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733호
자살방. 그게 바로 733호실을 부르던 이름이었어. 신입생으로서 첫날인데 이미 걱정할 게 충분했는데 말이야.
우리는 734호 기숙사 방을 배정받았는데, 알고 보니 그 방은 남쪽 동에 있는 괜찮은 추가 옵션 방들 중 하나가 아니었어. 아니, 우리는 건물 7층에 있는 오래된 쪽 동에 자리 잡게 됐었지. 그래도 나는 그렇게까지 실망하진 않았어. 적어도 내가 가장 친한 친구랑 같은 방을 써 달라고 한 요청은 들어줬으니까.
리디아랑 나는 오전 대부분을 짐 풀면서 보냈어. 사감이 들르러 왔을 때쯤에는 나는 포스터를 벽에 붙이고 있었고 리디아는 책을 읽고 있었지.
“안녕, 얘들아, 나는 베스야!” 밝은 금발 머리의 통통 튀는 여자애가 방으로 성큼성큼 들어오며 명랑하게 말했어. “올해 너희 담당 조교야.”
“안녕하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어.
“와, 너희 진짜 빠르다.” 그녀는 가지런히 정리된 침대랑 걸어둔 옷들을 보며 말했어.
베스는 리디아가 여름에 그린 크툴루 그림을 집어 들었어. 그리고 옆으로 돌려서 유심히 살펴봤지.
“이거 캐리비안의 해적에 나오는 크라켄이야?”
리디아는 책 위로 그녀를 노려봤어.
“어쨌든,” 조교가 말을 이었어. “우리 층이 남쪽 동만큼 새 건물은 아니지만, 믿어 봐, 여기엔 역사도 많아. 이 건물 거의 60년이나 됐거든.”
“네, 그건 딱 봐도 알겠어요.”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어. “방이 꽤 작네요.”
“음, 50년대 사람들은 더 작았거든.” 베스는 어깨를 으쓱했어.
“진짜요.” 리디아가 무뚝뚝하게 말했어.
“응, 진짜야.” 베스는 입술을 오므린 채 그냥 거기 서 있었고, 방 안에는 어색한 침묵이 흘렀어.
“저기요,” 내가 말했어. “우리 옆에 있는 코너 방이요, 733호 맞죠? 거긴 우리 방보다 훨씬 커 보이던데, 누가 배정돼 있나요, 아니면 혹시 우리가—”
“아, 그 방은 원하지 않을걸.” 베스가 말을 끊었어. “거기서 자살이 몇 번 있었거든. 하나는 목 매달기였고 하나는 투신이었나 그랬어. 지금은 아무도 그 방에 배정 안 해. 아무튼, 여긴 여자 전용 층이라서 밤 11시 이후엔 남자들 올라오면 안 된다는 거 다시 한 번 말해줄게.”
우리가 대답하기도 전에 베스는 손뼉을 치더니 “그럼, 만나서 반가웠어”라는 짧은 말을 남기고 방을 깡충깡충 뛰듯 나가버렸어.
리디아는 책을 침대 위에 떨어뜨리고 복도를 멍하니 바라봤어. “나 저 새끼 싫어.”
“방금 저 미친 소리 들었어?”
“난 쟤를 병스라고 부를 거야.”
“리디아, 나 진지해. 자살이라니?”
“아, 베카, 좀 진정해. 모든 대학 캠퍼스엔 자살 몇 건쯤은 있잖아.”
“그래도 같은 방에서?”
리디아는 한숨을 쉬었어. “진짜, 알 바야? 우리 방도 아닌데.”
“응, 그렇긴 하지.” 나는 우리 방의 작은 창문을 바라봤어. “저렇게 작은 창문으로 기어 나가서 뛰어내리는 거 상상돼? 땅에 닿기 전까지 최소한 5초는 살아 있을 텐데.”
“아 시발, 베카, 그런 얘기 좀 하지 마.” 리디아는 창문을 힐끗 보더니 눈에 띄게 몸을 떨었어. "나 고소공포증 있는 거 알잖아, 짜증나니까 그만 해.”
“자살방으로 옮길 수도 있잖아.” 내가 놀리듯 말했어. “거긴 벽만한 창문이 있대.”
“꺼져.”
“알았어, 알았어. 근데 진짜로 생각해 봐. 저렇게 작은 창문으로 몸을 밀어 넣고 나가려면 엄청난 결심이 필요했을 거야.”
“그래 뭐, 기억해 둬. 그땐 사람들이 확실히 더 작았대잖아.” 리디아는 중얼거리며 침대를 창문에서 더 멀리 밀어냈어.
리디아는 사교적이고 붙임성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순식간에 친구들을 사귀었어. 첫 몇 주 동안 파티도 엄청 많았고, 그중 하나에서 리디아는 어김없이 어떤 남자를 만나게 됐지. 나는 기저귀 차던 시절부터 그 애를 알고 있었으니까, 9월 말쯤이면 남자친구가 생길 거라는 걸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어. 그 남자 이름은 마이크였고, 딱히 특별할 건 없었어. 그냥 흔한 양아치였지.
캠퍼스 생활을 시작한 지 한 달쯤 지나자 대학이라는 것의 신선함도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어. 리디아랑 나는 생활 리듬을 잡았고, 술 마시기보다는 공부하는 주말을 더 많이 보내게 됐지. 중간고사가 몇 주 뒤로 다가오고 있었고, 나는 신입생 1년 내내 4.0 학점를 유지하겠다고 마음먹고 있었어.
10월 초 어느 밤, 나는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깼어.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 다시 그 소리가 들리는지 귀를 기울였지. 리디아도 완전히 깨어 있었고 같이 듣고 있었어.
쾅
아 씨, 뭐야? 리디아가 입 모양으로 나한테 물었어.
사람들이 밤중에 아무 때나 들어오고 나가니까 복도에서 소음이 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어. 하지만 이 소리는 분명히 옆방, 그러니까 코너 방에서 난 거였어.
끼이익
“저거—”
“응.” 리디아가 속삭였어. “옆방 창문 소리야.”
리디아의 고집 때문에 우리는 항상 창문을 닫아 두고 있었어. 그래도 733호 방 창문이 일정한 간격으로 열렸다가 닫히는 소리라는 건 확실했지.
쾅
“거기 누가 들어왔나?”
리디아는 어깨를 으쓱했어.
“누가 우리 괴롭히는 거 아냐? 신고식 같은 거?”
리디아가 나를 보며 눈썹을 치켜올렸어. “무슨 신고식?”
“몰라. 대학? 신입생 괴롭히기 같은 거일 수도 있잖아?”
끼이익 (열리는 소리)
“누가 신입생을 괴롭히는데?”
나는 어깨를 으쓱했어.
쾅 (닫히는 소리)
“베카, 난 널 사랑하지만, 방금은 존나 멍청한 소리였어.”
나는 베개를 하나 집어 던졌어. “어쨌든 누군진 몰라도 가서 좀 그만하라고 말해.”
“내가?! 창문 밖으로 던져질 위험을 감수하라고?”
끼이익
“그럼 나도 안 해!”
“난 미술전공이고 넌 정치외교학과잖아. 네가 가서 법으로 따져.”
“좆까.”
“그럼 병스한테 전화해. 이런 개짓거리 처리하는 게 걔 일 아니야?”
쾅
“난 걔한테 전화하기 싫어. 그런 저주를 나한테 씌우지 마.”
“그럼,” 리디아가 큰 속삭임으로 말했어. “그냥 무시하는 수밖에 없겠네.”
“나 7시 30분 수업 있어!” 내가 속삭였어.
끼이익
“그럼 뭐라도 해!”
“아 씨!” 나는 침대에서 내려와 성큼성큼 문으로 가서 극적으로 문을 확 열고 복도로 나가, ‘창고’라고만 적힌 733호 문을 세게 두드렸어.
“사람들 자고 있으니까 그 좆같은 소리 좀 그만내요.” 아무 대답이 없자 이렇게 말했어.
쾅
“야, 너…” 나는 한숨을 쉬었어.
문에서 한 발짝 물러났을 때 바로 문제가 보였어. 733호실은 바깥에서 자물쇠로 잠겨 있었어. 나는 서둘러 우리 방으로 돌아왔지.
“무슨 일이야?” 리디아가 물었어.
“난 다시는 그 존나 무서운 방 근처에도 안 갈 거야. 밖에서 잠겨 있었어. 누가 어떻게 들어가는지도 모르겠어.”
“그래서, 귀신이라는 거야?” 그녀는 웃었어.
“아니, 사람들이 흔히 ‘자살방’이라고 부르는 방 안에서 존나 소름 끼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거야.”
리디아는 코웃음을 치고 몸을 뒤집어 다시 잠들려고 했어. “넌 연극영화과에 갔어야 했어.”
그날 밤에는 다시는 옆방 창문 소리를 듣지 못했지만, 다음 날 아침 밖에서 보니 코너 방의 두 창문이 전부 활짝 열려 있는 게 분명히 보였어.
나는 일주일 내내 733호실 창문을 지켜봤지만, 창문들은 계속 열린 채로였어. 가끔 밤이 되면 옆방에서 구슬 같은 게 바닥에 떨어져서 굴러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했지. 그래도 그 소리 때문에 리디아가 깬 적은 없어서, 굳이 말하진 않았어.
어느 날 오후, 나는 혼자 기숙사 방에서 노트북으로 필기를 정리하고 있었어. 이어폰을 끼고 있었지만, 음악 소리가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가릴 정도로 크진 않았어.
“들어와.” 나는 화면에서 눈도 떼지 않고 말했어.
잠깐 시간이 지나고 나서 다시 노크 소리가 들렸어. 나는 이어버드를 확 빼고 노트북을 탁 닫았어.
몸을 돌리며 말했지. “들어오—”
시발 뭐야? 복도로 나가는 문이 활짝 열려 있었어. 이안(내가 사귀고 있던 3학년)이 들를 예정이어서 일부러 문을 열어둔 거였거든. 그런데 바로 그때, 내 뒤쪽에서 다시 노크 소리가 들렸고 나는 진짜로 의자에서 벌떡 튀어 올랐어.
소리는 방 반대편, 옷장 문 쪽에서 난 거였어. 733호실이랑 벽을 공유하는 바로 그 옷장이었지.
“리디아, 이거 전혀 안 웃겨.”
아무 반응도 없었어.
“리디아, 진짜 맹세하는데, 쳐맞기 전에 그만 해라.”
침묵. 나는 옷장 문 앞으로 걸어가서 손잡이를 잡았어.
“리디아, 너 이 씨발—”
“씨발 뭐?”
그 목소리는 문간, 그러니까 내 뒤에서 들려왔어. 나는 손잡이를 놓고 눈을 크게 뜬 채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어. 리디아는 짐을 침대 위에 던지고는 팔짱을 끼고 나를 봤어.
“내가 씨발 뭐?”
“나… 네가 옷장에 숨어서 장난치는 줄 알았어.” 나는 기운 빠지게 말했어.
“뭐? 왜?”
“누가 문을 두드리고 있었거든.”
“세상에, 베카.” 리디아는 이마를 문지르며 옷장으로 걸어가 문을 확 열었어. 안에는 옷이랑 상자들밖에 없었어. 그녀는 ‘이제 어쩔 건데?’라는 듯 팔을 한 번 휘둘렀지.
“나 진짜로—”
“베카, 여기 우리말고 아무도 없어.”
“나 진짜로 들었다니까.”
우리는 서로 노려보고 있었고, 그 어색한 대치는 마침 딱 맞게 도착한 이안 때문에 끊겼어.
그는 방 안의 긴장감을 바로 알아챘어. “안녕, 아가씨들… 무슨 일 있어?”
나는 룸메이트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흘겨봤어. “옆방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 근데 그건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
“어느 방? 735? 아니면 빈 방?”
“빈 방.” 리디아가 강조했어.
“733. 응, 놀랍지도 않네. 거기 자살방이잖아.”
“그래, 우리도 죽은 사람들 얘기는 들었어.” 나는 침대에 앉았어.
“응, 꽤 좆같지. 같은 기숙사 방에서 자살이 세 번이나 있었거든.”
“세 번?” 리디아는 눈썹을 치켜올렸어. “우린 두 번이라고 들었는데.”
“70년대에 몇 명 있었고, 한 10년 전쯤에 어떤 남자가 하나 있었어. 창문에서 뛰어내렸지.”
리디아랑 나는 동시에 몸을 떨었어. 리디아가 훨씬 심하긴 했지만, 우리 둘 다 고소공포증이 있었거든. 떨어져 죽는 건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죽음이었어.
“같은 기숙사 방에서 자살이 세 번이나 있었다는 건, 인정하건대 존나 소름 끼치네.” 리디아가 조금 사과하듯 말했어.
“응, 그 방 안에 뭔가가 있다는 얘기도 들었어.” 이안이 말했어.
“뭐가?”
“아무도 몰라. 근데 매년 누군가는 새로운 이론을 내놓고, 보통 할로윈쯤 되면 캠퍼스 신문에 뭔가 실려. 어쨌든 그 안에 있는 건, 친절한 건 아니래.”
“그럼 이웃한 방들에서는 자살한 사람이 없었어? 우리 방 같은 데서도?”
“아니, 733호만. 솔직히 말해서, 난 올해 북쪽 동을 다시 연다는 얘기 들었을 때 좀 놀랐어.”
“우리한테 20년 만에 가장 많은 신입생이 들어왔다고 했었어.” 나는 멍하니 말했어.
“응, 나도 들었어. 방 옮기는 거 신청할 수도 있잖아.” 이안은 내 옆 침대에 앉았고, 나는 그의 어깨에 기대었어.
“그래도 우리를 같이 두진 않을 거야.” 리디아가 끼어들었어. “베카랑 나는 15년 동안 베스트 프렌드였어.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방 못 써.”
“그럼 그냥 여기서 계속 살아야 되는 거야, 사탄 옆에서?” 나는 다시 옷장 문을 힐끗 봤어.
리디아는 어깨를 으쓱했어. “적어도 졸업하고 나면 할 이야깃거리는 좀 있겠지.”
“이건 내가 하고 싶은 종류의 이야기는 아닌데.”
며칠 뒤, 리디아도 내가 했던 옷장 이야기를 믿기 시작했어. 나는 한밤중에 누군가 속삭이는 소리에 잠에서 깼어. 고개를 돌려 리디아를 봤는데, 이미 눈을 크게 뜬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어. 그녀는 천천히 손가락 하나를 입술에 가져갔지.
나는 집중해서 귀를 기울였어. 그 목소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어디서 나는지 알아내려고 했지만 단 한 단어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 나는 침대에서 내려와 살금살금 리디아 쪽으로 갔어. 속삭임은 확실히 그쪽에서 더 크게 들렸는데, 생각해 보니 그쪽 벽이 733호실이랑 맞닿아 있었지. 나는 더 집중해서 들었어.
…절대…멍청이들의...말을…듣지마...
씨발, 뭐야? 리디아는 몸을 숙여 벽에 귀를 갖다 댔어. 그러자 속삭임이 갑자기 멈췄고, 나도 더 가까이 다가갔어. 그 순간 반대편에서 큰 쿵 소리가 났어. 리디아는 즉시 움찔하며 뒤로 물러났고, 아픈 듯 귀를 움켜쥐었어.
안에 누군가 있었어. 갑자기 무서움보다 분노가 더 커진 나는 다시 한 번 우리 방 문을 확 열고, 비어 있어야 할 창고로 성큼성큼 걸어갔어. 나는 이 시점에서 누가 깨어나든 상관없다는 듯 문을 세게 두드렸어.
“지금 장난해?!” 나는 문을 향해 소리쳤어. “이젠 이 지랄도 재미 없거든. 씨발 그 방에서 당장 나와, 개새끼야.”
침묵. 그리고 문손잡이가 돌아가기 시작했어.
무슨 일이 일어날 거라고 예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아니었어. 나는 너무 뒤로 물러나서 반대편 벽에 부딪힐 정도였어. 손잡이가 끝까지 내려가자, 반대편에서 뭔가가 밀기 시작했어. 문이 크게 끼익거리며 울었지만, 자물쇠는 버텨냈어.
나는 숨을 참고 있었고, 문을 누르던 압력이 사라지자 손잡이는 천천히 원래 위치로 돌아왔어.
그때 리디아가 우리 방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는 게 보였어. 그녀는 무슨 일이냐는 듯 두 손을 들어 보였지.
“웬 찐따가 지가 재밌는 줄 아나 봐” 내가 소리 내서 대답했어.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갔어.
나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카펫에 바짝 붙인 채 문 아래 틈으로 안을 들여다봤어. 그게 내가 처음으로 코너 방 안을 본 순간이었어.
733호실은 분명히 창고였어. 한쪽 벽에는 의자들이 쌓여 있었고, 다른 쪽에는 침대 프레임들이 놓여 있었지. 썩어가는 매트리스 몇 개가 창문 하나 아래에 포개져 있었고, 방 안 모든 것 위에는 두꺼운 먼지가 덮여 있었어. 창문은 정말 말도 안 되게 컸는데, 건물 밖에서 올려다볼 때는 절대 알 수 없는 크기였어. 늘 그렇듯 활짝 열려 있었고, 누군가가 거길 통해 바깥 난간으로 기어 나가는 게 얼마나 쉬웠는지도 확실히 알 수 있었어.
그 방은 수십 년 동안 전혀 건드려지지 않은 것처럼 보였고, 그 사실이 내 몸 전체를 덜덜 떨리게 만들었어.
방 안을 볼 수 있을 만큼의 빛을 주고 있던 달빛이 갑자기 사라졌고, 안은 완전한 암흑이 됐어. 나는 빠르게 눈을 깜빡이며 어둠에 적응하려 했어. 눈을 꽉 감았다가 다시 떴는데, 문 반대편에서 내 얼굴에서 불과 몇 센티미터 떨어진 곳에 커다란 노란 눈 하나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어.
나는 비명을 질렀고, 기숙사 절반을 깨워버렸어.
상황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가 없었어. 다음 날 아침, 리디아랑 나는 주거 서비스에 기숙사 방 변경 요청을 넣고 최선을 바라보기로 했지. 그동안 우리는 밤에는 절대 혼자 방에 있지 않기로 약속했어. 둘 다 집에 있거나, 아니면 둘 다 없거나였지. 그래서 대부분의 밤을 각자 남자친구랑 보내기 시작했어.
나는 이안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을 전부 말해줬고, 그는 캠퍼스에 있는 초자연 현상 동아리에 한번 이야기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어. 나는 망설이다가 약속을 잡았고, 다음 주 화요일에 리디아랑 나는 크레이그라는 이름의 깔끔하게 옷 입은 작은 체구의 남자애랑, 그의 ‘동료’ 네 명을 만났어.
우리는 기억나는 모든 걸 말했어.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있었던 사건 전부를. 크레이그와 다른 초자연 현상 동아리원 네 명은 조용히 앉아서 30분 동안 메모만 했어. 우리가 말을 다 끝내고 나서야 누군가 입을 열었지.
“그게 전부인가요?” 크레이그가 물었어.
“네…” 나는 천천히 말했어.
“잠깐 복도에서 기다려 주시겠어요? 동료들이랑 상의 좀 하고 싶어서요.”
“물론이죠.” 리디아는 후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어. “필요한 거 있으면 다 하세요.”
문이 우리 뒤에서 닫히자마자 리디아는 코웃음을 치며 눈을 굴렸어. “가자.”
“어디로?” 내가 물었어.
“진심이야?”
“리디아, 제발. 우리 도움 필요해. 나 지금 완전 패닉 상태야. 목요일 이후로 우리 방에서 하룻밤도 안 잤어. 이건 그냥 넘길 일이 아니야.”
“알았어.” 그녀는 두 손을 들었어. “그럼 저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지 듣고, 그다음에 주거 서비스 가서 방 변경 요청 상태나 확인하자.”
우리는 복도에서 또 15분 정도 서성였고, 그제야 크레이그가 나와서 다시 들어와 앉으라고 했어.
마치 국회 회의라도 되는 것처럼 엄숙하게, 크레이그는 헛기침을 하고 자신의 진단을 내렸어.
“여러분이 상대하고 있는 건요, 원혼입니다.”
“그게 당신의 전문가적 소견인가요, 크레이그?” 리디아가 말했어. 나는 그녀를 한 번 째려봤지.
“네, 네.” 그는 더듬었어. “원한이 남은 영혼—”
“영혼이요?” 내가 물었어.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상대하고 있는 게 그거라고는 전혀 믿기 힘들었어.
“네.” 크레이그가 아닌 다른 멤버 중 하나가 대답했어. “보통 귀신이라고 불리죠.”
“세상에.” 리디아는 신음하며 관자놀이를 문질렀어.
리디아의 짜증을 절망으로 착각한 크레이그는 서둘러 자기 연설을 이어갔어.
“두려워하지 마세요, 여러분. 우리가 도와드릴게요. 영혼은 퇴마하는 법을 모르면 꽤 골칫거리가 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희를 찾아오신 게 잘한 선택이에요. 자살은 거의 항상 원혼을 남깁니다. 그들은 복수를 원하죠.”
“누구한테 복수하는데요?” 내가 물었어.
“다른 학생들에게요. 아마 이 영혼은 괴롭힘을 당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이제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려는 걸지도 모르죠.”
“아, 잠깐만—”
“우리는 이 문제를 바로 해결해드릴 수 있어요. 다만 동아리에 소액의 기부만 해주시면 됩니다.” 크레이그는 말을 이었어. “솔직히 말하면, 저희도 그 방에서 이렇게 활동이 많은 줄은 몰랐어요. 정말 흥미롭네요.”
“네, 알겠어요.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리디아는 내 손을 잡고 의자에서 나를 끌어냈어.
“이번 주말에 뭔가 진행해볼까요?” 크레이그가 물었어.
“이렇게 하죠. 저희가 준비되는대로 연락 드릴게요.”
리디아는 지친 얼굴로 나를 방 밖으로 재촉했고, 우리는 행정 건물 근처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완전 시간 낭비였어.” 그녀가 말했어.
“저기, 나도 네 말에 동의 안 하는 건 아닌데—”
“베카, 너 설마 진짜로 저걸 믿은 건 아니지?”
“그럼 넌 그… 그게…” 나는 그 단어를 말하는 것조차 힘들었어. 너무 우스꽝스럽게 들렸거든. “…귀신이라고 생각 안 해?”
“씨발, 나도 모르겠어. 근데 저 사람들도 몰라. 저 남자는 자기가 무슨 소리 하는지도 모르고 있었어.”
나는 주거 서비스 데스크 줄에 서며 후드를 눈 아래로 더 끌어내렸어.
“이렇게 생각해 봐.” 리디아가 계속 말했어. “쟤네는 고스트버스터즈 놀이하고 있고, 우리는 씨발 엑소시스트를 하고 있는 거야.”
“알겠어.” 나는 한숨을 쉬었어. “그럼 어쩌자는 거야? 재배정될 때까지 그냥 마이크랑 이안네서 계속 잘 거야?”
“난 그냥 이게 끝났으면 좋겠어.” 리디아는 팔짱을 끼고 정면을 바라봤어. 우리 모두 이게 끝나길 바라고 있었어. 설령 그 좆같은 방 옆에 사는 게 무섭지 않다 해도, 집중이 전혀 안 됐거든.
“그래, 낮에는 아마 안전할 테니까 밤만 거기서 안 보내면 괜찮을 거야. 어쨌든 우리 방은 귀신들 바로 옆일 뿐이고, 곧 새 방 배정도 나올 거고.” 나는 시계를 봤어. “씨발, 거의 2시네.”
“뭐야, 진짜? 나 가야 돼. 마이크가 시그마 카이에 합격했고 오늘 신고식이야.”
“아 맞다, 걔가 거기 들어가려고 했었지.”
그때 데스크에 있던 여자애가 우리를 앞으로 부르며 손짓했어. 우리가 벌써 줄 맨 앞에 와 있다는 것도 몰랐어.
“뭐라고 하는지 이따 알려줘.” 리디아는 그렇게 말하고 문 밖으로 뛰어나갔어.
내가 다가가자 데스크의 여자애는 나를 의심스러운 눈으로 훑어봤어.
“안녕하세요, 저는—”
“라일리 기숙사 734호에서 나가려고 하는 그 학생이지?” 그녀가 말했어.
나는 완전히 당황했어. “어, 그중 한 명. 어떻게 알았어?”
“미안, 말하는 거 우연히 들었어. 며칠 전에 네 파일이 내 책상을 지나쳐 간 것도 봤고. 그래서 묻고 싶은데, 정확히 왜 방을 옮기려는 거야?”
나는 지쳐 있었고, 완전히 기운이 빠져 있었어. 거짓말을 지어낼 에너지도 없었지.
“옆에 있는 빈 방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서. 소리 나고, 속삭임 들리고, 노크하고, 저번 밤에는 누군가를 봤어…”
“누군가를 봤다고?”
“응.”
“733호에서?”
“응. 문 아래로 봤는데, 안에 누군가가 있는 게 확실했어.”
그녀는 잠시 나를 가늘게 뜬 눈으로 보더니, 이유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어.
“음, 아직 방은 준비 안 됐지만 우선순위로 올려둘게. 당분간은 어쩔 수 없이 거기 있어야 해. 솔직히 지금은 다른 데로 옮길 자리가 없어.”
나는 한숨을 쉬었어.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
“나는 앨리스야.” 그녀는 말을 이었어.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라일리 자살 사건들에 대해 꽤 많이 조사했어.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아니면 적어도 뭔가 조언은 해 줄 수 있고.”
“진짜야?”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어.
“그럼. 난 테일러 홀 310호에 살아. 오늘 4시쯤엔 기숙사로 돌아와 있을 거야.”
“고마워. 우리 방금 캠퍼스 초자연 현상 동아리 갔다 왔거든.”
“아, 그 얘긴 하지도 마.” 앨리스는 눈을 굴렸어.
“어, 그러니까… 4시에 꼭 갈게.”
“좋아.” 앨리스는 웃으며 말했어.
나는 테일러 홀에 일찍 도착했는데, 앨리스도 일찍 와 있었어. 그날 하루 동안 두 번째로 우리의 이야기를 했고, 앨리스는 질문하는 걸 주저하지 않았지만, 질문만으로는 속마음을 알 수 없었지.
내가 이야기를 끝내자, 그녀는 의자에 기대어 깊게 한숨을 쉬었어.
“믿을 수가 없어.” 그녀가 고개를 저었어. “늘 소문은 들었지만, 솔직히 하나도 사실일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어.”
“장담할 수 있어. 내가 말한 모든 건 완전히 사실이야.”
“그럼 지금은 어때? 방에 있을 때는?”
“우린 밤에는 절대 거기 있지 않지만, 낮 동안에도 벽 긁는 소리, 아주 작은 속삭임, 가끔은 창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를 들어. 한낮인데도 말이야. 하지만 길에서 올려다보면 733호 창문은 항상 열려 있어.”
앨리스는 고개를 끄덕였어. “기록용만 보고 말하자면, 난 너희가 위험에 처했다고 생각하진 않아. 짜증나긴 하겠지만, 그냥 애꿎은 피해자일 뿐이지. 733호실에 들어가지만 않으면 돼.”
나는 코웃음을 쳤어. “장난해? 절대 안 들어가.”
“알아, 안다고. 하지만 이것은, 뭔지 모르지만, 교활하고 조작적이야. 거짓말쟁이고, 너희보다 똑똑해.”
“그 말에 기분 나빠하지 않도록 해볼게.”
“굳이 그럴 필요 없어.”
“그럼 이게 뭐라고 생각해?”
“아주 오래되고 사악한 무언가.”
나는 회의적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방 안으로 돌렸어. 전에는 장식 같은 거 신경 안 썼는데, 앨리스가 오컬트에 관심이 많다는 걸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어.
“그 방에 들어가야 할 상황이 생길 것 같진 않아.”
“알아. 하지만 언젠가 그 방에 들어가야 할 결정을 내려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은 준비해야 해. 왜냐면, 너희들이 상대하는 건 이미 다섯 명을 죽였거든.”
“다섯 명?! 세 명인 줄 알았는데!”
“응, 하지만 내가 하는 수준의 조사를 다 하는 사람은 많지 않거든. 보자, 1961년의 엘렌 번햄 – 그녀는 창문에서 뛰어내렸어. 첫 번째였지. 그리고 1968년의 태드 콜린스워스 – 그도 뛰었고. 1975년의 마리사 그리그 – 목을 매달았고. 1979년의 에린 머피 – 뛰었고. 1992년의 에릭 더스턴 – 목을 매달았어.”
“다섯 번이나 자살이 있었는데, 학교가 아직도 사람들이 거기 살게 놔뒀다고?”
“아니, 지금은 아니야. 그래서 창고로 바꿨지.”
“그때는 어땠어?”
“몇 년마다, 기억할 사람이 모두 졸업하면 방을 다시 배정했어.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라, 신입생들은 아무것도 몰랐지. 하지만 마지막 자살자, 에릭 더스턴 이후엔 7층 북쪽 동 전체를 닫고 남쪽 동에 방을 더 지었어.”
“그럼, 이건 뭘 원하는 거야?”
앨리스는 어깨를 으쓱했어. “혼돈, 죽음, 영혼… 글쎄? 아무도 정체를 몰라.”
“그럼 우리가 아는 건 뭐야?”
“방과 어떤 식으로든 연결돼 있다는 것, 하지만 방 밖에서는 영향력이 거의 없다는 것. 죽은 사람들은 항상 혼자였다는 것. 그리고 교활한 존재라는 것. 그게 우리가 아는 전부야.”
그건 충분하지 않았어. 나는 조용히 물었어. “왜 그런 짓을 한다고 생각해?”
“피해자들 말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어.
“내가 아는 건, 증거 파일에 남겨진 소문뿐이야. 모든 자살자들은 그 당시 ‘설명할 수 없는’ 사진이나 글과 함께 발견됐어. 읽거나 보면 육체적으로도 구토가 나올 정도의 끔찍하고 사악한 것들이었다고 해.”
“그 사람들, 그걸 직접 그렸다고? 쓴 거야?”
“응. 방 안에 있는 게 그들을 미치게 만든 거야.”
“존나 무섭다.”
“그 방에 성수를 뿌리거나 퇴마 의식같은 거 해볼 생각은 안 해봤어?”
“세상에.”
“성직자를 불러 하는 건 어려울 수도 있지만, 다른 종류의 관련된 사람이라도 가능할지 몰라.”
“아니, 그러니까, 세상에, 그게 퇴마 얘기잖아.”
앨리스는 어깨를 으쓱했어. “그럴 수도 있지. 70년대 소문에 따르면, 1961년 위자보드 게임이 잘못되면서 이 저주가 시작됐다고 해.”
“진짜? 그거 장난감 회사에서 만든 거잖아.”
“60년대에는 아니었어. 어쨌든, 그냥 소문일 뿐. 캠퍼스에서 아는 사람은 행정팀의 톰 모엔씨뿐인데, 전에 내가 만나보려 했지만 거부당했어.”
“그 사람, 1961년에도 여기 있었어?”
“응. 라일리에서 살고 있었지.”
“우린 그 사람을 만나봐야 돼.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싶어. 아니면 찝찝해서 못 견딜 것 같아.”
“캠퍼스에서 찾아볼 수 있겠지.”
“내일 만나러 갈 수 있을까?”
“노력해 보자.”
그날이랑 다음 날도 톰 모엔씨는 우릴 안 만나줬어. 점심 시간에, 퇴근할 때도 잡아보려 했지만 매번 실패하더라. 곧 알게 된 건, 그 노인이 의도적으로 우릴 피하고 있다는 거였지.
리디아랑 나는 다른 기숙사에서 계속 자느라 서로 볼 일이 거의 없었어. 나는 하루 두 번 우리 방에 돌아갔는데, 아침 한 번, 오후 한 번. 보통은 다른 방이 조용했지만, 그게 마음이 놓이게 하진 않았어. 벽 너머에서 누군가 나를 지켜보는 기분이 들었거든. 폭풍전야처럼 고요하게 느껴졌지.
할로윈 전 목요일, 나는 평소보다 훨씬 늦은 저녁에 샤워하러 기숙사에 돌아왔어. 그날 오후 리디아를 봤는데, 그녀는 마이크 집에 졸업 때까지 입을 옷이 충분히 있다고 했고, 방에 나는 혼자라는 걸 알았지.
복도에 있는 공동 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방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었어. 30분 후에 이안을 만나 파티에 가야 해서 최대한 빨리 여기서 나가고 싶었거든.
침묵이 너무 신경 쓰여서 아이팟을 충전기에 꽂고 록 음악을 크게 틀었어.
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서서 머리를 말렸어. 머리를 뒤집고 볼륨을 주려고 드라이기를 썼지. 다시 머리를 바로 세우고 드라이기를 끄자마자 방이 너무 조용하다는 걸 느꼈어.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었어.
내가 더 이상 내 방에 있는 게 아니었어. 내 뒤 거울에는 733호의 먼지 쌓인 침대 프레임과 큰 열린 창문이 비치고 있었지. 나는 당황해서 주변을 둘러봤는데, 실제로는 내 방에 서 있었어. 다시 거울을 보니 733호가 그대로 반사되고 있었어. 내 뒤에서 아주 작은 움직임이라도 느껴지면 도망가려고 했지.
가방과 핸드폰을 움켜쥐고 방 문을 세게 닫으며 도망쳤어.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가면서 앨리스에게 전화했지.
“더는 안되겠어.” 그녀가 받자 말했어. “다시는 그 방에 들어갈 수 없어. 절대 안들어갈거야.”
“무슨 일이야?”
상황을 설명했지.
“세상에, 넌 어떻게 할 거야?” 그녀가 물었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는 사람과 이야기해야 해. 1961년 이곳에 있었던 사람은 톰 모엔밖에 없지?”
“내가 아는 한, 그 사람뿐이야. 내일 아침 출근할 때 잡아볼 수 있을 거야. 길목에서 기다렸다가 무조건 얘기하게 만들자. 출근 시간이 6:30이래. 아트리움 스타벅스 앞에서 만날래?”
“당연하지. 7:30 수업이 있지만 빼먹을 거야.”
“좋아. 그때 보자.”
나는 보통 파티에 별로 안 가지만, 그날 밤 파티에 갈 생각에 안도했어. 도착하자마자 이안에게 술을 달라고 했지. 평소 술을 거의 안 마셔서 이안은 의아해했고, 나는 간단히 오늘 있었던 일을 설명했어. 제정신이 아닌 줄은 안 봤으면 했거든.
이안이 스카치 콕을 만들어줬어. 그날의 첫 잔이었지.
자정쯤, 담배 피우러 나가서 핸드폰을 확인했는데, 11:04에 리디아가 남긴 음성메시지가 있었어.
“베카, 나… 아, 마이크랑 엄청 싸웠어. 이번 할로윈에 이번에 입단한 형제회 사람들이랑 자살방에서 자겠다고 하더라고. 우리 기숙사에서. 나 정말 못 참겠어. 걔는 우리가 겪고 있는 걸 다 알면서도 동의했어. 지금은 733호가 시그마 카이와 연관됐다고 설득하려 해. 나 못하겠어-”
나는 전화를 끊고 가방에 던졌어. 리디아가 열받는 건 당연했지. 완전 최악이야.
이안에게 찾아가 집에 데려다 달라고 했어. 갑자기 너무 스트레스 받고 피곤하고 취했거든.
다음 날 아침 6시에 알람이 울리자 침대에서 몸을 끌어내는 데 힘이 다 빠졌어. 전날 입었던 옷을 입고 캠퍼스를 가로질러 아트리움으로 갔어.
앨리스는 이미 커피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어.
“필요할 것 같아서.” 그녀가 웃으며 말했어.
“어떻게 알았어?”
“문자.”
“어제 밤에 내가 문자 보냈어?”
“응, 1시쯤. 시그마 카이 얘기했잖아.”
“아, 그러네.” 선글라스 올리고 후드를 더 내렸어.
“걔네 바보야. 내가 장난스럽다고 했잖아? 그런데 733호를 유혹하도록 만든다고 생각해봐. 몇 년 동안 아무도 들어가지 않았는데, 얼마나 굶주렸겠어?”
“진짜 위험할까?” 나는 행정 건물 계단에 앉으며 물었어.
“응. 사실, 그 방에 다 같이 아는 유일한 건, 그 자살자들이 모두 혼자였다는 것뿐이야.”
“그러면 다 같이 있으면 힘이 약해지겠네?”
“이론적으로. 뭔지 알면 더 많은 걸 알 수 있을 텐데,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알아야 하거든. 그래서 문이 필요해.”
“몇 시에 와?”
“사실 20분 전이었어.” 앨리스가 어둡게 말했지.
우린 또 한참 후에야, 톰 모엔이 평소처럼 또 피했다는 걸 받아들였어. 그래도 다시 사무실로 가서 약속을 간절히 부탁했지.
행정 데스크의 여자는 우리를 차갑게 쳐다봤어.
“톰은 오늘 안 와요. 다른 날도 마찬가지. 어제 그만뒀거든요. 더 이상 괴롭히지 못할 거예요.”
“우린 괴롭힌 게 아니에요. 그냥 절실히 얘기할 필요가 있었을 뿐.”
“그건 여전히 그래요.” 앨리스가 덧붙였지.
“개인 정보는 못 줄 거예요.” 여자는 비웃으며 걸어갔어.
“이제 어쩌지?” 내가 앨리스에게 물었어.
“톰 모엔씨 없이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앨리스, 아, 다시 그 방에 들어가기 싫어.”
“그래, 그래도 방 옮기는 거 승인된 게 다행이야.”
“됐다고?!”
“응. 이메일 확인했더니 통보 받았어. 너는 모튼, 리디아는 틴슬리로 가.”
“세상에.”
“좋아할 줄 알았는데. 그리고 734호에 다른 사람 배정 안 되게 내 상사 설득했어.”
“살았다.”
“다만 월요일까지는 이사 못 해.”
“주말만 버티면 돼, 이제 끝이 보이니까. 리디아한테 알려야겠다.”
핸드폰을 열어 릴디아 번호를 찾는데, 음성메시지 아이콘에 빨간 ‘1’이 떴어. 전날 남긴 나머지 메시지였지.
“더 이상 걔 얼굴도 보기 싫어서 집에 가려고. 괜찮을 거야. 옆방에서 무슨 헛소리가 나더라도 그냥 자려고. 너무 열받아. 솔직히 마이클 이 개 병신새끼보다 병스랑 있는 게 더 낫겠다. 내일 만나자! 사랑해!”
메시지가 끝났어.
“젠장.”
앨리스가 나를 쳐다봤어.
“리디아가 우리 방에서 잤대.”
앨리스가 움찔했어.
“괜찮대?”
“733호에만 안 들어갔으면 돼.”
“안 들어갔겠지.” 나는 항상 열린 733호 창문을 떠올렸어. 적어도 생각만으로도 리디아가 그 방에 들어가지 않게 만들었지.
“좋아. 다른 할 일 없으니 도서관 가서 종교학 관련 책 좀 찾아볼래? 지금 거의 유일하게 열려 있어.”
“그래” 나는 어깨를 으쓱했어. 10시까지 수업 없으니까.
도서관 계산대 뒤 앉아 있는 작은 노파는 천 살은 돼 보였어. 스테이플리 여사의 눈은 작고 촉촉했으며, 피부는 뼈에서부터 녹아내리는 것 같았어. 그래도 친절하고 지식이 풍부해서 종교학 관련 책 위치를 알려줬지만, 궁금한 눈빛으로 우리를 쳐다봤지.
많이 없었어. 읽을 수 있는 건 다 읽었지만, 대부분 관련 없거나 영어가 아니었어. 30분 후 다시 계산대에 돌아갔지.
“오컬트 관련 자료 있나요?”
“오컬트? 음…” 그녀의 목소리가 사라졌어. “있고말고. 참고서 구역 왼쪽에 보렴.”
“감사합니다만, 제가 술이 덜 깨서 책 분류법 이해가 잘 안 돼요.”
“우릴 보는 눈이 마음에 안 드는 것 같아.” 앨리스가 속삭였지.
“우리 외모? 아님 찾는 책?”
“아마 둘 다겠지.”
한 시간 만에 다시 그녀의 책상 앞에 갔지만, 이번에도 실패했어. 눈을 가늘게 뜨고 불만스러워했지.
“죄송합니다만 강령술이나 위자보드에 관한 자료가 있ㅇ-”
“자, 얘들아.” 스테이플리 여사가 안경 너머로 우리를 쳐다봤어. “정말 수업용이길 바래.”
“맞아요,” 내가 말했어.
“아니에요,” 앨리스가 동시에 말했지. “개인 연구용이에요.”
“연구? 무슨 연구?”
“우린 위자보드 같은 거 안 건드릴 거야…” 내가 말했어.
“좋아.” 그녀는 주름진 바지를 다듬고 앉았어. “여기서 또 그런 일이 일어나는 꼴은 못 본다.”
“또요?” 앨리스가 물었지.
노파는 갑자기 불편해하며 책상 위 책 더미를 만지작거렸어.
“강령술 관련 자료가 어디 있더라…”
“스테이플리씨, 1961년 라일리에서 일어난 일 조사 중이에요.” 앨리스가 끊었지.
“그리고 그 이후 지금까지 있었던 일도요.”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잖니? 그 방에서 학생이 자살했어. 끔찍하지만 대학 캠퍼스에서 흔한 일이지.”
“학생 다섯 명이나요.” 내가 정정했어.
“알고 계시죠?” 앨리스가 갑자기 빨리 말했어. “그 이야기를 잘 아는 것처럼 보이시는데, 어떻게 시작됐는지 말해주시면 끝낼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요.”
“끝낸다고?” 스테이플리 여사의 목소리가 낮아지고 집중됐어. “거만하게 굴지 마라, 얘들아. 그 방에서 항상 사람들이 죽었고 앞으로도 죽을 거야. 끝날 수 없으니 되도록이면 멀리 떨어져야 해.”
“하지만 어떻게 시작됐는지만 알면-”
“너희가 이미 알듯이 그렇게 시작됐어. 하지만 관련된 사람은 이제 다 늙었거나 죽었어. 그냥 그 방에 가까이 가지 말고 공부에 집중해.”
나는 그녀의 책상에 몸을 기울였어. “좋아요, 하지만 제 친구랑 저는 그 옆방으로 배정됐어요. 스테이플리씨가 자살 사건을 잊을 수 있어도, 우린 못 잊습니다. 절대 안 놔줄거예요.”
“젊은 아가씨, 나는 절대 잊지 않아.” 스테이플리 여사의 목소리가 낮아졌어. “내 친구 엘렌이 그 방에서 처음 죽었어. 내 가장 친한 친구였지. 매일 밤 그녀가 그 작은 창문으로 기어 나와, 차가운 난간 위에 맨발로 서서 7층에서 뛰어내리는 상상을 해. 단 하루도 안 잊어.”
앨리스가 한숨 쉬었어. “몰랐어요. 죄송합니다.”
“오래된 상처야. 이제 너희는 즉시 방 배정을 바꾸는 게 좋겠어. 아무도 그 건물 7층에서 살아선 안 돼. 그게 내가 말할 전부야.”
앨리스는 한숨 쉬며 고개를 끄덕였어. 더 이상 얻을 정보는 없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진전이었지.
앨리스가 걸어갔고 나도 따라가려 했지만, 발이 안 움직였어. 스테이플리 여사가 말한 한 단어가 마음에 남았거든, 아주 사소하지만 중요한 단어였어.
“스테이플리씨,” 피곤한 노파에게 물었어. “왜 733호 창문을 ‘작다’고 했죠? 제가 본 창문은 크던데요, 높이가 거의 150cm는 됐어요.”
“얘야, 네가 생각하는 건 코너 방, 창고야. 733호는 옆 방이야.”
“아-아니,” 나는 더듬었어, “그건 734호야.”
“응, 지금은 맞아. 남쪽 동 추가 방 지으면서 방 번호를 다 내려놨거든.”
세상에. 갑자기 열이 확 오르고 어지러웠어.
“교활한 새끼.” 앨리스가 내 옆에서 속삭였어, 창백해지면서.
“리디아.”
우린 캠퍼스를 전력 질주했어, 아침 수업 가는 몇몇 눈 부은 학생들만 지켜봤지. 기숙사 건물이 보이자, 나는 피가 얼어붙은 듯 보도에 걸려 넘어졌어. 코너 방 창문이 닫혀 있는 걸 처음으로, 단 한 번 봤거든. 그런데 내 방 창문은 열려 있었어.
우린 로비로 달려 들어갔고, 갓 내린 엘리베이터에서 라떼 마시는 신입생들을 밀쳤어. 7층 버튼을 눌렀고, 문이 전에보다 훨씬 느리게 닫히는 걸 봤지. 벽에 기대 숨을 가다듬었어.
“앨리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모르겠어. 진짜로 모르겠어.”
“리디아가 밤새 거기 있었어, 앨리스. 우리 방에. 혼자서.”
앨리스는 고개를 저었지만 할 말이 없었어.
7층 문이 드디어 열렸을 때, 고요하고 텅 빈 복도가 보였어. 나는 앨리스 뒤 따라 방으로 달렸어. 코너를 돌며 문을 열었는데, 잠겨 있지 않았어.
리디아가 뒤돌아봤고, 숨 막히는 순간, 희망의 반짝임이 눈물 자국 난 얼굴에 스쳤지.
하지만 이미 늦었어. 다음 순간 그녀는 살짝 앞으로 기울었고, 사라졌어.
그녀는 떨어지는 내내 비명을 질렀어.
앨리스는 방금 릴디아가 있던 난간으로 달려갔고, 나는 움직이지 못했어. 그녀는 머리를 창문 밖으로 내밀고 아래를 봤어. 바닥에서 다른 종류의 비명이 시작됐지. 앨리스는 손으로 입을 막고 놀란 얼굴로 방 안으로 들어왔어.
밖에서 들리는 비명은 점점 커졌고, 사람들이 바닥에 남은 내 가장 친한 친구를 보면서 점점 더 크게 외쳤어. 나는 서랍에 기대 바닥에 주저앉았지. 떨어져 죽는 거야. 리디아는 절대 떨어져 죽고 싶어 하지 않았는데.
무심코 바닥에 흩어진 사진 중 하나를 집었어. 리디아 엄마 사진이었어. 죽어 있었지. 또 다른 사진을 집었어. 리디아 동생 사진도. 죽어 있었어. 바닥에 사진이 수십 장 흩어져 있었어. 리디아, 그래서 어제 그렇게 정신이 없었던 거야. 그림 속 내용은 말 못 해. 릴디아는 재능 있는 화가였고, 나는 몇 장만 보고 바로 토할 것 같았어.
앨리스는 문간에서 복도로 무언가 소리쳤어. 나는 못 들었어, 방 안에서 고음이 울려서. 갑자기 종이 조각 하나가 옷장 문 틈에서 미끄러져 나와 내 쪽으로 굴러왔지. 집어 들고 잠시 봤어.
리디아가 그린 그림이었지만 다른 건 달랐어. 내 시선에서 본 옷장이었고, 문이 살짝 열려 있었으며 어둠 속에서 무언가 나를 보고 있었어.
종이를 내려놓고 옷장을 봤지. 그림처럼 문이 살짝 열려 있었어. 눈을 가늘게 뜨고 보려 하자, 긴 얼굴이 나를 보고 있는 윤곽이 보이려는 순간, 앨리스가 날 일으켰어.
“여기서 나가야 해.”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
나는 다시 그 방에 들어가지 않았어. 부모님이 내 짐을 옮겨 주셨고, 학기 나머지는 캠퍼스 밖 아파트에서 보냈어. 다음 학기에는 다른 주 대학으로 전학했고, 졸업했지.
밤마다 나는 꿈에서 릴디아가 작은 창문을 통해 기어 나와 차가운 난간 위에 서 있는 걸 봐. 7층 아래로 검은 바닥이 있고, 끔찍한 운명을 깨닫지만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 나는 그녀가 나를 돌아보고, 떨어지는 걸 봐.
그날 밤 이후 9년이 지났어. 매 가을학기, 새 학생 배정용으로 열린 방을 확인하려 기숙사 관리 부서에 전화했지. 라일리는 항상 열려 있고, 7층은 닫혀 있었어.
올해는 일과 생활 때문에 늦게 전화했어. 바로 대기 상태에 들어갔지.
“기숙사 관리 부서입니다.” 남자가 드디어 받았어. “라일리 방 문의하신 분이신가요?”
“네, 맞아요.”
“지금은 전부 찼고, 대기자 명단이 있습니다. 그런데, 타이밍이 좋네요. 오늘 아침 승인 받았거든요. 약속은 못 하지만, 들어갈 수 있을지도 몰라요.”
“무슨 승인이요?” 나는 천천히 물었지.
“7층을 개방하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