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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이야기 part . 1

익명
2026-07-30 16:39
33

2년 전 여름, 나는 오토바이를 타고 훗카이도 투어에 나섰다.

목적은 당연히 훗카이도 일주였고 일주의 기간은 약 사흘.

뭐 하나 정확히 정해진 것 없이 혼자서 떠난 여행이었다.

훗카이도는 예상보다 훨씬 별 것이 없었다.

도시와 도시 사이의 거리가 100km도 넘는 곳이 있었으니.

그 거리 사이에는 편의점은 커녕 음료 자판기 하나가 없었다.

마음 편히, 아무런 생각 없이 장거리 여행을 즐기려 온 것이지만 역시 최악이었다.

본인이 정말로 계획 없는 장거리 여행을 즐기는 편이 아니라면 고통스러울 정도.

내가 정한 여행의 컨셉은 돈을 최대한 쓰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여관이나 호텔에서 자는 것은 꿈도 꾸지 않았다.

그 와중에 내게 고민거리로 다가왔던 것은 오토바이에 기름을 채울 주유소가 도시에만 있다는 것이었다.

24시간 영업을 하는 곳도 드물었고 대부분이 오후 7시가 되면 문을 닫았다.

내가 여행에 타고 온 오토바이는 연비도 그닥 좋은 편이 아니었고, 기름을 가득 넣어도 160km를 갈까 말까 했다.

애초에 계획한 일정은 사흘 이었기 때문에, 야간에도 계속 달리지 않으면 훗카이도 일주라는 목표를 달성 할 수가 없었다.

멍청하게도 비상용 휘발유도 준비하지 않았었고, 나흘 뒤에는 다시 회사에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계획대로 일주를 마무리 하기가 어려웠다.

이 모든 문제를 일주를 시작하고 꽤나 시간이 흐른 뒤에야 알게 됬다는 것인데,

훗카이도 일주를 포기하고 길을 가로질러 하코다테까지 간 다음, 배를 타고 돌아갈 것을 심각히 고민했다.

다른 방안으로는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식의 일주를 도전해 볼 까였다.

그렇게 고민하다가 나는 결국 일주를 해내보자고 결심했다.

' 포기하는 순간 시합은 끝이다 '

안 선생님의 이 한 마디가 내 귓가에 울려 퍼진 느낌이었다.

그렇게 일주를 시작 한지 이틀째가 되던 밤,

나는 조용한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도로는 조용하고 어두웠다.

주변에는 나무들이 늘어서 있고, 마치 나를 압도하듯 우뚝 서 있었다.

달리다 보니, 오토바이 계기판에는 기름이 부족하다는 경고등이 들어 와있었다.

아.. 오늘은 여기까지 인가?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휴게소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그곳에서 눈을 붙이기로 했다.

내가 오토바이를 세운 휴게소는 임시로 세워 둔 화장실만 하나 있을 뿐, 다른 건 아무것도 없었다.

어느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너무나 외로웠다.

휴게소 주변에는 민가는 커녕,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내가 자리 잡은 곳의 작은 가로등만이 나와 내 오토바이를 비추고 있었다.

가지고 온 음식을 간단히 먹어 치우고, 나는 그대로 바닥에 누웠다.

누워서 본 달은 무척 이나 아름다웠다.

이런 달도 대도시에서는 보기가 굉장히 드물다.

나는 일주를 하길 잘 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여전히 나무들에 둘러싸인 어둠 속에서 나는 눈을 감았다.

잠에 빠져들었을 무렵, 정적을 찢는 차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손목의 시계를 보니 새벽 2시.

이런 늦은 시간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구나 싶어서 일어났다.

대체 이런 늦은 시간에 돌아다니는 정신 나간 놈이 누군가 싶어서 도로변에 얼굴을 내밀었다.

특이한 것은 없었고, 단순한 트럭이었다.

나는 몸을 다시 돌려 잠을 자려고 했다.

그때, 이상한 것을 깨달았다.

임시로 세워진 화장실의 문이 열려있었다.

이곳에 도착해서 봤을 때, 화장실의 문은 닫혀있었다.

저 문이 언제 열렸는지 알 수가 없다.

적어도 내가 이곳에 온 이후로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고, 나도 화장실을 간 적이 없다는 건 확실하다.

누워서는 화장실 문이 열려있다는 것만 보였고 내부까지는 보이지가 않았다.

문은 작게 소리를 내며 흔들리고 있었다.

화장실로 살짝 다가가 보니, 흰 옷감 같은 것이 보였다.

' 거기.. 누구 있어요? '

말을 하며 화장실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 순간, 내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고 온 몸의 털이 쭈뼛 섰다.

화장실 안에는 여자가 목을 매달고 있었다.

나는 기겁해서 뒤로 넘어졌다.

평생을 살며 엉덩방아를 찧는 것은 처음이었다.

도대체 언제? 왜? 어떻게?

의문들만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온 몸이 벌벌 떨렸다. 기분 나쁜 식은 땀이 온 몸에서 줄줄 흘러내렸다.

일단은 경찰에 신고 해야 한다. 나는 오토바이에 두고 온 휴대폰을 가지러 가야겠다 생각하고

발 걸음을 옮겼는데 그 순간, 큰 충격음이 울려 펴졌다.

놀라서 소리가 난 뒤를 바라보니 그 여자가 화장실에 서서 나를 보고 있었다.

벌벌 떨고 있는 나를 계속 바라보며, 여자는 천천히 오른팔을 올려 화장실을 후려갈겼다.

여자의 힘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충격음이 울려 퍼진다.

현실과 상당히 동떨어진 그 광경에 나는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그 여자의 목에는 매달았을 때 썼던 밧줄이 그대로 감겨 있었다.

더러운 흰 색의 원피스, 길고 수북한 머리카락, 얼굴을 가린 머리카락 사이로 기분 나쁜 눈빛이 보인다.

어떻게 봐도 정상인은 아니었다.

그렇게 여자는 계속해서 나를 바라보며 화장실을 후려갈겨 큰 충격음을 냈다.

이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둡고 을씨년스러운 휴게소에 깜짝 놀라 벌벌 떠는 나와 , 화장실을 때리는 여자 뿐.

' 여자는 목을 매달았었잖아.. 그런데.. 살아있어?! '

어째서지? 그렇게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못 하고 있을 때, 여자가 화장실을 때리는 속도가 점점 빨리졌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 찾아냈다 찾아냈다 찾아냈다 찾아냈다 찾아냈다 찾아냈다 찾아냈다 찾아냈다 찾아냈다 찾아냈다 찾아냈다 찾아냈다 '

나는 엄청난 두려움에 온 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 뭐.. 뭐냐고 너!! 뭔데 !! '

나는 큰 소리로 고함을 쳤다.

' 자.. 장난 치는 거야?!!! 아무도 없는 곳에서 그따위 짓거리 하지 말라고 너!! '

내 말을 들은 여자는 손을 멈추고 , 그대로 떨구더니 ' 어째서? ' 라고 말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그 말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 정신.. 나간 여자야!! 빨리 어디론가 가버려!! '

' 싫어 '

여자는 나를 째려보며 대답했다.

그리곤 자신의 왼 팔을 물어 뜯으며 말했다.

' 싫어 싫어 싫어 싫어 혼자서는 싫어 혼자서는 싫어 싫어 혼자서는 싫어 '

물어 뜯는 왼 팔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려도 멈추지 않는다.

살점이 떨어져 바닥에 철퍼덕 철퍼덕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동시에 여자는 울고 있었다.

울면서 자기의 팔을 물어 뜯는다. 여자의 입은 금새 피로 새빨갛게 물들어 갔다.

뜯던 팔에는 흰 뼈가 보이기 시작했다.

내 머릿속에서는 ' 도망 쳐 ' 란 생각이 번개처럼 스쳐지나갔다.

저 여자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미친 여자임이 틀림없다.

나는 오토바이를 향해 미친 듯이 뛰었다.

당장 도망치지 않으면 내가 잡아 먹힐 것 같다는 생각에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헬멧을 손에 들고 뒤를 돌아보니 그 여자가 보이지 않았다.

왜 없지?

그 순간, 내 어깨에 무엇인가가 툭 하니 닿았다.

그 여자의 피투성이가 된 왼 팔이었다.

여자는 어느새 내 바로 뒤에 있었다.

' 두고.. 가지마.. '

여자가 말함과 동시에 들고 있던 헬멧으로 여자의 머리를 후려쳤다.

정말 온 힘을 다해 여자를 때렸다.

여자의 입과 코에서 피가 났고 그대로 고개를 돌렸다.

그럼에도 내 어깨에서 팔을 떼지 않았다.

괴성을 지르며 수차례 헬멧으로 여자를 가격했다.

그러자 그 여자의 팔이 내 어깨에서 떨어졌고 뒤로 넘어졌다.

헬멧을 그대로 여자의 얼굴에 던져버리고 오토바이를 타고 도망쳤다.

뭐야!! 저게 도대체 뭐냐고!!

공포와 불안을 떨쳐내려 나는 미친 듯 속도를 높혔다.

그렇게 달리며 눈을 감았다 떠보니 나는 처음 보는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병원?

나는 어째서 병원에 있는 거지? 내가 있는 이곳은 분명 병원이다.

내가 왜 이곳에 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나는 훗카이도의 휴게소에서 미치광이 여자에게서 도망치던 중이었는데..?

몸을 살펴보니 다친 곳은 없었다. 그렇다고 사고를 낸 것도 아니다.

나는 병실 밖으로 나가려고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지 않았다. 밖에서 잠겨져 있었다.

' 저기.. 밖에 누구 없어요? '

그러자 간호사처럼 보이는 듯한 남자가 나타났다.

' 무슨 일인가요? '

' 아니.. 여기는 어디인가요? 제가 왜 여기에 있는 거죠? '

그 간호사는 한 숨을 내 쉬며 말했다.

' 담당 선생님이 곧 오실 거니까 자세한 이야기는 그 때 가서 하시죠. '

그러더니 어딘가로 가 버렸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뭐지? 나는 왜 병실에 갇혀 있는 거지?

그렇게 주변을 살피다 문득, 침대 옆에 있는 노트를 봤다.

노트를 손에 들어 내용을 보니 그곳에는 내가 쓴 듯한 글이 빽빽하게 적혀있었다.

' 도와줘 그 여자가 죽였는데 아무도 나를 믿어주지 않아 '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내가 쓴 글씨가 맞았다.

그 때,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아까 그 간호사와 경찰관이 함께 들어왔다.

그러더니 경찰이 내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 잠깐만요. 왜 수갑을 채우는 거죠? '

경찰은 아무런 말 없이 나를 후려갈겼다.

쓰러진 나를 보며 ' 귀찮게 굴지 마 ' 라는 말만했다.

두 남자에게 끌려서 나는 ' 진찰실 ' 이라고 적힌 방에 들어갔다.

백의를 입은 의사 같은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두 남자는 방에서 나갔고 나와 의사, 둘 만이 남았다.

' 상태는 어때? '

의사가 나에게 물었다.

'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왜 제가 이런 곳에 있는 거죠? 저는 훗카이도에 있었는데.. 집에 가고 싶어요 보내주세요 '

' 네가 돌아갈 곳 따위는 없다 '

' 네? '

' 너는 헬멧으로 여자 머리를 박살 내서 경찰에 잡힌 거야 , 그 후 심신미약으로 판단되어 이 병원에 격리되었고

너는 사회적으로 완전히 말살 된 존재고, 돌아갈 곳 따위는 없어 없다고! '

이 자식 무슨 말을 하는거지?

내가 여자를 죽였다고?

그러자 순간 내 머리속에서 그 미치광이 여자가 떠올랐다.

내가 그 여자를 죽였다고? 내가? 그래서 이곳에 끌려왔다고?

그럴 리 없다

나는 경찰에 잡힌 기억 자체가 없다.

하지만 지금 나는 격리 병동에 있다.

내가 정신 이상자고 기억이 애매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인가?

아냐 틀려, 나는 정상이야.. 나는.. 나는.. 나는..

' 혼란스러운가 보군 ? '

의사가 갑자기 말을 걸었다.

' 당연하잖아요 '

' 너는 이미 사회적으로 죽은 몸이야, 기분이 어떤가? '

' 뭐라고? '

이 자식이 지금 나를 도발하는 건가? 내가 사회적으로 죽은 몸이라고?

' 나는 누구도 죽인 적 없어, 사회적으로도 죽은 몸이 아니라고!! 네 놈은 거짓말쟁이야!! '

' 아니! 너는 죽였어! 그러니까 너는 그녀와 영원히 죽는 거다!! 영원히 그녀와 함께 죽어라!! 죽어! 죽어! 죽어! 죽어! '

'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야, 이 자식 '

격앙된 나와 도대체 알 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는 의사.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상한 공간이었다.

그 순간, 내 목에 미지근한 것이 달라 붙었다.

붉은 피투성이의 왼 팔.

등골에 소름이 쫙 끼쳤다.

' 찾았다... '

그 미치광이 여자였다.

의사가 일어서서 내 어깨를 잡는다.

' 너는 A를 죽였다!! 너는 영원히 A와 함께 죽어야 한다!! 이 아이는 어둠 속에서 죽었어!! 이 아이의 고독을 네 놈이 공유해라!! '

' 시.. 싫어!!!! '

그 순간 , 내 눈 앞이 녹색으로 물들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도로변 풀 숲에 누워있었다.

다친 곳은 없었다. 오토바이도 옆에 넘어져 있었지만 고장 난 곳은 없었다.

꿈... 인가...? 나는 꿈을 꾼 것인가? 주변을 돌아보자 어제 머물렀던 휴게소가 보였다.

임시 화장실은 보이지 않았다. 시간은 아침 8시.

나는 무엇을 했던 것일까.. 이상한 체험이다.

나는 꿈이나 환상에 현실을 혼동했던 것인가?

그 후, 나는 무사히 일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 올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여자는 내게 씌게 된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털어 놓을 이야기가 되겠지.

결과만 두고 말하자면 이제 더 이상 그 여자는 없다.

어느 영 능력자 덕분에 그 여자를 보내 줄 수 있었다. 나는 그가 아니었다면 미쳐서 죽었을지도 모른다.

일주 이후 3개월.

나는 지금 광장 벤치에 앉아있다.

여름 더위도 꺾이고 거리에는 겨울 기색마저 감도는 가을 바람이 부는 날이다.

계절의 흐름에 따라 거리의 색이 변하듯, 지난 3개월 간 내 인생도 크게 바뀌었다.

나와 함께 훗카이도를 여행 했던 오토바이는 이제 없다..

트럭과 정면 충돌해 흔적도 남기지 않고 대파됬다.

나는 그 사고로 인해, 왼 팔과 왼 다리 , 왼쪽 쇄골과 늑골까지 네 군데가 골절 되는 중상을 입었다.

전치 5개월 짜리 부상이었다.

목숨을 건진 것은 다행이지만, 5개월 간 일도 못하는 인간은 필요가 없다며 회사에서는 나를 서류 한장으로 해고했다.

결국 오토바이도 잃고 일자리도 잃은 내게는 얼마 안되는 돈과 너덜너덜한 몸 뿐이었다.

다행스럽게 큰 후유증 없이 회복을 했지만, 왼 팔은 이상하게 회복이 늦었다.

다리와 늑골, 쇄골은 거의 멀쩡해졌는데 왼 팔은 접혀서 펴지지가 않았다.

의사도 이유를 알 수가 없다고 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때 나는 왜 그런 큰 사고를 일으킨 것인지 기억이 전혀 없다.

의사는 사고의 쇼크로 인한 일시적 기억 장애라고 했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나는 완전히 사회에서 패배한 몸이었다.

설령 부상이 낫는다 해도, 내게는 돌아갈 곳이 없다.

완전히 살아갈 자신을 잃었다. 이대로 나는 사회부적응 자로써, 죽는 걸까..

온통 머릿속은 저 생각으로 가득 찼다.

매일 같이 울고 만 싶은 날이었다. 벤치에 앉아 나는 쉬고 있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것을 보며 나는 과거의 내 인생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 때로 돌아가고 싶다. 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내 옆에 젊은 남자가 앉았다.

젊은 남자는 담배에 불을 붙이더니 하늘로 연기를 뿜었다.

' 형씨, 위험해 보이네? '

나는 들은채만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 나 , 이상한 놈은 아니야, 지금 형씨를 보니 도움이 필요해 보여서 말이야 '

' 도움? 그런 건 필요 없어, 몸만 좋아지면 나도 혼자 살 수 있다고 '

' 그.. 몸은 더 이상 낫지 않아, 설령 좋아진다 해도 같은 일이 반복될 뿐이야 '

그 말에 대답할 기운도 없었다.

' 일주일 뒤에 다시 여기로 와, 그럼 우리가 형씨의 힘이 되어 줄 테니까 '

이 말을 남기고 남자는 자리를 떠났다.

그날 밤, 나는 침대에 누워있었다.

누나가 종종 돌봐주러 오는 것 외에는 아무도 찾지 않는다.

고독하고 좁은 방 안에서 그저 누워서 천장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잠에 들었다가 갑자기 눈이 떠졌다.

천장에 구멍이 뚫려있다.

그것도 사람 한 명이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큰 구멍이.

난데 없이 나타난 구멍에 놀라서 나는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무언가에 묶인 것 마냥 몸이 움직여 지지 않았다.

완전 패닉에 빠졌다. 천장을 바라볼 뿐,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

몸을 움직이려 발버둥 치던 내 귀에, 무언가가 질질 끌리는 소리가 들렸다.

천장 구멍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온 몸에 경계 신호가 흐르기 시작했다.

기분 나쁜 기척이 천장 구멍 안에서 가득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이건 꿈이라고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라고!!

필사적으로 외쳤다. 눈을 뜬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훗카이도에서 봤던 그 여자가 천장 구멍 안에 있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그 여자는 아무런 말없이 나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여자의 입이 우물우물 기괴하게 움직였다.

마치 껌을 씹는 듯한 움직임 뒤에 여자의 입에서 천천히 피가 흐른다.

그 피가 방울 져 내 얼굴로 떨어졌다.

그 피는 사람의 피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차가웠다..

시체의 피

나는 공포감에 누구라도 좋으니 나를 깨워줬으면 싶었다.

내 얼굴을 가득 메울 정도로 계속해서 여자는 피를 흘렸다.

제발 누군가가 구해줬으면, 깨워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미친 듯이 속으로 외쳤다.

그러자 여자는 구멍에서 몸을 질질 끌고 나와서는 그대로 떨어졌다.

내 심장은 너무 빠르게 뛰었고 이러다 멈추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떨어진 여자는 천장에 매달리듯 목을 걸고 있었다.

차갑고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여자의 입에서는 엄창난 양의 피가 흘러내렸다.

차가운 피가 여자의 흰 원피스를 물들이기 시작했고, 갑작스레 여자의 목을 매단 로프가 끊어졌다.

그 여자는 힘없이 내 위로 떨어졌다. 나의 공포는 정점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천천히 내 귓가로 올라온 그 여자는 ' 이제.. 너는 .. 내 거야.. ' 라고 얘기했다.

그리고는 내 몸 이곳저곳을 만지작거렸다.

극심한 공포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 용서해 줘.. 살려줘!! '

간절히 비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여자는 내 입에 들이대듯 불쾌한 키스를 했다.

나는 울면서 흐려진 소리로 절규했다.

그 순간, 그 여자가 사라졌다. 나는 엄청난 오물을 입에서 토해냈다.

그렇게 맞이한 아침, 내 주변은 내가 토해낸 토사물 투성이었다.

거울을 들고 내 얼굴을 봤다. 여자의 피는 묻어있지 않았다.

침대 주변에도 피는 없었다. 천장도 멀쩡했다.

나는 짐을 정리하고 방 안을 뛰쳐나왔다.

낮에는 사람이 많은 광장 벤치에서 시간을 보내고 밤에는 PC방을 전전하며 시간을 보냈다.

나는 이제 혼자 있는 것을 견딜 수가 없었다.

누구라도 좋으니 사람이 있는 곳에 있고 싶었다.

쉽게 낫지 않는 몸, 익숙해질 수 없는 생활 환경.

내 안에서 수많은 것들이 무너지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열심히 일을 하고 한 사람의 어엿한 사회인으로 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노숙자와 다르지 않다. 이렇게 된 이유가 그 여자가 내게 씌었기 때문이라니...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이유다. 정신 이상자라고 불려도 어쩔 수 없다.

이제 정말 나는 끝인지도 모른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그 젊은 남자를 만났던 광장 벤치에 앉아있었다.

여름 더위도 꺾이고, 거리에는 겨울 기색마저 감도는 가을 바람 부는 날이었다.

나는 그렇게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담배에 불을 붙이는 소리가 난다.. 어느새인가 그는 내 옆에 앉아 있었다.

' 형씨, 지난번에 봤을 때 보다 훨씬 심해졌네, 이제 한계구나? '

' 정말로 날 도와줄 수 있어? '

' 음..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지, 이대로 형씨를 내버려 두면 죽는 것 말고는 다른 답이 없으니까.

그걸 알면서도 그냥 죽게 두면 나도 맘이 영 편치가 않아서 말이야 '

' 어떻게 할 건데? '

' 뭐.. 일단은 따라와 봐 '

그렇게 말하고는 주차 되어 있던 차에 나를 태웠다.

차를 달려 어느 빌딩 안으로 들어간다.

그곳에 사무실이 있다고 했다.

OOO 탐정 사무실 이라고 적혀있는 작은 사무실 한 칸.

여기가 그의 사무실이었다.

' 탐정? '

내가 중얼거리자 젊은 남자는 ' 본업은 말이지 ' 라고 말했다.

사무실 문을 열자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 아, 지금은 다들 나가고 없어. 아마 사장은 있을테지만 '

' 나... 돈이 한 푼도 없어 '

' 음.. 우리 사장, 돈에는 환장하지만 근본은 좋은 사람이니까 아마 괜찮을거야 '

그렇게 말하고 남자는 안쪽 사장실이라고 적힌 문 앞으로 걸어갔다.

가볍게 두 번 노크하자 안에서 ' 들어와 ' 하는 대답이 날아왔다.

문을 열자 거기에는 누가 봐도 커리어 우먼이라고 느낄만한 여자가 있었다.

이 여자가 사장이구나.

' 또 변변찮은 놈은 데리고 오다니.. ' 사장은 내 얼굴을 보며 혀를 찼다.

작은 소리였지만 확실히 저렇게 얘기했다.

나를 환영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 사장.. 아니. 그게 그러니까.. '

남자는 횡설수설했다.

사장은 그런 남자를 째려보며 서류를 책상에 내리쳤다.

' 너 말야!! 우리 회사는 자선 사업하는 곳이 아니라고? 이런 돈도 없는 놈을 데려와서 어떻게 벌어 먹겠다는 거야 !! '

확실히 남자도 겁에 질릴만한 노성이다.

' 아니, 그치만 사장도 보면 알잖아요! 이 사람 이대로 두면 죽는 다니까요? '

' 이 멍청아!! 사람이 좋은 것도 정도가 있지 '

아마도 이 남자는 진심으로 날 돕고 싶어서 데려왔던 모양이다.

고마웠지만 나는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쳐가며 도움을 구할 생각이 없었다.

발걸음을 돌려 사무실에서 나가려고 했다.

그러자 사장이 나를 불러 세웠다.

' 기다려, 젊은 노숙자놈아. 이 녀석이 말한대로, 너는 곧 죽어. 그렇게 돌아가서 어쩔 생각이야? '

' 아까부터 왜 그렇게 내가 죽는다고 말하는거죠? 확신하는 것 같은데? 나는 확실히 무언가에 쫓기고 있어요,

하지만 당신 말처럼 돈은 한 푼도 없습니다. 이 친구한테 폐를 끼칠 생각도 없으니까 가보겠습니다 '

사장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연기를 내 뿜었다.

' 다른 사람한테 폐를 끼치지 않겠다니, 좋은 마음가짐이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을 도와 줄 생각은 있어? '

' 그게 무슨 말입니까? '

' 방법은 있다는 거지. '

' 설..마.. 사장..? '

남자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 조금 전, 너는 나한테 무슨 확신이 있길래 니놈이 죽을거라고 말하냐 했지?

너 말야, 아무래도 귀찮은 게 씌인 것 같아. 너, 목을 매달고 추레한 원피스를 걸친 여자라면 짐작 가는 것이 있지? '

나는 깜짝 놀랐다. 그 여자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 후후후, 놀라긴 이르다. 뭐 나도 일단 본업은 탐정이지만 부업으로 영 능력자 일도 하고 있거든.

그건 그렇더라도 상당히 재미있는 표정으로 놀라네? 후후후 좋아해 그런 표정 '

본업이 탐정이고 부업이 영 능력자라니? 이게 무슨 이상한 말인가.

여기 그대로 있어도 괜찮은 걸 까? 그렇지만 그 여자에 대해서 알아 맞췄다. 이 또한 사실이다.

그 여자는 정말 귀신인가? 단순한 내 착각이 아니라?

' 조금 전 얘기한 좋은 방법이라는 게..? '

사장이 쓴 웃음을 지었다.

' 아무도 좋은 방법이라고는 말 하지 않았어, 그저 방법이 있다고 했지 '

' 그래서 그 방법이 뭡니까 ? '

' 나에게 제령을 부탁한다면 최소 200만엔은 각오해야 해, 근데 너는 그 만한 돈은 없잖아? 하지만 저기 있는 저 녀석이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저 녀석은 영 능력자로서는 완전 밑 바닥이야. 그러니까 저 녀석의 현장 실습 겸해서 제령을 받는다면

돈은 내지 않아도 좋아. 반대로 내가 사례금을 내도록 하지, 뭐 몸이 어떻게 될지 보증은 못 하지만 말이야 '

사장은 담배를 비벼서 껐다.

옆에서 듣고 있던 남자는 머리를 움켜쥐고 하늘을 바라보며 오마이 갓 하고 중얼거릴 뿐이었다.

' 아니 사장. 저는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

남자의 질문에 사장은 ' 뭐? ' 하며 기분 나쁜 티를 냈다.

' 지금부터 고객하고 상담해! 그 후에 제령 방법을 검토하고, 계획서를 내일까지 나한테 제출해 알았어?! '

' 네.. 네.. 아니 그렇지만.. 그게.. '

' 됐고, 빨리 일이나 시작해 이 멍청아! '

그렇게 사장에게 쫓기 듯 사무실에서 나와 카페에 들어갔다.

' 좋은 가게죠? 여기도 사장 가게랍니다 '

남자는 그렇게 얘기하고 익숙하다는 듯 자리에 앉았다.

자리는 개인실처럼 되어있어 주변에 이야기가 새어나갈 염려가 없었다.

' 그럼 형씨, 지금부터 상담을 시작할게요. 준비됐죠? '

' 신경이 쓰이는 것이 있는데.. '

' 뭔데요? '

' 당신 말이야.. 아까까지는 반말로 얘기하더니 갑자기 존댓말로 바뀐 이유가 뭐야? '

남자는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이제부터 형씨가 정식으로 내 고객이 됐으니까요. 사실 사장이 처리해줬으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죠. 내가 현장 실습 겸

형씨의 제령을 하면, 회사에서 인재 육성비로 예산이 나올 겁니다. 형씨한테도 사례금으로 2만엔 정도 나올 거구요.

어떤 의미에서는 금전적으로 이게 최선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아까 사장 말처럼 나는 정말 밑바닥 수준이라 까딱 잘못하면 어떻게 될 지 몰라요.

하지만 최선을 다 할게요. 대충 했다가는 나까지 죽을테니까 '

' 무슨 말인지는 알겠어. 하지만 나는 영혼 같은 건 전혀 아는 게 없어, 솔직히 그 여자도 내가 정신이 이상해져서

환상을 본 것이라 생각했었고.. 갑자기 귀신이라는 소리를 들으니 당황스럽다고 '

' 그렇겠네요. 그럼 영혼에 대해 잠깐 설명할게요 , 믿던 말던 그건 형씨 자유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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