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위쪽은 보이지 않는다.
익명
03-17
208
불을 껐다. 주변이 어두워지자 청각이 예민해졌다. 메마른 초침 소리만 들리던 그때.
침대 맞은편, 붙박이장 문이 덜 닫혀 있었다. 손가락 세 마디 정도의 틈.
아래쪽에 희끄무레한 것이 보였다. 셔츠가 떨어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어둠에 적응할 쯤 선명해졌다.
복숭아뼈. 창백한 피부 위로 푸르스름한 핏줄이 엉킨 머리카락처럼 얽혀 있었다.
바닥에 닿지 않았다. 그것은 두꺼운 책을 딛고 서 있을 정도만큼 떠 있었다.
붙박이장은 옷가지로 꽉 차 있다. 사람이 서 있을 틈 같은 건 없다. 발목 위쪽은 롱패딩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미동도 없고 흔들림도 없다. 마네킹 발목만 떼어낸 것처럼. 방 안에는 날 선 초침 소리뿐이었다.
마른침을 삼켰다. 목젖이 움직이는 소리가 적막을 긁었다.
그것이 반응했다.
공중에 뜬 발목이 천천히, 느리게 제자리에서 움직였다. 발뒤꿈치가 사라지고 발등이 정면을 향했다.
발가락이 없었다. 발등 끝이 녹은 밀랍처럼 매끈하게 뭉툭했다.
틈새에서 바람이 새어 나왔다. 오래된 옷가지 냄새. 그리고 며칠 감지 않은 머리카락 냄새.
쇳가루 긁히는 소리가 났다.
문틈이 두 마디 정도 더 벌어졌다.
은색 경첩 위로 혈흔이 번지듯 순식간에 녹슬어 퍼졌다.
바닥으로 붉은 가루가 쏟아졌다.
아직 위쪽은 보이지 않는다.
댓글
제목글쓴이날짜조회
등기부 믿고 3억 날린 피눈물 사연+2
익명03-17275
안락사' 위해 출국하려던 60대…경찰, 항공기 이륙 늦춰 제지+3
익명03-17249
하다하다 별게 다 수출되네+4
익명03-17316
장편한 설사약; 6000원+2
익명03-17237
고대 바퀴벌레 크기+3
익명03-17248
지구 히어로들이 악질인 이유+3
익명03-17237
신문지 삼겹살 레전드+8
익명03-17290
외국인 직원의 귀여운 연차 사유 ㅎㅎㅎ+2
익명03-17344
아파트 입주민 대표가 학교장 면담 요청 공문 보내 난리난 사건.jpg+4
익명03-17366
빗썸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를 본 업비트 근황+3
익명03-17257
신분증 보여달라고 하니까 친구를 데려온 손님+3
익명03-17173
아무도 안믿을 요즘 초등학교 근황.jpg+2
익명03-17248
실종된 여고생+4
익명03-17266
숙박업소 예약 받은 뒤 취소하면 바로 "영업정지 5일"+4
익명03-17155
장례식 가서 하면 안 되는 행동들+3
익명03-17262
한국어 배우는 일본 난치병 어린이.jpg+6
익명03-17124
내가 기계공학과에 지원한 이유+2
익명03-17313
케데헌 오스카 수상했네+7
익명03-17297
아파트 화단에 주차한 오토바이의 최후.jpg+1
익명03-17192
임산부 MRI를 안하는이유+2
익명03-173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