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딧 베스트 - 내 직업은 방에 감금된 여자를 지켜보는 일이다 part5-1.
익명
1시간전
16
그 후 닷새 동안 레이첼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겉으로 보기엔, 모니터만 보고 있어서는 지난 3년 동안 봐온 모습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레이첼은 자고 tv를 보고 책을 읽고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찾으려 들면, 징후는 있었다. 그녀는 피곤하고 긴장되어 보였고 잠도 더 많이 자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쩌다 한번씩 카메라를-나를 흘끔거렸다. 그때마다 그녀의 눈 속에 담긴 슬픔과 공포가 보였다.
속은, 마치 다 타버린 집이 안쪽으로 주저앉는 것처럼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처음엔 영상보기나 그들이 원하는 것 모두를 거부했다. 솔로몬은 어깨를 으쓱할 뿐 화를 내지도 않았다. 그는 나의 협조가 큰 도움이 될 것이며 함께 지내는 시간을 훨씬 편하게 해줄거라 말했지만, 필수는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희미하게 웃으며 덧붙였다. 내가 무엇을 원하든, 내가 무엇을 선택했다고 생각하든, 일은 예정된 대로 흘러갈 거라고. 어느쪽이든 비디오는 다시 재생되기 시작할 것이고 다음 5일간 멈추지 않을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그 시간을 들여 그녀를 다시 볼지 말지는 전적으로 내게 달려 있었다.
영상을 보지 않으려 했지만 맘 속으로는 결국 보게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들이 그녀가 죽었다고 거짓말을 한건 아닌지 그 증거를 찾게 될 수도 있다. 아니면 이제 뭘 해야할지, 레이첼이 조언이나 경고를 해줄수도 있을것이다. 나도 모르겠다. 내가 아는 것이라곤 그녀를 다시 볼 수있는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그녀가 이미 죽었다는 사실과 비디오 속 모든것이 아주 오래 전 모습이라는 걸 알고있음에도 그걸 보는 순간만은 그녀와 함께인 것 같았다.
그녀는 아직 제대로 어른이 되기도 전에 자신이 알던 모든 것들로부터 떼어져 끌려갔고, 특별하다는 이유만으로 몇 년 동안 갇혀 있었다. 실험이 이어졌고 소유물처럼 취급받았다. 일상을 누릴수도, 친구를 사귈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 모든걸 견뎌내는 동안에도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외모 뿐 아니라 내면도 마찬가지였다. 몇 년 동안 그녀를 지켜보며, 아주 사소한 수많은 방식으로 그녀를 알아갔다. 사람들이 서로를 그렇게까지 진정으로 알게 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녀를 가두고 있는 이들과 싸우고 있는 와중이었음에도, 그녀의 행동을 통해 친절함과 품위를 느낄 수 있었다. 매일 감옥 안에서 눈을 뜨면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모습에서는 그녀의 강인함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소용돌이치는 색채와… 뭐라고 해야 할까… 경이로움으로 가득한 그림 속에서, 나는 그녀의 아름다운 영혼을 보았다. 세상이 그녀를 완전히 버렸음에도 그녀는 자신이 본 것들을 세심함과 사랑을 담아 그려냈다.
하지만 나만은 그녀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프레임 속 그녀의 모든 모습을 머리속에 새겨넣으려 노력할 것이다. 내가 견딜 수 있는 한 영상의 모든 순간을 지켜볼 것이다. 그들이나 그들의 말같지도 않은 프로젝트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그녀를 위해서. 그들이 날 어디 다른곳에 가두거나 죽이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마지막으로 이거 하나는 할 수 있다.
레이첼은 혼자 죽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 이틀에 접어들 때까지, 빠르게 밥을 먹거나 화장실에 갈 때만 잠깐 멈추며 거의 모든 영상을 보았다.가드들에게 영상을 잠깐 멈출순 없냐 물었지만 그들은 고개를 저으며 솔로몬이 끝까지 정상적으로 재생하라 했다는 말만 전해주었다. 4일째에는 인사불성 상태였다. 첫 3일간 살짝 졸긴 했지만 4일째 눈을 떴을땐 벌써 몇시간이 지나버린듯했다. 침대위엔 음식이 놓인 쟁반 2개가 있었는데 하나는 아침, 하나는 점심이었다. 나는 경악하며 혹시 놓친건 없나 걱정에 휩싸인채 다시 스크린을 들여다 보았지만, 레이첼도 막 잠에서 깬듯했다. 그녀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며 손으로 배를 감싸는걸 보자, 내 뱃속도 꼬이는 것 같았다. 그녀는 이미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레이첼은 카메라를 살짝 쳐다보며 미소를 지으려 애쓰곤 그림을 그리기 위해 새 캔버스를 준비하러 움직였다.
그 그림은 레이첼이 마지막 날들동안 그린 3개의 그림 중 두번째였다. 첫번째는 맨 뒷줄에서 본 옛날식 영화관의 내부를 그린 그림이었다. 극장 스크린에는 벽돌벽에 기대어진 대형망치의 이미지만 떠올라 있었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었지만 어떤 메시지나 단서가 담겨있지는 않을까 유심히 살펴보았다. 결국 하나 발견하긴 했지만 여전히 이해는 가지 않았다.
레이첼도 그쯤에는 눈치챈 듯했다. 그들이 자신이 그림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 알면서도 막지 않는다는 걸. 그래서 그녀는 마지막 세 점의 그림을 카메라에 훨씬 가까이 놓았다. 그림을 가까이 들여다보며 연구하다가, 바로 앞줄의 접혀 올라간 좌석들 가장자리에 황동 번호판이 붙어있는걸 발견했다. 그림 시점에서 봤을땐 뒤집어져 있었지만 한번 눈치채니 읽는데는 무리가 없었다.
2…43…26…89
뭐 하나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그녀가 마침내 그림을 치울때까지 온 신경을 그림에 집중하며 열심히 기억에 새겨놓았다. 아직 그렇게 초반인데도, 이제는 그림을 그리는 일 자체가 그녀의 기운을 많이 빼앗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오랜 기간 그래왔듯이 그녀에게 이제 쉬라고 말을 걸다가 불현듯 옆 방에 있는 그녀의 시신이 떠올랐다. 거의 멈출뻔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내가 말을 건다는걸 그녀가 알수도 있고 모를수도 있었지만 어느쪽이건 나쁠게 뭐란 말인가. 그녀를 지켜보는 동안, 그렇게 말을 거는 것이 내 외로움과 슬픔을 조금은 덜어주었다.
내가 몇시간 자고 일어난 뒤 그리기 시작한 두번째 그림은 나머지에 비해 더 기이했다. 방의 풍경을 그린 그림이었는데 나무뿌리로 만들어진 벽은 곡선으로 휘어있었고 방 중앙에는 역시 나무뿌리로 만든 테이블이 놓여있었다. 어떤 뿌리는 어두운 붉은색을 띄었지만 테이블을 포함한 다른 부분은 불에 타버린듯 검었다. 가까이 들여다 보니 테이블위로 사람의 형상이 겹쳐보였다. 손에는 길쭉한 타원형의 무언가를 감싸 들고 있었다.
그녀가 그림을 치운 후 맘 속으로 그 장면을 반복재생하며 오랫동안 연구했지만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어떤것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난 그 정도로 똑똑하지 못했고, 그녀를 지켜내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 그림을 그린 후 레이첼은 오랜 시간 잠을 잤다. 마지막 날인 5일째 날 그녀는 일어나자마자 다시 작업에 착수했다. 이번에는 속도가 빨라졌다. 한번씩 고통으로 움찔하면서도 캔버스 위에 선과 색채를 거세게 내리긋는 그녀의 얼굴에는 투지가 가득했다. 작업을 마치자 레이첼은 그림을 들어 카메라 쪽으로 돌렸고, 그 그림에 얼굴이 가려지기 직전 내게 작고 지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딘가의 집 현관 앞 포치에서 바깥을 내다보는 풍경이었다. 시골집 앞마당과 그 너머의 들판이 아침 풍경 속에서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두개의 손이 보였는데, 꽉 맞잡고 있는 두 손의 맞물린 손가락들이 떠오르는 햇빛을 받아 붉은색과 오렌지색으로 빛났다. 그걸 보는 순간 눈물이 났다.
그림이 무슨 의미인지 몰라서 운것도 있다. 레이첼의 마지막 작업이 나 때문에 수포로 돌아갈까봐 점점 절망감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5일을 다 채웠다는것 때문에도 눈물이 났다. 점점 끝으로 다가가고 있는것이다. 레이첼의 결말로.
하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다. 마지막 그림.. 내 머릿속과 마음속의 온갖 것들이 나를 짓누르고 있었는데도 그림에서 희망이 보였다. 무엇에 대한 희망인지 나도 모른다. 하지만 레이첼이 마지막 그림에서 내게 전하고 싶었던 유일한 메시지는 어떻게든, 어디서든 모든게 잘 풀리리라는 메시지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림 가장자리 바깥으로 방 안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사람들이 의료장비를 들고 급하게 방으로 들어서고 있다. 그리고 모니터가 암전되었다.
"정말 잘해줬어요 토마스. 아주, 아주 잘했어요.
지난 5일치 영상 동안, 우리는 레이첼의 행동에서 1,047개의 미세한 변화를 기록했습니다. 그것들이 당신이 영상을 보는 동안 보인 행동, 반응, 감정 상태와 대응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죠. 예전처럼 당신들은 여전히 같은 방에 있는 사람들마냥 연결되어 있더군요. 놀라운 일이예요."
나는 앉아서 가만히 솔로몬을 노려보았다. 그가 하는 말을 듣긴 했지만 더는 신경쓰지 않았다. 그저 이 모든게 끝났으면 했다. 이게 뭐든간에 끝나기만을 바랄뿐이었다.
목을 다듬으며 그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레이첼의 몸에 이식했던 외부물질을 당신 몸에 옮기기로 결정했어요. 그게 레이첼의 시신을 보존했던 수많은 이유중에 하나이기도 했구요. 외부물질이 아직까지 생명의 징조를 보이긴 하지만 그 정도가 미약해서, 제거하기가 조심스러웠거든요. 당신이 레이첼에게 연결되어 있으니 외부물질이 당신도 받아들이기를 바랄뿐이예요. 우리 아이 보다 당신 몸속에서 더 잘 자랄수도 있잖아요."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서 그에게 달려들려 했지만 솔로몬의 총이 막아섰다.
"레이첼에 대해 그딴식으로 씨부리지마 니들중에 누가 레이첼한테 신경이라도 썼어? 내가 씨발 죽여버릴꺼야."
솔로몬의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다. 그가 입을 꾹 다물었다. "아니 니가 날 죽일순 없지. 말같지도 않은 위협이라도 하고싶으면 해. 그래봤자 일이 쉬워지긴 커녕 어려워지겠지만."
공포심이 찌르듯이 덮쳐와 나는 도로 자리에 앉았다. "당신이 내 몸에 넣는다는게 뭔데?"
그는 대답하기 전 수초간 나를 바라보았다. "그 멍청하고..솔직히 맘 상하는 폭언을 듣고나니 말하기 싫긴한데 맘 넓은 내가 참겠어요." 짧게 한숨을 쉬고 그가 말을 이었다. "토마스, 저기 어딘가에 나무 한그루가 있어요. 아주 특별한 나무죠. 아마 레이첼이 당신에게 그때 그려줬던 나무가 그걸꺼예요. 나무를 아직까지도 찾지 못해서 확신할수는 없지만요. 어딘가에 아주 잘 감춰져 있거나 아니면 숨고 싶은 상대에게서는 스스로 모습을 감출 수 있는지도 모르죠. "
나는 그냥 그를 바라보았다. 의지만으로 그를 죽일 수 있기라도 한것처럼."어떤 경우든간에 우리에겐 차선책이 있어요. 나무에서 잘라낸 아주 오래된 가지 하나가 있거든요. 큰 희생과 값을 치루고 얻어낸거예요. 오랫동안 연구했지만 큰 수확은 없었어요. 그렇지만 최근 몇년간.... 조언을 좀 받았다고 합시다. 이 조각들이 적절한 토양을 만나면 뿌리를 내릴 수 있다는 조언을요. 그 토양이 레이첼이라고 생각했죠. 그녀 몸속에서 더 성장하긴 했지만 필요한 성장과정이 다 끝나기도 전에 레이첼이 죽어버린거예요."
그가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나를 향해 미소지었다. "꽤 신뢰할 만한 쪽에서 들은 바로는, 레이첼이 실패한 지점에서 당신은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들이 찾아왔을때 저항했지만 소용없었다. 얼마 뒤, 나는 가슴에 둔한 통증을 느끼며 깨어났다. 상복부에는 이미 아물어가고 있는 작은 흉터가 남아 있었다. 약간의 통증을 제외하면 크게 달라진건 없는 듯 했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 지금같지 않으리라는걸 알고있었다. 나에게 남은 시간이 레이첼보다 길 수도 있다. 아니면 더 짧을수도 있겠지. 상관없다. 나는 그저...
잠깐만.. 방금 뭐지?
부드러운 목소리 같은게 들려왔다.... 어디서 들리는거지? 방 안이 아니다. 내 머리속에서 들린다. 흥분으로 전율이 느껴졌다. 아마 이건 레이첼의 목소리일것이다. 그들이 내 몸속에 주입했다던 그 나무 같은것에 그녀가 어떻게든 남아있는 것일까?
하지만 아니다. 레이첼의 목소리를 들은적은 없지만 이건 그녀의 목소리가 아니라는걸 느낄 수 있었다. 목소리는 너무 섬세하고 희미해서, 제대로 들리거나 이해될 수 있는 종류가 아니었다. 저 멀리 떨어진 방에서 들려오는 음악처럼, 실제로 듣는다기보다 자기도 모르게 의식 뒤편에서 느껴지는 것이었다. 이건...어.. 멜로디, 일종의 노래이다. 하지만 레이첼의 노래는 아니다. 이것이 내 몸속에 주입된 무언가의 노래라는걸 깨달으니 몸이 떨려왔다.
처음엔 두려웠지만, 오래 가진 않았다. 그것은 날 해치려 들지 않았다. 나 처럼 여기 갇혀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이 노래를 시작하자 우리 둘이 자유로워질 시간이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일어서서 문을 향해 걸었다. 그러는 동안 조명이 꺼졌다. 내 앞의 문이 찰칵 소리를 냈고, 어둠속에서 손을 뻗어 손잡이를 돌리자 쉽게 열려버렸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지? 이런 일을 할 수 있으면서 왜 레이첼이 탈출할 수 있도록 돕지 않은거지? 해답은 없었지만 시간도 없었다. 벌써 모퉁이 너머에서 군화발 소리가 들려왔고 손전등 불빛이 복도 저 끝을 밝히기 시작했다.
그들이 날 도로 가둘것이다. 우리가 도망치기전에 잡히면 날 쇠사슬로 결박하던가 내 몸속에 넣은 이걸 도로 꺼내버리던가 하겠지. 탈출하려면 지금뿐이다. 목소리가 다시 노래하기 시작했다. 어둠속으로 몸을 던지라고, 우리가 안전해질때까지 달리라고.
그래서 나는 그 말에 따랐다. 그리고 달렸다.
5편이 생각보다 너무 길어서 번역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바람에 반으로 나눔. 나머지도 빠른 시일안에 해서 가져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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