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왜 살아 있는 거야
고등학생 때 이야기다.
시험이 끝난 해방감에 친구와 집에서 게임을 하고있었다. 평소에는 동아리 활동이나 공부 때문에 바쁘지만, 시험 기간에는 동아리 활동도 쉰다. 그래서 시험이 끝난 날에는 항상 이렇게 맘껏 놀곤 했다.
그렇기는 하지만 나는 지쳐있었다. 시험 전날까지 매일 밤늦게 벼락치기를 하느라 거의 자지못했다. 오랜만에 게임을 하고 싶기도 했지만, 졸음이 이겨버려서 결국 한계가 오고 말았다.
“미안, 조금만 잘게.”
그렇게 말하고 바닥에 굴러다니던 학교 가방을 베개 삼아 누웠다.
거기서 꿈을 꾸게 되었다.
눈을 떠 보니, 나는 전철을 타고 있었다. 주변 좌석에는 빽빽하게 승객들이 앉아있었지만, 모두들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누구도 얼굴을 들려고 하지 않았고 표정도 보이지 않았다. 기분 나쁠정도로 조용했고, 차량 전체에 음침한 공기가 감돌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나는 금방 ‘이거 꿈이네’라고 알아차렸다. 최근 자각몽 꾸는법이라는 영상을 본 탓일까. 뭔가 직감적으로 알았다.
‘자각몽인가....그럼 조금 즐겨볼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딱히 아무것도 하지않고, 그저 전철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하지만 곧이어 기묘한 일이 일어났다.
차량 제일 앞쪽 좌석에 앉아있던 사람이 말없이 일어나 다음 칸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뒷 사람도, 그리고 그 뒷 사람도, 거의 같은 간격으로 차례대로 일어나 이동했다.
처음엔 그냥 멍하게 보고 있었는데, 점점 그 움직임이 내 쪽으로 다가오는게 느껴져서 불안해졌다.
‘이거 나도 일어나야 하나....?’
하지만 꿈이란걸 알고 있는 이상, 그것을 따를 이유가 없다. 그래서 나는 순서가 돌아와도 안움직이기로 했다.
결국 바로 앞사람이 일어나 이동했고,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하지만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있으려 했다.
그때, 이상한 기척이 느껴졌다.
옆에 앉아있는 사람이 이쪽을 빤히 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무서워서 얼굴을 들 수 없었다. 다음 사람이 알아서 일어나겠지 생각했지만, 몇 분이 지나도 다음 사람은 움직이지 않았다.
신경 쓰여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때 눈이 마주쳤다.
옆 사람은 마치 분노를 억누르는 듯한 얼굴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무서웠던 것은 그 눈. 전체가 새까맣고, 빛도 감정도 전혀 없었다. 마치 끝없는 어둠으로 끌려 들ㅇ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숨이 멎을 것 같아서 반사적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자 모두가 나를 보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고개를 숙이고 있었을 터인 승객들 전원이 고개를 들고, 새까만 눈으로 같은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뭔갈 재촉하듯이.
‘뭐냐고....이거...’
움직이지 못한채 시간이 흘러갔다. 하지만 그 시선을 견딜수 없어서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게 되었다. 그러자 모두가 다시 고개를 숙였다. 너무나도 이상해서 몸을 떨며 앞 사람들과 같이 차량의 출구로 향했다.
하지만 출구에 도착한 나는 굳어버렸다.
거기엔 다음 차량 따윈 없었다. 단지 밖으로 몰아치는 차가운 바람과 맹렬한 속도로 달리는 열차 소리만 귀에 들어올 뿐이었다. 앞으로 가면, 여기서 뛰어내리는 수 밖에 없다. 뛰어내리면 죽는다. 그런 확신이 들었다.
다리가 굳어서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등 뒤에서 또 다시 그 시선이 느껴졌다. 돌아보지 않아도 알았다. 모두가 나를 보고있었다.
‘나아가....라는 거냐...?’
뒤를 돌아보니 모두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날 향해서 걸어오고 있었다. 자각몽이라고 알고 있어도 무서워서 몸이 굳어버렸다. 움직이지 못한채 그들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있다가 문득 비상정지 버튼이 생각났다.
‘이걸 멈추면...!’
필사적으로 비상 버튼을 찾자, 아까까지 없었던 곳에 버튼이 나타났다. 망설임없이 누르자 귀를 찢는 듯한 경적이 울려퍼졌고 열차가 점점 감속하기 시작했다.
열차가 멈췄고, 본적없는 역에 도착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역에 내렸다.
열차가 천천히 움직였고,
무심결에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승객들 전원이 창문 너머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으악”하고 소리를 지르며 눈을 떴습니다.
현실로 돌아온 나는 땀범벅이었다.
심장이 쿵쾅거렸고 꿈이라는걸 알고 있어도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문득 친구를 보니 게임오버 화면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야, 괜찮냐?”
말을 걸자, 친구는 천천히 내쪽으로 돌아봤다.
그 얼굴을 본 순간 숨이 멎었다. 꿈 속에서 본 승객들과 같은 얼굴이었다. 눈도 새까맣고, 분노로 가득한 표정.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왜 살아 있는 거야?”
공포에 비명을 지를 뻔하면서 친구의 어깨를 붙잡자, 금새 원래 얼굴로 돌아왔다.
“어? 뭐야? 잠 덜깼냐?”
그렇게 말하고 아무일도 없었다는 것 마냥 게임을 다시 시작한 친구를 보며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것은 진짜 꿈이었을까.
지금도 그 얼굴과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