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딧 베스트 - 내 직업은 방에 감금된 여자를 지켜보는 일이다 part2.
익명
1일전
47
나는 천장의 카메라를 의식하곤 얼굴을 가렸던 손을 내렸다. 의자를 굴려 책상 앞으로 돌아가선 떨림을 멈추고 숨을 쉬어보려 했다. 천천히 생각해보자. 이제 버튼을 눌러야할까?
빨강 버튼은 비상용이다. 만약 레이첼이 죄수 비슷한거라 탈출하려고 한다면 회사 사람들은 비상사태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알기론 다친 사람은 없다. 솔로몬이 말한 응급상황은 경찰이나 엠뷸런스가 필요할때지 이런 종류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초록버튼이라면 어떨까?
이 정도면 충분히 보고할 만하지 않나? 그냥 도움을 청한게 아니라 나를 콕 집어 도움을 청했으니 말이다.
잠깐 멈춰보자. 그게 꼭 나라는 법은 없다. 토마스란 이름은 워낙 흔해서 학창시절에도 이름이 같은 애들이 여럿이었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일하는 이 순간에, 그녀가 하필 그 이름을 그림으로 그릴 확률은 희박하다. 괜히 혼자 헛다리를 짚고 싶진 않지만 그렇다고 그 뭐더라.. 엄마가 성경 읽을때 하던 말, 회의론자. 회의론자가 되고 싶지도 않았다. 그녀가 부른 사람은 나 일것이고, 이 정도면 회사에서도 알고싶어할 것이다.
그렇지만.. 초록 버튼을 눌러야할까? 손은 금속 박스를 향하고 있었지만 망설여졌다.
규칙을 어기는 걸 좋아하지도 않고 규칙을 어겼을때 무슨일이 일어날지도 두려웠다. 레이첼이 죄수로 잡혀있는거라면 회사가 나쁜놈들인걸까? 하지만 또 모른다 레이첼이 나쁜 사람일지도.
내 이름을 읽은 뒤 처음으로 다시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메시지가 전달 되었다는걸 알기라도 하는지 레이첼은 이미 소파에서 그림을 치우고 있었다. 양 손에 캔버스를 들고 방을 가로지르며 카메라를 흘낏 쳐다보는 그 눈길이 꼭 정면으로 나를 향하는 것 같았다. 가슴이 조여 왔고, 버튼을 향하던 손은 멈춰 섰다.
그녀가 나쁜 사람일리 없다. 몇년이나 지켜봐온탓에 그녀를 잘 아는것같은 기분이었다. 레이첼이 나쁜 사람이었다면 나도 눈치챘을것이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어떤면으로 그녀는 내 친구와도 같았다. 그래서 난 그녀를 돕기로 했다.
평소처럼 행동하면서 앞으로의 계획을 짜는 동안 남은 근무시간이 지나갔다. 나를 감시하는 누군가가 그림을 눈치챘을수도 있고 내 행동을 봤을수도 있었지만 그 걱정을 할순없었다. 태연한척 하면서 어떻게 해야 그녀를 도울 수 있는지 생각해야했다.
이 곳에 다닌 이후 내가 실제로 만나본 사람은 서류 작성할때 마주친 몇명과 업무 설명 들을때 만난 솔로몬씨가 다 이다. 버튼이 아니면 그 사람들과 소통할 방법이 없다. 월급은 전산으로 지급됐고 관제실에서 다른 직원과 마주친 적도 없다.
그 생각에 잠시 멈칫했다. 출퇴근때 내 전 타임 근무자이건 뒷 타임이건간에 아무와도 마주친 적이 없다는게 항상 이상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다른 직원, 다른 관제실이 분명 있을테고 사측에서 겹치지 않게 스케줄을 짰음이 분명했다.
아직도 그렇게 믿고있는데에는 관제실을 나 혼자 쓰는게 아닌 것 같다는 느낌도 한 몫 했다. 정수기, 화장실 휴지, 비누 모두 혼자 쓴다고 하기엔 너무 빨리 달았다. 이게 사실이라면 누군지 모르지만 날 고용한 사람들과 대화 하는것보다 다른 직원들과 하는게 더 안전할 것 같았다.
그 날밤 8시에 근무를 마친 후 평소처럼 끼니를 때운 뒤 퇴근하는 대신 차를 몰고 블록을 한 바퀴 돈 다음, 내가 일하던 건물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주차했다. 운전하는 몇 분동안 바뀐건 아무것도 없었다. 못 보던 차가 주차되어 있지도 않았다. 내가 생각한 게 맞다면, 어차피 그들은 내가 완전히 떠났다는 걸 확신하기 전까지는 다음 사람을 보내지 않을 터였다.
그래서 나는 그대로 앉아 기다렸다
나는 피곤했고 거리는 텅비어 고요했지만 자버리기엔 너무 흥분한데다 무섭기도 했다. 차가 지나가거나 누군가가 인도를 따라 걸어올때마다 긴장이 되었다. 갑자기 SUV나 밴 한 대가 내 뒤에 서더니 남자가 나와 날 끌어내 어딘가로 데려가선 날 고문하거나 죽일 것 같았다.
네다섯번쯤이나 차를 돌려 가버릴까 했지만 그럴때마다 방에 홀로 있는 레이첼을 생각했다. 나 말고는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노력이라도 해봐야 한다.
두시간 후, 차 한대가 서더니 대머리를 한 뚱뚱한 남자가 나와 빌딩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가 도어 잠금을 해제하고 들어가려는 걸 보자마자 차 문을 열고 내려 말을 걸어볼까 했지만, 곧 멈춰섰다. 똑똑하게 굴 필요가 있다. 정확한 위치를 알 순 없지만 락커룸이나 빌딩 밖에도 카메라가 있을게 분명했다. 빌딩 쪽으로 뛰어 가 남자와 말이라도 섞었다간 내가 뭔가 꾸미고 있음을 알아챌 수도 있었다.
한숨을 내 쉬곤 차 문을 도로 닫고 남자의 근무가 끝날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영화에서처럼 남자를 미행할까도 생각해 봤지만 남자를 놓치거나 그가 경비라도 부를까봐 겁이 났다. 남자가 6시간 근무를 끝내고 차로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카메라에 잡히지 않기만을 바랄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후에 찰스 제프리스라고 알게된 그 남자를 만났다.
" 저기..저기요 잠깐 얘기 좀 할까요?"
그는 내게 등을 보인채로 돌아 보지도 않고 무심히 손을 흔들었다.
" 죄송해요. 현금이 없어서요. 좋은 하루 보내.."
말하던 그는 나를 힐끗 돌아보는 순간 그대로 얼어붙었다.
" 세상에. 안 돼요. 안됩니다. 여길 떠나세요. 우린 얘기하면 안 돼요." 그가 두려워 하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제와서 그냥 보내버릴 순 없었다. 나는 그가 차에 타려는 순간 다가가 문을 다시 밀어 닫았다.
" 나 누군지 아네요?" 거칠게 말하지 않으려 애썼지만 내 목소리엔 분노가 실려있었다.
그는 문을 확 닫으려 했지만 내가 계속 문을 잡고 있었던데다가 내 힘이 더 쎘다. 힘없이 문을 잡아당기던 그가 긴장감이 서린 피곤한 얼굴로 나를 돌아보았다. " 네 알아요. 나처럼 여기서 일하잖아요. 경고하는데 우린 대화하면 안돼요. 만나서도 안되구요. 절대."
난 얼굴을 찌푸렸다. " 솔로몬씨는 그런 얘기 한 적 없는데요. 그런 규칙이 있다고는 얘기 안했어요."
남자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솔로몬씨.. 네. 그 사람들이 말 안한 규칙이 얼마나 많은데요. 일 시작하기전에 무슨 영상을 봐야되는지도 말안해줬을걸요. 맞죠? " 나는 시선을 피했고, 그는 계속 말했다. "나도 마찬가지예요. 이 일 한지 10년째인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갔겠어요. 거의 다 미리 알려주지도 않은 규칙을 어겨서 사라진거라구요. 내가 아직 여기 있는 유일한 이유는 몸 사리고 입을 다물었기 때문이예요." 그가 손가락을 흔들어 보였다. " 당신도 똑같이 해야된다고. 이미 늦은게 아니라면. "
" 이미 늦었다니요? "
속이 차갑게 옥죄어드는 느낌이 들었다.
그가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며 말했다. " 저 사람들이 우리가 대화하는걸 모를 것 같아요? 쟤들이 모르는 일이 있을 것 같아? " 빌딩을 돌아보는 그의 눈 속에 슬픔과 공포가 서려 있었다. " 어쩌면 넌 이미 우리 둘 다 죽여 놓은 건지도 몰라." 그는 고개를 흔들며 나를 뒤로 밀치곤 차 문을 열려 손을 뻗었다. " 어느쪽이던간에 더는 위험을 감수할 수 없어. 질문 그만하고 너 할일이나 해라. 그게 훨씬 오래 사는 길이야. "
그 말을 남기고 그는 차에 올라타 문을 닫았다. 나도 이번에는 그를 저지하지 않았다. 그가 말한 것들을 이미 걱정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들으니 공포로 몸이 마비되는 것 같았다. 내 계획이 정확히 뭐였더라? 그도 나 만큼이나 아는 것이 없을거라 생각했다. 설령 그게 아니더라도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무거운 마음으로 내 차가 있는 곳까지 걸어왔다. 여전히 두려웠지만 그보다는 슬픔과 수치심이 더 컸다. 레이첼을 돕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랐다. 아직 포기한 건 아니지만 차를 몰아 아파트로 돌아가는 길에도 이 다음에 뭘 해야 할지 떠올릴수가 없었다. 이건 영화가 아니고, 나는 영웅이 아니다.
이제 내게 남은 아이디어라곤 내 미지의 고용주들이 쥐락펴락할 경찰에 신고하는 것, 혹은 그녀가 그 방에 감금되어 있다는 증거를 나 혼자 수집하는 것뿐이다.
차를 주차하고 아파트 쪽으로 걸어가면서 나는 결심했다. 밤새 더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 두가지를 다 해보리라. 내일은 소지품 지참 금지라는 규칙을 깨기로 했다. 휴대폰으로 관제실의 모습과 레이첼이 어딘가에 갇혀있는 모습을 촬영하고 내가 아는 모든 것을 털어놓는 영상을 녹화해서 생각해낼수 있는 모든 신문사와 웹사이트, 인터넷 채널에 이메일로 전송할것이다. 그때까지 잡히지 않고 버틸 수 있다면 경찰서에도 찾아가 카피본을 제출하면된다. 그걸 다 해낸다면 내가 사측에 잡혀가더라도 누군가는 레이첼을 도와줄것이다.
공격 당하거나 살해 당할수도 있다는 생각에 걱정과 두려움이 앞섰다. 내 안의 한편에서는 그냥 시키는대로 하고, 이 모든 게 잠잠해지길 기다리라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랬다가는 내 자신을 견딜 수 없을것이다.
다 망쳐버릴지라도 시도는 해봐야 한다. 생각에 너무 깊이 사로잡힌 탓에 현관문을 여는 내 뒤로 누군가가 다가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 토마스? "
뒤를 돌아보는 순간 다리가 휘청거려 문에 등을 기댔다. 내가 미쳤거나 꿈을 꾸고 있음이 분명했다. 내 앞의 여자를 보며 쓰러지지 않기 위해 문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그럴리가 없는데, 어찌된일인지 그녀가 맞았다.
"레이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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