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MOS.Q (last)
살기가 가득한 얼굴로 녀석에게 덤벼드는 김창수. 하지만 녀석은 그런 그의 모습을 가만히 보며 움직이지 않는다. 고개만 살짝 갸웃거리며 그의 주먹이 자신의 얼굴에 닿기 일보 직전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가만히 바라본다.
키이-
위협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보고 죽여 왔던 거대 모기들과는 힘과 살기가 전혀 다른 인간의 모습. 거기에 녀석은 혼동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한없이 느리게만 느껴지던 그의 공격이 녀석의 얼굴에 정면으로 닿는다.
퍼억.
미약하게나는 타격음. 도리에 신음을 흘리는 것은 김창수였다.
“큭!”
엄청나게 단단한 것을 친 모양인지 오른쪽 주먹이 얼얼하면서 지리기 시작한다. 고통을 최대한 삼키며 뒤로 슬슬 물러나는 김창수.
키이-
그런 그를 관찰이라도 하듯 가만히 보던 녀석은 바로 뒤에 서있는 이윤희에게 시선을 두었다.
키이이-
그 시선과 소리에 지나치게 흠칫 놀란 이윤희 역시 뒤로 물러나자 녀석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앞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기 시작한다.
“크으..”
김창수는 이를 악물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또 다른 변종을 노려보았다. 한 번의 일격으로 모든 것이 판가름나버렸다.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상대다. 남자가 만든 괴물인것인가. 앞 뒤로 꽉 막힌 위기 상황에서 김창수는 자신의 무력함을 느끼며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키이-
그러던 중 느리게 걸어오기만 하던 녀석이 빠른 속도로 김창수 앞에 나타나더니 오른손을 들었다. 아니, 드는 것이 보였을 뿐이다.
퍼억-
격한 소리와 함께 옆으로 주욱 나가떨어지는 김창수. 이윤희는 비명을 지르며 그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하며 바닥에 몸을 나뒹구는 김창수는 피를 토하며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키이이-
녀석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약하다. 너무나 약했다. 자신의 힘을 온전히 사용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상대방은 너무나 약하고 볼품없었다. 재미없다. 지루하다. 죽이는 재미조차 없는 하등한 생물이다. 이런 생각만이 녀석의 머릿속에 채워지고 있었다.
키이-
멀리서 간신히 몸을 일으키는 김창수는 보던 녀석은 고개를 돌려 시청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흥미를 잃은 것이다. 살아 있는 것은 닥치는대로 죽이는 거대 모기와는 달리 녀석에게 관심사는 오로지 강한 상대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크.. 크윽.”
가슴 쪽을 부여 잡으며 녀석이 걸어가는 곳을 바라보는 두 사람. 지금까지 보았던 거대 모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저런 녀석이 한둘이 아니라면? 두 사람은 동시에 몸을 부르르 떨며 서둘러 이 자리에서 벗어나기로 한다. 괜히 관심이 이쪽으로 쏠렸다가는 화를 면치 못할 것이다.
위이이이-
두 사람이 걸음을 옮기는 도중 그들이 나온 곳에서 강하고 큰 날개 소리가 들려온다.
“응?”
자신들이 빠져나온 곳에서 낯선 소리를 들어서였는지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보게 하는데 충분했다. 그리고 둘의 얼굴은 못 볼 것을 봤다는 듯 멍해졌다.
“뭐.. 뭐야.”
“창수씨..”
기존의 거대 모기와 같은 크기였지만 일반적으로 검은색이었던 녀석들과는 달리 시청쪽에서 나오는 녀석은 온 몸이 녹색이었다. 저 거대한 몸체가 마치 하나의 바이러스 덩어리라도 되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저 거대 모기 녀석만 없애면 이런 일들이 마무리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거대한 날개를 빠르게 움직여가며 녀석에게 접근하는 거대 모기. 그 거대 모기를 보며 김창수는 실험실에 남아 있었던 남자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설..마?”
아니다. 그곳에서 나온지 1시간도 되지 않은 시각이다. 여지껏 봐왔던 녀석들의 변태 시간은 그보다 더 길고 역한 냄새가 심했었다. 하지만 저 녀석은 엄청난 속도로 변태를 했고 보통 녀석들과는 다르게 역한 냄새가 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저 인간 같은 녀석도?
“창수씨.. 어서요!”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는 김창수를 서둘러 이끄는 이윤희. 하지만 그는 발을 떼지 못했다. 왠지 이 장면을 놓치고 도망가버린다면 평생 후회할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전 여기서 남을게요. 먼저 가세요.”
“예..? 무슨..”
“그냥 느낌이 그래요.”
그 말에 김창수를 빤히 올려다보는 이윤희. 흔들림 없는 그의 눈동자를 빤히 보던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같이 가요.”
“하지만..”
“같이 가는거에요.”
“....”
둘은 서로의 손을 꼭 잡은채 묘한 대치 상태에 들어간 두 괴물 녀석을 가만히 보았다.
키이이-
녀석은 고개를 저으며 낮은 소리를 냈다. 그리고 여기까지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껏 봐오던 지루한 녀석들과는 달리 신기한 생명체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인지 약간 기분이 좋아 보인다.
키리리-
반면 녹색의 모기 녀석은 상당히 배가 주려있는지 신경이 날카로워 보였다. 그 증거로 녀석의 배 부분이 홀쭉하게 들어가 있는 상태다. 눈 앞에 있는 별종 녀석이 없었다면 당장에 김창수와 이윤희를 먹잇감으로 삼았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키리리-
지금 당장에라도 식사를 하고 싶었지만 눈 앞에 있는 별종 녀석 때문에 섣불리 몸을 움직일 수가 없다. 보기에는 외소해 보이고 약해 보이지만 본능 깊숙한 곳에서 위험하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었다. 덕분에 녀석의 신경은 점차 날카로워 질수 밖에 없었다.
키이-
그 심정을 미약하게나마 읽고 있는지 녀석이 먼저 몸을 날렸다. 휘이잉. 빠르게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는 녀석의 일격. 그리고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는 거대 모기.
퍼억.
엄청나게 큰 타격음이 나며 거대 모기의 몸체가 옆으로 쓰러진다. 너무나 허무한 결과에 그것을 지켜보던 두 사람은 맥이 탁 풀리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키리리리-
매섭고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일어난 거대 모기 녀석이 날개를 펴들어 엄청난 반동으로 녀석을 순식간에 멀리 쳐내버린다.
퍼억.
마찬가지로 엄청난 소리와 함께 빛의 속도로 나가떨어지는 녀석. 상당히 타격을 입었는지 공중에서 몇 번 날갯짓을 아슬하게 하던 녀석이 다시 거대 모기에게 접근한다.
키이이-
키리리-
격한 소리를 내며 한치도 물러섬 없는 난투극을 벌이는 두 녀석.
퍼억. 빠각. 빡.
처음에는 거의 호각을 이루던 두 녀석도 점차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양상이 천천히 바뀌어 가기 시작했다.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그간 생존해오며 산전수전 다 겪은 녀석이 미세하게 압도하는 모습이다.
퍼억.
거대 모기의 여러 쌍의 다리 중 한 쌍의 다리가 완전히 부러졌는지 너덜거리며 애처롭게 몸에 매달려 있다. 부화한지 얼마 안되기도 했지만 채울 수 없는 굶주림이 이 싸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키이이-
그 요점을 잘 이용하는 녀석은 더 거칠게 몰아 부치기 시작한다. 물론 녀석의 몸 역시 성하지 않은 편이었다. 정신 없이 싸우는 통에 날개들이 걸레짝처럼 변해 버린 것도 전혀 눈치 채지 못한 듯 하다. 게다가 몸 여러 군데가 긁힌 자국이 커서 붉은 액체를 쉴 새 없이 흘리고 있었다.
키리리-
거대 모기의 상태도 만만치 않았다. 녀석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거나 중간은 아니었다. 그렇게 엄청난 난투극이 10분 정도가 이어지자 체력이 딸리기 시작하는 거대 모기 녀석이 서서히 물러나기 시작한다.
키이이-
키리리리-
두 녀석이 지나간 자리에는 붉은 액체만이 가득 남겨져 있는 상태. 멀리서 보아도 생생하게 들리는 타격음과 부러지는 소리가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승패가 거의 결정나고 있는 상황. 치열하게 싸우는 두 녀석을 보던 김창수도 서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이 이상 있다가는 살아남은 녀석에게 관심이 쏠릴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퍼억. 퍼억. 퍽.
후각을 파고드는 격한 소리. 쓰러질 듯 말 듯 하면서 숨을 이어가는 거대 모기. 그리고 거칠게 압박하는 별종 녀석. 애초에 일방적인 싸움이었다. 그나마 거대 모기 녀석이 다른 것이 있다면 다른 일반 모기들과는 다르게 상당히 오래 버텼고 녀석에게 많은 상처를 남겼다는 것이다.
키리리리-
힘이 많이 빠진 소리다. 빠르게 이어지는 녀석의 공격을 완벽히 막아내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지기 직전이다. 그런 거대 모기의 상태를 감지했는지 녀석의 매서운 공격이 더 거칠게 이어진다.
키리리리리-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져버린 거대 모기. 바닥에 흥건히 흘린 붉은 액체 위에 쓰러져 버린 거대 모기는 미약하게 숨을 내쉬며 일어나기 위해 애를 쓰지만 녀석의 이어지는 공격에 의해 일어나지 못하고 애처로운 소리만 낼 뿐이었다.
키리리리-
콰직. 콰드득.
그런 무방비한 녀석에게서 승리의 기쁨을 느끼려는 듯 다리 하나를 뜯어 입에 거칠게 우겨 넣는 녀석.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두 사람은 아예 뛰기 시작한다. 주차가 되어 있는 곳과 거리는 그리 멀지 않지만 녀석의 속도라면 금새 따라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타다다닥.
제발 녀석의 시선이 이쪽으로 쏠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긴다.
콰드득. 콰득.
그러거나 말거나 식사에 열중하는 녀석. 이번 전투로 뜻하지 않게 체력을 소실한 까닭에 다른 곳에 신경쓸 여력이 없는 듯 하다.
쿠크크크크.
멈칫. 한창 식사에 열중하던 녀석이 기계처럼 몸을 멈추고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아까 들렸던 소리와 같은 것이다.
키리리리-
그러자 다 죽어가던 거대 모기 녀석이 격하게 몸을 떨면서 일어나려고 애쓰지만 이미 여러 쌍의 다리가 녀석의 뱃속으로 들어가버린 상태였다. 허우적거리며 일어나려는 거대 모기의 머리 통을 깨부순 녀석은 손에 묻은 살점 덩어리들을 입안에 넣고 핥기 시작한다.
쿠크크크크.
다시 들려오는 소리. 온 몸을 압박하고 공포에 떨게 만들법한 소리에 녀석은 다시 기계처럼 멈추고서 주위를 둘러본다.
쿠크크크.
그리고 녀석의 위로 붉고 거대한 무언가가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 보였다. 멀리 있어도 엄청난 열기가 느껴질 정도다. 녀석은 그것을 빤히 보다가 소리가 점차 없어지자 다시 식사에 열중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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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크크크크.
녀석이 식사를 할 동안 차에 올라타 서울 쪽을 벗어나던 두 사람은 엄청난 소리에 화들짝 놀라 주위를 둘러본다. 천둥과 번개를 동반할 때에도 이런 소리가 나지는 않았다. 천지가 갈리는 듯한 엄청난 소음이 사람들의 공포감을 자극하는데 충분하다.
“창수씨.. 이게?”
“모.. 모르겠어요. 어디서 나는 소리지?”
소리의 근원지를 따라 고개를 돌리지만 사방에서 들려오는 듯한 엄청난 크기에 그것이 무엇인지 쉽게 알아낼 수가 없었다.
쿠크크크.
다시 이어지는 소리. 뭔가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한 김창수는 차를 멈추고는 밖에 나와 주위를 살폈다. 혹시나 모를 거대 모기의 습격이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지금 들려오는 이 소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이윤희 역시 차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본다.
쿠크크크.
그런 둘의 마음에 화답하기라도 하듯 거대한 소음이 점차 가까워지는 것이 느껴진다.
“....”
저절로 몸이 떨리며 다리가 풀린다. 김창수는 이를 악물고 차를 지탱해 간신히 섰다. 그리고 쉽게 떼어지지 않는 입술을 어렵싸리 연다.
“뭔가가.. 오고 있어요. 윤희씨.”
“....”
이윤희는 아예 말하기 조차 버거운 듯 몸을 떨기만 했다. 김창수는 다시 차에 올라타기 위해 몸을 움직였지만 바보처럼 굳어버린 몸은 그의 뜻대로 따라주지 않았다.
쿠크크크크.
정신과 육체를 공포에 지리게 하는 소리. 점차 가까워진다.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무언가에 대항은 애초에 불가항력이다. 스윽. 살며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본다.
“아...아.”
소리의 근원지는 하늘이었다. 푸르디 푸른. 끝이 없을 것 같은 하늘에는 붉은 색의 아름다운 거대한 무엇인가가 이쪽으로 느릿한 속도로 떨어지는 것이 보인다. 한눈에 보아도 어마어마한 크기와 미약하지만 확실하게 느껴지는 엄청난 열기.
쿠크크크크.
김창수와 이윤희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붉은 색의 아름다운 구체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아아.”
벗어날 수 없다. 지금껏 많은 고비를 넘겨 왔지만 이번 것은 차원이 다른 것이다. ‘죽음’이란 단어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이대로 죽는 것인가.
“....”
마지막 순간. 간신히 이윤희 옆으로 간 김창수는 강하게 그녀의 손을 움켜쥔다. 따뜻하고 작은.. 고운 손이다. 그녀 는 김창수를 보며 약하게 미소를 짓는다. 마지막 순간이라 그런지 그녀의 미소가 더욱 눈부신 것 같다. 그 미소를 보고 갈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여긴 김창수도 그녀를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쿠크크크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