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빈 무덤
동생을 묻은 지 이틀째, 무덤에 있어야할 동생이 사라졌다.
가족들과 함께 무덤에 갔을 때, 동생을 묻은 곳은 흙이 파헤쳐져 있었고, 동생의 몸이 들어가 있어야 할 관은 텅 비어있었다.
관에는 오물로 인한 악취가 풍겼다.
얼굴에 마비가 오신 아버지는 오른쪽 눈을 애꾸처럼 찡그린 채 무덤 주변을 둘러봤다.
아버지는 벌겋게 충혈이 된 눈깔로 나와 형 그리고 어머니를 노려봤다.
“누구여? 누가 이 눔을 꺼내준 거여!!! 당신이여? 아님 네들이냐?”
마비로 인해 찌그러진 얼굴로 울부짖는 아버지의 모습은 흉한 마귀 같았다.
어머니는 동생이 사라진 빈 무덤 앞에 털썩 주저앉았고, 나와 형은 겁에 질려 고개를 숙였다.
아버지는 다시금 빈 무덤을 내려다 봤다.
비어버린 관에는 찢어진 부적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이, 이 눔 이거 귀신 들린 거 아녀?”
말을 마친 아버지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우리 가족은 살아있던 동생을 묻었다.
사실 아버지에게 별 일 없었다면 동생이 묻힐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것은 날씨가 구진 어느 날, 아침 밥상부터 시작되었다.
“쨍그랑”
김치 국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동생의 얼굴과 내 하얀 교복 와이셔츠에 붉은 반점이 생겼다.
시큼한 김치 냄새와 함께 붉은 김칫국물이 서서히 밥상에 퍼졌다. 밥상위에 그릇을 놓쳐버린 아버지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이거 손이 왜 이려?”
“괜찮으세요?”
어머니의 물음에 아버지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이내 괜찮다며 우리 삼형제에게 됐으니까 밥이나 먹으라고 했다.
‘그냥 미끄러지신 거겠지’
생각하며 넘겼지만 그날 저녁 아버지가 뻣뻣하게 굳은 오른쪽 다리를 질질 끌며 집으로 오셨을 때야 비로소 사태가 심각함을 알았다.
‘원인 불명’
병원에서 내린 결론이었다.
아버지와 함께 농사일을 하시는 최씨 아저씨가 아버지를 태우고 시내에 있는 병원을 죄다 돌아봤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유명한 약방에서 지어온 한약도 할머니가 지어오신 정체불명의 환약도 서서히 오른쪽 몸이 마비되어 가는 아버지를 고치지 못했다.
아버지는 그렇게 망가졌다.
아버지가 망가지자 서서히 가족 전체가 망가지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아버지 몫까지 두 배로 일을 하셨고, 아버지는 그저 술로 하루를 낭비하셨다.
그것은 우리 삼형제에게도 곤욕이었다.
술에 취하신 아버지에게 잘못 걸린 날에는 쌍욕은 기본에 두들겨 맞을 때도 있었다.
가족들에게는 절망의 나날이었다. 지쳐가는 하루하루,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던 우리 가족은 그 무당을 만났다.
할머니가 주변 지인을 통해 알게 된 무당이었는데, 귀하신 몸이라 만나는 날짜도 겨우 얻어냈다고 하셨다.
막내는 최씨 아저씨에게 잠시 맡기고, 어머니와 형과 나는 무당이 정해준 그 날에 마비되신 아버지의 몸을 부축해 찾아갔다.
우리 가족은 무당 앞에 쪼르르 앉았다. 무당은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진하게 화장을 했고, 가끔씩 눈알을 뒤집기도 했다.
무당은 우리 가족을 쭉 둘러봤다.
“딱하다, 딱해!”
무당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고개를 마구 흔들며 말했다.
“네?”
어머니의 반응에 무당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턱을 괴며 말을 이었다.
“죽었어야 할 아가 기어코 살아남았네. 귀신들이 그 꼴을 못 봐서 애비를 괴롭히네, 그러게 왜 아를 더 낳았어!! 못난 것들, 이대로 두면 애비가 자식을 잡아먹든, 자식이 애비를 잡아먹든 둘 중 하나야, 좋게는 못 끝나!”
무당의 말에 놀란 어머니의 입이 떡 벌어졌다.
“그,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요?”
무당은 잠깐 고민하더니 시뻘건 입술을 손으로 훔치며 속삭이듯 말했다.
“그 아를 죽여야지”
“아니 입 뚫렸다고 못하는 소리가 없네.”
잠자코 듣고 계시던 아버지가 격한 어조로 무당에게 말했다.
그러자 무당은 눈을 부릅뜨며 호통 쳤다.
“닥쳐! 이 잡것아! 뒤지기 싫으면”
무당의 고함에 가족 모두가 움찔했다. 그저 호통이었지만 뭔가가 밀어낸 거처럼 몸이 웅크려졌다.
무당은 몸을 살짝 부르르 떨더니 조용히 말했다.
“누가 진짜 죽이래? 죽이는 척만 하는 거지, 귀신을 속이는 거야”
“귀신을 속여요?”
“그래, 죽은 것처럼 속여! 네 남편이랑 아가 둘 다 살리고 싶으면”
“어떻게요? 뭘 해야 하죠? 도와주세요.”
어머니는 이미 무당에 빠지신 듯, 뭔가에 홀린 눈으로 무당을 바라봤고, 아버지 역시 체념한 듯 무당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일단 아 장례부터 치러, 영정사진도 올리고 제사상도 차리고, 장례가 끝나면 아를 깨끗하게 씻겨. 그리고 관에 넣고 땅에 묻어. 무조건 밤에 묻어야 해! 딱 3일만 묻으면 귀신들이 죽은 줄 알고 떠나갈 거니까, 아마 묻고 나면 애비 몸도 돌아올 거다”
무당은 말을 마치며 아버지를 노려봤다.
“그게 끝인가요?”
“잠깐만”
무당은 잠시 서랍을 뒤적거리다가 부적을 하나 꺼내 어머니 앞에 내밀었다.
“이건 뭡니까?”
“눈 없어? 부적이잖아, 비싼 거야. 관에 아 넣을 때 같이 넣어둬”
“알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근데 돈은 어떻게 드리면 될까요?”
어머니의 물음에 무당은 눈알을 한 번 뒤집고는 대답했다.
“귀신 떨어지고, 남편 몸 돌아오면 그 때 받을게”
“아이고, 감사합니다!”
어머니는 무당을 향해 연신 머리를 조아리셨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아버지의 몸을 부축해 나가려는 찰나 뒤에서 무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중요한 거 깜빡 했네”
나는 뒤를 돌아봤다. 무당은 눈알을 뒤집은 채 계속 말을 이었다.
“귀신이 살았나죽었나 말을 걸 건데, 절대, 절대, 절대로! 대답하면 안 돼”
“대답하면 어떻게 되는데요?”
나도 모르게 무당에게 물었다.
“어떻게 되긴 귀신 씌는 거지, 그 땐 다 죽어”
무당집을 다녀오고 나서 우리가족은 무당의 말을 그대로 따랐다.
그날 저녁, 막내의 사진으로 영정사진을 만들고, 어머니는 급히 제사상을 차렸다.
가짜 장례식인걸 알았지만 제사상에 놓인 동생이 웃고 있는 영정사진을 보니 괜히 눈물이 났다.
형은 훌쩍거리는 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동생은 그저 자신의 장례식에 신기해할 뿐이었다.
장례식이 끝나고 나와 형은 동네 목욕탕에서 동생이랑 같이 목욕을 했다. 삼형제는 서로의 등을 밀어줬다.
자정이 넘은 시각, 우리 가족은 동생을 데리고 마을 뒷산으로 갔다.
나와 형은 동네 어르신의 도움으로 구해온 빈 관을 짊어졌고, 어머니는 아버지를 부축하셨다.
그리고 동생은 자신이 처한 상황은 하나도 모른 채 산을 올랐다.
동생을 묻을 적당한 위치를 찾고, 나와 형은 삽으로 열심히 땅을 팠다.
아버지는 괴로운 마음에 그 옆에서 연신 담배만 태우셨다.
어머니는 동생을 부둥켜안고 어린 동생이 알아듣게 상황을 설명했다.
이제 막 초등학교 5학년이 된 막내에게는 큰 시련임이 분명했다. 자신이 곧 관에 담겨 땅에 묻힐 거라는 말에 동생은 하염없이 울었다.
잘못했다고 싹싹 빌며 울었다.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말이다.
“잘못했어요, 이제부터 말 잘들을 게요, 엄마, 아빠”
“아야, 그래야 아버지랑 네가 산다. 상진아 3일만 참고 나오면 갖고 싶은 거 다 사줄게, 그래, 상진이 네만 쓸 수 있는 컴퓨터 사줄게, 맨날 형들한테 컴퓨터 뺏겨서 속상했잖아”
어머니는 울면서 막내 상진이를 타일렀다.
어머니의 오랜 설득 끝에 상진이는 결국 울면서 관에 들어갔다.
어머니는 관 뚜껑을 닫기 전, 상진이가 3일간 먹을 수 있도록 싸놓은 물과 음식을 담았다.
그리고 소중한 거니까 꼭 챙기라며 부적을 건넸다. 상진이는 누운 채로 눈물을 계속 흘렸다.
상진이의 손에는 최씨 아저씨가 공부잘하라고 사준 핸드폰이 플래시가 켜진 채로 들려있었다.
“3일 있다가 꼭 꺼내줘요, 그리고 진짜로 나가면 컴퓨터 사줘요 꼭”
“알았다, 아가. 그리고 누가 말 걸어도 절대 대답하면 안 돼, 꼭 약속이다. 절대로 대답하면 안 되니까 명심해!”
관 뚜껑이 닫히고 나와 형은 흙으로 무덤을 덮기 시작했다.
순간 관 뚜껑이 들썩였고, 어머니는 필사적으로 관 뚜껑을 못 열게 위에서 눌렀다.
“상호야, 상훈아 빨리!!”
어머니는 울면서 나와 형에게 소리쳤다.
삽으로 흙은 푸는 순간에도 관에서 막내의 울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어머니는 완전히 흙이 덮일 때 까지 상진이에게 말을 걸며 다독였고, 아버지는 차마 그 모습을 볼 수 없었는지 뒤돌아 서계셨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돼요?”
동생을 묻고 내려가는 길, 형이 아버지께 물었다.
“오죽하면 이러 것냐”
아버지는 짧게 대답하고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천천히 산길을 내려갔다.
잠이 올까 싶었지만 밤새 해댄 삽질로 고단해진 몸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동생을 제외한 아침 밥상, 한숨도 못 주무신 어머니는 차마 밥이 넘어가지 않으신다고 하셨고, 아버지 역시 입맛이 없다고 누워계셨다.
형과 나 둘이서 조용히 밥을 먹었다.
밤새 동생이 엄마에게 전화를 했었다고 한다. 어머니는 배터리를 아끼라고 했지만 동생이 너무나 무서워해서 오랜 시간 통화를 했다고 말했다.
통화를 하면서도 동생은 불안해했고, 바지에 오줌도 쌌다며 제발 꺼내달라고 소리쳤다고 했다.
얼마나 답답했을까. 핸드폰을 보니 내게도 메시지가 와있었다.
[상훈이형 나 좀 꺼내줘]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봤지만 전화기가 꺼져있었다.
결국 가족끼리 다툼이 일어났다. 형이 발단이었다.
“이거 아동 학대예요”
형은 어머니한테 따지듯 말했다.
“그래도 어쩌겠니?”
“어쩌다니요? 상진이 초등학생 밖에 안 됐는데”
“무당님 말씀대로 안 하면 어떻게 되는지 너도 들었잖니? 네 아버지랑 상진이 둘 다 죽어, 아버지는 방에 계시지?”
“방에서 한 번도 안 나오셨어요.”
“그래?”
어머니가 안방에 들어가시고 얼마 안 있다가 어머니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아아악!!”
나와 형은 곧장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오른쪽 얼굴이 일그러진 아버지가 있었다.
동생을 묻고 나면 아버지의 상태가 괜찮아 질 거라는 무당의 말과는 전혀 다른 결과였다.
“무당 그 새끼 사기꾼 새끼예요! 빨리 상진이나 꺼내주러 가요. 당장! 안 가시면 제가 상훈이만 데려가서 꺼내올 거예요”
“아니야”
아버지가 말했다.
“뭐가 아니에요!”
“무덤에 뭔 일이 난 거 같다”
가족들은 아버지를 부축해 동생을 묻은 곳은 산으로 급히 향했다.
동생을 묻은 지 이틀째, 무덤에 있어야할 동생이 사라졌다.
가족들과 함께 무덤에 갔을 때, 동생을 묻은 곳은 흙이 파헤쳐져 있었고, 동생의 몸이 들어가 있어야 할 관은 텅 비어있었다.
관에는 오물로 인한 악취가 풍겼다.
얼굴에 마비가 오신 아버지는 오른쪽 눈을 애꾸처럼 찡그린 채 무덤 주변을 둘러봤다.
아버지는 벌겋게 충혈이 된 눈깔로 나와 형 그리고 어머니를 노려봤다.
“누구여? 누가 이 눔을 꺼내준 거여!!! 당신이여? 아님 네들이냐?”
마비로 인해 찌그러진 얼굴로 울부짖는 아버지의 모습은 흉한 마귀 같았다.
어머니는 동생이 사라진 빈 무덤 앞에 털썩 주저앉았고, 나와 형은 겁에 질려 고개를 숙였다.
아버지는 다시금 빈 무덤을 내려다 봤다.
비어버린 관에는 찢어진 부적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이, 이 눔 이거 귀신 들린 거 아녀?”
말을 마친 아버지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순간 아버지가 왼손으로 주저앉아있던 어머니의 머리채를 낚아챘다.
그리고는 바닥에 사정없이 내동댕이쳤다.
“네 년이 꺼내준 거여? 애들은 오늘 집 밖으로 안 나갔으니, 당신 밖에 없어”
순간 형이 아버지한테 달려들어 넘어뜨리고는 아버지의 목을 졸랐다.
몸이 불편한 아버지는 형의 완력에 꼼짝없이 눌렸다. 아버지는 왼손으로 형을 치며 저항했지만 소용없었다.
쓰러져계신 어머니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상훈아! 뭐하고 있어?”
나는 뒤에서 있는 힘껏 형을 밀쳤다. 형은 그 힘에 앞으로 고꾸라져 뾰족한 돌부리에 머리를 박았다.
뭔가 쪼개지는 소리와 함께 돌부리를 타고 시뻘건 피가 흘러내렸다.
“형, 형! 괜찮아?”
형을 흔들어 깨워봤지만 형은 그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형의 퀭한 두 눈은 허공을 응시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아버지는 숨을 헐떡거리며 누워계셨고, 어머니는 의식을 잃은 거처럼 보였다.
‘잠깐, 그럼 나한테 누가 말한 거지?’
순간 전화가 울렸다.
아버지의 전화는 땅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나는 형의 시체를 지근지근 밟으며 일어났다.
그리고는 전화를 주워서 받았다. 최씨 였다.
“김씨 미쳤어? 내가 경찰에 신고 할 거야! 애를 생매장하는 부모가 어디 있어?!”
전화를 끊고 바닥에 집어던졌다. 그리고 빈 무덤을 향했다.
역한 냄새가 풍기는 빈 관에서 찢어져서 두 조각이 된 부적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입에 구겨 넣고 잘근잘근 씹어댔다.
이를 악물고, 삽을 들었다.
피 묻은 삽을 질질 끌고 무당을 찾아갔다.
점집 앞에서 차를 세우다가 나를 마주친 무당은 나를 보자마자 차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소리쳤다.
“파묻혔어야 할 놈이 왜 여기 서성거려?”
나는 질겅거리던 입을 멈추고 바닥에 침과 피에 절은 부적을 뱉어냈다.
“옴마, 호로새끼, 잘못 묻었고만”
삽으로 무당의 머리통을 내려쳤다.
자동차 창문에 비친 얼굴은 내 아버지처럼 잔뜩 구겨져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