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위험한 호기심 part.1
초등학교 때, 우리는 학교 뒷산 외진 곳에 비밀 기지를 짓고 있었다.
비밀 기지라고는 해도 꽤 그럴싸하게 만들고 있었는데, 널빤지 여러 개를 못 박아 만든 비바람을 막을 수 있는 다다미 3장 정도 넓이의 오두막이었다.
방과 후에 우리는 거기서 간식을 먹거나 야한 책을 보며 마치 우리만의 공간처럼 사용했다.
나, 신, 준, 그리고 개 2마리(들개)가 그곳을 사용하고 있었다.
5학년 여름방학 때 비밀기지에서 하룻밤 자고 놀기로 했다.
각자 부모님께는 친구 집에서 자고 온다고 거짓말한 뒤 용돈을 긁어모아 간식, 불꽃놀이, 음료수를 샀다.
수학여행보다 더 설레었다.
우리는 오후 5시쯤 학교에 모여서 뒷산으로 향했다.
한 시간 정도 산을 오르면 우리의 비밀 기지가 나온다.
기지 주변은 들개 두 마리(해피(♂), 터치(♂))의 영역이기도 해서 기지 가까이 가면 꼬리를 흔들며 마중 나와 줬다.
우리는 “마중 나오느라 고생했어!”라며 머리를 쓰다듬고, 과자를 하나씩 주었다.
기지에 도착해 짐을 오두막에 넣었지만, 아직 하늘이 밝아서 바로 옆에 있는 큰 연못에서 낚시를 했다.
뭐, 잡히는 건 황소개구리뿐이었지만.
(참고로 잡힌 개구리는 개 먹이로 줬다)
낚시를 하다 보니 날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해서 불꽃놀이를 시작했다.
우리보다 들개 두 마리가 더 신나 있었지만.
꽤 많이 샀다고 생각했는데 30분도 안 돼 불꽃놀이가 다 떨어졌고, 우리는 일단 오두막으로 들어갔다.
밤에 비밀기지에 오는 건 다들 처음이었고, 산 외진 곳이니 가로등도 없고 달빛뿐이었다.
들리는 것이라고는 벌레 소리뿐이었다.
간이 라이트 불빛 하나뿐인 어둑어둑한 오두막 안 3명.
처음에는 다 같이 과자를 먹으며 좋아하는 아이 얘기, 선생님 험담 등 수다를 떨고 있었지만, 조용한 오두막 주위에서 이따금 들려오는 퐁당(연못에 뭔가 떨어지는 듯한) 소리, 바스락(무슨 동물 발소리 같은) 소리에 점점 무서워졌다.
"방금 무슨 소리 났지?"
"곰 있으면 어떡해?!"
점점 장난이 아니라 진심으로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시간은 9시, 오두막 안은 푹푹 찌고 모기도 있어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것보다도 산의 독특한 분위기에 집어삼켜진 상태라, 모두 여기 온 것을 후회했다.
우리는 내일 아침까지 어떻게 극복할지 논의했다.
결과적으로 오두막 안은 푹푹 찌고 주변 상황(곰의 접근 등)도 보이지 않으니 산에서 내려가기로 했다.
마음속으로는 가능한 한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손전등 불빛에 의지해 발밑을 비추며 조금 빠른 걸음으로 우리는 하산하기 시작했다.
한 5분 동안은 해피랑 터치가 우리 주위를 뛰어다니고 있어서 든든했지만, 잠시 후 개들은 오두막 쪽으로 돌아갔다.
평소 자주 다니는 길인데도 밤에는 전혀 다른 공간에 있는 것 같았다.
폭이 30cm 정도 되는 산길에서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모두 말없이 묵묵히 걷고 있었다.
그때 신이 뒤에서 내 어깨를 잡고 작은 목소리로 “누군가 있어!”라고 말했다.
우리는 순간적으로 그 자리에 엎드려 전등을 껐다.
귀를 기울이자 확실히 발소리가 들렸다.
‘부스럭, 부스럭’
두 발로 수풀 속을 걷는 소리.
소리가 나는 쪽을 응시하며 누가 있는지를 찾아봤다.
우리로부터 2, 30m 정도 떨어진 수풀 속에, 그 누군가가 있었다.
한 손에는 손전등을 들고 다른 손에는 긴 막대기를 들고 있었다.
그 막대기로 수풀을 헤치고 산을 오르는 것 같았다.
우리는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그 무언가가 '인간'이라는 것.
게다가 상대방이 '혼자'인 것을 알자 그동안의 공포심이 사라졌다.
대신 우리의 마음은 치기 어린 '호기심'으로 가득 찼다.
내가 “저 녀석 누구지? 미행할까?"라고 중얼거리자 다른 두 사람은 당연하다는 듯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우리는 그 사람이 들고 있는 손전등의 희미한 불빛과 풀을 헤치는 소리에 의지하며 살금살금 뒤를 따라갔다.
그 사람은 20분 정도 산을 계속 오르다가 이윽고 멈춰 섰다.
우리는 거기에서 약 30m 정도 뒤에 있었기 때문에 그 사람의 성별은 물론, 생김새조차 전혀 알 수 없었다.
희미한 사람 형상이 보이는 정도였다.
그 녀석은 멈춰 서서 등에 지고 있던 짐을 내려놓고, 뭔가 부스럭거리고 있었다.
"저 녀석 혼자서 뭐 하는 거지? 사슴벌레라도 잡으러 왔나?"
내가 말했다.
“좀 더 가까이 가보자!”
신이 말했다.
우리는 마른 나뭇잎이나 나뭇가지를 밟지 않으려고 몸을 웅크린 채 살금살금 걸으며 천천히 다가갔다.
우리는 히죽거리며 다가갔다.
머릿속으로 저 사람한테 어떤 장난을 칠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쾅!!"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다.
"쾅!!"
또 울렸다.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몰라 준과 신 쪽을 돌아봤다.
그때 준이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리켰다.
"저 녀석이야! 저 녀석, 뭔가 하고 있어!”
나는 그 사람이 뭘 하는지 살펴보았다.
“쾅!! 쾅!! 쾅!!”
나무에 뭔가를 박고 있었다.
아니, 손 부근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것이 ‘저주의 의식’이라는 것은 금방 알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산은 오래전부터 ‘짚인형’과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그때까지는 그냥 도시 전설인 줄 알았지만.
나는 겁이 나서 도망가자고 했다.
하지만 신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 저기 있는 사람 여자야. 잘 봐봐.”
그러자 분위기를 탄 준은 한술 더 뜨기 시작했다.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지 않냐? 더 가까이서 보고 싶지?”
그리고 신과 준은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갔다.
나는 싫었지만, 괜히 겁쟁이 취급받고 싶지 않아서 마지못해 두 사람의 뒤를 쫓았다.
그 여자와의 거리가 가까워질 때마다 "쾅!! 쾅!!" 말고도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아니, 소리라고 해야 할까, 여자는 불경 같은 걸 중얼거리고 있었다.
우리는 조금 우회해서 그 여자로부터 비스듬하게 8m 정도 떨어진 나무 뒤에 숨었다.
그 여자는 머리카락이 어깨에 조금 닿는 정도에 마른 체격이었다.
발밑에 메고 온 배낭과 전등을 놓고선 사진 같은 것에 차례차례 못을 박고 있었다.
이미 6~7개 정도 못이 박혀 있었다.
그때.
"멍!!"
우리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을 느끼며 돌아보았다.
해피와 터치가 꼬리를 흔들고 헥헥거리며 마치 "뭐 하는 거야?" 라는 듯한 얼굴로 보고 있었다.
다음 순간, 신이
"와아아아악!!!!”
하고 이상한 소리를 지르며 달리기 시작했다.
뒤돌아보니 괴물 같은 표정을 지은 여자가 한 손에 망치를 들고 “아아아악!!!!”하는 이상한 소리를 지르며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나랑 준도 벌떡 일어나 신을 쫓아 달렸다.
하지만 내 왼쪽 어깨를 뒤에서 꽉 잡혔고, 나는 엄청난 힘으로 뒤로 끌려가며 넘어졌다.
위를 본 채 넘어진 내 가슴에 갑자기 쿵 하는 충격이 느껴져 토하고 말았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한순간 알 수 없었지만, 넘어진 내 가슴을 여자가 발로 짓밟고 있었고, 나는 여자를 밑에서 올려다보고 있었다.
여자는 이를 악물고 똑똑히 보라는 듯 이를 갈며 “으으~윽” 하고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소리를 내면서 내 가슴을 밟고 있는 발을 좌우로 꾸우욱 누르며 움직였다.
고통은 없었다.
공포로 더 이상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여자가 조금씩 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 흥분이 머리 꼭대기까지 차오른 상태겠지.
나는 그 여자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눈을 떼는 순간 망치로 머리를 맞을 것 같았다.
그런 상황에서도, 아니 그런 상황 때문인지 여자의 얼굴은 선명하게 기억난다.
나이는 마흔 살쯤 되었을까, 약간 마른 얼굴, 크게 뜬 눈, 윗니 아랫니가 딱 맞닿은 채 이를 악물고, 조금씩 떨면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10분? 20분 정도 지났을까? 나에게는 전혀 기억이 없다.
여자가 나를 짓밟으면서 허리를 구부리고 점점 더 가까이 얼굴을 댔는데, 그때 터치가 여자의 등에 올라탔다.
여자는 순간적으로 초조해하더니 나를 누르고 있던 발을 헛디뎌 비틀거렸다.
거기에 해피도 달려와서 여자에게 달라붙어 장난을 걸었다.
아마도 그 둘은 우리가 평소에 자주 놀아줬기 때문에 인간을 경계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 틈에 황급히 일어나서 뛰기 시작했다.
"서둘러!! 빨리!!"
조금 떨어진 곳에서 신과 준이 이쪽을 손전등으로 비추고 있었다.
나는 불빛을 향해 달렸다.
"쿵"
뒤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나는 뒤돌아볼 여유도 없이 계속 달렸다.
신, 준, 그리고 내가 산을 빠져나왔을 때는 이미 자정이 훨씬 넘어있었다.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그 여자가 쫓아올 것 같아서 우리는 신의 집까지 달려갔다.
신의 집에 도착하니 나는 왠지 웃음이 치밀어 올랐다.
극도의 긴장감에서 풀려났기 때문이었을까?
하지만 준은 울음을 터뜨렸다.
“이제 그 비밀 기지 다시는 못 가겠다. 그 여자가 우릴 찾고 있을지도 몰라.”
내 말에 준이 울면서 대답했다.
"야 이 멍청아!! 아침에 날 밝으면 가 봐야지!!"
내가 의아해하고 있자 신이 내게 말을 꺼냈다.
“네가 그 여자한테서 도망칠 수 있던 건, 해피랑 터치 덕분이야!! 네가 그 여자한테 뒤에서 맞을 뻔한 거, 해피가 달려들어서 대신 맞았어!!”
준은 울며 말했다.
"그 여자, 터치도, 터치도…으으…”
준은 이윽고 통곡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신에게 물어보니 내가 뛰기 시작하자 여자가 뒤에서 때리려고 했는데, 해피가 여자에게 달려들어 머리를 망치로 대신 맞았다.
여자는 계속 나를 쫓아오려고 했지만, 발밑에 터치가 달라붙어 있자 터치의 머리도 망치로 때렸다.
그리고 여자는 우리 쪽을 한 번 쳐다보았지만 쫓아오지 않고 개들을 마구 때리고 있었다고 한다.
우린 그냥 도망쳐 버렸다.
신 또한 해가 뜨면 산에 갈 것이라고 했다.
물론, 나도 동의했다.
하지만 거기에는 더 큰 공포가 기다리고 있었다.
흥분으로 새벽까지 잠을 못 이룬 우리는 아침부터 정오까지 선잠을 자고 산으로 향했다.
다들 그 ‘중년 여자’에 대비해 야구 방망이, 비비탄총을 가지고 왔다.
산 입구에 다다랐을 때, 신이 “아직 그 녀석이 있을지도 몰라”라고 해서 평소와는 다른 길을 통해 산으로 들어갔다.
낮에는 산속도 환하고 매미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젯밤에 있었던 일이 마치 거짓말 같았다.
하지만 ‘중년 여자’와 마주친 지점에 가까워질수록 긴장이 감돌았다.
우리는 침묵하게 되었고 발걸음은 무거워졌다.
조금씩 어제 일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지점에 이르렀다.
방망이를 쥔 손에 긴장으로 땀이 배어 있었다.
그 나무가 보였다.
여자가 뭔가를 내리치고 있던 나무.
조금 더 가까이 가보자 우리는 할 말을 잃었다.
나무에는 어린 아이(4, 5살 정도 여자아이?) 사진에 무수히 많은 못이 박혀 있었다.
아니, 놀란 건 그쪽이 아니다.
나무뿌리 쪽에 변한 해피의 모습이.
혀는 아래로 늘어져 있었고 온몸이 피투성이였으며 미간에 못이 하나 박혀 있었다.
우리는 말문이 막혀 가까이 가서 쳐다볼 수가 없었다.
파리와 생전 처음 보는 벌레들이 우글우글했다.
우리는 생물의 ‘죽음’의 의미를 처음으로 알았다.
해피의 변한 모습을 보자 다음에 중년 여자를 만나게 되면 그때는 내가 해피처럼…하는 생각에 당장이라도 집에 가고 싶었다.
그때 준이 말을 꺼냈다.
"터치...터치의 시체가 없어! 터치는 살아있을지도 몰라!”
그러자 신도 말을 꺼냈다.
“터치는 도망쳤나 봐! 틀림없이 기지에 있을 거야!”
나도 터치만은 살아있기를 바랐다.
우리 셋은 비밀 기지로 달려갔다.
비밀 기지가 보이는 곳까지 달려갔는데 갑자기 신이 멈춰 섰다.
나랑 준은 ‘! 중년 여자?'라고 생각하며 황급히 몸을 숙였다.
말없이 신을 올려다보니 신은 기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뭐야 저거?"
나랑 준은 천천히 일어나 기지를 바라보았다.
기지에 뭔가 위화감이 있었다.
뭔가…
기지 지붕에 뭔가 붙어 있다…
조금씩 다가가 보니 어젯밤 기지 안에 두고 간 준의 끈주머니(준은 항상 그 안에 과자를 넣고 다녔다)가 기지 지붕에 수많은 못으로 박혀있는 것이다!
우리는 경악했다.
‘이 비밀 기지, 그 중년 여자한테 들켰구나!’
신이 조심조심 방망이를 움켜쥐고 기지로 다가갔다.
나랑 준은 조금 뒤에서 비비탄총을 들었다.
기지 안에 중년 여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신은 천천히 문에 손을 얹는 동시에 재빨리 문을 열었다.
“으악!!”
신은 뭔가에 놀라 엉덩방아를 찧으며 우리 쪽으로 슬금슬금 뒷걸음질 쳤다.
나랑 준은 신이 뭘 보고 겁에 질린 건지 몰라 일단 총을 겨누며 천천히 기지 안을 들여다보았다.
거기에는 많이 변한 터치의 시체가 있었다.
“으악!!”
나랑 준 또한 신이랑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터치 또한 미간에 15cm 정도 길이 대못이 박혀 있었다.
그때 생각했다.
그 중년 여자는 변태다!
아니, 미친X이다!
보통 이딴 짓 안 하잖아.
말도 안 되는 인간이랑 엮여 버렸다.
어젯밤 이 산에 온 것을 진심으로 후회했다.
잠시 세 사람 모두 터치의 시체를 보고 멍하니 있었는데, 신이 오두막 안을 가리켰다.
"야!! 저거..."
나랑 준은 신이 가리키는 방향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기지 안…
벽과 마룻바닥이 뭔가 이상하다...무슨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가까이 가서 살펴봤다.
‘준저주해죽인다준저주해죽인다준저주해죽인다준저주해죽인다준저주해죽인다준저주해죽인다준저주해죽인다준저주해죽인다준저주해죽인다준저주해죽인다준저주해죽인다…’
수많은 못으로 준(淳), 저주해(呪), 죽인다(殺)라고 벽과 바닥에 새겨져 있었다.
“어??..”
준은 눈이 점처럼, 아니, 굳어 있었다.
우리도 놀랐다.
어떻게 이름을 알고 있는 거지?!
그때 신이 말했다.
"준 주머니다, 끈주머니에 이름 써 있잖아!!"
“?!”
나는 시선을 지붕에 박힌 끈주머니로 가져갔다.
수많은 못이 박힌 끈주머니에는 확실히
[5학년 3반 준]
이라고 적혀 있다.
준은 울음을 터뜨렸다.
나도 신도 둘 다 울 뻔했다. 학년, 반, 이름이 중년 여자에게 들키고 만 것이다.
더 이상 도망갈 수 없다. 나랑 신도 금방 들킬 것이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우리 모두 해피나 터치처럼 미간에 못이 박혀서 살해당할 것이다…
“경찰한테 말하자!! 이제 안 돼, 잡힐 거야!!”
“경찰한테 말하면 비밀 기지도 그렇고 어젯밤에 거짓말하고 여기 온 거 들키잖아. 부모님한테 혼날 거야!!”
신이 의견을 냈지만 나는 패닉에 빠져 냉정하지 못한 대답을 했다.
아니, 그땐 다른 것보다도 부모님께 혼나는 게 가장 무섭기도 했지만...
하지만 준은 계속 울고 있었다.
"…흑, 흐윽…”
우리는 준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준은 말없이 못 박힌 끈주머니를 잡아당겨 빼내고는 바지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우리는 할 말을 잃고 일단 산에서 내려갔다. 준은 계속 울고 있었다.
지금도 어디선가 중년 여자가 지켜보는 것 같아 무서웠다.
산에서 내려왔을 때 신이 말했다.
“이제 이 산에 오지 말자. 당분간 안 오면 그 중년 여자도 우리를 잊어버릴 거야.”
나도 한마디 거들었다.
“그래, 이건 우리끼리 비밀로 하자! 만약 다른 사람한테 말했다가 그 녀석한테 들키면, 우리 죽을지도 몰라.”
신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준은 여전히 팔로 눈물을 훔치며 울고 있었다.
그날 우리 셋은 각자 집으로 돌아갔고, 그 후 여름 방학 동안 셋이서 만나는 일은 없었다.
2주 후 새 학기가 되어 등교했을 때, 준은 없었다.
신은 학교에 와 있었기 때문에, 신이랑 둘이서 '혹시 준, 그 여자에게...'라고 생각하며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준의 집을 찾아갔다.
초인종을 누르자, “네!” 하고 명랑한 목소리가 들리더니 준의 어머니가 나왔다.
내가 “준은요?” 라고 묻자 아주머니는 “여기까지 병문안 와줘서 고마워~. 준은 자기 방에 있으니 올라가 보렴.” 하고 대답했다.
신과 나는 준의 방으로 갔다.
"준! 우리 들어간다!” 하고 준의 방에 들어가니 준은 침대에 누워 만화책을 읽고 있었다.
신과 나는 의외로 멀쩡해 보이는 준을 보고 조금 마음이 놓였다.
신 "오늘 왜 쉬었냐?"
나 “걱정했다고! 감기 걸렸냐?”
준 "…"
준은 조용히 만화책을 덮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곧 아주머니가 과자와 주스를 가지고 오셨다.
“준 말이지, 한 열흘 정도 전부터 두드러기가 낫질 않거든.”
아주머니는 말을 이어갔다.
"불량식품 너무 많이 먹은 거 아니야?"
아주머니는 웃으며 방을 나갔다.
나와 신은 웃으며 준을 놀렸다.
“야 뭐야!! 깜짝 놀랐네, 두드러기였냐! 너 땅에 떨어진 거 주워먹었지?”
하지만 준은 고개를 숙인 채 웃지 않았다.
신이 "야! 준, 왜 그래?" 라고 묻자 준은 말없이 티셔츠를 벗었다.
온몸에 붉은 반점. 두드러기가 틀림없었다.
내가 “두드러기는 약 바르면 금방 나아.” 라고 말하자 준이 말했다.
"이거, 그 여자의 저주야..."
준은 우리에게 등을 보여주었다. 확실히 등에도 수많은 두드러기가 나 있었다.
"이게 왜 저주야. 그냥 신경쓰지 마!"
“오른쪽 옆구리 봐봐!”
신의 말에 준은 약간 목소리를 높여 대답했다.
오른쪽 옆구리...두드러기가 제일 심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왜 그것이 저주라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자 준이 말했다.
"잘 봐! 이거 얼굴이잖아!"
신이랑 나는 가까이서 확인해보고 놀랐다.
확실히 지름 5cm 정도 되는 사람, 아니 여자 얼굴 모양으로 피부가 헐고 부어올라 있었다.
"너무 신경 쓰지 마. 얼굴이랑 비슷하게 생기긴 했는데 그래도 뭐.”
“아무리 봐도 얼굴이잖아!! 역시 나만 저주받았어!!”
신과 나는 준에게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준의 분위기에 압도되었다.
평소 얌전하고 순한 준이..조금 아파 보였다.
창백한 얼굴에 패기 없는 눈, 분명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렸을 것이다.
신과 나는 갑자기 준의 집에 있기 부담스러워져서 집에 가기로 했다.
집에 가는 길에 나는 신에게 물었다.
"아까 그거, 어떻게 생각해? 저주 같아?"
신은 대답했다.
“이 세상에 저주 같은 게 어딨냐!”
왠지 그 말에 내가 용기를 얻었다.
그로부터 3일이 지났다. 준은 여전히 학교에 오지 않았다.
나도 신도 준에게 전화하기 껄끄러워서 준의 상황을 알 수 없었지만, 담임 선생님이 ‘준은 풍진에 걸려 잠시 쉰다’고 해서 조금 안심했다.
그런데 이 무렵, 학교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통학길에서 트렌치코트에 샌들을 신은 아줌마가 지나가는 학생을 한 명 한 명 노려보듯 얼굴을 응시한다]
방과 후에 그 소문을 들었을 때 나는 심하게 동요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가까이에서 얼굴을 봤던 건 내가 유일했던 것이다.
나는 신에게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괜찮아! 밤이라 잘 안 보였을 거야! 그리고 그날 얼굴 봤다고 쳐도, 다 까먹었을걸!”
신은 나를 진정시키기 위해서인지 의외로 침착했다.
무엇보다도, 나랑 신은 학교 가는 길이 완전 정반대라는 게 싫었다.
준이랑 우리 집은 가까웠지만 준이 학교를 쉬고 있기 때문에 나는 혼자 집에 가야 했다.
나는 신에게 부탁했다.
“당분간 집에 같이 가 주라! 나 무서워.”
“준이 올 때까지만이야.”
신은 약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함께 가주었다.
그날부터 집에 갈 때는 신이 우리 집까지 같이 가주기로 했다.
그날은 학교에서 소문난 ‘트렌치 코트녀(중년 여자로 추정)’는 만나지 못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트렌치코트를 입은 여자에 대한 소문은 여전히 학교에 돌아다녔다.
신이랑 같이 하교한지 5일째 되는 날, 우리는 오랜만에 준의 병문안을 가기로 했다.
선물로 점심 급식에 디저트로 나온 오렌지 젤리를 가져갔다.
준의 집에 도착해 초인종을 눌렀다.
여느 때처럼 아줌마가 명랑하게 나와 우리를 안으로 들여보냈다.
준은 여전히 기운이 없었다.
두드러기는 많이 사라졌지만, 정작 준 본인은 ‘옆구리에 얼굴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나랑 신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오히려 지난번에 봤을 때보다 더 나아 보였다.
준은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은 것이겠지.
우리는 준에게 학교에서 떠도는 ‘트렌치코트를 입은 여자’에 대한 소문을 말하지 않았다.
집에 오는 길에 준의 어머니가 우리를 따라와서 불안한 얼굴로 물었다.
“혹시 우리 준이 반에서 왕따라도 당하고 있니?”
우리는 부인했지만, 진짜 이유를 말하지 못하는 것에 약간 죄책감을 느꼈다.
그로부터 3일 후, 그날은 드물게 나이토, 사사키, 나, 신 이렇게 4명이서 같이 하교했다.
나이토는 몸집이 크고, 사사키는 꼬맹이. 완전 도라에몽에 나오는 퉁퉁이와 비실이 실사판이었다.
이미 나랑 신 마음 속에서 ‘중년 여자’의 존재는 풍화되어 가고 있었다.
학교에서 소문난 '트렌치 코트녀'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해도, 전혀 다른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날은 넷이서 역 앞에 캡슐 뽑기를 하러 가려고 평소와는 다른 길로 걷고 있었다.
이것이 실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