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빚지고 28살나이에 원양어선탄 후기 14탄...
속으로는 정말 쾌재를 불렀다.
이 미친 노동을 그만할 수 있다는 것이,
그때 마음은 솔직히 삼일 일했던 거 돈 안받아도 내려만주면 감사하게 내리겠다는 마음이었다.
적어도 그때 마음은 그랬다.
육지를 밟을수만 있다면, 그냥 이 미친 배에서 내릴수만 있다면,
건설현장이든 공장이든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다고.
선장의 지시를 받고 나는 작업복과 장화를 벗고 조리실앞에 방뚜껑을 열고 방으로 들어갔다.
남들이 일하고있는데 쉬는 마음이란 이런 비유가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자퇴를 확정짓고 땡땡이를 치는 고등학생의 마음이랄까,
갇혀있는 곳에서 자유로워졌다는 해방감과 알 수 없는 걱정들이 섞인 미묘한 감정.
서랍같은 침실에 혼자 몸을 구겨넣고 휴대폰을 잠시 보다가 이내 문을 닫고 심하게 요동치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했다.
한시간여가 흐르고 작업중이던 선원들이 밥을 들고 방으로 내려왔다.
(배가 심하게 흔들리거나, 당장에 급한 작업이 없을 경우는 식사를 방으로 옮겨서 한다.
배가 안정적이고 급한 작업이 있을 경우에는 조리실 바로 앞에서 밥을 먹었는데,
밥은 개인 밥그릇과 국그릇만이 주어지며, 밑반찬은 군대나 학교에서 사용하는 식판을 이용하게 된다.
방에서 먹는 경우는 조금 덜하지만 조리실바로 앞에서 밥을 먹을 때는 정말 더러운 꼴을 많이 보게된다.
왜 뱃놈 뱃놈이라고 하는지...이들은 예절도 없으며, 공동체의 의식도 전혀 없었다.
물론 다른배는 어떨지 전혀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탔는 이배에서만큼은 확실히 그랬다.
밥을 먹다가 일어나서 두 걸음 정도 걸어가 오줌을 누고, 밥을 먹는 와중에 선장이 바로 옆에서 똥을 싸기도 한다.
먹어야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더러운 꼴을 보면서도 그냥 참고 먹는다.
선장은 선장실에서 따로 식사를 하게되며 식탁은 따로 없지만
쟁반에 밥과 국 반찬을 따로 담아서 배에 막내들이 선장실로 직접 가져다준다.
영화 해무를 보면 조금 쉽게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다. 남는 음식은 바다에 그대로 버리게 된다.)
선원들이 밥을 들고 내려왔지만 작업중에 열외되서 내려와 누워있는 나에게 누구하나 식사를 권하는 이는 없었다.
나 또한 전혀 먹고싶은 생각이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