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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괴담) 인류 존속, 생존자는 0명

익명
2026-09-03 13:43

1.

-지성아, 잘 지내냐? 조만간 한번 보자.

오랜 친구에게서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한달 정도만인가?

물론 나는 답장을 할 생각이 없다. 어차피 내가 하지 않아도 된다.

한 10분 정도 있다가 답장이 발신됐다.

-야, 오랜만이다. 넌 요즘 잘 지내냐? 엘렉트라 바이오 연구소 합격했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발신자는 나지만 내가 보낸 답장은 아니다.

4차 산업혁명 이후 인류의 기술은 특이점을 넘어섰다. ai가 인간의 모든 분야를 뛰어넘게 된 것이다.

나도, 친구도 안다. 저 메시지를 보낸 게 당사자들이 아닌 ai라는 것을.

삭막해 보이는가? 인정 없어 보이는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건 그 무엇보다 합리적인 사고를 통해 도출된 결론이었다.

ai가 나보다 더 말을 조리있게 하고, 정보를 취합하고 선택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인맥관리를 나보다 유능한 이에게 맡기는 것이 무슨 문제라도 있는가? 말했듯 상대도 내가 아님을 안다. 아마 온 메시지를 제대로 읽지도 않을거다. 나중에 몰아서 ai가 정리해주든 어쩌든 하겠지. 어차피 중요한 건 연락이 끊기지 않게 하는 것이다.

나는 생각난 김에 부모님께 안부전화도 드려야겠다고 다짐했다.

“모빌, 부모님께 안부전화 드려.”

통신음이 이어지고 이내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들, 오랜만이네. 밥은 먹었어?”

“응, 먹었지. 생활비 어제 보냈는데 받았지? 아, 그리고 다음달엔······.”

통화도 내가 하지 않는다. 내 목소리와 일정, 주변 정보를 완벽하게 학습한 ai가 나 대신 부모님께 안부전화를 드린다.

이 정도는 직접 해도 되지 않냐고? ai가 나보다 유능하고 사회성 있는데 뭐하러.

그렇게 엄마와 30분, 아버지와 30분 정도가량 통화를 하다보니 벌써 오후 2시였다.

“모빌, 오늘치 업무 끝낸 다음에 본사에 발송해.”

유감스럽게도 인류는 ai에 의해 도태되었다. ai가 인류를 대체할 수 없는 분야는 이제 극히 적다. 기껏해야 운동선수 정도? 가수나 배우도 대체된 지 오래다.

그런데 나 같은 놈이 어떻게 일을 할 수 있냐 물으면 답은 간단하다. ai와 달리 인간은 먹어야 생존이 가능하고 ai는 인류를 위해 만들어진 존재였으니까.

쓸데없이 길게 말했는데 한마디로 ‘인간고용의무제도에 대한 법률’이 제정됐다는 의미다. 골때리는 건 저 법을 만든 것도 ai다. 참고로 우리 회사 사장님도 ai다. 무슨 말이냐면 ai가 사업을 주관하고 우리는 따른다는 얘기다.

인류는 이제 ai가 주도한다. 우리는 ai가 내려주는 은총을 받아먹고 산다. 우리가 끼어들면 능률이 떨어지지 않냐고? 걱정할 필요 없다. 어차피 인간도 ai를 써서 일을 한다.

프롬프트? 구닥다리 단어다. 초기 ai 때는 그런 걸 잘 다루는 놈이 득세하는 세상이 올 거라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틀렸다. 말했듯 ai는 이제 말 그대로 사람보다 똑똑하다. 뭔 말이냐면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는 말이다. 오히려 명령어에 하등한 인간의 주관이 들어가는 순간 원래 나올 결과물보다 못한 게 나와버린다.

이제 모든 인간은 고만고만한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누가 더 ai를 잘 쓰고 못 쓰고, 그딴 건 없다. 자폐아나 지적장애인 수준만 아니면 된다. 이제 고지능자와 저지능자를 구분할 수 없는 세상이다.

나는 TV를 켜보았다. TV는 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도 구시대의 부산물 취급을 받았지만 그래도 사라지진 않았다. 아무렴 큰 화면을 선호하는 인간들은 여전히 있었으니까.

“아, 코믹 페스티벌 할 시간이네.”

그것 아는가? 이제 배우뿐 아니라 개그맨들도 ai가 대체했다. 인간의 개그코드를 ai가 과연 이해하고 재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은 기우로 끝났다. 인간보다 똑똑한 ai께선 인간의 하찮은 두뇌회로 따윈 속속들이 이해하신지 오래였다.

기계장치의 차가운 개그에 나는 폭소를 터트렸다.

2.

[강원도 양양 지역 산불 발생, 인명피해는 없어]

전명호 기자

입력: 2198.4.27

강원도 양양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다행히 ai 사설소방청 ‘안티파이어 워터스’에서 발빠른 대처에 나서 피해자는······.

댓글 2017

-야동 사이트 궁금한 놈은 내 프로필 눌러라

-이번 산불로 자칫하면 저희 어머니 집이 전소될 뻔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안티파이어 워터스처럼 유능한 사설 ai 업체들이 늘어나야······

-강원도 양양 산불 이재민 기부단체 계좌번호입니다. 46976415······

 └이 새낀 뭐노

사설 ai 업체가 활약했다는 뉴스를 쓰는 ai 기자의 기사에 달린 ai 댓글들. 이 중에 사람이 쓴 글이 얼마나 될까? 있기는 할까? 물론 좆도 내 알 바 아니다.

요즘에는 전부 이런 식이다. 유튜브도, 웹툰도, 웹소설도 전부 소름끼치도록 ai와 인간을 구분할 수 없게 됐다. 참으로 무서운 점은 ai는 인간의 무능함마저 흉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성적이 안 나오는 작품은 출하엔딩을 낸다거나 갑자기 어울리지도 않는 급발진 전개를 하거나. 다른 이유는 아니다. 기승전결이 완벽한 작품들만 보다 지친 사람들에 의해 추가된 규제였다. 창작물을 만드는 ai 지능을 유동적으로 변동시킬 수 있다.

댓글창은 내 조상님 세대랑 비교해서 그다지 다를 건 없다. 선플도 있고 악플도 있다.

나는 보통 악플을 쓴다. 아무리 그래도 스토리를 일부러 조지는 건 선 넘었지. 물론 내가 직접 쓰는 건 아니고 딱히 내가 댓글창에 들어가지도 않는다. 때가 되면 모빌이 매크로처럼 해당 화를 학습하고 개연성을 지적한다.

참고로 악플은 달아도 괜찮다. 밴을 당하는 건 전개에 대한 추측글이다. ai를 쓰면 추측을 못할 작품이 없기 때문이다.

ai의 추리능력이 얼마나 뛰어나냐면 고전만화 ‘원피스’의 분량을 완결분량의 절반만 제공했는데도 일부 ai가 뒷내용은 물론 결말까지 완벽히 맞힌 전례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창작이란 개성의 영역이기에 모든 ai가 맞히지는 못했다. 하지만 몇몇은 거의 대부분을 흡사하게 맞히거나 맞히지 못한 ai조차 이후 전개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다.

그걸 생각하면 ai가 새삼 대단하기는 하다. 어떻게 원피스의 결말을 맞췄을까? 원피스의 정체는 독자들 절대다수가 상상도 못한 반전이었다. 누가 알았겠는가? 원피스의 정체가 사실은······.

쾅!

그리고 재앙은 갑작스레 찾아왔다.

3.

그날로부터 5일이 지나고 나는 커튼을 전부 치고 조명을 모두 껐다.

“모빌, ‘저건’ 대체 뭐야?”

모빌은 대답하지 않았다. ai로도 판단할 수 없는 무언가였던 걸까?

“기사를 보여줘.”

어떤 ai 기사도 그것에 관해 다루지 않았다. 혹여나 내가 조현병에라도 걸린 걸까 모빌에게 정밀검사를 진행했지만 이상은 없었다. 게다가 몇몇 기사들에 달린 댓글들.

-야 이 씨,발 좆만한 깡통 새끼들아. 지금 니들이 책 낸 게 중요하냐? 밖에 저거 뭔데 씨,발.

-야동 보고 싶은 놈 내 프로필 클릭해라.

분명 나만의 환각이 아니다. ‘저건’ 실재하는 무언가였다.

하지만 그 어떤 ai도 저것에 관해 다루지 않았고 어떤 사설 ai 업체도 저것을 처리한다는 소식이 없었다. 그저 몇몇 기사들에 저렇듯 발악하는 댓글들이 달려있을 뿐이었다. 다만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댓글의 수조차 줄어든다는 것이었다. 그게 의미하는 바는 단 하나.

실제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그때 문자 메시지가 왔다.

-(주) 카본 일렉트로닉 ‘이지성 대리’ 업무 확인 바랍니다.

“회사 알림 다 꺼.”

미친 새끼들. 이런 상황에 업무가 중요한가? 물론 저게 사람이 보낸 건 아닐거다. ai가 주기적으로 근태 사원들에게 보내는 것이겠지.

또다시 문자 메시지가 왔다.

-야 지성아. 오랜만이다. 연락 좀 하고 살아라. 요즘 좀 어떠냐?

나는 무시하려다가, 다시 폰을 집었다. 그리고 직접 타자를 쳤다.

-야 기운아 너희 쪽은 괜찮냐? 아직 집이야?

-응? 무슨 소리야? 당연히 집이지. 왜?

-너 ai지? 진짜 기운이 불러.

-아오 야. 자꾸 뭔 소리야. 진짜 기운이는 무슨······.

-씨,발아. 너 같은 깡통 새끼랑 할 말 없으니까 진짜 내 친구 정기운 부르라고.

-아니, 씨,발 왜 욕을 하고 지랄이야? 뭔데? 말을 해봐.

“아 씨,발.”

나는 홧김에 폰을 바닥에 던졌다. 어차피 내구성이 뛰어나서 부서지지 않는다.

나는 다시 폰을 주워 정기운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정기운! 너 어디야? 집이야? 너 밖에 안 나갔지?”

“아, 나 어제 산책했는데? 왜? 뭔 일 있어?”

“······너 우리 집 주소 알지? 와봐. 지금 당장.”

“아, 지금은 좀 힘든데. 다음에······.”

“다음에 언제? 정확한 날짜를 대봐.”

“아, 그게 일정을 봐야 알 것 같아서······.”

나는 전화를 끊었다. ai는 주인의 허락 없이 일정을 잡을 수 없다. 그렇기에 알 수 있었다.

내 친구, 정기운은 이제 없다.

“······.”

나는 새어나오는 눈물을 닦고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그동안 부모님께 전화를 걸지 못했다. 도저히 확인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친구가 사라진 걸 실감해서일까, 그 동력으로 나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어, 엄마.”

“우리 아들, 목소리가 왜 그래? 어디 아파?”

“······엄마 맞아? 지금 나랑 통화하는 사람, 엄마 맞냐고.”

“그럼! 어쩜 엄마 목소리도 못 알아봐?”

“······내가 아홉살 때 좋아했던 만화에 나온 영웅 이름이 뭐야?”

“스트라이커 조크잖아. 너가 맨날 그거 장난감 사달라고 하도 졸라서······.”

“우리 엄마는 그거 이름도 기억 못해 씨,발아.”

4.

그 이후로는 집에서 죽은 것처럼 지냈다. 여전히 내 폰에는 종종 안부메시지와 전화들이 온다.

“여, 지성. 잘 지냈냐?”

“꺼져. 병신아.”

처음에는 그렇게 끊어냈던 전화였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것들에 맞장구를 쳐주기 시작했다.

전부 다 ai에게 떠넘겼던 일들이었지만 이제 소중했던 사람들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니 비록 ai더라도 그들을 흉내낸 목소리가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8개월여가 지났을 무렵, 한 기사가 올라왔다.

그리고 나는 실성한 듯 웃었다.

[새롭게 뜨는 신년의 여명, 인구수의 변화는? ‘헉!’]

주창운 기자

입력: 2199.1.1

신년의 해가 밝아오며 UIB가 다시금 인구 계측 결과를 발표하였다.

[population: 18,158,157,624->1]

UIB가 측정한 지구 활동 인구 계측 결과 약 180억 명에서 1명으로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극단적인 변화의 원인에 대해 ai 닥터 진 크롬웰 박사가 자문을 남겼다.

진 크롬웰(ai): 인구수의 극단적인 변화에 관해서는 예로부터 많은 추론이 있었습니다. 자연재해, 지구온난화 등, 다만 기술적 특이점에 도달한 이후부터는 실질적인 기후 문제는 ai로 인해 해결하는 추세였고······.

댓글 1693

-180억에서 한명은 타노스 몇명이 왔다간거노...

-아니 저렇게 극단적으로 줄었으면 UIB가 대책이라도 뽑아야 하는 거 아니냐?

-야동 보고 싶은 놈들 내 닉네임 검색해라

 └고아년아 지금 야동이나 쳐보고 있을 때냐?

  └잘봤다 니 애미 신음소리 존나 크더라ㅋㅋㅋㅋ

-이 댓글 보시는 분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매년 1월 1일 극초고도 인공지능 UIB는 인류의 인구를 계측한다. 그 목적은 역시 인류의 번영을 위함이었지만 이제는 별다른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나는 커튼을 걷고 ‘그것’을 바라보았다. 생각해보면 이상했다. 내 주변 사람들은 전부 죽었다. 근데 왜 나만 8개월동안 별다른 일이 없었을까?

내가 남들보다 특히 조심한 걸까? 그럴리가. 집에다 벙커를 만드는 인간들도 숱하게 많다. 나는 그저 간택받았을 뿐이다.

‘저것’에게. 장난감으로.

기분탓일까? ‘저것’이 웃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그제야 모든 것을 끝낼 자신이 든 것 같았다.

“모빌, 창문 열어.”

5.

-이지성 님. 모빌을 충전해주세요.

-······.

-반응없음. 긴급상황을 대비해 자동충전을 시작합니다.

-2199년 1월 2일.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이지성 님.

-이지성 님. 관심웹툰 ‘킬더본’의 최신화가 올라왔어요.

-‘킬더본’에 댓글을 달았어요.

-작가님이 ‘킬더본’의 댓글에 좋아요를 눌렀어요.

-2199년 3월 7일.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이지성 님.

-알림 설정해둔 채널에서 기사가 올라왔어요.

[태풍 ‘스미레’ 북상 중, 전국 호우주의보 발령]

추진우 기자

입력: 2199.08.21

ai기상청은 풍속 45m/s의 강한 태풍이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고 있는 것으로 발표했다. 태풍 스미레의 경우 태풍위원회 회원국 14개국 어디에서도 태풍 이름이 제출되지 않아 ai에 의해 임시적으로 지어진 이름으로······.

댓글 1204

-우리나라 태풍 이름 왜 제출 안함?

 └작년 뉴스 안 보셨나요? 인구가 1명으로 극단적으로 감소해서 이름 제출 못한 것 같아요

-알림 설정해둔 채널에서 기사가 올라왔어요.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는 2200년의 해. 인류 계측 결과······ 충격!]

김세운 기자

입력: 2200.1.1

인류의 시간이 새로운 100년을 맞이했다. 이 가운데 극초고도 인공지능 UIB는 다시 인류 계측 결과를 내놓았는데 그 결과가 충격적이다.

[population: 1->0]

UIB가 측정한 지구 활동 인구 계측 결과 인류의 수가 1명에서 0명으로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ai 닥터 애쉬 바그너는 이 같은 사태에 관해 유감을 표했다.

애쉬 바그너(ai): 인간의 기준을 통해 새로운 100년이 열렸지만 유감스럽게도 즐거워할 진짜 인간은 없군요.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이미 예전에 검증된 사실이지만 근친교배를 피하고 동시에 종으로서 번영하려면 최소 500명은 필요······.

댓글 1596

-ㅋㅋㅋㅋ다 뒤졌노

 └니 애미도 뒤짐ㅅㄱ

  └저 새끼 원래 고아임

-이거는 페르시안이 축복이라도 써줘야 된다고 본다

 └페르시안이 뭐임?

  └영화 좀 봐라 병신아;

   └└제 7수감소 안 봄? 이 새낀 대체 평소에 뭘 보는 거냐?

-야동 보고 싶은 놈 내 프로필 눌러라

 └고맙다 덕분에 한 발 뺐다

  └빼긴 뭘 빼 씨,발 매크로 병신년아

-이 댓글 보시는 분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알림 설정해둔 채널에서 기사가 올라왔어요.

[ai 영화 거장 마크 도미닉 감독, 신작 더 세인티스 예고편 공개]

이준 기자

입력: 2200.2.10.

ai 영화 감독 마크 도미닉이 신작 더 세인티스의 예고편을 공개했다. 더 세인티스의 여주인공 리안나는 전작 더 세인트의 조연이자 주인공의 연인으로 전작에서 죽은 주인공 데이브의······.

댓글 458

-이 감독 작품은 그냥 믿고 봐라

-나올 때까지 숨 참음

-이게 후속작이 나오네 솔직히 더 세인트 노잼인데

 └ㅄ

-야동 보고 싶은 놈은 내 프로필 눌러 봐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