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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위험한 호기심 part.2

익명
2026-09-03 13:48

넷이서 즐겁게 이야기하며 걷고 있는데, 사사키랑 나이토가 말을 꺼냈다.

"어, 저거 트렌치 코트녀 아냐?"

"으악! 진짜다! 기분 나빠!"

나는 트렌치 코트녀를 쳐다보았다. 마음속으로 다른 사람이기를 빌었다.

트렌치 코트녀는 슈퍼마켓 봉투를 한 손에 들고 아직 늦더위가 가시지 않은 아스팔트 길 위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얼굴이 전혀 안 보였다.

신은 경계하는 건지 작은 목소리로 우리에게 속삭였다.

“눈 마주치지 마!”

조금씩 여자와의 거리가 좁혀진다. 초조했다.

여자는 미동도 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 여자와의 거리가 5m 정도 되었을 때, 여자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 우리 네 명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다음으로는 우리 가슴팍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름표를 확인하고 있어!

나는 초조했다.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그 여자의 얼굴을 봤을 때, 그날의 일이 주마등처럼 떠올라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틀림없어. ‘중년 여자’였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언제 여자가 덤벼들지 두려웠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겨우 몇 초의 시간이 영원처럼 느껴졌다.

“아까 그 눈 봤냐? 완전 맛이 갔어!”

“이렇게 푹푹 찌는데 입은 꼬라지 봐라! 풉!”

나이토랑 사사키는 깔깔대며 여자를 비웃고 있었다.

나랑 신은 웃을 수가 없었다.

사사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아 씨! 들렸나? 아직도 보고 있네!”

나는 무의식적으로 뒤돌아보았다.

‘중년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밀랍 인형처럼 무표정했던 '중년 여자'의 얼굴이 갑자기 히죽대며 매우 불쾌한 미소로 바뀌었다.

등골이 서늘해진다는 게 이런 뜻이었구나…

태어나서 처음으로, 너무나도 무서운 나머지 오줌을 찔끔 싸버렸다.

들켰나? 내 얼굴 기억하고 있었나? 들켰는데 왜 나를 공격하지 않는 거지?

내 머릿속에는 오로지 그 생각만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으악, 아직도 여기 보고 있다! 사사키! 니가 욕한 거 다 들었나 봐! 난 이제 모른다~!"

나이토는 오두방정을 떨고 있었다.

캡슐 뽑기를 할 때가 아니었다.

모퉁이를 돌아 여자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는 신의 팔을 잡고 말했다.

"돌아가자!"

신은 잠시 날 바라보다가 내 말에 맞춰주었다.

"아, 오늘 학원 가는 날이었나? 안 가면 혼나겠다!”

우리들은 집 반대 방향으로 힘껏 달려갔다.

잠시 후 나는 신에게 말했다.

"그 자식이야! 그 눈, 틀림없어! 우릴 찾으러 온 거야!”

하지만 신은 의외로 침착했다.

"우리 이름표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어… 학년이랑 반은 준의 끈주머니에서 봤을 거고…"

나는 신의 침착한 모습에 화가 났다.

"이제 어떡할 건데!! 못 도망가!! 집까지 조만간 다 들킬 거야!!”

"역시 경찰에 신고하자. 이대로는 안 돼. 도와달라고 하자.”

"…"

나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확실히 다른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경찰한테 뭐라고 말해?”

내 물음에 신은 대답했다.

“산. 그 산에 있는 못 박힌 사진이나 해피랑 터치 시체 있잖아. 사진으로 찍어서 그 여자가 이상한 사람이라는 증거를 보여주면 경찰이 그 여자를 체포할 거야!”

나는 납득했지만, 더 이상 그 산에 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우리는 내일 방과 후 같이 뒷산에 가기로 했다.

이야기를 끝내고 우리는 집으로 가려고 했지만, '중년 여자'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몰라 벌벌 떨며 우회해서 돌아가기로 했다.

평소 같으면 20분이면 도착하는 길을 2시간이 걸려 돌아갔다.

집에 오자마자 나는 신한테 전화했다.

"집 안 들켰겠지? 오늘 밤에 찾아오면 어떡해!”

나 자신도 이렇게나 내가 겁쟁이인 줄은 몰랐다.

이름을 들키고 오두막에 '준 저주해 죽인다'라고 새겨진 것을 본 준이 정신적으로 병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괜찮아, 그렇게 금방 들키진 않을 거야!”

신은 나를 안심시키려고 했다.

이때 나는 느꼈다.

평소에는 대등한 입장에서 얘기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신은 마치 내 형 같은 존재였다고.

물론 그날 밤은 잠잘 수가 없었다.

아주 작은 소리에도 겁을 먹었고, 눈을 감으면 히죽 웃고 있는 중년 여자 얼굴이 눈꺼풀 뒤에 각인된 듯 선명하게 보였다.

아침이 되어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고, 방과 후 오후 3시 반.

나랑 신은 뒷산 입구에 왔다.

나는 산으로 들어가는 것을 망설였다. 중년 여자, 썩어 문드러진 해피와 터치, 무수히 많은 못.

그날 밤의 일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떠올랐다.

나는 신을 쳐다보았다. 신은 묵묵히 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신도 무서운 거겠지.

역시 진짜 들어가는 건 무섭다고 해 줘! 나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바라고 있었다.

신은 바지 주머니에서 일회용 카메라를 꺼내 오른손에 쥐고, 내 기대를 저버리듯 ‘좋아’하고 작게 중얼거리더니 산에 들어가자마자 달려갔다.

나도 그 뒷모습에 이끌리듯 달려갔다.

신은 뒤도 안 돌아보고 계속 달렸다.

나는 필사적으로 신을 쫓아갔다. 혼자 있는 게 무서워서 필사적으로 쫓아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신 또한 무서웠을 것이다.

무서우니까 주변을 살피지 않고 마구 뛰어갔을 테지.

'그곳'이 서서히 가까워지고 있다.

기억하기 싫어도 '그날 밤' 사건이 생생하게 떠올라 마음속에 공포가 번지기 시작했다.

무서워서 발이 움츠러들려고 할 때, 그곳에 도착했다.

그래, 중년 여자가 못을 박던 곳, 중년 여자가 해피랑 터치를 죽인 곳, 중년 여자가 나를 끌고 와서 넘어뜨린 곳.

중년 여자를 만나고 만 곳.

갑자기 누군가가 쳐다보는 느낌이 들어 주위를 둘러봤다.

아니, ‘누군가’가 아니라 ‘중년 여자’가 쳐다보는 것 같았다.

산 특유의 '정적'과 내 마음에 번진 '공포'가 맞물리면서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기 시작했다.

멈춰선 나를 신경 쓰지 않고 신은 그 나무에 다가갔다.

무언가를 깨달은 신은 쭈그리고 앉았다.

"해피..."

그 말에 다리의 떨림을 잊고 신에게 다가갔다.

해피는 이미 흙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었다.

두개골을 드러낸 채 중앙부에 약간 녹슨 못이 박혀 있었다.

못을 뽑아주려고 했는데, 신이 '잠깐만!' 하며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신의 침착함에 조금 놀랐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못을 뽑으려고 했다.

두개골에 박힌 못을 뽑은 순간, 한 번도 본 적 없는 수많은 벌레가 두개골 속에서 튀어나왔다.

“으악!!”

나는 황급히 손을 거두고 일어섰다.

우글거리는 작은 벌레들이 무서워서 해피의 시체에 가까이 갈 수 없었다.

다가가기는커녕 토할 것 같아서 버틸 수가 없었다.

신은 아무 말 없이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나는 그날 밤 해피를 외면했고, 이번에도 또 외면한 것이다.

나는 이 세상에서 제일 약하고, 제일 나쁜 인간이었다.

신은 다시 카메라를 들고 그 나무를 찍으려고 했다.

"어?! 야! 잠깐 이리 와봐!"

뭔가 발견하고 나를 부르는 신. 나는 쭈뼛쭈뼛 신에게 다가갔다.

신이 무언가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번에 이거 없었지?”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무수히 많은 못이 박힌 사진이 있었다…

응? 분명 전에도 있었는데...

아니야!

사진이 달라!

정확히 말하면 저번에 봤던 '4, 5살 정도 여자아이' 사진은 그 옆에 있었다.

다시 말해 사진이 한 장 늘어났다!

사진의 상태를 봤을 때 못 박힌 지 2, 3일 정도 된 것 같았다.

저번에 본 사진은 비바람에 표면이 너무 바래서 여자아이인지 아닌지조차 분간할 수 없었다.

새로운 사진 또한 4, 5살 정도 여자아이 같았다.

이때 신한테는 말하지 않았지만, 순간적으로 나는 '만약 새 사진에 있는 게 나라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에 잔뜩 긴장했었다.

신은 카메라로 못 박힌 사진들을 찍은 뒤 말했다.

"이제 비밀 기지에 있는 글자 사진 찍자."

그리고는 다시 뛰어갔다.

근처에 중년 여자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혼자 있는 것이 무서워 서둘러 신을 따라갔다.

비밀 기지 근처에 왔을 때, 나는 위화감을 느끼고 신을 불러 세웠다.

"신!"

위화감.

평소 같으면 이 위치에서 비밀기지 지붕이 보일 텐데, 지붕이 보이지 않았다.

신도 금세 알아차린 것 같았다. 이 순간 내 뇌리에 '중년 여자'가 스쳤다.

불안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점점 더 심하게 고동치고 있었다.

“뒷길로 가자.”

신의 말에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뒷길은 숲길을 거쳐 비밀기지로 가는 기존 경로와는 별도로, 수풀 속을 헤쳐 나가서 비밀기지 뒤쪽에 이르는 경로였다.

이 길은 적이 비밀 기지를 공격했을 때를 대비해서 만들어 놓았던 길이다.

물론 재미로 만든 것이지만, 설마 이런 식으로 유용하게 쓰일 줄이야…

이 길이라면 만에 하나 기지에 중년 여자가 있다고 해도 들킬 가능성이 매우 낮다.

나랑 신은 네발로 기어가며 수풀 속 터널을 조금씩 나아갔다.

그리고 비밀 기지 뒤로 약 5m 정도 떨어진 곳에 다다랐을 때, 기지 상태가 이상했던 이유를 깨달았다.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우리가 만든 비밀 기지는 그냥 나무 조각이 되어 있었다.

잠시 주변을 살펴봤지만, 중년 여자의 기척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수풀을 빠져나와 비밀기지’였던 공터’에 도착했다.

산산이 조각난 비밀 기지를 보고 조금 울 뻔했다.

‘비밀 기지’. 말하자면 우리 셋과 두 마리의 또 다른 집.

뿔뿔이 흩어진 나무 조각 한쪽에 큰 돌이 떨어져 있었다. 누군가 이거로 쳐서 부숴버린 거겠지.

‘누군가’? 아니, 아마 ‘중년 여자’겠지만...

신은 말 없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러 장의 나무 조각을 뒤집어 ‘준 저주해 죽인다’라는 글자가 잘 보이게 사진을 찍었다.

그러자 판자의 작은 틈에서 파리가 튀어나왔고, 그 틈으로 터치의 시체가 보였다.

해피랑 터치.

비밀 기지보다 더 소중한 두 마리의 친구를 잃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신이 일어서서 말했다.

“좋아, 이 카메라를 빨리 현상해서 경찰한테 가져가자.”

우리는 산을 뛰어 내려왔다. 산에서 내려온 후, 역 앞에 있는 파출소로 서둘러 갔다.

이 카메라에 찍힌 사진을 보여주면 중년 여자는 잡힐 것이다. 우리는 살 수 있다.

그 생각 하나만으로 달렸다.

가는 길에 카메라 가게에 들러 현상을 요청했다. 30분이면 된다고 해서 매장 안에서 기다렸다.

그동안 신이랑 대화는 거의 하지 않았다. 단지 사진 현상이 끝나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30분이 지났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여직원이 말했다. 나랑 신은 기다렸다는 듯이 계산대로 향했다.

약간 의아한 표정의 여직원이 사진이 담긴 봉투를 내밀며 말했다.

“현상이 다 되었으니 내부 확인 부탁드립니다.”

뭐, 현상 후 사진에 개 사체나 못 박힌 소녀 사진만 찍혀 있으니 의아한 표정인 것도 당연하다만…

신은 봉투에서 사진을 꺼내 모든 사진을 확인하고는 현상 비용을 냈다.

"확인했어요. 감사합니다."

우리는 가게를 나와 곧장 파출소로 향했다.

이걸로 모든 게 끝난다.

우리 두 사람은 역 앞에 있는 파출소로 뛰어들었다.

“어?! 무슨 일이니?”

안에 있던 젊은 경찰관이 웃으며 우리를 맞이했다.

우리는 경찰관에게 다가가 말했다.

“도와주세요!”

나랑 신은 '그날 밤'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사진도 하나하나 보여주었고, 지금도 '중년 여자'의 표적이 되어 있다고 말했다.

얼추 말을 마치자, 경찰관은 온화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빠나 엄마한테 말씀드렸니?”

우리가 부모님께 말하지 않았다고 하자 경찰관은 다시 말을 꺼냈다.

"음~, 그럼, 집 전화번호 좀 알려줄래?"

신은 약간 화가 나서 쏘아붙였다.

"여기서 왜 부모님이 나와요? 표적이 된 건 저희라고요?!"

참고로 신의 부모님은 의사랑 간호사다. 형은 유명한 사립 고등학교 학생.

우리 셋 중 가장 부유한 가정이지만, 가장 엄한 가정이기도 하다.

만약 그날 밤 부모님께 거짓말을 하고 비밀 기지에 갔다가 이런 일에 연루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나랑 준도 그렇지만 신이 제일 곤란한 상황이었다.

신은 다그치듯 말했다.

“도와줘요!! 경찰관이잖아요!!!!”

경찰관은 조금 쓴웃음을 지었다.

"너희 초등학생 맞지? 역시 이런 일은 부모님께 꼭 말씀드려야 해.”

그렇게 아무 진전 없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하는 대화가 이어졌다.

결국 경찰은 우리에게 있어 ‘협박’처럼 들리는 말을 던졌다.

"그럼 너희 담임 선생님 이름이 뭐니?"

뭐, 경찰 입장에서는 우리의 '보호자 및 책임자'랑 이야기를 해봐야 했겠지만...

우리에게는 이럴 때 '부모님과 선생님'은 야단맞을 대상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그 사이 우리 마음속에는 눈앞의 경찰관에 대한 불신이 싹트기 시작했다.

[여기 있으면 억지로 주소를 알아낸 다음에 부모님한테 이를 거야!] 라고.

이 경찰관은 우리 이야기를 믿지 않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랑 신이 필사적으로 도움을 청하고 있는데, ‘부모님’, ‘선생님’ 타령만 한다.

우리는 중년 여자의 존재를 증명할 증거 사진도 있는데…

나는 경찰에게 사진을 보여주었다.

"개를 이런 식으로 죽이는 녀석이라니까요!!"

그러자 경찰관은 잠시 말을 멈추고 사진을 집어 들더니 예상치 못한 말을 했다.

"음~…이게 개? 라고?"

"네?"

나랑 신은 놀랐다. 이 사람이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니, 너희 말을 안 믿는 건 아니야. 그럼 좀 더 자세히 알려줘. 여기가 머리니?”

경찰관은 농담이 아니라, 정말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나는 해피 사진을 집어 들었다.

"그러니까..."

설명하려던 순간 말문이 막혔다.

확실히 이 사진을 객관적으로 보면 개의 사체처럼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연갈색으로 변색한 뼈에 군데군데 남아 있는 털...

나랑 신은 해피가 죽은 다음날에도 해피를 봤기 때문에 이미 썩어 있어도 원래 모양(쓰러져 있던 각도, 모습)을 알 수 있었지만,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저 더러운 돌에 더러운 걸레 같은 것이 얽혀 있는 모습으로만 보일지도 모른다.

나는 냉정하게 다른 사진도 보았다.

나무 판에 새겨진 ‘준 저주해 죽인다’와 여자아이의 사진에 박힌 수없이 많은 ‘못’…

확실히 ‘중년 여자’의 존재랑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건 어려운가?

혹시 경찰관이 초등학생 장난인 줄 알고, 아까부터 ‘부모님’이나 ‘담임 선생님’을 찾고 있는 건가?

나는 이대로 여기 있다가는 위험하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무조건 부모님을 불러낼 거야!"

나는 신에게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신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턱을 휙 움직여 ‘나가자는 신호’를 보냈다.

다음 순간, 신은 힘차게 몸을 돌려 달려 나갔다. 나도 곧 신을 따라 파출소에서 빠져나왔다.

"얘들아!!"

경찰관이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우리는 돌아서지 않고 계속 달렸다.

경찰관이 쫓아올 기미는 없었다.

아마 장난치러 온 초등학생이 거짓말이 들킬 것 같으니까 달아났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나랑 신은 경찰관이 쫓아오지 않는지 확인하고 길가에 주저앉아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제 어떡하지?”

“어떡하냐…”

우리는 막막했다.

비장의 카드인 경찰조차 우리를 믿지 않았고, 중년 여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방법을 잃었다.

이걸로 모든 게 해결될 거라고 믿었던 만큼 충격은 컸다.

"이대로라면 중년 여자한테 집 주소를 들켜서..."

나는 두려웠다.

“…당분간 그 여자랑 마주치지 않도록 조심하자…"

신이 말을 꺼냈지만 나는 조금 언성을 높였다.

“이젠 끝났어!! 준의 학년이랑 반이 들통났으니 우리도 곧 들킬 거야!!"

그때 신이 다시 말을 꺼냈다.

“그런데, 그 여자…우리한테 해코지할 생각이 있나?”

“?”

“저번에 우리 학교 끝났을 때 그 여자 봤잖아. 만약 해코지할 생각이었다면, 그때 하면 되잖아.”

"…"

신은 계속해서 말했다.

“그리고 산... 만약 우리를 용서하지 않는다면, 산에 무슨 저주 같은 걸 새겨놨을 거 아냐.”'

"…"

그 말이 맞았다.

산에 갔을 때 확실히 ‘우리에 대한’ 새로운 저주는 없었다. 비밀 기지는 부서졌지만...

여자아이의 못 박힌 사진이 새로 생기긴 했지만, 우리, 하물며 풀네임이 들통난 준의 저주조차 없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그런가?' 하고 반박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신의 말대로 중년 여자가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우리를 원망하지 않고, 잊어버렸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신은 다시 한번 나를 안심시키듯 말했다.

"만약 정말로 우리를 원망한다면, 행동으로 옮기겠지. 그렇지 않냐? 학교 근처를 돌아다니는 것도, 우리를 찾는 게 아니라 사진 속의 여자애를 찾고 있을 가능성도 있잖아?”

"그렇구나..."

나는 그 말을 듣고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오히려 신이 한 말을 자기 자신에게 되새기며 자신을 억지로 납득시키려 했다.

현실 도피에 가까웠을지도 모른다.

신 또한 그랬을지 모른다.

중년 여자한테서 더 이상 벗어날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우리는…

“역시 그렇지!! 조만간 우리를 잊어버릴 거야!!”

"이미 까먹었을걸!!"

"아 뭐야, 씨!! 괜히 쫄았네!!"

"아 그러니까!! 그 여자, 눈물 쏙 빠지게 만들어 버릴라!!”

둘 다 허세를 부려 보였다. 어떻게 보면 자포자기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잠깐 그 자리에서 중년 여자를 욕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집에 가기로 했다.

“내일 집에 갈 때 준 보러 가자!”

“오케이, 그러자!”

신이랑 헤어지는 길목에 다다랐을 때 우리는 밝은 모습으로 손을 흔들며 헤어졌다.

내 마음은 조금 맑아졌다.

"그래... 신 말대로, 중년 여자는 이미 우리를 잊어버린 거야.."

마치 자기암시를 걸듯 반복해서 자신을 타일렀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멩이를 걷어차며 집으로 향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 한 점 없고, 수많은 별이 반짝반짝 빛나 아주 맑은 밤하늘이었다.

지금까지 중년 여자 때문에 고민했던 것이 바보 같았다.

집에 거의 다 왔을 때 그날 보고 싶은 애니메이션이 있다는 것이 생각나 종종걸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탁 탁 탁 탁…’

밤이 드리운 동네에 내 발소리가 울려 퍼진다.

‘타닥타닥타닥…’

조용한 밤이었다.

‘탁 탁 탁 탁…’

응?

‘타닥타닥타닥..’

내 발소리 말고도 다른 발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봤다.

어두워서 잘 안 보이지만 아무도 없었다. 기분 탓일까…

내가 참 소심하기는 하다고 생각하면서 다시 뛰었다.

‘탁 탁 탁 탁…’ ‘타닥타닥타닥..’

..응? 누군가 있다.

나는 다시 한 번 멈춰 서서 눈을 부릅뜨고 뒤를 돌아봤다.

…역시 아무도 없다…

확실히 내 발소리에 섞여 뒤에서 누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는데?!

나도 준처럼 어느새 중년 여자에게 정신적으로 몰린 걸까? 너무 쫄아있는 걸까?

잠시 멈춰 서서 계속 뒤를 보았다.

쿵쾅쿵쾅 뛰던 심장이 순간 쿵 멈췄다.

약 15m 떨어진 곳, 주택 현관 앞에 세워둔 오토바이 뒤에 누군가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아니, 숨어있었다.

달빛만으로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한 가지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 있었다.

'코트를 입고 있어!!'

나는 한동안 굳어 있었다.

숨어있는 녀석은 들킨 줄 모르는 것 같았지만, 그 실루엣이 똑똑히 보인다!

순간 혼란스러웠다.

‘중년 여자다! 중년 여자다! 중년 여자다!! 중년 여자!!! 중년 여자!!!!’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질 뻔했는데 본능이었을까, 다음 순간 또 다른 내가 자신에게 명령하고 있었다.

‘도망쳐! 도망쳐!! 도망쳐!!! 도망쳐!!! 도망쳐!!!! 도망쳐, 도망쳐야 해!!!!!’

나는 최대한 빨리 달렸다! 운동회 때보다 더 열심히 달렸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숨도 못 쉬고 달렸다.

집으로 미친 듯이 달려갔다. 집까지 앞으로 10m.

좋아! 도망갈 수 있어!

‘!’

순간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이대로 집 안으로 도망가면 틀림없이 집 위치가 들통날 거야!]

집 앞을 지나 그대로 주택가 좁은 골목길을 달려 내려갔다.

정처 없이, 그저 내 뒤를 따라오고 있을 중년 여자를 따돌리기 위해…

약 5분 정도 엉뚱한 길을 달렸다.

그쯤 가니 역시 숨이 차서 걷기 시작했고, 뒤를 돌아보았다.

이제 중년 여자 같은 모습도 보이지 않았고 발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주변을 경계하며 집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다시 집에서 10m 정도 떨어진 곳까지 도착해, 한 번 더 주위를 경계하고 현관으로 달려갔다.

부모님이 맞벌이하시느라 늘 혼자 집을 보던 나는 재빨리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재빨리 문을 잠갔다.

“…후우우…”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일단 신에게 말해야겠다는 생각에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신발을 벗으려던 그때, 현관 앞에서 소리가 났다.

“!?”

나는 신발을 벗던 상태로 굳어서 현관문을 응시했다.

우리 집 현관은 알루미늄 틀에 불투명 유리로 된 미닫이문인데, 불투명 유리 반대편…

현관 앞에 누군가 서 있는 모습이 비쳐 있었다.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 1m 정도 거리에 중년 여자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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