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사이트, 꽁머니, 사이트 홍보, 구인구직 중심 종합 커뮤니티 | 올블랙
올블랙보증업체후기게시판

유머게시판

(공포) MOS.Q (part.6)

익명
2026-10-03 00:35

고오오오-

긴 터널에서 바람소리가 울리듯이 들려온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공간. 정말 이 끝에서는 생존자들을 안전하게 수용하고 있는 벙커가 있다는 것인가.. 김창수는 자꾸만 생겨나는 의구심을 애써 숨기며 걸음을 옮긴다.

저벅. 저벅.

어두운 터널 안에 두 사람의 발소리가 유독 크게 울린다. 이윤희 역시 불안한 기운을 느꼈는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창수씨.. 이상해요.”

“....”

그 말에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김창수는 묵묵히 걷기만 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희미하지만 강렬한.. 절대 잊을 수 없는 냄새가 둘의 후각을 찌르기 시작했다. 우뚝. 기계적으로 걸음을 멈춰선 두 사람은 멍하니 어두운 터널 앞을 바라보기만 했다.

“차.. 창수씨.”

“어떻게..”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서서히 뒤로 물러나는 두 사람. 그럴수록 둘을 추격이라도 하듯 냄새가 더욱 짙어져간다. 분명 뭔가가 잘못되었다. 앞에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안전한 공간이 아닌 괴물들이 우글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 사람은 지체 없이 출구쪽으로 뛰기 시작한다.

타다다다.

그 발소리가 터널안에 크게 울려 퍼진다. 그래서일까. 터널 반대 편에서 희미하지만 강한 소리가 두 사람의 귀로 강하게 꽂힌다.

위이잉-

거대 모기의 날갯짓이 머릿속에 상상되며 온 몸에 소름이 주욱 돋는다. 녀석의 빠른 속도라면 잡히는 것도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이런 어두운 공간에서는 녀석을 향해 총알을 날릴 수도 없다.

위이이잉-

점차 소리가 커져간다. 마치 지척에 있는 듯한 느낌에 두 사람은 뒤를 보지 않고 이제 곧 보이는 빛을 향해 빠르게 뛰어간다. 벌렁거리는 심장과 터질듯한 폐 때문에 금방이라도 다리가 풀릴 것 같지만 멈출 수가 없다.

“조.. 조금만 더!”

가까워진다. 몇 걸음만 더. 이동하면 출구다. 그렇다고 해서 녀석에게 완전히 풀리는 것은 아니지만 밝은데에서 김창수의 사격술이라면 녀석에게 충분히 타격을 줄 수 있을 터.

위이잉-

하지만 녀석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희미하게 빛나는 빛 사이로 보이는 녀석의 모습. 기다란 다리를 뻗어 두 사람을 잡으려고 했지만 급박한 상황에 평균 이상의 능력을 발휘한 둘을 잡아낼 수는 없었다. 찰나의 순간으로 둘을 놓친 녀석은 분한듯 이리저리 날아다니기만 했다.

“허억.. 허억.”

어정쩡한 자세로 바닥에 쓰러진 두 사람은 터널에서 나오지 못하고 안절부절하는 녀석을 보고서 숨을 골랐다.

위이잉-

바로 앞에 있는 먹잇감을 위해 몸을 앞으로 빼려고 하지만 밝은 빛 때문인지 녀석이 몸을 웅크리며 물러난다. 천만다행으로 살아남은 두 사람은 점차 어둠속으로 몸을 숨기는 녀석을 보고서 바닥에 벌렁 누워버렸다.

“하아.. 하아.”

마지막 안식처라고 생각했던 곳도 녀석들에 의해 점령당한 상태였다. 숨을 고르자 밀려드는 절망감.. 이제 안전한 곳은 없단 말인가. 몸을 일으켜 어두운 터널을 멍하니 바라본다.

“호오~ 용케도 살아남으셨군요.”

사람 목소리. 뒤에서 들려온다. 번개처럼 뒤를 돌아보는 김창수의 눈에 하얀 가운을 입은 30대 초반의 남자가 보였다. 왼쪽 가슴 쪽에 새겨진 KSS 라는 스펠링. 그것을 본 김창수의 눈매가 좁혀진다.

‘국제과학기술..?’

그 표정을 재미있는 듯 관찰하는 듯한 눈으로 보던 남자는 웃으며 말했다.

“운이 상당히 좋으시네요. ‘대부분’ 죽어나가는데 말이죠.”

그 말에 몸을 움찔거린 김창수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두 눈동자를 미세하게 떨며 물었다.

“다.. 당신이 사람들을?”

“....”

긍정도 부정도 없이 김창수를 응시하기만 하는 남자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태도에 순식간에 오르는 열을 주체하지 못하고 남자에게 빠르게 다가간 김창수는 남자의 멱살을 강하게 움켜잡았다.

“이 개자식!”

단단히 잡은 멱살을 서서히 들어올리며 남자를 죽일 듯이 노려보는 김창수. 하지만 남자는 태연한 표정을 유지하며 말했다.

“이런다고 해결되는 줄 아시나요? 위험한 순간에 왜 동물처럼 변모하는지 모르겠군요. 인간들이란..”

“이.. 빌어먹을 자식이!”

금방이라도 남자의 얼굴에 주먹을 한 대 먹여줄 기세다. 그 둘의 모습을 보고 있던 이윤희가 얼른 김창수의 손을 뜯어 말렸다.

“그만해요. 창수씨. 이 사람 말대로에요.”

“....”

이윤희의 말에 김창수는 부르르 몸을 떨며 남자를 놓아주었다. 잔뜩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정리하는 남자는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도 당신들은 운이 좋은겁니다. 저를 만났으니까요.”

“무슨 뜻이죠?”

“살수 있다는 거지요. 따라오세요.”

휙 몸을 돌려 시청 쪽으로 빠르게 걸어나가는 남자. 그 뒷모습을 한동안 바라보던 두 사람. 어느 순간 시야에서 점차 멀어지려는 남자를 인식하게 되자 빠르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평소 깔끔했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는.. 폐허처럼 변해버린 시청. 곳곳에 깨진 유리창들과 보기 흉하게 일그러진 벽들. 그리고 은은하게 퍼지는 뇌리에 깊게 박혀버린 역겨운 냄새.

‘이런 곳에 왜..?’

아무리 봐도 몸을 숨길 만한 곳은 보이지 않는다. 평소 인터넷으로 보던 시청 그대로의 구조다. 설마 거대 모기들에게 우리들을 유인하기 위한 것은 아닐까. 이윤희 역시 김창수와 같은 마음인지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저벅. 저벅. 저벅.

그러거나 말거나 앞에서 걷고 있는 남자는 빠르게 속도를 내어 1층의 계단 옆으로 빠져 걸음을 멈췄다.

“....”

단순한 벽. 이곳에 뭔가가 있다는 것인가. 두 사람은 의심 섞인 눈초리로 남자의 행동을 가만히 관찰했다. 그 둘의 시선을 느꼈는지 남자는 흰색 가운 주머니에서 작은 마그네틱 카드를 꺼내 보이지도 않는 벽에 가만히 갖다대었다.

삐빅-

그리고 들려오는 기계 소리. 촤르르르. 쇳 소리가 나며 서서히 위로 열리는 문. 어른 한명은 거뜬히 들어갈 수 있는 구멍이 만들어지자 그 속으로 들어가는 남자.

“....”

이런 공간이 있었다니.. 김창수는 멍한 눈으로 문 안쪽을 바라보기만 했다. 반면 상황파악이 빠른 이윤희는 김창수의 손을 잡고 어두운 공간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촤르르르.

이윽고 서서히 닫히는 문. 처음부터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어둡고 단단한 벽에서는 고요한 소리만이 울려퍼질 뿐이었다.

ㅡㅡㅡㅡ

파다다닥.

거칠고 빠르게 날갯짓을 한 끝에 일정 부분에 도착한 녀석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과 같은 검은 색의 흔적을 가진 것을 찾기 위해 이곳까지 왔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낯설고 위험해보이는 것들 뿐이었다.

키이이-

게다가 어느 순간 이어지던 검은 색의 흔적도 완전히 사라진 후였다. 이렇게 넓은 공간에서 그 흔적을 찾아내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보인다. 녀석은 빠르게 날개를 움직여가며 고요한 도시를 누비기 시작한다.

파다다닥.

그렇게 한참을 찾아 헤매도 그 흔적을 잡아낼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도시의 가장 높은 곳에 오른 녀석은 가만히 아래를 훑어 보기 시작했다. 한참을 이리저리 훑어 보던 녀석의 고개가 살짝 움직인다. 그 시선을 따라가보니 시청 쪽 어두운 공간에서 뭔가가 희미하게 움직이고 미약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키이-

이 실망감을 풀기 위해 뭔가를 부셔야겠다고 생각한 녀석은 그 쪽으로 빠르게 날아가기 시작한다. 시청과 녀석이 있던 곳의 거리는 꽤 되지만 엄청난 속도의 비행 때문인지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은 2~3분도 걸리지 않았다.

파다다닥.

어두운 터널 앞에 착지한 녀석은 아까 소리를 냈던 녀석이 있는지 가만히 터널 안을 바라보았다. 한참을 바라보던 시선을 느꼈는지 이내 소리의 주인공이 터널 근처로 다가온다.

키이이-

그리고는 뭔가 이상한 것을 느꼈는지 대가리를 흔들어대며 녀석을 향해 다리를 뻗어대는 거대 모기. 그 호의적인 행동에 보답하기라도 하듯 녀석은 빠르게 거대 모기에게 다가갔다. 비정상적으로 빠른 속도에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거대 모기는 뒤쪽으로 향해 도망가려고 했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빠각.

목표물을 완전히 때려 눕힌 녀석은 바닥에 추욱 늘어진 거대 모기의 몸통들을 천천히 입안에 넣기 시작한다.

콰드득. 콰득.

단단한 살점들을 베어 물때마다 퍼지는 낯설지 않은 향에 녀석의 식사는 멈출 줄을 몰랐다. 하지만 그렇게 이어지는 것도 잠시.

위이잉-

저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익숙한 소리에 고개를 돌린 녀석은 입안에 있는 내용물들을 바닥에 뱉어내고는 터널 깊숙한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어둡고 긴 공간을 조금 걸어가자 천장에 불이 환하게 들어온다. 사람 한 명만 지날 정도의 좁은 통로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갈림길이 전부다. 멍한 얼굴로 앞에서 걷고 있는 이윤희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는 김창수는 그녀의 목소리에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저벅. 저벅.

좁고 습한 공간이라 그런지 폐에 전해지는 무언의 무게감이 있다. 게다가 천장까지 가득 울리는 발소리. 사람의 심리를 묘하게 긁어내는 뭔가가 있었다. 제일 앞에서 걸어가던 남자가 왼쪽 갈림길로 틀었다. 망설일 것 없이 남자의 뒤를 따른다.

저벅. 저벅.

오른쪽에는 뭐가 있을까 하는 묘한 호기심에 사로 잡히지만 일단은 조용히 지내는 수 밖에 없다. 지금 상황에서 여기가 안전한 공간이 될 수도 있기에 무리한 행동은 삼가는 것이 좋았다. 왼쪽의 길로 틀어 조금 더 걷자 앞에 꽤 커다란 크기의 쇠문이 단단히 닫혀 있는 것이 보인다.

저벅. 저벅.

남자는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서서히 닫히는 문틈 사이로 손을 넣은 이윤희 역시 안으로 들어갔고 김창수도 마찬가지다.

삐- 삐- 삐-

15평은 되어 보이는 공간. 온통 백색으로 칠해져 있는 내부 가운데에는 수십개의 모니터들이 다닥다닥 붙어져 있었고 그 좌우로는 특이한 프로그램들이 가득 띄워져 있는 컴퓨터들로 주욱 늘어져 있었다. 그 중 가운데 의자에 앉은 남자는 키보드를 두드려가며 화면들을 바꾸기 시작했다.

“앉으세요. 의자는 대충 골라 잡으시고.”

여전히 화면을 돌려가며 말하는 남자. 멀뚱히 서있던 두 사람도 양 옆으로 아무렇게나 놓여진 의자를 끌어 당겨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남자의 뒤로 앉았다.

삐- 삐- 삐-

익숙치 않은 신호음. 남자는 그 소리에 맞게 키보드를 두드려댔고 이어 화면이 바뀌기 시작했다.

“아..”

그 바뀐 화면을 통해 보여지는 것은 한창 식사중인 모기의 모습이 잡혔는데 아래에 깔린 사람이 비명을 지르며 헤어나오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모습이 생생하게 눈에 잡혔다. 그 모습을 중요한 한 장면이라도 되는양 뚫어져라 그것을 보는 남자가 정상인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으아악!”

화면을 통해 전해오는 생생한 고통소리에 그 사람의 상황이 남일 같지만은 않았다.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던 김창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남자에게 다가갔다.

“당신.. 미쳤어?”

“뭐가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다시 화면을 전환하는 남자. 그 여유로운 태도에 김창수는 이를 부득부득 갈며 남자의 멱살을 잡으며 말했다.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멱살이 잡힌채 김창수는 가만히 보던 남자는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 보면 모릅니까? 관찰중이잖아요.”

“..관찰?”

“그럼 당신 눈엔 뭐로 보이는데요?”

“단순히 살인을 즐거워하는 미치광이로!”

“틀렸습니다.”

끼익.

그 때 뒤에서 문이 열리며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안에 있는 김창수와 이윤희를 보고는 놀란 얼굴을 하며 더듬거리며 말했다.

“선배.. 누구?”

뜻하지 않은 사람과의 조우에 김창수는 잡고 있던 멱살을 풀어주었고 남자는 다시 옷매무새를 다잡으며 여자에게 걸어갔다.

“그냥 불쌍해 보여서 데려왔어. 그보다 결과는?”

남자의 말에 여성은 어두운 얼굴을 하며 말했다.

“좋지 않아. 실험체 대부분이 오래 살지 못해.”

“얼마나?”

“길어야 한달.”

“늘릴 수는 없나?”

“최대야. 평균이 보름이고.”

“그래?”

삐- 삐- 삐-

둘의 심각한 대화도 잠시 다시 들려오는 기계음에 남자는 번개처럼 모니터 앞에 앉았다. 그 모습을 허탈하게 보던 김창수와 이윤희에게 여성이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선배가 데려온거 맞아요?”

그 말에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두 사람. 여성은 모니터에 열중하는 남자의 모습을 힐끔 보고는 두 사람을 문쪽으로 끌고 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이상한.. 일 당하지는 않았나요?”

“..이상한 일이라면..?”

“아.. 그게.”

“거대 모기들이 판치는게 이상하다면 이상한거죠.”

여성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문을 열면서 말했다.

“다행이네요. 그럼..”

다시 닫히는 문. 그 문을 멍하니 보고 있던 김창수는 또 다른 갈림길에 저 여자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김창수는 다시 남자의 옆으로 다가가 말했다.

“당신이 하는 일이 정확히 뭡니까.”

“관찰하는거죠.”

“..해서 뭘 얻는건데요?”

“인류의 생존.”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하는 남자를 가만히 보던 김창수는 아예 의자를 끌어와 그 옆에 앉으며 말했다.

“정확히 무슨 뜻입니까. 이런 상황에서 인류의 생존이라니?”

“곧 지구가 망하는건 알죠?”

“예.”

“그럼 가만히 앉아 죽기만을 기다리면서 살거에요?”

“어쩔 수 없잖아요.”

김창수의 말에 남자는 처음으로 그의 얼굴을 보며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죠. 운석이 떨어지면 환경이 급격히 바뀔거에요. 그럼 거기에 맞춰 살아갈 무언가가 필요하단 말입니다.”

“무언가라면..”

삐- 삐- 삐-

다시 울리는 기계음. 그리고 모니터에 몰두하기 시작하는 남자. 김창수는 바뀐 모니터 화면을 유심히 보다가 방금전 남자가 했던 말을 천천히 곱씹어 보았다. ‘맞춰 살아갈 무언가.’ , 갑작스럽게 나타난 거대 모기들. 무차별적으로 죽어나가는 사람들.

“당신.. 설마?”

김창수의 두 눈살이 부르르 떨리며 남자를 죽일 듯이 노려본다. 그 시선을 느꼈는지 남자 역시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것. 제가 발명한겁니다.”

삐- 삐- 삐-

“....”

모든 사건의 원흉이 바로 눈 앞에 태연히 모니터를 보고 있다. 경찰 생활을 하며 자신에게는 큰 형과 다름 없었던 박반장의 죽음의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무고한 사람들이 삽시간에 죽어나가며 이 대한민국을 공포로 몰아 넣은 사람이 바로 눈앞에 있다. 그것도 목숨이 보장되어 있는 공간에 태연히 앉아 사람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관찰해 나가고 있는 채로.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한거..지?”

끓어오르는 분노를 최대한 짓누르며 천천히 묻는 김창수. 그런 그를 힐끔 보던 남자는 태연하게 말했다.

“말하지 않았나요? 새로운 환경에 맞춰 살아갈 뭔가가 필요하다고? 거기에 맞춰 발명을 하며 실험을 하는 것 뿐입니다만?”

“이.. 미친 새끼..”

“미쳐? 내가? 어차피 사람은 1년 안으로 다 죽게 되어 있어. 그 시기가 앞당겨졌다고 해서 내가 미친 취급을 받아야 하나? 나는 인류의 진화를 위해 실험을 하는 것 뿐이라구. 당신들도 봐. 나 아니었으면 거기서 꼼짝없이 죽었겠지. 오히려 나에게 감사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 말을 끝까지 들은 김창수는 한 가닥 남아 있던 이성의 끈을 놓아버렸다. 성난 야수처럼 남자에게 돌진하듯 받아버린 김창수는 바닥에 쓰러진 남자 위에 올라타 무차별적으로 주먹을 날려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일어난 행동에 당황한 이윤희가 김창수를 말리려고 했지만 연약한 여성의 몸으로는 무리였다.

퍼억. 퍽. 퍽.

속수무책으로 공격당하는 남자는 고통 스러운 얼굴이나 신음소리를 내지 않은채 묵묵히 그것을 견뎌내며 웃고 있었다. 그 섬뜻한 모습에 더욱 자극이 된 김창수의 공격은 쉽게 사그러들 줄 몰랐다.

“그만해요. 창수씨!”

낯선 그의 모습에 이윤희가 어떻게든 떼어내려고 했지만 애초에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그에게 그녀의 모습이 보일리 만무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느새 그녀의 곁에 다가온 여성이 빠르게 김창수에게 다가가 날카로운 주삿바늘을 목에 꽂아 넣었다.

우뚝.

순간 기계처럼 몸을 멈춘 김창수는 그대로 옆으로 쓰러져 버렸고 몸을 툭툭 털며 일어난 남자는 입가에 흐르는 피를 대충 닦아 내고서 모니터 앞에 앉았다. 얼굴에 크고 작은 상처와 흐르는 피에 신경쓰지도 않은 남자의 모습에 소름이 돋은 이윤희는 바닥에 죽은 듯이 누워 있는 김창수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잠깐.”

옆에 서있던 여성이 이윤희의 손목을 잡고 밖으로 끌고 나왔다. 힘없이 딸려나온 이윤희는 벌렁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한채로 멍한 눈으로 자신 눈앞에 서있는 여성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맞아요. 선배가 하는 일.. 곧 멸망하는 인류를 위한 ‘실험’이에요.”

“그 실험이라는게 모기들을 통해 하는 건가요?”

“네. 그쪽이 더 균을 빠르게 확산시킬 수 있으니까요. 보셨죠? 모기에 물린 사람들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변해버린 사람들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닌 하나의 거대한 괴물에 불과했다. 그리고 무작정 자신에게 달려드는 모습. 지난 짧은 시간 동안 절대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그게 무슨 관련이 있다는 거죠?”

“후우.. 그게.”

여성은 긴 한숨을 쉬더니 말을이었다.

“1년 전에 발견된 거대 모기 화석이 발견된 것이 화근이었어요.”

“화석..?”

“네. 그 화석 안에 있는 모기가 선배의 연구실로 오게 되면서 시작되었죠. 그 화석은 어림잡아도 몇 천년. 어쩌면 그 이상 일수도 있는 성분을 함량하고 있었어요. 당시 그와 동일한 년도의 화석이 발견되는 일은 없었기에 연구자들 끼리에서는 하나의 이슈가 되기도 했었죠.”

“그런데요?”

“선배는 거기서 하나의 가능성을 연구하기 시작했죠. 형태가 온전한 모기 화석의 성분을 채취해 그것을 본격적으로 실험을 하기 시작했어요. 몇 천년이라는 세월 동안 고스란히 그 때의 모습을 간직해 온 모기의 모습을 보고 인간들에게도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잡혔던 거에요.”

여성은 그 때의 일이 아직도 생생한지 두 눈가가 촉촉이 젖어들어갔다.

“그게.. 헛된 망상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죠. 하지만 선배가 무언가에 집중하며 연구하는 모습은 처음이었어요. 늘 술과 함께 살아가던 선배에게 작은 희망이 생겼던거죠. 그리고.. 저 역시 죽기 싫었거든요. 이 나이에 그렇게 허무하게 간다는 것이 억울했어요.”

“....”

“그래서 무작정 선배를 돕게 되었죠.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1년도 남지 않은 상태였죠. 모기 성분을 채취하는데 까지는 성공했지만 이것을 어디에 써야할지가 문제였어요. 본래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 만든 것이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사람들에게 성분을 주입해야 했지만 겁이 났죠.”

여성은 이슬처럼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처음.. 개나 고양이에게 이 성분을 주입했어요. 하지만 반나절 만에 이상한 모습으로 변이한 채로 죽어버리더군요. 거기서 절망을 느꼈죠. 아. 우리가 그동안 해왔던 것들이 모두 허무한 꿈에 불과한거였구나.. 하고. 하지만 선배는 포기를 몰랐어요. 그 일이 있은 후 오히려 더 광적으로 집착하게 되었죠. 그렇게 한 달.. 그 정도가 지난 후에 다른 성분을 개발한 선배는 인간을 대상으로 그 실험을 하기로 결심한거죠.”

“....”

“기다리며 경과를 지켜보는데에는 시간이 너무 걸린다는 계산이 나왔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곧 떨어지는 운석에 대비하려면 지금부터 준비한다고 해도 이미 늦은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우리들은 모기들을 한데 모아 그 성분을 주입시키기로 했어요. 아무래도 같은 종류다보니 그것을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거라는 가정하였죠.”

“그럼.. 최초 감염은 당신들이 만들어낸 그 모기들을 통해?”

“네.. 어느 정도 예상하기는 했지만 사태가 이정도로 심각해 질줄은 꿈에도 몰랐죠.”

이윤희 역시 김창수의 그런 돌발적인 행동이 이해가 되었다. 평범했던 나날들이 하루아침에 송두리째 바뀌어 버리며 괴물들에게 쫓기며 목숨을 간신히 건지며 살아왔다. 그 모든 일의 장본인이 바로 눈 앞에 있으니 좋은 감정으로 사람을 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후우..”

그런다고 해서 생겨버린 일들을 돌릴 수는 없는 노릇. 이윤희는 한숨을 쉬고서 말했다.

“그럼.. 돌릴 방법은 이제 없어요?”

“..네.”

“아까 말하던.. 그 한달이라는건 거대 모기들의 수명인가요?”

“..네.”

“결국.. 실험은 실패한거네요?”

여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지만 선배는 완전히 납득하고 있지 않아요. 오히려 다음 실험 절차를 준비하고 있어요. 이젠 정말..”

이내 말 없이 눈물을 떨구며 어깨를 들썩이는 여성. 이윤희는 여성의 흔들거리는 어깨를 단단히 붙잡고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종료시킬 수 있어요?”

“이미.. 일어난.. 일은.. 어쩔..수가 없어..요.”

“..한 달. 한달 후면 괴물들이 다 죽는다는 말 사실이에요?”

“....”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여성. 이윤희는 눈매를 좁히며 물었다.

“그건 어떻게 알고 있었죠?”

“선배 몰래.. 실험을 하기전 실험을 하던것이 있었는데.. 정확히.. 한 달을 채우고 죽어버렸어요.”

“....”

“이제 돌이킬 수 없어요..”

“그럼 정부에 알려요. 한 달 동안만 조심하면 된다고.. 그럼 되잖아요?”

“!!”

순간 여성의 표정이 삽시간에 변해버렸다. 무언가를 잘못 보기라도 하듯 두 눈동자가 파르르 떨린다. 이윤희 역시 불안한 기분을 애써 숨기며 고개를 천천히 돌리자 좁은 문틈 사이로 보이는 남자의 한쪽 눈동자가 보였다.

“흐읍.”

헛바람을 들이키며 문에서 주춤주춤 물어난 두 여자. 이내 완전히 문이 열리며 모습을 드러낸 남자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정말 재밌는 얘기를 하고 있더구나. 응?”

천천히 몸을 이끌고 나온 남자의 한손에는 아까 여성이 김창수에게 사용한 비슷한 주사기 여러개가 들려 있었다. 이대로는 위험하다라는 신호가 온 몸을 지배했지만 이런 좁은 공간에서 온전히 피해내기란 어려움에 가까웠다.

“서.. 선배.”

두려움에 질린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보는 여성. 그런 여성을 재미있다는 듯 낮은 웃음을 흘리며 남자가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천천히 걷던 속도가 점차 빨라진다. 세 사람의 거리차는 불과 열 걸음도 되지 않는다. 곧 두 여자에게 접근하게 될 것이다. 남자는 주사기를 꽉 잡으며 말했다.

“사람은 항상 입이 문제지..”

“서, 선배..”

공포에 질린 얼굴로 서서히 물러나는 여성. 이윤희 역시 여성 쪽으로 붙는다. 좁은 공간 내에서 남자의 공격을 온전히 피해내기란 어려울 것이다. 그런 것을 간파했는지 남자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에게 급격히 다가간다.

“끝나지 않았어.. 이제 시작일 뿐이라구..”

뭐에 홀리기라도 하듯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걸음을 옮기는 남자. 아까 전 김창수에게 당했던 것 때문인지 얼굴 군데군데에는 차마 마르지도 않은 핏물들이 미세하게 흘러내리고 있다.

“....”

이대로 가다가는 남자에게 당할지도 모른다. 여성은 차분한 얼굴로 이윤희를 옆으로 밀어내며 말했다.

“선배 잠깐만.. 내 말 좀 들어봐.”

그 말이 꽤나 효력이 있었는지 남자는 여성 앞에 멈춰섰다. 태옆이 풀려버린 인형처럼 고개만 까딱거리는 남자.

“이.. 실험은 실패한거나 마찬가지야. 선배. 아직도 모르겠어?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건 살인이라구!”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남자는 마지막 살인이라는 말에 고개를 번쩍 들더니 주사바늘 두 개를 앞으로 빠르게 뻗었다.

푸욱.

“커.. ㄱ"

목 부위에 박힌 주사바늘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눈동자를 미세하게 떠는 여성.

스르르.

그리고 힘없이 바닥에 늘어져버리는 여성. 남자는 그것을 빤히 보더니 고개를 들어 출구 쪽으로 다가가려는 이윤희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저벅. 저벅. 저벅.

좁은 통로 안에서 남자가 내는 발소리가 유난히 거대하게 느껴진다. 이윤희는 어둡고 습한 통로를 지나 출구 쪽으로 전속력으로 뛰어간다. 하지만 남자의 속도 역시 만만치 않다. 곧 따라잡힐 것이다.

“이제 시작이야..... 이제 시작이라구..”

같은 말만 중얼거리며 이윤희에게 다가가는 남자. 빠르게 걸어오는 남자를 힐끗 보던 그녀는 출입구에 다다랐지만 굳게 닫힌 문 때문인지 밖으로 나가지는 못했다. 철통처럼 그녀의 앞을 막고 있는 문을 보며 허망한 얼굴로 자리에 주저앉아 버리는 그녀.

“이제..”

어느새 다가온 남자는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며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하나의 악귀와도 같아서 그녀는 떨려오는 숨을 격하게 내쉬며 남자에게 발길질을 해대기 시작한다.

팍. 팍. 팍.

하지만 별 타격을 받지 않는 듯 마구잡이로 발길질을 해대는 그녀에게 다가간 남자는 두 손을 곧게 뻗어 얇은 그녀의 목을 천천히 압박해가기 시작했다.

“크.. 큭!”

목에 가해지는 고통에 사지를 버둥거리며 남자를 밀어내려고 하지만 애초에 남녀가 가진 힘의 차이는 분명했기 때문에 온전히 떨쳐내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시작이라구.. 이제야 겨우..”

기계처럼 중얼거리며 이윤희가 고통스러워 하는 얼굴을 찬찬히 관찰하기라도 하듯 두 눈을 부릅뜨는 남자의 모습은 이미 인간의 기준을 넘어섰다. 30초.. 1분 가량 지속되는 시간에 이윤희는 점차 몸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끼며 사지를 추욱 늘어트린다.

“흐흐.. 흐흐흐흐.”

힘없이 늘어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낮은 웃음을 흘리는 남자는 손에 쥔 힘을 점차 강하게 하며 그녀를 더욱 압박해간다.

파악.

그 때 박이 쪼개지는 소리와 함께 남자의 신형이 그대로 이윤희의 상체를 덮어 버린다.

“허억!”

순식간에 폐에 전해지는 공기 탓에 곧바로 움직이지 못하는 그녀. 이내 소리를 낸 장본인이 남자의 신형을 옆으로 밀어버리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아.. 창..수씨.”

세상에 이런 구원자가 있을까. 김창수의 얼굴을 보자마자 금세 눈물을 흘리는 그녀.

“괜찮아요?”

“....”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김창수의 손을 잡고 일어서는 이윤희. 그리고 바닥에 힘없이 숨 쉬고 있는 남자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그리고는 멀쩡히 서있는 김창수를 올려다 보며 물었다.

“어떻게 된거에요?”

“아, 그게..”

김창수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주사를 놓은 순간 저 여자가 그러더군요. 부탁한다고.. 그게 무슨 뜻인지는 몰랐었는데 이제야 알겠더군요.”

“그럼.. 창수씨가 쓰러진 건 단순히 연기에요?”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왠지 그래야만 저 사이코가 믿을거 같았거든요.”

“아..”

김창수는 이윤희의 어깨를 두드려주고서 바닥에 쓰러진 남자의 양 다리를 잡고 실험실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중간에 쓰러진 여성은 이윤희가 맡아 두 사람 모두 실험실 안으로 들어와 구석에 놓여진 케이블 전선 여러개를 꺼내 남자의 사지를 묶어 버렸다.

“후우..”

“하아.”

깊은 숨을 내쉬며 실험실 바닥에 주저앉아 버린 두 사람.

삐- 삐- 삐-

그와 동시에 울리기 시작하는 기계음. 천천히 모니터 화면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두 사람. 그리고 비춰지는 거대 모기의 사냥모습. 울려퍼지는 사람의 고통스러운 비명소리. 점차 미라처럼 변해버리는 사람. 그것을 보며 인상을 찡그린 이윤희는 고개를 돌려 버렸고 김창수는 주먹을 굳게 쥐었다.

“모든 일이 저 남자 때문에 일어난거에요. 여기서 저 작자를 없애야 해요.”

“....”

틀린 말도 아니었기에 이윤희는 무거운 침묵을 지켰다.

삐- 삐- 삐-

다시 울리는 기계음에 김창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컴퓨터 쪽으로 걸어가 모니터들을 훑어 보고서는 시스템을 종료 시켜버렸다.

“....”

그제야 잠잠해진 실험실 안. 김창수는 바닥에 엎드려 미세하게 숨을 쉬고 있는 남자를 가만히 보더니 천천히 걸음을 떼기 시작한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키이이-

음침하고 습한 곳에 갈수록 익숙한 느낌에 녀석은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한다. 그런 도중 바로 지척에서 떡 하니 버티고 있는 다른 거대 모기를 발견한 녀석은 그 자리에 멈춰 거대 모기를 지긋히 올려다보았다.

키이이-

어두운 공간이지만 두 녀석에게는 상관 없는 듯 하다.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던 두 녀석은 상대가 아군이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 인식하고 있었다. 짧고 무거운 침묵 속에서 먼저 움직인 것은 거대 모기었다.

키이이이-

녀석을 잡기 위해 날카로운 여러 다리들을 쭈욱 뻗어내며 앞으로 나아가는 거대 모기. 그 짧은 순간에서 폭발적으로 내는 엄청난 속도와 파괴력. 아무리 녀석이라고 해도 온전히 맞는다면 버텨내기 힘들 것이다.

파다다다.

하지만 녀석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거대 모기와 마찬가지로 순간적으로 내는 엄청난 속도를 이용해 뒤로 주욱 물러난 녀석은 거대 모기의 일격을 깔끔히 피해낸 후 빛처럼 앞으로 뻗어나가 거대 모기의 여러 다리를 단번에 손으로 내리쳤다.

빠각. 빠가각.

보기 흉할정도로 여러 다리가 부러지자 거대 모기는 괴로운 괴성을 지르며 녀석에게서 멀어지기 위해 거리를 벌리기 시작한다.

파다다다.

상대방의 그런 절박한 태도가 상당히 흥미로운지 녀석은 망설이지 않고 그대로 거대 모기의 뒤를 쫓았다. 비행 능력에 있어서는 두 녀석 모두 비슷한 상황이므로 쉽게 거리가 좁혀지지는 않았다.

위이잉-

빠르게 날갯짓을 하며 거대 모기가 몸을 숨긴 곳은 한쪽 문이 열려 있는 거대한 철문이었다. 자동적으로 그 철문 앞에서 멈춘 녀석은 철문 안에서 들려오는 무수히 많은 소리에 섣불지 움직이지 않고 뒤로 살살 물러나기 시작했다. 숫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다. 무턱대고 안으로 들어간다면 허망하게 죽어버릴 것이 뻔하다.

키이이-

그럴 바에 이렇게 좁은 공간에서 여러 마리의 녀석들을 상대하는 것이 나았다. 녀석은 작은 소리를 내며 물러났다. 그 소리가 녀석들에게는 도발로 통했는지 이내 한 녀석이 거대한 철문 사이를 비집고 나와 녀석의 앞에 떡 하니 버텨 섰다.

키이-

자신의 계획대로 흘러가자 녀석은 기쁜 듯 자잘거리는 소리를 내며 자신의 앞에 서있는 거대 모기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키이이-

낮은 소리를 내며 거대 모기는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 방금 전 동료가 처참하게 당한 꼴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방심할 수 없는 상대라고 판단했는지 그 자리를 지키기로 했다. 만약의 상황이라도 동료처럼 당하기는 싫은 모양이다.

키이-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녀석은 천천히 거대 모기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눈에 띄게 움찔거리는 거대 모기. 겁을 먹고 있다는 것이다.

키이-

그런 거대 모기의 상황이 파악 되자 녀석은 그대로 번개처럼 튀어 올라 양손을 크게 휘둘렀다.

파악.

무언가가 크게 터지는 소리와 함께 서서히 쓰러지는 거대 모기. 녀석은 만족스러운 듯 바닥에 추욱 늘어진 거대 모기를 가만히 보더니 다리 한쪽을 뜯어 입가에 가져갔다.

콰드득. 콰득.

그리고 씹어대는 녀석. 마치 자신의 존재 이유라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단단한 다리들을 거칠게 씹으며 어두운 통로를 가만히 바라본다.

위이잉-

그 순간 엄청난 바람 소리와 함께 거대한 무언가가 녀석의 신형을 쳐버린다.

파악.

엄청난 압박에 그대로 주욱 나가떨어지는 녀석. 족히 10미터 이상 뒤로 날아갔지만 받은 피해는 그리 크지 않은 듯 재빨리 몸을 일으킨 녀석은 어느새 자신 앞에 서 있는 모기들의 행렬을 보고 날개를 피기 시작했다.

키이-

이런 일을 기다리기라도 하듯 녀석은 날개를 빠르게 움직여 일렬로 늘어진 거대 모기들에게 빠른 속도로 날아가기 시작한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남자에게 다가간 김창수는 무릎을 꿇어 남자의 상체를 적당히 들어 올리고는 손을 높이 들어 강하게 내리쳤다.

짜악.

남자의 머리가 크게 꺾인다. 힘아리 없는 남자의 몸. 김창수는 아랑곳 하지 않고 다시 손을 높이 들어 남자의 얼굴을 가격한다.

짜악.

이번엔 반대로. 고개가 크게 꺾인 남자는 이내 머리를 미세하게 흔들더니 신음소리를 내뱉으며 눈을 떴다. 얼굴이 퉁퉁 부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통스러운 기색 없이 가만히 김창수를 보던 남자는 방 가운데에 있는 모니터가 꺼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버둥거리며 일어나려고 한다.

“이.. 이!”

하지만 남자의 사지는 전깃줄로 단단히 묶여 있는 상황. 그 행동을 경멸스럽게 빤히 보던 김창수는 손가락으로 모니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당신 따위에게 아량을 베풀 마음은 없으니 각오해.”

“흐으.. 흐으.”

분한 듯 격한 숨을 내쉬며 매서운 눈을 한 남자는 김창수를 뚫어버리듯이 노려보기만 했다. 김창수는 남자의 그런 시선을 여유롭게 받아내며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여성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여자는?”

“....”

강한 부정의 뜻을 비추며 노려보기만 하는 남자를 가만히 보던 김창수는 손을 들어 남자의 얼굴을 강하게 가격한다.

퍼억.

고개가 크게 돌아가며 상체가 옆으로 쓰러진다. 쿠당. 거리는 소리와 함께 남자가 흐느적 거리며 일어나려고 애쓰지만 단단히 묶여 있는 사지 때문에 그럴수가 없다. 김창수는 느릿하게 남자에게 다가가 머리채를 잡아 당겼다.

“말해.”

“....”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임을 알고 있기는 한지.. 남자는 굴복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김창수를 노려보기만 했다. 그 굳건한 태도에 김창수는 얼굴색 하나 안변하고 다시 손을 높이 들었다.

“그만해요!”

그 때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김창수는 손을 멈췄고 그에게 가까이 다가온 이윤희가 손을 강제적으로 내려 놓으며 남자에게 다가가 말했다.

“우리에게 협조하는게 좋을거에요. 잘만하면.. 당신을 풀어줄거니까.”

“....”

말 없이 이윤희를 죽일 듯이 노려보던 남자의 눈이 서서히 사그러지는 듯한 착각이 든다. 이내 남자의 고개가 땅으로 푸욱 꺼지며 한동안 격한 숨소리를 낸다. 이어 고개를 천천히 든 남자는 입안 가득 고인 피를 뱉어내며 말했다.

“살려달라고는 안한다. 다만 내 연구를 끝내게만 해줘. 그럼 저 여자를 살려주지.”

“..이대로 있으면 죽어버리나요?”

이윤희의 말에 바닥에 쓰러져 미약하지만 격한 호흡을 하는 여자를 빤히 보던 남자는 양볼을 씰룩거리며 말했다.

“길면 10분이다.”

이윤희와 김창수는 서로를 보며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 남자 말대로라면 자신들에게 도움을 준 여성이 죽게되는 것은 기정사실화되어 있다. 그렇다고 10분이란 시간동안 남자를 풀어준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

둘은 오래 생각하지 않았다. 남자를 예의주시하면 문제가 될리 없다고 생각했는지 김창수가 낮지만 강한 목소리로 물었다.

“확실히 저 여자는 살릴 수 있는건가?”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거짓말을 해서 뭐하겠나.”

“허튼 수작 부리면 재미 없을 줄 알아.”

김창수는 빠르게 움직여 남자의 두 다리가 자유롭도록 풀어주었다. 홀가분해진 다리를 이리저리 움직이던 남자가 두 팔을 주욱 내밀었다.

“팔은 안해주나?”

“움직이기만 하면 되잖아.”

그 말과 함께 거칠게 남자를 일으킨 김창수는 후들거리며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남자를 문 쪽으로 밀며 말했다.

“빨리 움직여.”

“....”

남자의 고개가 살짝 옆으로 틀어진다. 그 작은 행동에 민감하게 반응한 김창수가 거칠게 몰아 붙인다. 퍼억. 그제서야 느릿하게 문 밖으로 나가는 남자. 김창수는 얼른 바닥에 쓰러진 여자를 등에 업고서 남자의 뒤를 따랐다. 이윤희도 그의 뒤를 따르며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로 했다.

저벅. 저벅. 저벅.

세 사람의 발소리가 작은 통로 안에 가득 울린다. 느릿하게 움직이는 남자를 닦달하며 이동한 끝에 처음 갈림길에서 오른쪽에 있는 실험실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역시 같은 종류의 재질로 굳게 닫힌 문을 살짝 열은 김창수는 내부를 대충 훑어 보았다.

평수는 전과 비슷한 수준이었고 정 가운데에는 커다란 실험관이 있었는데 익숙한 녹색의 모기떼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주위에 여러 도구들이 있었지만 활발히 움직이는 모기떼에게 완전히 시선이 뺏긴 김창수는 그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이.. 빌어먹을 새끼들 때문에..”

이를 갈며 실험관 안의 모기들을 노려보는 김창수. 적당한 부분에 여자를 내려 눕히고서 남자에게 눈짓을 한다. 뒤이어 들어온 남자는 커다란 실험관 옆에 있는 작은 냉장고 앞으로 걸어간다. 김창수는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더니 이내 실험관을 바라본다.

냉장고 앞으로 다가간 남자는 옆에 서있는 이윤희에게 말했다.

“문을 열면 중앙 부분에 흰색 액체가 담긴 주사기가 있을거야. 그걸 저 녀석에게 꽂아 주면 돼.”

남자의 말대로 이윤희는 냉장고의 문을 열어 액체가 담긴 주사기만을 꺼내 여자에게 다가갔다.

“....”

미약하지만 격하게 숨을 쉬는 걸로 보아 상당히 힘들어 보이는 것 같다. 이윤희는 얼른 여성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팔뚝 아무 곳에 주사기를 찔러 넣었다.

“....”

점차 줄어드는 액체를 바라보며 여성의 호흡을 가만히 지켜보는 이윤희. 이윽고 액체가 완전히 비어버릴 때 즈음 여성의 호흡도 차차 안정되어갔다. 그 모습에 안도의 숨을 내쉰 이윤희는 그 옆에 앉아버렸고 김창수는 고개를 돌려 냉장고 옆에 선 남자에게 말했다.

“이 빌어먹을 놈들을 죽일 방법은 없나?”

실험관을 가리키는 그의 손이 작게 떨린다. 분노를 최대한 절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남자는 김창수에게 만족스러운 답을 주지 않았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어차피 난 죽는 것 아닌가?”

“....”

말 없이 남자를 노려보던 김창수는 크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래. 넌 죽을거야. 하지만 착각하지마. 지금 난 너에게 부탁하는게 아니라 명령하는거다. 더 이상 제 멋대로 설치다가는 곱게 죽지는 못할거다. 내가 아는 방법 내에 네 놈에게 최대한의 고통을 주는 식으로 너를 천천히 죽여나갈거야.”

싸늘히 식은 안색으로 무미하게 말하는 김창수. 그 얼굴에서 절대 거짓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살벌한 기가 가득하다. 하지만 남자는 실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 곧 죽는 마당에 그런 것을 따져 무얼 한단 말인가. 네 멋대로 해라.”

“....”

가만히 남자를 보던 김창수는 천천히 남자에게 다가간다. 한걸음. 한걸음. 내 딛을 때마다 그의 모습은 마치 사냥감을 눈 앞에 둔 거대한 사자와 비슷했다. 그 모습이 겁에 질려 여러 말들을 토해낼 법도 한데 남자의 태도는 끝까지 여유로웠다. 그 여유로운 태도가 내내 거슬렸는지 남자에게 다가온 김창수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뭔가 숨기고 있지?”

“뭘?”

“그렇지 않고서야 네 놈이 그런 태도로 나를 볼 수 없어. 분명 뭔가가 있는거 아니야.”

“큭..”

남자의 입꼬리가 크게 올라간다. 이내 고개를 뒤로 젖히며 공간이 떠내려가라 웃어제낀 남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글세?”

그 유들거리는 태도에 먼저 반응한 것은 김창수의 주먹이었다.

퍼억.

강하게 얼굴을 가격한 주먹. 그 덕에 몸이 크게 옆으로 회전하며 바닥에 쓰러져버리는 남자. 여전히 고통스러워 하는 기색 없이 몸을 일으켜 김창수를 보며 말없이 미소를 짓는다. 그 기괴한 태도에 질려버릴 법도 하지만 김창수의 눈은 이성을 잃은 듯 했다.

퍼억. 퍼억. 퍼억.

거침없이 쏟아지는 주먹 세례에 피를 뱉어내며 바닥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남자. 사방에 튀는 피들을 보며 고개를 돌려버리는 이윤희. 그런 그녀의 눈에 순식간에 뭔가가 스쳐지나간다.

“!”

실험관 내에 모기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이리저리 날뛰던 녀석들이 갑자기 무언가 발견했다는 듯 한쪽 구석에 다닥다닥 붙어 모여 있는 꼴이 마치 없던 불안감을 만들어내기에 충분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천천히 실험관 쪽으로 다가가는 그녀.

슈우. 슈우우.

그 때 실험관 옆에 붙어 있던 검은 색의 작은 파이프가 수축되기 시작하면서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뭔가 불안하다. 그렇게 직감적으로 감지한 그녀는 바닥에 쓰러진 여성을 한쪽 어깨로 간신히 들쳐메고서 정신 없이 구타를 하는 김창수에게 말했다.

“창수씨.. 빨리 가요.”

하지만 김창수의 귀에 그녀의 목소리가 정확히 들릴 리가 없다. 이미 이성을 잃은 듯 무차별적으로 남자를 난타하는 그에게는 파괴욕구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서둘러 문 쪽에 여성을 눕힌 그녀는 빠르게 김창수에게 다가가 두 손을 강하게 잡았다.

“창수씨!”

그 소리에 기계처럼 우뚝 멈춘 김창수는 멍한 눈으로 이윤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러던 그 때.

슈우우. 슈우우. 슈우우우.

검은색의 파이프가 금방이라도 터질 듯하게 수축과 위축을 반복하며 기괴한 소리가 더욱 커져간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실험관 내부의 모기들이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멍하니 보던 둘과는 다르게 말없이 미소를 짓던 남자가 말했다.

“끝났어. 이제 네가.... 바라던 대로 모든게.... 끝났다.”

그 말을 남겨두고 정신을 잃은 듯 바닥에 추욱 늘어진 남자. 이어 기다란 파이프를 통해 자그마한 모기 녀석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것을 가만히 보던 김창수와 이윤희는 동시에 맞춘 것처럼 문 쪽으로 튀어나가며 여성을 대충 들어 올려 밖으로 달렸다.

타다다다.

둘의 다급한 발소리가 기다란 복도에 가득 울린다. 이러다가 꼼짝 없이 거대 모기들처럼 변할지 모르는 일이다. 지금 이 상황에서 최선책은 이곳을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지 출구 쪽으로 말 없이 달리는 두 사람.

타다다다.

다행히 출입구까지의 거리가 그리 길지 않았다. 빠른 시간내에 출입구 쪽에 다다른 두 사람. 하지만 한가지 간과하지 못한 사실이 있었다. 바로 굳게 닫힌 철문을 열 방법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말 없이 철문을 보던 두 사람은 연구소 관계자인 여성을 깨우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후우..”

다시 바닥에 여성을 조심스럽게 눕힌 두 사람은 몸을 흔들어가며 깨우기 위해 부단한 짓을 하지만 완전히 잠들어 버린 듯 여성은 아무런 움직임 조차 없다.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어나지 못하는 여성. 힘 없이 바닥에 주저 앉은 두 사람은 멍한 얼굴로 굳게 잠긴 철문을 바라보기만 했다.

키이이-

어두운 통로. 바닥에는 수 많은 거대 모기들의 몸체들이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다. 거기에 홍수처럼 차오르는 붉은 색의 액체들. 움직이는데 상당히 불편해 보이지만 지금 이 녀석들에게는 아무 상관이 없는 듯 하다.

키이이-

빠각.

한 번의 격돌. 그리고 쪼개지는 거대 모기의 대가리. 쓰러지는 거대 모기. 찰랑거리며 거세게 흔들리며 늘어나고 있는 액체. 그 위를 춤추듯 종횡무진하는 하나의 작은 녀석.

빠각.

통로가 길고 좁아 가능한 일이었다. 많게는 두 마리씩. 일정한 간격으로 한 마리씩 꼬박꼬박 해치우는데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눈앞에 있는 것을 때려 부수고 없애는 일 외에는 다른 일들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마침내 지치지 않을 것만 같던 육체도 서서히 한계에 다다른 듯 하다.

부르르르.

빠르고 거센 날갯짓이 서서히 느려져만 간다.

찰랑.

액체의 바로 위. 이대로 빠져버리면 무릎이 완전히 잠길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동하는데 많은 지장이 생긴다.

키이이-

녀석은 생각을 달리 한다. 뒤를 돌아 자신이 쓰러트린 녀석들의 몸체들을 대강 눈으로 훑는다.

키이이이-

그 여유만만한 태도에 앞을 막고 있던 거대 모기가 날카로운 기세로 날아든다.

휘이이이.

바람을 가르고 번개처럼 날아든다. 아무리 녀석이라고 해도 저것에 정통으로 맞는다면 성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녀석도 그것을 다 염두해 두고 있었는지 몸을 주욱 뒤로 뺀다.

키이이-

분한 듯 녀석을 노려보는 거대 모기. 이어질 반격에 대비해 거대 모기도 슬슬 뒤로 물러나지만 예상과 달리 녀석 역시 주욱 물러나기만 한다.

키이-

뜻밖의 상황에 당황한 거대 모기는 점점 멀어지는 녀석을 가만히 보기만 할 뿐 움직이지 않는다.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것에 단단히 질려 있는 듯 하다. 그 예로 앞의 많은 동료들이 허무하게 죽어나가지 않았던가.

키이이이-

길게 포효를 뱉은 거대 모기들이 다시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당분간은 혈투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파다다다.

녀석의 입장에서는 잘된 일이다. 체력적 한계가 있어 일보 후퇴를 한 것이 녀석들에게는 또 다른 위협으로 느껴진 것이다. 이대로 주욱 몸을 빼 체력을 비축하는 것이 우선이다.

찰랑. 찰랑.

날개의 힘이 거의 빠지기 시작한다. 액체에 무릎이 잠기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상황. 녀석은 깨끗하게 포기하고 액체에 다리를 담궈 이동하기 시작한다. 찰랑. 찰랑. 끈끈하고 찐득한 무언가가 두 다리를 감싸는 것 같아 이동하기가 꽤 버거웠지만 입구까지의 거리가 조금 밖에 남지 않았다.

찰랑. 찰랑.

거대 모기들의 몸체들을 주욱 보니 그동안 얼마나 많은 녀석들을 죽였는지 대충 가늠이 된다. 좁지만 넓다면 넓은.. 통로에 가득 채워지는 몸체들. 하지만 이것이 다가 아니다. 안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거대 모기들을 보니 아직 자신에게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남아 있는 건지도 모른다.

키이-

어느새 출구에 다다른 녀석은 근처에 있는 거대 모기의 몸체를 뜯어 입으로 가져간다.

콰드득. 콰득.

전투를 하는 상황에서는 이런 식으로 체력을 비축하는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물러난 것이다. 다시 벌어지는 전투를 위해서라면 지금 충분히 먹어둬야만 한다.

콰득. 콰드득.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맛이지만 체력 회복하는데 있어서 상당히 유용하다. 콰득. 콰득. 그렇게 멍하니 식사를 열중하는 도중 녀석의 귀로 낯선 소리가 들려온다.

쿠크크.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뭔가가 심하게 갈리는 소리가 난다. 무슨 소리일까. 묘하게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리에 녀석은 남은 거대 모기 몸체 일부분을 크게 떼어 한입 크게 물고서는 그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혈투는 궁금증을 해결하고 와서도 늦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한 것인지. 녀석의 관심은 온통 그쪽으로 쏠려 있는 상태다.

저벅. 저벅.

체력을 아끼기 위해 느린 걸음이지만 이동하기 시작한다.

쿠크크크.

또 다시 들려오는 소리. 이상하게 숨은 본성을 깨우는 것 같은 소리다.

키이이이-

길게 웃는 듯 몸을 부르르 떨던 녀석이 걸음을 점점 빨리 한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굳게 잠긴 철문은 열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대로 죽는 것인가. 남자의 몸에 있는 피들을 완전히 빨아낸 모기 떼들이 곧 이쪽으로 올 것만 같다. 그런 불안함. 그것 때문에 김창수와 이윤희는 빗물에 온 몸이 젖어버린 아기 고양이처럼 바들바들 몸을 떨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운이 좋았어요.”

체념한 듯 고개를 숙이고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이윤희.

“....”

그런 그녀에게 김창수는 아무 말도 해줄 수 없었다. 언젠가는 죽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아닐 거라는 믿음 하나로 버텨온 것이다. 그게 점차 실제로 다가온다는 것이 이렇게 사람을 불안하게 하고 미치게 할 줄은 몰랐다.

“고마웠어요. 창수씨..”

“윤희씨..”

마지막 서로의 모습을 눈동자 속에 영원히 담아 두기라도하듯 두 사람은 한참을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낮은 신음소리가 들리며 바닥에 누워 있던 여성이 서서히 눈을 뜬다.

“여.. 여기가?”

그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두 사람은 서서히 몸을 일으키는 여성을 멍하니 바라본다. 여성은 설명을 바라는 눈치로 두 사람을 보지만 갑작스레 일어난 상황 때문에 둘은 아무 말도 못하는 것 같다. 그 덕에 여성은 주위를 둘러 봄으로써 상황을 대충이나마 짐작해야만 했다.

“후..”

굳게 잠긴 철문 앞. 주욱 이어진 복도. 보이지 않는 선배.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이런 식으로 전개가 되는 것은 원하지 않은 일이었다. 여성은 무거운 얼굴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철문 앞에 섰다.

“선배는..”

그 물음에 두 사람이 어물거리며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여성은 어느 정도 상황을 인지했다. 단지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무겁게 고개를 끄덕인 여성은 철문 옆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공간에 손을 뻗었다.

삐. 삐비빅.

그러자 기계음이 나면서 뭔가 입력을 할 수 있는 번호판이 벽에 생성되기 시작한다. 그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둘은 여성이 하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그 따가운 시선을 받거나 말거나 여성은 묵묵히 번호를 두드려대기 시작한다.

삐비. 삐비빅. 삑.

꽤 오래 걸리는 작업인듯 여러 가지의 숫자들을 조합해나가는 여성.

“이제.. 나갈 수 있어요.”

기쁜 눈으로 반짝거리며 입력되는 숫자를 바라보는 이윤희. 김창수도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눈은 이미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 때.

쿠그그그그.

멀리.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뭔가가 갈리는 소리가 세 사람의 귀에 파고들었다. 김창수와 이윤희는 영문을 모른다는 듯 소리가 들려오는 통로를 멍하니 바라보았고 여성은 뭔가 짐작이 가기라도 하듯 재빨리 숫자들을 두드려댄다.

쿠그그그그.

점차 소리가 거세지며 반복되는 숫자가 늘어난다. 여성은 이를 악물고 숫자들을 몇 번 두르려댄다.

삐. 촤르르르르.

완벽히 숫자들을 입력한 모양인지 영원히 닫혀 있을 것만 같던 철문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위로 주루루 말려 올라간다.

“아!”

그와 동시에 비치는 찬란한 햇빛에 세 사람은 눈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뒤에서 생생히 들려오는 거친 소리에 발길을 재촉할 수 밖에 없었다.

“빨리!”

여성은 뭔가 알고 있기라도 하듯 두 사람의 손목을 잡아 끌었다.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힘없이 끌려나온 둘은 다시 철문 안으로 들어가는 여성을 보고 입을 벙긋거렸다.

“에..?”

철문 안으로 완전히 들어간 여성은 다시 숫자들을 두드려대기 시작한다. 그 이상한 행동에 이윤희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당신! 뭐하는거야?!”

여성은 이윤희를 힐끔 보고서는 숫자를 두드려대며 말한다.

“이게 선배에 대한 최소한의 사과니까요. 당신들은 어서 도망치세요.”

“그게.. 무슨? 무슨 소리에요! 당신도 함께 가요!”

이윤희가 철문 안으로 들어와 여성의 손을 잡아 끌려고 했지만 어디서 나온 힘인지 이윤희를 완전히 밀쳐낸 여성은 딱딱한 얼굴로 숫자들을 두드려댄다.

“어서 가세요. 최대한 멀리.”

삐. 촤르르르르.

그리고 서서히 닫히는 철문. 두 사람은 멍한 얼굴로 서서히 닫혀가는 철문 사이로 여성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

아무 표정도 읽을 수 없는 마네킹과 같은 표정이다.

촤르르르.

어두운 명암이 여성의 머리와 얼굴을 하나씩 집어 삼킨다. 이대로 있다가는 완전히 여성을 놓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김창수는 재빠른 걸음으로 여성에게 다가가 강제로 몸을 빼내려고 하지만 그것을 애초부터 알고 있던 여성은 뒤로 크게 물러남으로써 김창수의 행동은 무위로 돌아가버렸다.

“어째서..?”

허무한 눈으로 여성을 올려다보는 김창수. 그 닫히기 전의 순간이었을까. 그는 볼 수 있었다. 슬프지만 기쁘게 웃고 있는 여성의 얼굴을.

촤르르르. 쿵.

그리고 굳건히 닫혀버린 문. 김창수는 그 앞에서 힘없이 무릎을 꿇어버렸고 이윤희 역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 옆에 서있기만 했다. 그 고요한 침묵도 잠시.

“..아아아악!”

생생히 들려오는 여성의 비명소리에 화들짝 놀란 두 사람은 놀란 얼굴을 하면서 철문을 가만히 발본다.

쿠웅!

철문이 강하게 흔들릴 정도로 큰 충격이 안에서 전해져온다. 뭔가가 잘못되었다. 그렇게 판단한 김창수는 이윤희의 손목을 잡고 시청을 벗어나기로 한다.

“뛰어요!”

빠른 걸음으로 시청을 벗어나는 두 사람.

쿠웅. 쿵!

철문과의 거리가 점차 멀어지지만 저 거대한 소리는 도무지 멀어지지 않는다. 빠르게 걸음을 옮기는 내내 김창수는 생각한다. 이대로 완전히 이곳을 벗어날 수는 있는 것일까. 만약 터널에 있는 거대 모기들이 한 번에 튀어나온다면? 그리고 저 안에 있을 뭔가가 우리들을 쫓는다면?

타다다다.

빠르게 달리는 두 사람. 들어올 때는 몰랐지만 나가는데 거리가 꽤 되는 것 같다. 아니, 이런 상황에서는 다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허어.. 허억.”

“하아.. 하아.”

가쁜 숨을 내쉬며 시청의 출구 쪽으로 다가서는 두 사람.

키이-

그리고 둘의 귀로 들려오는 익숙하지만 잊을 수 없는 소리. 눈 앞.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작지만 녀석들과 비슷한 생김새를 한 녀석이 둘을 가만히 보고 있다. 덕분에 두 사람은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움직일 수 없었고 녀석은 신기한 눈으로 둘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허억.. 허억.”

키이이-

무슨 말을 하기라도 하듯 입을 열어 이상한 소리를 내는 녀석. 분명 일반적인 거대 모기와는 다른 생김새다. 김창수는 녀석을 가만히 바라본다. 상대적으로 작은 몸집과 있어야 할 기다란 침조차 없다. 심지어 팔 다리도.. 마치 사람과 같은 모습이다. 순간 김창수의 눈이 커진다.

“사.. 사람?”

그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듯 녀석이 서서히 걸음을 옮긴다.

“차.. 창수씨.”

겁에 질린 표정으로 김창수의 허리를 감싸안는 이윤희. 그런 그녀를 등 뒤로 오게 한 그는 이를 악물었다. 상황이 너무나 안좋다. 앞 뒤. 이런 식으로 포위가 되어버리면 여기서 완전히 끝나게 되는 것이다. 결단을 내려야만 한다. 우직. 강하게 주먹을 움켜쥔 김창수는 바로 앞 사람과 비슷한 녀석에게 몸을 날리기로 한다.

“하아아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