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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엄마가 밥을 1인분 덜 했다.

익명
2026-09-03 17:28

엄마가 내 몫의 밥을 짓지 않기 시작한 건, 그 토요일 저녁부터였다.

단톡방의 대화는 평소와 같았다. 핏빛처럼 붉은 하트 이모티콘, 눈이 오니 차 조심하라는 엄마의 다정한 말. 지하 주차장의 기둥 색이 낯선 잿빛으로 칠해져 있을 때부터 알아챘어야 했다. 내 생일인 '0310'을 누르고 들어간 집 안의 공기는 기묘하게 무겁고 끈적했다. 푹 끓여낸 김치찜의 누린내가 훅 끼쳤다. 돼지 등뼈에서 우러난 냄새라기엔 어딘가 비릿하고 퀴퀴해서 헛구역질이 났다.

"왔어? 춥지."

엄마는 내 얼굴을 보지 않고 부엌에서 칼질만 계속했다. 텅, 텅, 도마를 치는 소리가 맥박보다 빠르게 울렸다. 누나는 소파에 인형처럼 미동도 없이 누워 있었고, 아빠는 안방에서 소리 없이 기어 나오듯 나타났다. 온기가 느껴져야 할 가족의 풍경이, 마치 정교하게 짜인 밀랍인형 무대처럼 작위적이었다.

식탁 위에는 정확히 세 개의 밥그릇이 놓여 있었다. 엄마, 아빠, 그리고 누나의 것. 내가 평생 써왔던, 바닥에 작은 흠집이 있던 내 밥그릇과 파란색 물컵은 세상에서 증발해 버린 듯 흔적조차 없었다.

"엄마, 내 밥은?"

내 물음에 국자를 젓던 엄마의 손이 뚝, 멈췄다. 천천히 고개를 돌린 엄마의 얼굴에는 미안함도, 당황함도 없었다. 안면 근육이 마비된 사람처럼 기괴하게 텅 빈 표정이었다.

"너... 오늘 먹고 가?"

문자를 보냈다는 나의 항변은 허공을 맴돌았다. 엄마는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이 말을 걸어온 것처럼 기이한 눈으로 나를 응시했다. 꾸역꾸역 데워 온 햇반을 씹어 삼키는 내내, 세 사람은 나를 보며 웃고 떠들었지만 내 자리는 식탁 모서리 끝, 벼랑 같은 곳이었다. 나비 하나만 도려내진 액자처럼 나는 완벽히 소외되어 있었다.

내 방은 누나의 짐으로 잠식되어 창고가 되어 있었고, 내가 덮던 파란 이불은 "더러운 것이 묻어 버렸다"는 기계적인 대답과 함께 사라졌다. 엄마가 내어준 낡은 분홍색 이불에서는 젖은 흙냄새가 났다. 마치 무덤 속 파낸 흙처럼. 거실 바닥에 누워 밤을 지새우는 동안, 안방과 누나 방에서 들려오는 숨소리가 완벽한 박자로 일치하는 것을 들었다. 들숨. 날숨. 셋이 하나의 폐로 숨을 쉬는 것처럼. 그 숨소리는 나를 옥죄어왔다.

확인하고 싶었다. 내가 미친 건지, 이 집이 미쳐가는 건지. 그 뒤로 억지로 본가를 찾았다. 삼겹살을 구울 때도, 갈비탕을 끓일 때도 고기는 정확히 3인분이었다. 심지어 내가 고기와 햇반을 산더미처럼 사 갔을 때조차, 엄마는 서랍 속에 가득 찬 어른 숟가락을 두고 굳이 '조카가 쓰던 작고 녹슨 어린이용 숟가락'을 꺼내 내 앞에 툭, 던져놓았다. 다 자란 성인에게 유아용 수저를 쥐여주는 그 행위는, 나를 산 사람 취급하지 않는 일종의 장례 의식 같았다.

"왜 계속 내 것만 없어? 내 자리, 내 수저, 내 밥... 왜 나만 죽은 사람 취급하냐고!"

참다못해 소리를 질렀을 때, 부엌은 일순간에 호흡을 멈췄다. 텔레비전 소리도, 가스레인지 불꽃 소리도 끊어졌다. 셋은 동시에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초점이 없는 여섯 개의 눈동자. 누나가 서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분위기 이상하게 만들지 말고 그냥 주는 대로 처먹어."

말투는 평소와 같았지만, 누나의 목에는 핏대가 기괴하게 솟아오른 채 미세하게 경련하고 있었다. 공포에 질린 건지, 억누르고 있는 짐승의 본성인지 알 수 없었다. 아빠가 다가와 내 어깨를 꽉 잡았다. 체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손이었다.

그 끔찍한 진실의 꼬리를 잡은 건, 예고 없이 찾아간 어느 주말 오후였다. 아무도 없는 부엌,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구석에 처박힌 투명한 반찬통이 눈에 들어왔다. 빛바랜 종이테이프 위에 붉은 펜으로 적힌 글씨.

[늦게 온 사람]

한 끼라기엔 턱없이 부족하고, 버리기엔 미련이 남은 기괴한 양의 멸치볶음. 그것을 집어 든 순간, 뒤에서 누나가 유령처럼 나타나 내 손목을 낚아챘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다.

"그거... 왜 꺼냈어. 둬. 엄마가 해놓은 건데 네가 왜 만져!"

누나의 눈동자가 극도의 공포로 사시나무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나를 향한 공포가 아니었다. '그것'을 건드린 행위 자체에 대한 경악. 그때 안방 문이 열리며 아빠가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아빠는 내 손에 들린 반찬통을 보더니 짐승을 달래듯 낮고 쇳소리 섞인 목소리로 속삭였다.

"준호야. 집이란 게 그래. 먼저 기어 들어와 자리 잡은 것이 있고, 나중에 오는 것이 있어. 늦게 온 놈의 몫도 챙겨 줘야 밤에 탈이 안 나는 법이다. 너도 적응해야지."

무슨 뜻이냐고 묻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턱끝에서 막혔다. 아빠의 그림자가 거실 천장을 덮을 만큼 거대하게 일렁이고 있었다.

그리고 설 전날. 도망치고 싶었지만 아빠의 부름을 거절할 수 없어 끌려가듯 향한 집. 놀랍게도 그날 식탁에는 처음부터 내 자리가 있었다. 밥공기도, 수저도 정확히 네 벌. 네 사람분. 갈비찜을 뜯으며 가족들은 나를 향해 기괴할 정도로 환하게 웃었다. 입꼬리가 귀밑까지 찢어질 듯 올라간 얼굴들. 나는 고기를 씹으며 안도감보다 숨 막히는 공포를 느꼈다. 뼈마디가 너무 작았다. 이것은 돼지의 뼈가 아니었다.

식사가 끝나고, 엄마는 남은 음식을 반찬통에 담기 시작했다. [아빠 점심], [주희 가져갈거], 그리고... [준호]. 내 이름이 적힌 통을 보고 안도하려던 찰나, 엄마가 네 번째 작은 통을 집어 들었다. 먹다 남은 찌꺼기, 핏물이 덜 빠진 붉은 살점과 쉰내가 나는 무 한 조각.

[늦게 온 사람]

엄마는 그 오물 같은 반찬통을 들고 현관으로 걸어갔다. 덜컥, 무거운 철문이 열리고 칠흑 같은 바깥 복도 바닥에 엄마가 그것을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엄마... 그거 늦게 온 사람 거라며. 그게 누구 건데?"

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엄마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콧노래를 부르는 듯한 억양, 하지만 두 눈의 검은자위가 팽창해 흰자를 완전히 덮어버린 끔찍한 얼굴이었다.

"아이고, 우리 아들. 자꾸 왜 그려. 그건 네 거 아니여." "그럼 밖에서 밥을 처먹는 게 누구냐고!"

엄마는 대답 대신 피식 웃으며 참기름 냄새가 진동하는 손으로 내 코트 깃을 꽉 움켜쥐었다. 손가락뼈가 부러질 듯한 악력이었다. 엄마가 내 귓가에 입술을 바짝 대고, 파충류처럼 차갑게 쉭쉭거렸다.

"너는... 이제 '안'에 있잖어. 내가 문 열어 줬을 때 잽싸게 들어온 놈이 내 새끼지."

그 순간 복도의 센서등이 꺼졌다. 완벽한 어둠 속, 현관문 바깥에서 무언가 기다렸다는 듯 기어 오는 소리가 났다. 스윽, 철퍼덕. 스윽. 뼈가 부러진 채 바닥을 기는 듯한 소리. 이내 뚜껑을 거칠게 열어젖힌 뒤, 게걸스럽게 내용물을 씹어 삼키는 끔찍한 파열음이 귓전을 때렸다. 핏물을 핥고 오독오독 뼈를 씹는 소리.

거실 쪽을 돌아보았다. 아빠와 누나가 식탁에 꼿꼿이 앉아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완벽한 대칭을 이룬 미소를 지은 채. 현관 밖의 그것이 식사를 마친 듯, 철문을 긁기 시작했다. 끼기긱... 끼이이익... 문고리가 바깥쪽에서부터 미친 듯이 덜컥거렸다. 내가, 아니, 원래 '나'였어야 할 껍데기가 문을 열고 들어오려 발악하고 있었다.

엄마가 현관문을 굳게 걸어 잠그며, 멍하니 서 있는 내 등을 집 안으로 강하게 밀어 넣었다. 철문 밖에서 내 목소리와 똑같은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엄마! 열어줘! 내 밥은!

하지만 엄마는 문손잡이를 단단히 쥔 채 나를 보며 기괴하게 웃었다.

"우리 아들, 얼른 들어와. 밖은 춥다."

철컥. 도어락이 잠겼다. 비밀번호는 여전히 0310. 내 생일이었다. 나는 이 집에서 영원히 나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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