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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무서웠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 한 거 있어?

익명
2026-10-21 15:57

1.

고등학교 1학년 때였어.

나는 친구 한 명이랑 밤늦게 몰래 집을 빠져나와서 동네를 돌아다니곤 했어.

뭐, 여자애들이랑 어떻게 좀 만나보려고 했던 거지ㅋㅋ

내 방이 2층에 있었거든.

그래서 우리가 몰래 나갈 때는 이런 식이었어.

밤에 집에 들어가기 전에 집 뒤쪽 덤불 사이에 사다리를 미리 숨겨놨어.

그러고 자정쯤 되면 친구가 우리 집으로 찾아왔고, 친구가 사다리를 세우면 나는 창문에서 내려갔어.

그리고 같이 돌아다니다가 집에 돌아올 때는 다시 사다리를 숨겨놓는 거야.

근데 이게 생각보다 엄청 귀찮고 위험하더라고.

그래서 아예 밧줄을 하나 사서 내 방에 있던 웨이트 기구에 묶어놨어.

그걸 타고 내가 혼자 내려갔다가 다시 혼자 올라오려고 한 거지.

내려갈 때는 밧줄을 나뭇가지에 걸어놨어.

그래야 밖에서 봤을 때 누가 밧줄을 타고 우리 집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게 뻔히 보이지 않으니까.

아무튼 어느 날 밤에도 평소처럼 놀다가 친구랑 헤어졌어.

이제 혼자서도 내 방으로 돌아갈 수 있었거든.

집에서 몇 채 떨어진 곳까지 왔는데, 어디선가 음악이 들리는 거야.

근데 음악이 좀 이상했어.

공포 영화에서 갑자기 점프 스케어 나오기 직전에 깔리는 음악 같은 느낌이었어.

뭔가 엄청 으스스하더라고.

그래서 이웃집 뒷마당 쪽으로 살금살금 다가가서 덤불 사이로 안을 들여다봤어.

그랬더니 거기에 한 15명 정도가 모여 있는 거야.

다들 뭔가 이상한 의상을 입고 있었어.

근데 그때는 할로윈도 아니었어.

할로윈이랑은 한참 멀었을 때였지.

그래서 나도 좀 신기해서 잠깐 구경하고 있었어.

그런데 어느 순간 누군가가 잔디밭 건너편에서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게 보이는 거야.

그 순간 속으로 바로 생각했지.

'아, 씨.발.'

나는 냅다 집으로 뛰었어.

집까지 고작 두 집 거리였거든.

밧줄을 던져놓고 미친 듯이 올라갔어.

간신히 창턱에 손을 걸고 몸을 끌어올리는데 갑자기 다리에 쥐가 난 거야.

그래서 잠깐 매달린 채로 버텨야 했어.

그래도 어떻게든 올라가야 하니까 이를 악물고 힘을 줬어.

겨우 몸을 끌어올려서 창문 안으로 들어갔고, 몸을 완전히 방 안으로 집어넣은 다음 뒤를 돌아봤어.

그런데—

아까 그 사람들이 전부 나를 보고 있는 거야.

진짜 한 명도 빠짐없이.

다들 표정 하나 없이 가만히 서 있었어.

손은 그냥 양옆으로 축 늘어뜨리고 있었고.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어.

아무도 아무 말도 안 했어.

나는 뭔가 정상적인 반응이 나올 줄 알았어.

"어!"

아니면

"너 우리 훔쳐보고 있었어?"

뭐 이런 식으로 말이라도 할 줄 알았지.

근데 아무 말도 없는 거야.

그냥 서로 쳐다보고 있었어.

나랑 그 사람들이 그렇게 아무 말 없이 서로 바라본 시간이 아마 1분 정도였을 거야.

근데 체감상으로는 진짜 영원처럼 느껴졌어.

결국 나는 그냥 창문을 닫고 블라인드까지 내려버렸어.

그리고 침대에 앉아서 도대체 방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생각했어.

아드레날린이 확 올라와서 잠도 안 오더라고.

근데 부모님이 내가 몰래 나갔다 온 걸 알아채면 안 되잖아.

그래서 결국 창문 방충망을 다시 끼워놔야 했어.

나는 블라인드를 다시 올리고 창문을 열었어.

그런데—

그 사람들이 그대로 있는 거야.

아까 봤던 그 자세 그대로.

진짜 한 명도 움직이지 않았어.

1mm도.

여전히 전부 나만 쳐다보고 있었어.

처음 봤을 때는 그렇게까지 무섭지는 않았어.

생각해보면 누군가 자기 집을 몰래 엿보고 있었다면 그 사람을 쫓아가려고 하는 게 자연스러운 반응이잖아.

근데 두 번째로 봤을 때는 완전히 달랐어.

그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어.

등골을 타고 오한이 쫙 올라오고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게 느껴졌어.

나는 바로 창문을 쾅 닫아버렸어.

처음 그 사람들을 봤을 때부터 마지막으로 다시 확인했을 때까지 적어도 한 시간은 지나 있었어.

나는 혼자 침대에 웅크리고 덜덜 떨다가 결국 그대로 잠들었어.

지금 생각해도 이걸 설명할 방법이 없어.

그래서 그냥 일종의 환각 같은 거였다고 생각하기로 했어.

참고로 나는 약을 한 것도 아니었어.

아무리 생각해봐도 말이 안 되잖아.

그 짧은 시간에 저 사람들이 전부 짜고서 한 시간 넘게 조각상처럼 꼼짝도 안 하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됐어.

대체 무슨 일이었는지는 지금도 모르겠어.

나랑 같이 몰래 나갔던 그 친구한테도 이 얘기는 안 했어.

그냥 존나 이상한 일이었지ㅋㅋ

ㄴ 수년이 지난 지금은 다른 사람한테 이 얘기 해본 적 있어?

그리고 너랑 눈 마주쳤다는 잔디밭 너머에 있던 사람, 그 무리 중 한 명이었던 거야?

ㄴㄴ 방금 레딧에 처음 푼 거야ㅋㅋ

막 세상에서 제일 미친 썰 같은 건 아니지만, 나 스스로 다시 떠올려봐도 진짜 기괴한 일이야.

나한테 직접 일어났던 일인 건 분명하고, 기억도 꽤 또렷하거든.

(나이 먹으면서 아마 점점 흐릿해지고 있긴 하겠지만 여전히 생생해).

근데 그냥 아무한테도 공유한 적 없었어.

두 번째 질문에 답하자면, 마당 너머에서 봤던 그 사람은 화로대(내가 숨어있던 덤불 쪽으로 살짝 치우쳐진 위치에 있었어) 반대편 야외용 의자에 앉아 있었어.

나랑 눈이 마주친 순간 그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하더라.

막 다급하게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는데, 애초에 남을 몰래 훔쳐보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단 말이야.

내가 본 광경 자체도 심박수를 엄청 올려놓긴 했지만...

아무튼 눈이 마주치고 그 사람이 몸을 일으키려는 동작을 취하자마자, 난 그 자리에서 바로 뒤도 안 돌아보고 튀었지!

​

ㄴ 진짜 무섭네. 아직도 노려보고 있는지 확인하려고 한 번 더 내다보지는 않았어?

코스튬은 대체 어떤 종류였는데?

ㄴㄴ 솔직히 디테일한 것까지는 기억 안 나는데 웃기거나 유쾌한 것보다는 좀 '무섭고 기괴한' 쪽의 코스튬이었어.

칙칙하고 어두운 느낌.

일부러 기억에서 지워버리려고 애써서 그런가 기억이 좀 가물가물하긴 해.

그리고 한 번 더 밖을 내다보지도 못했어.

왠지 영화에서 블라인드 틈으로 밖을 엿보면 창문 바로 앞에 귀신이 바짝 붙어서 쳐다보고 있는 딱 그런 상황이 벌어질까 봐 너무 무서웠거든!

내 방이 2층이니까 물리적으로 그럴 일은 없었겠지만 방금 겪은 그 상황을 생각하면 진짜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았어.

애초에 깡이 좀 있었더라도 온몸이 얼어붙어서 다시 볼 엄두도 못 냈을 것 같아.

2.

어렸을 때 샌프란시스코에서 차 안에 앉아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어.

엄마는 길 건너편 건물 안에 들어가 있었고, 나는 그냥 차 안에서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지.

주변은 꽤 붐비는 곳이었어.

그런데 갑자기 목이 엄청나게 늘어난 남자가 보였어.

정말 말도 안 될 정도로 길었어.

목이 얼마나 늘어났냐면, 머리가 허리까지 축 늘어져 있었어.

그 남자는 양팔을 위로 뻗어서 자기 머리를 받치고 있었고.

도대체 어떻게 저게 가능한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어.

그 남자는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길을 걸어가고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그를 이상하게 보지 않았어.

아니, 아예 눈치채지도 못한 것 같았어.

그런데 내가 그 남자를 보고 있는 동안 갑자기 엄청난 수치심이 밀려왔어.

마치 내가 절대로 봐서는 안 되는 무언가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

누군가 화장실에 있는 모습을 몰래 훔쳐보는 것처럼 말이야.

정말 강렬한 수치심과 당혹감이 느껴졌고, 그냥 뭔가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었어.

물론 장애나 신체적 기형이 있는 사람을 빤히 쳐다보는 건 무례한 일이잖아.

나도 그건 알고 있어. 하지만 이건 그거랑 완전히 달랐어.

나는 차 안에 있었고, 길 건너편에 있었기 때문에 내가 그 사람을 보고 있다는 걸 누구도 알 수 없었어.

그러니까 단순히 '쳐다보면 무례하니까 보면 안 된다'는 느낌이 아니었어.

그보다는 그냥 내가 그 사람을 봐서는 안 된다는 느낌이었어.

마치 그 남자에게서 뭔가가 뿜어져 나와서 나에게 억지로 시선을 돌리게 만드는 것 같았어.

계속 고개를 돌리게 만들었는데도 호기심이 더 강해서 몰래 계속 그 사람을 쳐다봤어.

도대체 왜 아무도 그 사람을 보지 않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어.

그렇게 이상한 모습인데도 주변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갔어.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고, 심지어 그가 거기에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 같았어.

내가 그때까지 본 것 중에서 그나마 비슷한 걸 찾자면, 목을 길게 늘이기 위해 금속 링을 여러 개 끼우는 부족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 정도였어.

마치 그 남자도 예전에 금속 링을 이용해서 목을 늘렸는데, 나중에 링을 전부 빼버린 것 같았어.

그런데 목이 그냥 뼈도 없는 것처럼 축 늘어져서 허리까지 내려와 있었고, 그는 머리가 거꾸로 보이지 않도록 두 팔로 머리를 받치고 있었어.

아무리 생각해도 인간의 몸으로 가능한 모습이 아니었어.

그리고 무엇보다 이상했던 건, 내가 그를 볼 때마다 느껴졌던 그 강제적인 감각이었어.

'보지 마.'

마치 내가 그 사람을 봐서는 안 된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처럼, 정말 깊은 곳에서부터 그런 느낌이 들었어.

거의 그 남자 주변에 어떤 주문 같은 게 걸려 있는 것 같았어.

다른 사람들은 그걸 보지 못하도록 막는 무언가가 그를 둘러싸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

마치 그가 현실의 존재가 아니라 다른 차원의 무언가 혹은 초자연적인 존재였고, 내가 우연히 그 모습을 봐버린 것 같았어.

그리고 그 뒤로 수년 동안 비슷한 것을 보거나 들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어.

그러다가 작년에 우연히 '글리치 인 더 매트릭스(Glitch in the Matrix)' 같은 영상 모음집에서 짧은 영상을 하나 봤어.

거기에 버스 안에 앉아 있는 남자가 나왔는데, 그 남자도 똑같이 목이 길게 늘어나 있었어.

좌석에 앉아 있었는데 목이 너무 길어서 머리가 바닥까지 내려와 있었어.

그 영상이 진짜인지 조작된 건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내가 본 것 중에서는 그때 내가 실제로 봤던 것과 비슷한 모습이 나온 유일한 영상이었어.

내가 이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말한 건 여기 레딧에서 한 번 이야기한 게 전부야.

ㄴ 그 영상 링크 있어?

ㄴㄴ 찾았어!

사실 두 달 전에 여기에 내가 댓글 단 적이 있더라고.

지금 다시 보니까, 영상 속에서는 머리가 바닥에 닿을 정도는 아니고 목이 서서히 늘어나는 모습이 보여.

내가 직접 봤던 그 남자는 목이 훨씬 더 길었고, 걸어갈 때 양손으로 머리를 똑바로 세워서 받치고 있었거든.

근데 이 영상에서는 그냥 머리랑 목이 아래로 축 늘어져 있네.

내가 본 거랑은 좀 다르긴 한데, 그래도 살면서 본 것 중에선 제일 비슷한 모습이야.

아,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이 영상은 아마 주작일 것 같아.

(해당 영상은 사라짐)

ㄴ 흥미롭네, 이렇게 확인해서 다시 답해줘서 고마워.

그 남자는 널 눈치챘어?

표정은 어땠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 사람을 피해서 걸었어 아니면 그 사람이 마치 투명 인간이라도 되는 것처럼 사람들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갔어?

옷은 뭘 입고 있었어?

ㄴㄴ 날 눈치채진 못했어.

난 차들이 쌩쌩 달리는 시내 차도 건너편에 주차된 차 안에 있었거든.

우리 엄마가 들어가신 곳이 샌프란시스코 시청 건물이었고, 엄마가 그 맞은편 길가에 차를 세워두셔서 난 거기서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그 남자는 시청 건물 앞 인도를 걷고 있었는데, 양방향으로 오가는 직장인들도 엄청 많았어.

사람들이 그 사람을 지나치면서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던 게 기억나.

두 번 쳐다보거나 뚫어져라 보는 사람도 전혀 없었어.

진짜 어떻게 아무도 그 사람을 신경 쓰지 않는 건지 의아하게 생각했던 게 확실히 기억나.

걷는 속도는 보통 사람들보다 약간 느려 보였고, 사람들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서 걷는 느낌은 아니었어.

표정은 어땠는지 기억 안 나.

뭘 입고 있었는지도 정확히는 모르겠어.

근데 정장 차림은 아니었고, 그냥 평상복이었어.

​

3.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 며칠 동안 내가 할머니를 돌보고 있었어.

집에는 나와 할머니 둘뿐이었고, 할머니는 거실에 놓인 병원 침대에 누워 계셨어.

나는 할머니에게서 약 9m 정도 떨어진 곳에 누워 있었어.

그러다 고개를 들어봤는데, 할머니 옆에 젊은 남자가 서 있는 게 보였어.

‘내가 미친 건가? 아니면 저거 귀신인가?’

이런 생각이 잠깐 들었어.

그냥 다시 누워서 잠들었어.

노인분들 씻기고 옷 갈아입히고 돌보는 일이 생각보다 엄청 힘들거든.

게다가 이런 걸 굳이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어.

죽은 사람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을 도와준다는 이야기도 있으니까.

그래서 그냥 잠들었어.

그런데 갑자기 쾅!

누가 나를 엄청 세게 걷어찼어.

정말 강하게 걷어차여서 침대 밖으로 튕겨져 나올 정도였어.

자고 있던 나를 등 뒤에서 직접 발로 걷어찬 것처럼 느껴졌어.

엄청난 무게가 실린 발길질을 맞은 것처럼 몸이 침대 밖으로 날아갔어.

그때 할머니가 고통스러워하며 신음하고 계셨어.

할머니에게 내가 필요했는데, 나는 잠들어 있었던 거야.

그래서 바로 일어나 할머니를 돌봐드리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어.

다음 날, 그날 막 집에 도착한 엄마에게 할머니가 이야기를 하셨어.

돌아가신 할머니의 오빠, 버니가 자신을 찾아왔다는 거였어.

그분은 젊은 모습이었다고 했어.

머리는 검은색이었고 뒤로 말끔하게 넘긴 스타일이었고, 이상하게도 정장을 입고 있었다고 했어.

그리고 할머니의 침대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할머니의 상태를 살펴봤다는 거야.

그런데 나는 내가 겪은 일이나 내가 본 것에 대해서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어.

그 사람이 진짜 거기 있었던 거야.

우리는 똑같은 사람을 본 거였어.

그리고 그 죽은 사람이 내가 빨리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 내 등을 걷어찬 거야.

ㄴ 하! 할머니가 생전에 오빠분에 대해 얘기해주신 적 없어?

그분 혹시 누가 농땡이 피우면 막 혼내고 그런 성격이셨어?

그리고 네가 겪은 일에 대해선 정말 위로를 전해.

나도 할머니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 1년 동안 간병을 했었거든.

진짜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할머니랑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해.

나는 귀신 본 썰 같은 건 없는데, 할머니 돌아가시고 나서 진짜 생생한 꿈을 두 번 꿨어.

할머니가 좋은 곳으로 무사히 잘 가셨고 이제 평안하시다는 걸 나한테 알려주신 거라고 믿어.

ㄴㄴ 응, 나 그 할아버지 잘 알아.

돌아가셨을 때 내가 관도 운구했었어.

진짜 딱 그러고도 남으실 분 맞아.

나중에 다시 뵙게 되면 이 얘기 꼭 꺼내보려고.

​

4.

아마 가장 무서운 이야기는 아닐 거야.

하지만 최근에 겪은 일 중에서는 가장 이해가 안 되는 일이었어.

일단 너무 기대하진 마.

사실 별로 대단한 이야기도 아니거든.

지난달에 업무 때문에 다른 곳에 다녀오면서 내가 평소에 자주 묵는 호텔에 묵었어.

캐나다 노바스코샤에 있는 120년이 넘은 고급 호텔이야.

(웨스틴 노바 스코티안)

그 호텔은 예전부터 귀신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여러 가지 초자연적인 현상이 목격됐다는 제보도 있었다고 해.

하지만 나는 이번 일이 있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경험해본 적이 없었어.

나는 평소대로 짐을 풀고, 욕실에 필요한 물건들을 꺼내놓는 등 나름대로 루틴이 있어.

체크인한 날 저녁에는 저녁 식사 전후로 씻었고, 화장실도 몇 번 갔어.

(나이가 들수록 소변을 자주 보게 되더라. 그래, 나 소변 자주 본다. 말해버렸네.)

그리고 화장실을 다녀올 때마다 평소처럼 세면대를 사용하고 주변을 정리했어.

나는 꽤 깔끔한 편이거든. 🤷‍♂️

그러니까 그날 저녁에 세면대 주변을 수없이 오갔고, 계속 깨끗하게 정리해뒀어.

물건들도 전부 제자리에 있었고, 욕실에 있던 건 내가 가져온 작은 세면도구 가방 하나뿐이었어.

그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도 뻔했고, 나는 내용물을 하나하나 다 기억하고 있었어.

그렇게 다음 날 아침이 됐어.

밤새 특별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어.

잠에서 깨어나 주변을 봤는데, 당연히 아무것도 움직인 흔적은 없었어.

그런데 욕실에 가보니 세면대 바로 앞에 볼핀 재봉용 바늘 하나가 딱 놓여 있는 거야. 📍

별거 아니지.

그런데 도무지 설명이 안 됐어.

내 물건에서 나온 것도 아니었고, 욕실에 원래 있던 것도 아니었어.

수건에서도 위쪽 선반이나 천장 쪽에서도 나온 게 아니었어.

그냥… 갑자기 거기에 놓여 있었어.

지금 생각해도 도대체 어떻게 거기에 있었는지 아무런 설명이 안 돼.

그래서 혹시 이게 뭔가를 의미하는 걸까?

전립선 검사를 받아보라는 신호인가?

(아마 내가 소변을 자주 본다는 얘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는 거겠지만.)

내 목숨이 곧 위험해진다는 경고인가?

한동안 재봉사들은 피해야 하는 건가?

도대체 이게 무슨 의미야?!

— 자기가 볼핀 바늘을 무서워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남자 📍

ㄴ 혹시 드라이클리닝 한 셔츠 있었어?

세탁소에서 가끔 셔츠 깃에 핀을 꽂아두기도 하거든.

옷 갈아입을 때 튕겨 나갔을 수도 있어.

ㄴㄴ 아니, 그런 셔츠 없었어.

진짜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생각해 보고 제외했다고 장담할 수 있어.

아내가 가끔 바느질을 하긴 하는데 구슬 달린 시침핀은 안 쓰거든.

최근 몇 년 동안 그런 핀 주변에 갈 일 자체가 아예 없었어.

그냥 미스터리야.

ㄴ 영혼들은 작은 물건을 움직이는 걸 훨씬 쉽게 한다고 들은 적 있어.

내가 원래 머리끈이나 실핀을 온 사방에 흘리고 다니기로 악명이 높거든.

예전 아파트 살 때, 방바닥 청소를 방금 막 다 끝내고 다시 방에 들어가 보면 실핀 하나가 방바닥 한가운데에 떡하니 놓여 있곤 했어.

이런 일이 진짜 맨날 일어났어.

그래서 난 그 불청객을 '실핀 도둑'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지.

그 아파트에선 그것 말고도 기괴한 일들이 꽤 있었어.

확실히 그 집에 나 혼자만 있었던 건 아니야.

5.

우리 집에서는 공원이 내려다보였는데, 당시 그 공원에는 가로등이 하나밖에 없었어.

그런데 그 가로등이 가끔씩 몇 분 동안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하곤 했어.

어느 날 새벽 3시쯤, 무슨 소리가 들려서 창밖을 힐끗 내다봤어.

마침 그 가로등이 또 깜빡거리기 시작하더라.

그때 어둠 속에서 남자 네 명이 모습을 드러냈어.

처음에는 그냥 밤새 친구들끼리 놀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겠거니 했어.

그런데 그들이 이상하게 움직인다는 걸 깨닫는 순간, 나도 모르게 한 발짝 뒤로 물러났어.

걸음걸이 자체는 평범했어.

그런데 이동하는 속도가 말이 안 됐어.

분명 평범하게 걷고 있는데, 실제로는 걸음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거리를 좁혀오고 있었어.

마치 바닥에 컨베이어 벨트가 깔려 있어서 그 위를 타고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어.

본능적으로 느꼈어.

저 사람들은 내가 사는 평화롭고 안전한 동네에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들이라는 걸.

그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무언가를 사냥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어.

마치 상어 떼처럼.

네 사람의 목소리는 낮았고, 어딘가 위협적이었어.

목덜미의 털이 쭈뼛 서는 게 느껴졌어.

나는 어둠 속으로 몸을 더 깊이 숨기면서 숨까지 죽였어.

그들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았어.

그날 밤에는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어.

6.

아마 8~9살쯤이었던 것 같아.

어느 날 이모네 집에서 화장실에 가야 했어.

그때 집에는 이모와 나, 그리고 사촌 두 명이 있었고, 우리 모두 거실에 모여 있었어.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가서 문을 열었어.

(이모는 평소에도 화장실 문을 항상 닫아두는 편이었어.)

그런데 화장실 안에 플란넬 셔츠를 입은 남자가 한 명 서 있었어.

그 남자는 변기 앞에 서서 창문 쪽을 바라보고 있었어.

나는 깜짝 놀라 소리를 내고는 황급히 문을 닫았어.

그리고 다시 거실로 돌아가서 이모에게 물었어.

“화장실에 있던 남자는 누구야?”

그러자 이모가 무척 당황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고 물었어.

이모가 직접 화장실로 가봤는데…

아무도 없었어.

나는 그날 이모한테 엄청나게 혼났어.

그런데 나중에 그날 있었던 일을 알게 됐어.

그날 이모네 집 옆집에 살던 이웃이 세상을 떠났다는 거였어.

ㄴ 나도 우리 집에서 검은색, 빨간색 섞인 체크무늬 플란넬 셔츠를 입은 키 큰 남자가 휙 지나가는 걸 본 적 있어!

곁눈질로 보고 우리 형인 줄 알았지.

우리 형도 키가 크고 검빨 체크 플란넬 셔츠가 있거든.

그래서 그쪽 대고 말을 걸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지하실에서 형이 "안 들려! 나 빨래 중이야!" 하고 소리치더니 세탁기 문 닫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키 195cm에 110kg 넘게 나가는 거구가 나한테 장난치려고 마하 10의 속도로 날아간 게 아닌 이상, 지하실 계단을 내려가서 지하실을 가로질러 세탁실까지 그 짧은 시간에 갈 수는 없거든!

그 '플란넬 아저씨' 한 번 더 본 적 있는데, 두 번 다 내 방문 밖 복도였어!

ㄴ 야, 나도 그 플란넬 셔츠 남자 봤어!

혹시 빨강 검정 체크무늬 셔츠 입은 백인 할아버지 아니었어?

내가 예전 아파트 근처에 있는 골동품 가게에 갔을 때 일인데, 계산하려고 줄 서서 기다리다가 왼쪽을 봤거든.

근데 그 빨강 검정 체크 셔츠(세상에서 제일 눈에 띄는 패턴이잖아)를 입은 할아버지가 서 있는 거야.

그 할아버지를 보고, 다시 앞을 봤다가, 한 1초 뒤쯤 다시 왼쪽을 봤는데 사라지고 없었어.

진짜 말도 안 돼서 그 할아버지 찾으려고 계단 밑으로 다시 내려가 보기까지 했다니까.

그리고 그날 밤 늦게 블라인드를 반쯤 열어놓고 청소기를 돌리고 있었어.

난 2층 살았고, 램프 두 개 정도 켜놓고 청소하고 있었지.

근데 베란다 문 쪽을 보니까, 그 뻥 뚫린 공간에 그 할아버지가 빨강 검정 체크 셔츠를 입고 그대로 서 있는 거야.

그 할아버지 눈이 어땠는지는 굳이 말 안 할게.

진짜 선 넘게 무서웠으니까.

근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아무렇지 않은 척 계속 청소기 돌렸고, 다시 고개 들었을 땐 사라지고 없었어.

그 이후론 다시 본 적 없고.

아무튼 진짜 개무서웠어ㅋㅋ 글 길어져서 미안한데 진짜 너무 기괴했어.

​ㄴ 나도 빨간 체크 셔츠 입은 남자 본 적 있어.

사실 나도 이 얘기를 여기 레딧에 푼 적 있고, 다른 레딧 유저랑 개인 메시지로 따로 얘기한 적도 있거든.

난 이 글 올라오기 전부터 그 빨간 체크 셔츠 남자를 봤었어.

진짜 신기하네.

근데 생각해 보면 예전에 빨간 플란넬 셔츠가 엄청 유행하긴 했잖아.

어쩌면 그 귀신들 다 같은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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