와 말이 통할지도 모르는.. 그래 은혜와 같은 사람이 있진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도 가져본다. 분명 뭔가가 어긋나서 이들과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인지 모른다. 그 무언가를 알아만 낸다면..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밖이 소란스러웠다. 격한 함성 소리와 함께 우렁찬 포효소리가 온 건물을 뒤흔들었다. 호기심이 일어 밖으로 나가니 수십. 아니 수백명의 검은 사람들이 공터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들의 등쪽에는 커다란 자루 같은 것이 들려 있었는데 뭐가 있는지 몰라도 제법 수북해보였다.

처음 보는 얼굴들이 많았다. 하나하나 뜯어보며 그들의 행렬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때.

“^&%..”

바로 옆에서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엄청난 거구의 루비색 눈동자가 나를 보며 서있었다.

‘이런 놈이 여기 있었나?’

거구는 금방이라도 울 듯한 얼굴로 내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이게 이들만의 인사인건가? 천천히 손을 내밀어 거구의 손을 잡아 주니 거구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곧 몸을 돌려 걸어가는 거구의 옆으로 나와 매우 비슷한 체형을 가진 검은 인간이 내게 다가왔다. 다른 이들에 비해 차갑에 식은 눈동자가 유독 눈에 띄는 인간. 묘하게도 낯설지가 않았다. 이상하게도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천천히 다가가 손을 뻗어 그 인간의 얼굴을 가만히 만진다.

분명 어디선가..

“^&%.”

곧 내 얼굴을 만지던 인간이 옅게 웃었다. 그래. 이 얼굴의 형태.. 반짝이는 유리 너머로 비추는 우리둘을 가만히 바라본다.

“....”

나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인간이 나를 보며 서있는게 보였다.

내가 이들처럼 변한다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다시 한 번 검은 인간을 유심히 바라보며 이곳저곳을 만져보았다. 몸은 상당히 달라 있었지만 얼굴은 나와 매우 흡사했다. 아니 이정도면 판박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닮아 있었다.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대체 이 인간은 누구지? 왜 나를 이토록 극진히 보살피는거지? 진중히 생각을 했지만 풀수 없는 거대한 수수께끼에 가로막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문득 무력함이 느껴져 한숨이 크게 나왔다.

%^&

나와 닮은 인간은 뭐라고 말하더니 거구와 함께 나를 이끌고 집으로 들어왔다. 둘은 나를 두고서 한참을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게 전혀 알 수 없는 내용이었지만 대강 분위기 상으로는 그리 좋은 쪽인 것 같지가 않았다.

이제와서 나를 어찌하겠다는건가? 내가 필요 없어진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크아아아!”

거대한 포효소리에 온 몸의 살결이 떨리는 듯 했다. 벌렁거리는 심장을 간신히 부여 잡으며 소리가 난 곳으로 걸음을 옮겨 보니 커다란 공터에 낯설어 보이는 검은 무리들이 나타난 것이 보였다.

$^&*

다급한 소리를 내며 내 곁으로 다가온 경호원 1,2. 그리고 엄청난 기세로 달려 나가기 시작하는 거구. 완전히 상황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아무래도 이들의 영토에 누군가가 침입한 것 같았다.

순식간에 수백으로 불어난 검은 존재들 두 무리들은 성난 숨결을 내뿜으며 묘한 대치를 이어나갔다. 아무리 봐도 똑같은데 어떻게 적과 아군을 구분하는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일단은 지켜보기로 했다.

“....”

소강의 상태. 그 찰나에 쳐들어온 무리 사이에서 조금은 날렵해 보이고 가슴의 굴곡이 커다랗게 보이는 검은 존재가 나를 보며 웃고 있는게 보였다. 번뜩이는 무수히 많은 송곳니들 사이로 보이는 흰색의 끈적이는 액체가 썩 기분 좋지 않았지만 그 존재와 쳐들어온 무리의 목적이 나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크워어!”

그것을 시작으로 이들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순식간에 검은 색의 구름이 부딪히며 군데군데 붉은 색들의 물감들이 여기저기 흩뿌려지기 시작한다. 두려움이라는 것을 애초에 배제한 듯 이들의 공격은 끊임이 없었다. 야생의 맹수를 보고 있노라면 이런 느낌일까.

난 어째서 이들의 생과 사를 보고 있음에도 아무렇지도 않을 것일까. 전에 이런 것을 수도 없이 본적이 있는걸까.

이들의 전투가 한창일 무렵 거구의 등장으로 판이하게 뒤바뀌기 시작했다. 거구의 힘은 보통의 그것으로 감당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힘이며 민첩함 그리고 노련함. 세 가지가 교묘히 섞인 거구의 전투력은 단언 압도적이었다.

그렇게 10분여만에 전투의 판도를 완전히 바꾼 이들은 노도와 같이 침입자들을 몰아내기 시작했고 얼마가지 않아 바닥에는 수 많은 핏물들과 고기덩어리가 굴러다니는 것이 눈에 보였다.

“크오오!”

승리의 함성을 마음껏 내뱉는 거구를 따라 다른 이들도 함성을 지르기 시작한다. 묘하게도 그 모습이 썩 기분이 좋지가 않았다. 정말 나는 이들에게 무엇이며 쳐들어온 적들에게도 무엇이란 말인가.

**

다음 날 아침. 우리는 이동을 하기 시작했다. 어제의 공격을 받아서 위기감을 느낀 것일까. 나와 닮은 인간은 무리들을 이끌었다. 가장 선두에는 나와 경호원 1,2, 거구, 나와 닮은 인간이 있었고 그 뒤로는 제법 많은 수의 검은 존재들이 걷고 있었다.

이렇게 멀리까지 도시를 나온 적이 없었지만 막상 나오니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내가 알기 전의 도시들은 모조리 날아가버린 것 같았다. 병원에 구금되어 있을 동안 전쟁이라도 일어난 것인걸까. 폐허와 다름 없는 이곳에서 희망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볼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문득 실망감이 밀려왔다. 이런 것을 보기 위해 그렇게 나가기를 소망하던 것이 아니었는데.. 이럴 줄 알았다면 거기서 죽 머물러 환상을 갖고 있으며 살아가는게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휘이잉- 매섭고 무거운 바람이 등을 떠민다. 이어서 한 걸음을 떼며 행렬을 이어나간다.

**

얼마나 걸었을까. 체감적으로 상당히 오래 지났다고 생각할 무렵이었다. 걷는 도중에 내가 바닥에 쓰러지면 경호원1,2가 나를 업으면서 행렬을 꾸준히 이어나갔다. 지루하고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행렬에 슬슬 실증이 날 때 쯤.

%$#^&

거구가 그렇게 말했던 것 같았다. 그러자 나와 닮은 인간이 긍정을 표하며 서둘러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모두가 맹렬히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이건 마치.. 맹수가 사냥을 할 때의 그것과 매우 흡사했다.

공기가 달라져 있었다. 방금전만해도 지루하고 따분했던 분위기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크오어!”

엄청난 포효 소리와 함께 거구가 뛰쳐나간다. 이들이 향하는 곳을 가만히 바라보니 거기엔 아주 익숙한 사람들.. 살색의 인종들이 살고 있는게 보였다. 처음부터 이들의 목적은 그들이었나?

두두두두!

하지만 이들의 공격은 그리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살색의 사람들은 저마다 갖고 있는 무기들로 노련히 반격을 해나갔다. 그들이 뿜어내는 불꽃 세례에 수 많은 검은 존재들이 바닥에 쓰러지기 바빴다.

동료들의 죽음을 보면 전의를 잃을 법도 하지만 이들은 뭔가 달랐다. 더욱 거세게 몰아치며 살색 인간들에게 접근한 그들은 무차별적인 살육 파티를 벌이기 시작했다. 근접전에서는 아무리 강한 자들이 와도 검은 존재들에겐 상대가 되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그들도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다. 쉽게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최후의 항전을 하며 버텨나갔다.

“..다!”

순간 뭔가가 들린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내가 알고 있는 소리인가? 고개를 돌려보니 수 많은 살색 인종들이 우리를 보고 있는 것이 시야에 잡혔다. 정황상으로 보건대 지금 공격 받고 있는 인종들의 연합이거나 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말 하나가 내 귀로 들렸다는 것이다. 이보다 반가운 일이 없을 수가. 순간 놀라운 마음에 경호원1의 손을 뿌리치며 그들에게 달려갔다. 살색 인종들은 그런 나를 가만히 보더니 곧 엄청난 표정으로 나를 보며 손짓했다.

%^&!!

그 말과 함께 살색 인종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한 손에 커다란 칼을 들고 맹렬하게 돌진하는 살색 인종들. 그 목적이 나라고 생각되는 순간 절로 발이 멈춰졌다. 그와 동시에 내 곁으로 다가온 경호원 1,2가 나를 다른 쪽으로 밀며 소리쳤다.

%^&!

그것은 피하라는 뜻이었다. 말이 통하지 않았지만 왠지 그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여유로운 목소리로 내 뒤에서 나타난 나를 닮은 존재는 커다랗게 웃으며 살색 인종들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 속도가 가히 전광과도 같아서 달려나간 흔적만이 느껴질 정도였다.

번쩍번적. 사방에서 빛이 나자 바닥에 뿌려지는 붉은 색의 핏물들의 양이 상당하다. 그와 동시에 하늘에 떠다니는 살색 인종들의 사지는 그들의 죽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과연 검은 인종들을 이끄는 리더는 그 격이 달랐다.

단 삼인이지만 살색 인종들에게 치명타를 가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멍하니 그들의 전투를 바라보고 있을 때.

%^&...

낮은 울림 소리가 바로 지척에서 들렸다.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전에 우리에게 공격을 가했던 또 다른 무리의 리더가 나를 보며 서있었다.

적의 리더는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곧 주변을 채우기 시작하는 리더의 또 다른 무리들. 상황이 좋지 않은게 분명해보인다.

#%^!!

곧 엄청난 속도로 내게 다가온 적의 리더. 온 몸에 단단히 자리잡고 있는 근육과 금방이라도 살갗을 뚫어버릴 듯한 날카로운 털들이 묘하게 잘 어울려 보인다. 이 리더는 뭔가 다르다. 이 존재들에겐 성별도 존재하는건가?

적의 리더는 곧 입을 벌렸다. 날카로운 송곳니들과 끊임없이 흐르는 타액이 가히 좋지 않아 벗어나려고 했지만 그보다 더 강하고 악센 악력이 내 몸을 잡아 끄는 바람에 움직이지 못했다.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분명 난 위험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겁이 나지 않았다. 왜 이럴까? 전에도 이런 경험이 있었던 걸까. 이대로 조금만 지체 된다면 나를 공격할 것이 기정사실화 되어 있다.

곧 엄청난 소리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또 다른 내가 거칠게 포효를 했다. 나와 닮은 인간의 앞을 막아서기 시작하는 다른 흑의 무리들. 아무래도 여기서 난 끝이 날 것 같다. 곧 바람이 날리는 소리와 함께 뼈가 갈리고 살이 으스러지는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소리를 시작으로 적의 리더의 입이 내 목을 물어 뜯는 것은 정말 순간이었다. 번개와도 같은 속도로 내 목을 물어 뜯은 적의 리더는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내 살들을 음미하며 몸을 떨기 시작했다.

“....”

이상하게도 아프지가 않았다. 고통이라는 감정이 처음부터 내게 없었던 것처럼말이다. 다만 아주 묘한 기분이 온 몸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세포 하나하나가 깨어나는 듯한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느낌.. 이것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사라락. 멍하니 적의 리더를 보고 있자니 한가지 변화가 일어났다. 적의 리더의 털들이 모조리 날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

자신의 모습에 크게 당황한 리더는 손을 허우적거리며 날아가는 털들을 잡으려 애를 썼지만 생각보다 가늘고 보드라운 털들은 그 손을 여유롭게 빠져나가며 하늘로 떠다니기 시작했다. 정말 찰나의 순간에 적의 리더의 모습은 살색을 가진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뭐, 뭐야?”

“?!”

순간 말이 들려왔다. 처음으로 대화가 통하는 상대였다.

“당신.. 내 말이 들려?”

내 말에 적의 리더. 아니 이젠 사람으로 변해 있는 한 명의 여성은 놀란 눈을 하고서 되물었다.

“뭐가 어떻게 된거야? 왜 내 모습이 이렇지? 어째서 내가 인간으로 돌아간거야? 어?”

내 어깨를 다잡으며 따지듯 묻는 그녀에게 난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다만 놀라운 것은 말이 통한다는 것이었다. 그거면 됐다. 그거면 족했다.

“일단 피하자. 당신도 나도 여기있으면 위험해.”

“어떻게 피해? 주위를 봐.”

그녀의 말에 주위를 살펴보니 어느새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검은 색의 존재들이 보였다. 그들의 눈은 하나같이 광기에 젖어 있었다. 우리 쪽의 검은 존재들이 아니다. 이건 필시..

“당신이 이끌던 놈들이야?”

“..그럴지도 모르지. 상태를 보아하니 더 이상 그럴 것 같진 않아.”

그녀는 긴장한 얼굴로 검은 존재들을 주시했다. 일촉즉발의 상황. 어느 누가 움직인다면 그대로 공격이 시작될 것 같았다. 그 순간.

바람과 같은 속도로 내 옆에 나타난 나와 닮은 인간은 망설임 없이 그녀를 강하게 밀치고는 나를 들고 크게 도약했다.

“크아아아!”

그것을 시작으로 검은 존재들의 만찬이 시작되는 것은 정말이지 순간이었다.

“아..아.”

허공으로 튀어오르는 진한 핏물과 이리저리 분해된 사지를 두고 처절히 싸우는 검은 색의 존재들을 보고 있자니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유일한.. 나와 말이 통하는 유일한 사람이었는데. 어째서?

“..단. 하..다.”

놀라웠다. 완전히는 아니었지만 부분적으로 나와 닮은 인간의 말이 들린 것이다. 정말 각성이라도 한건가? 아니면 귀가 트인건가?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지?

“내 말이 들려?”

소리를 내어 말해보니 나와 닮은 존재의 눈이 크게 뒤틀리는게 보였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말이 통한 것임이 분명했다.

“들리지? 들리는거지?”

내 말에 나와 닮은 존재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이 날 도운것일까. 이런 일이 있을수도 있다니. 서둘러 자리에서 벗어난 우리 둘은 곧 어느 한 곳으로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얼마 가지 않아 흩어져 있었던 우리 무리와 거구를 볼 수 있었다.

그들을 보며 커다랗게 인사를 하며 손을 흔들자 모두가 놀란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하지만 완전히 말이 전달이 되지는 않은 모양인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되묻기도 했다.

“제..야. 하는..나.”

완전히 통하지 않는 말이었지만 대강 그들의 의도를 이해할 정도는 되었다. 그래도 장족의 발전임은 분명하다. 한글자도 못 알아 듣는 것 보다 훨씬 나았으니까.

대강 정비를 마친 우리들은 다시 움직일 채비를 했다. 빠르게 정비를 마친 우리들은 다시 행렬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걸음을 옮기며 아까의 상황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적으 리더인 그녀와 말이 자연스럽게 통한 이유는 대체 뭘까. 그전까지만해도 말 한마디도 통하지 않던 사이였는데..

순식간에 모습이 바뀐 것은 대체 뭐란 말인가. 아.. 내 목덜미. 손을 더듬거리며 목을 만지작거리자 이상하게도 아무런 감촉이 느껴지지 않았다. 양손을 뻗어 다른 쪽의 목덜미를 만지작거리지 전혀 낯선 감촉이 없었다.

“이건 대체..?”

아프지 않아서 눈치채지 못했었다. 내 몸은 순식간에 재생을 한 것임이 틀림 없었다. 어떻게.. 그런 공격을 당하고서 이렇게 쉽게 재생할 수 있는거지?

순간 그녀가 괴물로 변하기전의 모습이 뇌리를 스쳐갔다. 내 살점을 뜯어 먹는 순간 온 몸의 털들이 휘날리기 시작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모습이 변한 그녀도 당황한 듯 내게 되물었으니까.

그럼 유추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다. 내 몸이 바로 이들을 변화시킬 힘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 처음에 살색 피부를 가진 인간들과도 어울릴 수 있지 않을까. 애초에 검은 존재들의 본 모습이 그것이었다면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있다. 이들은 살색 인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것인가? 나를 먹고서 그들처럼 살고 싶진 않은 것일까?

이들이 나를 극진히 대접하는 이유가 조금씩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난 이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모양이다. 그리고 유추하건대 다른 검은 존재들은 알 수 없는 이끌림이나 인간으로 돌아가기 위해 나를 공격할 것이고 이들은 그런 존재들을 막기 위해 나를 보호하고 있는 것.

어째서 이들이 나를 위해 목숨을 내놓으면서까지 이런 일을 하는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지만 일단 오늘은 그간의 일들에 대해 조금은 실마리를 얻을 수 있는 키를 하나 얻은 셈이다. 내가 가진 능력도 조금은 알게 되었고.. 앞으로 어떻게 처신을 해야할지도 조금은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휘오오- 거센 바람과 함께 석양이 뜨고 있다. 행렬의 속도가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여기서 하루를 보낼 모양이다.

하루를 무사히 보낸 뒤 맞이한 아침. 이상하게도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어제의 공격으로 쇼크를 받은건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본다. 누군가가 누워서 잠을 잤을 것 같은 흔적만이 남아 있다. 그것들을 하나하나 훑어 보며 앞으로 나아간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 당장 눈으로 식별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갔을까. 문득 느껴지는 시선에 걸음이 절로 멈춰졌다. 찌릿한 살기에 온 몸이 저려온다. 어느새 다가온건지 수 많은 붉은 색의 눈동자가 어둠을 가득 메우고 있다.

크르르르.

낮게 우는 야수의 목소리에 내 몸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이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는 거대한 야수들. 그것은 그동안 봐왔던 흑색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뭔가 달랐다. 커다랗게 웃고 있는 입을 비집고 튀어나온 예리한 송곳니며 의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흉포한 모습. 이게 대체..?

크와앙!

한 놈의 포효 소리가 습격의 신호였는지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무리들이 내 몸을 둘러 싼다. 곧 이어지는 어마어마한 통증에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아아악!”

몸을 튕겨내며 눈을 뜨니 따스한 햇살이 내 몸을 감싸주고 있었다. 온 몸에 흐르는 땀을 조금식 닦아내자 그제야 꿈을 꿨다는 것이 느껴졌다.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나니 거구가 나를 물끄러미 보고 있는게 보였다.

곧 내가 일어난 것을 확인한 거구는 바닥에 조심스레 놓여져 있는 음식을 내밀었다. 이런 음식이 세상에 존재하는건가 싶을 정도로 그 모양이 해괴했지만 막상 입에 담아보니 생각보다 먹을만했다. 조금씩 배를 채우며 음식을 비워내자 거구는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뱃속에 느껴지는 포만감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떼기로 한다. 이렇게 말이 통하질 않으니 밖의 세상을 직접 봐야만 속이 풀리는 것은 왜인지.. 넓직한 공터를 지나 밖으로 나가니 흑의 무리들이 저마다 바쁘게 일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요리를 하는 무리들. 여러 도구를 만들어 내고 있는 무리들. 자리에 모여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는 무리들.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눈에 담으며 걸어가니 낯선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꺄아악!”

하이톤의 목소리에 끌린 나는 비명 소리가 나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씩 뗄 때마다 거리가 가까워질 때마다 비명 소리가 더욱 크게 들렸다. 이 정도로 크게 들리는데 아무도 제재를 하지 않는 것으로 보니 분명 뭔가가 있는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이윽고 소리가 난 곳으로 가니 마지막 나와 대화를 나눴던 그녀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게 보였다. 가녀린 체구의 그녀의 몸은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없었다. 뭐라도 파먹힌 모양인지 살 가죽이 너덜하다 못해 떨어지기 일보직전이었다.

그건 살아 있어도 죽어있는 상태였다. 적어도 난 그렇게 느낄 수 있었다.

“....”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곧 내 인기척을 느낀 여자가 나를 보며 말했다.

“너.. 대체 뭐야.”

“..?”

“어째서 나를 이런 꼴로 만든거야?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그런 저주 받은 몸을 주냔 말이야!”

절규하듯 발악하는 그녀를 보며 난 어떤 말도 해줄 수가 없었다. 나조차도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질 않는데 어떤 설명을 해줄 수 있단 말인가.

“그, 그러고 보니 너.”

“응?”

“네가 마지막으로 남은 백신? 그렇지 않고서 내 모습이 이렇게 될 리가 없어. 이런 저주 받은 인간으로 살아갈 리가 없다고.”

그 말에 난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잘도.. 잘도 나를 속였겠다. 이 빌어먹을 놈. 내 동족들이 기필코 너를 찾아내서..”

그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한움큼 큼지막한 피를 토해냈다. 몇 차례 피를 토해낸 그녀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아무래도 몸 안에 있는 피들이 한계 이상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상태인 것 같다.

가만히 그녀가 흘리는 피를 바라보니 녹색의 진한 액체들이 어느 한 곳으로 모이고 있는게 보였다.

“제길.. 이런 곳에서 죽을 수는 없는데. 내겐 꼭 해야만 하는 일이 남았는데.”

그렇게 말하며 눈물을 흘리는 그녀를 보며 난 어떠한 것도 느끼지 못했다. 유일하게 말이 통하는 존재다. 분명 이런저런 감정을 해소시켜주며 그동안의 있었던 일들을 모두 해소시켜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상황을 보아하니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았다.

더구나 말이 통한다고 해서 내 마음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것도 아니었다. 말이 통해도 통하지 않는 아주 기묘한 상황이다.

“하나.”

내 말에 그녀의 고개가 살짝 들렸다.

“궁금한게 있어.”

그녀는 간신히 고개를 들어 눈을 찡그리며 코웃음을 쳤다.

“흥. 내가 그렇게 간단히 알려줄 것 같애?”

“싫어?”

내 물음에 그녀는 나를 빤히 보다가 힘 없이 웃었다.

“넌 정말 아무것도 몰라서 좋겠다.”

“....”

“그래. 이런 빌어먹을 상황이면 정신을 놓는 것도 나쁘지 않지.”

“내 말에 대답해 줄거야?”

그녀는 영혼이 빠져나간 듯한 눈동자를 굴리며 나를 보았다.

“지금으로부터 수년전.. 아니 십년전이라고 해야하나? 모든 것이 바뀌는 사건이 일어났어. 그게 폭발적으로 늘어나버리면서 모든 인간들을 위협한 일. 네가 보는 것처럼 나 역시 인간이었지. 하지만 그 사건 이후로 우리 인간들의 수는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고 괴물들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어.”

“....”

“영화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들이 현실에서 일어나버린 거지. 좀비.. 그래. 그렇게 이해하면 될거야. 하지만 이런 괴물은 달라도 한참 달라. 지성이 있는 하나가 무리들을 통제하거나 그 지성이 있는 녀석의 능력이 다른 놈들과는 다른 점도 특이하지.”

“넌 어째서 그런 존재가 된거야?”

내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나도 몰라. 어쩌다 눈을 뜨고 정신을 차려보니 그렇게 되어 있었던 것뿐. 하지만.. 이상하게도 지난날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단 말이지. 가끔 뜨문뜨문 뭔가를 죽이며 굉장히 희열에 차며 기뻐 했다는 게 부분적으로 떠오르기도 하고. 수 많은 놈들을 통솔하며 사람들을 습격하던 일도 떠오르기도 해.”

“혹시 나를 공격한 것에 대해 후회를 하고 있나?”

내 물음에 그녀는 한참을 말 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

“어째서 내게 그렇게 집착한거야? 처음 공격에서 쫓겨났을 때 그대로 도망치는게 아니었나?”

“이성은 그렇게 판단했지만 본능은 그렇지 못했거든.”

“무슨 말이지?”

“왜 꽃에 벌들이 꼬이는 거라고 생각하나?”

그녀의 말에 난 고개를 갸웃거려야했다.

“그게 지금 중요한가?”

“넌 그런 존재야.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모든 괴물들을 불러모을 그런 존재라고. 지금은 모르겠지만 내가 변하기 직전엔 너의 냄새 만으로 모든게 마비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 어쩌면 또 다른 쾌락으로 가는 걸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너를 공격한거지.”

“....”

“결과는 이렇게 처참히 변해버리고 말았지만.. 너를 따르던 녀석들 말야. 얼마나 굶주렸으면 내 살 하나하나 뜯으면서 음미를 하더라니까.”

그녀는 힘 없이 웃으며 고개를 떨구기 시작했다. 손을 뻗어 그녀를 부축해주고 싶지만 둘 사이에 단단히 가로 막고 있는 녹슨 창틀은 그것을 저지했다.

“어째서 놈들이 이성을 유지하며 네게 손끝 하나 대지 않았는지는 아직도 미스테리야. 게다가 이런 상태로 되어버리니 말도 통하지 않고.. 여간 답답한게 아니더군.”

순간 그녀에게서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는 것이 어렴풋이 느껴졌다.

꺼질듯한 숨을 토해내며 그녀는 바닥에 천천히 눕기 시작했다. 방금 전만해도 아무렇지 않게 말하던 그녀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하아.. 하..”

숨을 몰아쉬는 그녀의 눈동자의 불이 점차 꺼져간다. 간신히 손을 뻗어 그녀의 차디하고 앙상한 손을 잡는데 성공한다.

가만히 내 손과 얼굴을 번갈아보던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살고 싶으면 생존자들 캠프로 돌아가. 아직 단결해서 남은 생존자들이 제법 되니까. 그들의 곁이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이런 괴물들 틈에서 지내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어?”

“..난..”

“지금 네 모습에 맞게 살아. 지금 넌 인간이니까. 그리고 절대 인간들에게 너의 능력을 들키지마. 같은 동족이긴 하나 인간만큼 가증스럽고 역겨운 존재는 또 없지.”

그렇게 말하며 한차례 경련을 일으키던 그녀는 마지막 남은 숨을 토해냈다. 곧 거친 숨을 몰아쉬던 그녀는 내 손을 강하게 잡았다.

마지막 그녀의 불꽃이 꺼져가고 있다. 난 어떤 말을 해줘야 할까. 어떻게 보내줘야 하는걸까. 손을 타고 전해지는 미세한 온기가 낯설다. 정녕 난 그녀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걸까.

“..가..”

마지막 그 말을 끝으로 그녀의 눈동자는 완전히 빛을 잃어버렸다.

“....”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그녀를 보며 난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게도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 상태에 있기 전의 내 모습은 어땠을까. 난 무슨 존재였을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