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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게시판

무서운이야기 part . 3

익명
2026-07-30 17:34
27

도플갱어를 피해 나는 온 힘을 다해 도망쳤다.

지금은 믿고 의지 할 만한 존도 없다.

내 주변에는 온통 적 뿐이다.

하지만 빌딩 옥상에서 도망갈 곳이 있을 리 없다.

' 이봐! 이제 그만하면 됐잖아! 더 이상 시간 끌지 마라! '

거구의 남자는 초조한 감정을 드러내며 소리쳤다.

도플갱어가 점점 다가온다.

나는 필사적으로 상황을 벗어날 방법을 생각했고 실행에 옮겼다.

옥상에 쳐져 있는 펜스를 넘었다.

' 이건 꿈이잖아! 현실이 아니라고! '

나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펜스를 넘어 아래를 보니 아득한 절벽 같았다.

내 생각보다 이 빌딩은 높았다.

뒤를 돌아보자, 도플갱어가 서서히 걸어오고 있다.

그 순간, 그 미치광이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웃고 있었다.

그 미소를 보자, 나는 엄청난 분노가 치밀었다.

반드시 살아 남는다. 나는 절대 죽지 않아

' 이봐! 분명 여기는 현실이 아니야, 하지만 떨어지면 꽤 아플텐데, 견딜 수 있겠냐 ? '

거구의 남자는 내게 물었다.

' 넌 절대로 용서 못하니까. '

나는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격통

이 아픔을 설명할 단어는 이것 밖에 없을 것 같다.

빌딩에서 뛰어내린 나는 다리부터 떨어졌고, 다리가 고꾸라지며 지면에 머리를 부딪혔다.

마치 개구리처럼 비참한 꼴로 바닥에 달라 붙는다.

내 주변에는 붉은 피가 조금씩 퍼져간다.

내 의식은 사라지지 않았다.

평생을 겪어 본 적이 없는 끔찍한 고통을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다 죽어가는 개구리가 경련을 일으키듯, 내 몸은 조금씩 흔들렸다.

누워있는 내 시야의 끝에는 건물 출구로 나오는 도플갱어가 보였다.

' 오지.. 마.. '

곧 꺼질 듯 한 촛불이 된 것 마냥, 나는 중얼거렸다.

이것이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도플갱어는 내게 다가왔고 곧 내 눈앞에 섰다.

나를 내려다본다.

몸은 고통과 더불어 움직일 수가 없다.

그저 할 수 있는 것이라 고는 날 내려다보는 도플갱어를 죽어라 노려보는 것 뿐.

도플갱어는 그대로 주저 앉아 내 등에 손을 얹고 말했다.

' 찾았다 '

동시에 녹아들 듯, 내 몸 속으로 들어왔다.

완전한 동화.

놈의 마음과 내 마음이 하나가 되는 감각.

존이 말했던 ' 도플갱어한테 닿으면 무조건 죽는다 ' 는 말의 뜻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끝났다.. 끝나 버렸다..

어두운 심연에 나는 내던져 졌다.

내 안에는 썩어버린 감정만이 넘쳐 흐른다.

나는 몽롱해졌다. 살아봤자 희망은 없다.

이 세상에 존재해봤자 의미가 없는 걸.. 죽는 게 낫겠다.

그냥 죽고 싶었다.

뭐라도 하고 싶다. 죽을 수만 있다면 나에게 밧줄이던 기름이던 던져 줘.

자살하고 싶다.. 자살하게 해줘.. 뭐든지 하겠어..

나는 도플갱어에게 완전히 지배 당하고 있었다.

' 형씨 '

존의 부름에 나는 눈을 떴다.

온 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호텔 방이다.

정신을 차린 나는 온 몸을 만져보았다.

상처가 없었다.

' 형씨, 괜찮아요? '

커피를 내밀며 존이 물었다.

나는 분명히 도플갱어에게 지배 당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죽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살아난 건가?

' 혼란스러운가 보군요, 형씨 이제 괜찮아요. 나에게도 겨우 보였어요. 저 놈이 형씨의 적이었군요 '

' 무슨 말이야 존? '

' 형씨한테는 정말 미안하지만 일시적으로 방화벽을 약화 시켰어요. 아니나 다를까 적의 핵심이 바로 형씨한테 침입해 오더군요.

제 목적대로 였습니다 '

나는 존이 말하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 그러면.. 일부러 그 자식을 유인했다는 거야 ? '

' 네, 형씨는 미끼가 되어 준 것입니다. 물론 형씨의 안전이 가장 중요했어요. 그 때문에 대책을 세워 놓고 함정을 판 것이고요 '

나는 커피를 한모금에 털어 넣으며 말했다.

' 냉정하게 얘기해보자 존. 나에게 뭘 했다는 거야? 설명해줘 대체 뭘 한 거야? '

존은 담배에 불을 붙였다.

' 적은 형씨를 잡으려고 도플갱어를 썼어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일이죠, 상당한 실력자라는 추론은 여기서 나온 거구요.

하지만 사장은 거기서 한발 더 나갔습니다. ' 적은 자신과 동등한 능력자와 만난 적이 없을 것이다 ' 라고 생각한 거죠.

형씨를 향한 공격을 미루어 볼 때, 힘은 최상급이지만 경험은 부족한 인간일 거라고 생각한 거에요 '

존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 적이 형씨의 도플갱어를 쓴다면, 우리도 형씨 도플갱어를 만들어내면 되는 거죠. 적은 설마 자기 이외에 도플갱어를 부리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 생각 조차 못 할 테니까요. 아마 전혀 의심하지 못했을 겁니다 '

' 도플갱어? 뭐가? 어떤 게 도플갱어였다는 거야? '

' 형씨가 빌딩 옥상에 불려 간 시점에서, 이미 형씨는 사장이 만든 도플갱어 였어요. 의식이 없는 인형이라면 의심을 받을 것이 분명하니,

반 정도만 형씨 의식을 불어 넣었고요. 형씨한테는 끔찍한 일이었겠지만, 그 덕에 나랑 사장이 놈을 지켜 보고 있어도 들키지 않았어요.

이제 희망이 보입니다. 사장이 그 자식을 추적하기 시작했어요. 여기서부터는 본업인 탐정 일이 빛을 보는 거죠 '

나는 아연실색했다. 미리 좀 말해주던가...

그 날 낮, 나는 한 장의 식빵을 앞에 두고 곤란해 하고 있었다.

한동안 음식을 먹지 않았는데도 식욕은 전혀 생기지 않았다.

' 저기 존, 아까 적의 핵심을 추적하기 시작했다고 했잖아 '

' 네, 사장은 아침 비행기로 훗카이도로 갔어요 '

' 훗카이도? '

' 사장이 그 남자한테 침투해서 어디 있는지 알아냈거든요. 아마 그 남자도 지금 정도면 거품을 물고 있을 겁니다.

사장한테서는 절대 도망칠 수 없거든요 '

' 저기 존, 그 자식은 정말 살아 있는 사람인 거야? 저런 걸 사람이 할 수가 있는 거야? '

' 저도 놀랐습니다. 사장 말고 저런 걸 할 수 있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 저 정도의 힘을 갖고 있는 사람이 멋대로 날뛰고 있었다니,

정말 무서워지네요 '

존은 이상하게 계속 먹었다.

' 야, 존. 너 너무 먹는 거 아냐? '

식욕이 없던 나로서는 , 존이 먹는 모습이 비정상적으로 보였다.

' 앞으로는 체력 싸움이라니까요? 먹어야만 합니다. 저녁까지 사장이 적 핵심을 제압 할 거에요. 그리고

그 다음이 바로 클라이막스에요 형씨 '

그렇게 말하며 존은 상냥하게 미소 지었다.

나는 식빵에 버터를 발라 먹기 시작했다.

클라이막스

존은 그렇게 말했다.

드디어 그 여자와의 싸움도 종지부를 찍을 때가 온 것이다.

나는 토할 것 같은 속을 억눌러 가며, 밥을 집어 삼켰다.

살고 죽고를 떠나, 그 여자한테 만큼은 지고 싶지 않았다.

그 날 저녁, 존은 나를 침대에 눕게 했다.

' 지금부터 무슨 일이 일어나도 절대 마음까지는 패배하지 말아주세요 형씨 '

나는 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까지도 저런 놈들에게 결코 지지 않는다.

시계를 보던 존이 심호흡을 하더니 ' 슬슬 때가 됬네요 ' 라고 했다.

' 형씨, 조금 있다가 내 휴대폰이 울리면 그게 신호에요. 나는 단번에 형씨 안으로 침투 할 거에요. 아마 후견인을 잃은 여자는

미친 듯이 날 뛸 겁니다. 내가 형씨 깊은 곳까지 다다를 때까지 꼭 버텨주세요. '

' 믿고 있을게. '

나는 존의 손을 잡으며 대답했다.

그런 존은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존의 휴대폰이 울렸다.

눈을 떠보니 나는 처음 보는 집 안 나무 의자에 묶여 있었다.

내 눈 앞에는 아래로 쭉 뻗은 계단이 보였다.

나는 건물 안을 눈으로 돌아봤다.

꽤 오래된 느낌이다. 그리고는 꿈 같은 위화감이 느껴졌다.

확실히 이전보다는 약하다.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존이 나를 도와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내 뒤에, 인기척이 느껴진다.

미치광이 여자인가?

그러자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은 천천히 내 목에 팔을 감았다.

나는 확신했다. 미치광이 여자다.

' 왜 네가 이런 짓을 하는지 이제는 아무래도 좋아. 나는 너에게서 도망칠 생각만 했어, 정말로 무서웠으니까.

하지만 나는 이제 혼자가 아니야 친구가 생겼어. 이제 너 따위는 무섭지 않아 '

그러자 그 여자는 나를 강하게 껴안았다.

' 함께 있고 싶어.. '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나는 살아 있어, 너는 죽었고. 이 차이는 절대 메워지지 않아. 너도 너 나름대로의 욕망이 있겠지만, 나는 거기에 부응할 수 없어.

나는 살고 싶으니까 '

집 안에는 정적이 흘렀다.

여자는 나를 껴안은 채 조용히 울고 있었다.

울고 있는 여자에게서 이전까지 느껴졌던 기분 나쁜 느낌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전과 목소리는 같다. 확실히 그 여자가 맞다.

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이전과는 다르다.

이상하다.

후견인을 잃어 미쳐 날 뛸 것이라는 말과 달리 여자는 내게 달라붙어 조용히 울고 있을 뿐이다.

' 너.. 혹시.. '

나는 거기까지 말하고 입을 닫았다.

차마 그 다음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그 때, 집의 문이 열렸다.

' 형씨 , 나 왔어요 '

존은 그렇게 말하고 미치광이 여자를 노려봤다.

그 여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내게서 천천히 떨어졌다.

그리고 존을 지나쳐 계단을 내려간다.

계단 아래에서 멈춘 여자는 천천히 뒤돌아 나를 바라봤다.

여자의 얼굴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공포스러움이 없는 매우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소녀처럼 안타깝고 슬픈 표정이 내 눈에 비춰졌다.

여자는 다시 돌아서서 현관 너머로 사라졌다.

' 뭐지.. 어떻게 된 거지 저 여자.. '

상상했던 전개와는 너무 다른 끝 맺음이다.

' 저 여자의 후견인도, 다른 세 악령들도 사라졌으니까요. 더 이상 승산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단념 한 거겠죠.

그 여자는 이제 형씨 안에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우리가 이겼어요 '

존은 승리를 선언했다.

하지만 나는 왜인지 기쁘지가 않았다.

존은 의자에 묶여있던 나를 풀어주었다.

의자에서 일어나자, 내 몸이 이상하리만큼 가벼웠다.

나와 존은 서로 부축해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

현관 너머에는 눈부신 빛이 쏟아졌다.

우리는 현관 너머로 나아갔다.

그 때, 시야 한 구석에서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자세히 보니 그곳에는 내가 잘 아는 사람이 서 있었다.

' 아버지.. '

아버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정말로 상냥하게 미소 지었다.

내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아버지의 웃는 얼굴을 보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 앞에서 어린 아이처럼 통곡했다.

' 형씨 '

존이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떴다.

우리는 돌아와 있었다.

' 긴.. 악몽을 꾼 기분이야.. 하지만.. 마지막은 정말 다행이었어.. 존.. 고마워 '

' 아뇨, 저 뿐만이 아니에요. 사장도 아버님도 고생했죠. 물론 형씨도요. 그 미끼 작전 때, 형씨는 적에게서 벗어나려

빌딩에서 뛰어내렸었죠. 아무리 현실이 아닌 걸 알았어도 그런 용기를 내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게다가 적의 핵심을 눈 앞에 두고요.

모든 건 형씨의 용기 있는 행동 덕이었어요 '

' 아니.. 나는.. '

말을 하려다 나는 입을 닫았다.

혼자였다면 나는 이미 죽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시덥지 않은 것을 생각하고 있다.

' 존, 그 여자 말인데.. '

'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아요. 마지막에는 나도 그 여자한테 침입 했었으니까, 하지만 신경 쓰지 마세요. 이제는 다 끝났습니다. '

존이 커피를 내밀며 내게 말했다.

나는 커피를 마시며 창 밖에 펼쳐진 야경을 바라보았다.

안타까운 마음을 뿌리치며 나는 야경을 눈에 새겼다.

그 후, 긴장이 풀린 탓인지 나는 고열이 올라 병원에 급히 입원했다.

사흘 정도를 고열에 시달린 후, 나는 기적적으로 회복했다.

접혀 있던 왼 팔도 의사가 놀랄 정도로 빠르게 나아졌다.

최악이던 컨디션도 완전히 돌아와, 나는 이전처럼 건강한 몸을 되찾았다.

입원해 있는 도중, 존이 여러번 문병을 와주었다. 정말 좋은 녀석이다.

최악의 나날 속, 존과 만날 수 있었던 것을 신에게 감사하고 싶다.

이후 나는 재차 사장에게 감사를 전하러 갔다.

사장은 변함없이 히스테릭해서 ' 말로 하지 말고 돈을 줘 그러면!! ' 이라고 대꾸했다.

내가 예상했던대로였다.

사장은 내게 꼭 ' 아버지 성묘 가라 ' 는 말을 했다.

나는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아버지 무덤에 성묘를 갔다.

오랜만에 찾은 아버지의 묘비는 흙 먼지로 더럽혀져 있었다.

준비해 온 청소 도구로 정성스레 아버지의 묘비를 닦았다.

' 가족을 지켜줘서 정말 고마워요.. 나를 지켜줘서 진심으로 고마워요 '

기분 탓일까, 아버지의 웃음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그 후, 우리는 가족끼리 레스토랑에 갔다.

간만의 외식이었다.

식사를 마친 후, 나는 화장실에 갔다.

문을 열고 화장실 안으로 들어선다.

하지만 그곳은 빌딩 옥상이었다.

깜짝 놀라 주변을 돌아본다.

내 시선의 끝에는 그 남자가 서 있었다.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사건의 핵심.

거구의 남자가 펜스에 기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 여어 '

가볍게 인사를 하더니 나에게 다가온다.

' 가.. 가까이 오지마!! '

나는 소리쳤다.

' 하하, 무서워라. 그렇게 소리치지 마. 널 어떻게 하려는 생각은 없으니까 '

' 무슨 작정이지?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

남자는 내 말을 무시하고 내 앞에 섰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말을 했다.

' 이번 일의 전말이 알고 싶지 않아? '

' 이번 일의 전말 이라니? '

남자는 나를 비웃듯 미소 지었다.

' 걱정마라, 그 오카마 사장한테는 허락을 받았으니까 '

남자는 내 가슴에 주먹을 댔다.

그러자 남자의 주먹은 어떤 감각도 주지 못하고 그대로 내 몸을 통과했다.

' 봐, 내가 너에게 뭔가 해를 끼칠 수는 없어, 그 오카마는 너를 완전히 지키고 있고 내 능력의 근원도 그 오카마가 쥐고 있다고.

지금 나는 부처님 손바닥 위의 원숭이야 '

' 나한테 뭘 알려주고 싶은 건데? '

남자는 어디에선가 의자를 꺼내 앉았다.

' 아까 말했잖아, 사건의 전말에 관해서 말이야. 어째서 나랑 여동생이 너를 노렸는지, 왜 죽이려고 했는지..

너에게는 모든 것을 알 권리가 있어 '

확신은 없었지만 남자는 날 해하려는 마음은 없어 보였다.

확실히 나도 이 긴 소동의 원인을 알고 싶었다.

' 좋아, 그럼 들려줘 '

' 그래야지. 안 그러면 찾아온 보람이 없잖아 ? '

남자는 담배를 발로 밟아 끄며 얘기했다.

' 처음 널 만난 건, 네가 오토바이를 타고 오타루에 왔을 때였어. 투어였나? 뭐 그런 걸 하러 왔었지?

나는 우연히 오타루에 일이 좀 있어서 와 있던 터였고. 바로 그 때, 여동생이 널 주목한 거야. 왜냐하면 너는 A에게 부러운 존재였으니까.

마치 빛을 보고 끌리는 날 벌레처럼 A는 너에게 완전히 빠져서 씌어버린 거지 '

' 왜 난데? 나에게서 뭐가 그렇게 부러웠길래? '

' 네 안에는 따뜻한 가족끼리의 유대감이 있었어, 그게 여동생에게는 진심으로 부러운 부분이었던 거야.

우리 가족은.. 똥통 같은 존재였지. 특히 A는 쓰레기 같은 아버지한테 시달렸어. 입에 담기도 역겨운 일이지.

친부가 자기 딸을 성 노리개로 삼다니. 게다가 그 자식은 극단적인 새디스트였어. 정말 심하다는 말로도 표현이 안 될 정도였지 '

그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 하지만 나도 인간 쓰레기였다. 괴로워하는 동생을 보면서도 모른 척 했으니까. 어머니는 옛날에 돌아가셨고

여동생 입장에서는 의지할 만한 사람이라고는 나 뿐이었을 거야 . 하지만 난 그걸 무시했어. 솔직히 말해 귀찮았으니까

나한테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고 A에게는 절망적이었겠지. 그 녀석 혼자 경찰서를 찾아가 살려달라고 빌기까지 했어 '

' 잠깐 기다려 봐! '

' 왜, 기분 나쁜가? 그렇겠지 이런 얘기를 듣는다면 누구나 그럴테니 '

남자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아까 전까지 나를 비웃듯 웃고 있던 남자의 얼굴은 이제는 깊은 바다처럼 차갑게 식어있었다.

' 괜찮을까? 얘기해도? '

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A는 경찰한테 도움을 구했지만 모두 무시 당했어. 아버지는 인간 쓰레기였지만 정신과 의사로서는 엘리트 였거든.

경찰과도 협력 관계가 있었고 경찰 간부와도 사이가 좋았지. A를 만난 경찰관은 모두 인격적으로 A를 무시하고 돌려보냈어.

더욱 절망한 끝에 A는 결국 마음에 병이 생겨 병원에 입원했다.. 그것도 아버지 병원에.

그곳에서도 A는 혹독한 취급을 당했어. 경찰에 신고해 자신을 배신하려 했다며 아버지는 A를 용서하지 않았지.

A를 담당했던 간호사에게 명령해 매일 A를 때리게 했어. 믿을 수 있냐? 그걸 시킨 것이 친 아버지라는 걸.

그리고 A는 자살했어. 어디선가 가져온 밧줄로 목을 매서. 그제서야 나는 처음으로 울었어

A는 자살 한 후, 이 세상을 떠돌다 내게 왔어. A에게 재능은 있었지만 나 같은 능력은 없었지. 그러니까 내게 복수를 하겠다며

말을 걸어 온 것이다. 협력하라고. 거절 할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A가 죽고 나서야 깨달은 감정 앞에 저항 할 수 없었다.

나는 A를 사랑하고 있던 거야. 완전히 개 같은 소리로 들리겠지만. '

잠시 말을 쉰 후, 남자는 입을 열었다.

' 나는 A를 도와 아버지와 경찰관, 간호사를 죽였다. 그것으로 A가 만족할 줄 알았지. 하지만 틀렸어, 나는 영혼에 관해

어중간하게 알던 것에 불과 했던 거야. 아무리 복수를 이루어도 이미 A는 죽은 존재인데, 내 눈앞에 나타난 악령이 된 A는

A 면서도 A가 아니었던 거야. 단순한 정념의 덩어리였지. 그것이 만족해서 사라질 리가 있나. 나는 낙담했어

아버지까지 포함해 셋이나 죽였는데, 그저 A의 형태를 한 악령이 늘어났을 뿐이니까. 그때 네가 나타난 거야

단순히 복수의 감정만을 가지고 있던 A 였는데, 너에게는 매력을 느꼈어. 나에게는 놀라운 일이었지. 혹시나 하고 희망마저 느꼈고.

하지만 A는 죽었잖아. 평범하게 살아있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

' 그래서.. 나를 죽이려 했다고? 말 같지도 않은 소리 집어치워!! '

' 그래. 지금 생각하면 어리석기 짝이 없다. 하지만 나는 그때 그것이 유일한 희망이었다.너와 함께 있으면

A는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 '

' 단순히 죽이는 것이 목표였다면, 언제든 나를 죽일 수 있었을텐데 왜 그러지 않았지? 왜 그렇게 어렵게 한 거냐고 '

' 단순히 죽여봐야 영혼은 이 세상에 머물지 않아. 곧바로 사라지지. 괴롭히고, 궁지에 몰고, 불합리하다고 느끼게 하면서

비로소 영혼은 강한 정념을 갖게 되고 죽어서도 이 세상에 머물게 되는 거다. 나는 네가 영원히 A와 함께 하길 바랬으니까 '

남자의 말을 듣고 온 몸이 벌벌 떨렸다.

' 훗카이도에서 돌아온 후, 넌 교통사고를 당해 큰 상처를 입었지? 그것도 내가 한 거다. 너희 회사 인사부장 뇌 속에 침입해

너를 해고 시킨 것도 나였고, 왼 팔만 낫지를 않았지? 그것도 내가 했다. 그 외에도 너한테 이것저것 괴롭도록 온갖 장난을 쳤지 '

나는 떨리는 주먹을 억눌렀다.

' 때려도 괜찮아, 이 지경인데도 참는 건 월급쟁이라서 생긴 슬픈 근성인가? '

나는 남자의 왼 뺨을 온 힘을 다해 때렸다.

남자는 의자에서 굴러 바닥에 쓰러졌다.

' 뭐.. 한대 정도는 맞아줘야지.. '

남자는 그렇게 얘기하고 의자를 다시 세워 앉았다.

' 진정하라는 건 무리겠지만, 이야기는 끝까지 들어다오. 나는 너에게 감사하고 있다. '

' 감사라고? '

' 마지막에 너와 A가 함께 있었을 때.. 그때 나는 오카마의 부하놈에게 제압 당해 바닥에 짓눌려 있었어.

마지막에 어떻게 되는지 보라고 오카마가 시켜서 너희를 보고 있었지. 그때..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기적을 봤으니까. 단순히 복수의 정념이었던 A는 거기 없었어. 너도 봤지? 그 아이가 진짜 A야.

생전의 A 였다고. 그 아이는 그냥 연약한 여자아이였어.. 그게.. 진짜 A 였다고.

나는 울었어. 기적을 보면서, 그저 아이처럼 울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빛을 보고 끌리는 날 벌레처럼 A는 그저 네게 매력을

느꼈을 뿐이었다. 하지만 어느샌가 너를 정말로 좋아하게 되버린 거야 '

나는 떨리는 주먹을 내리고 입을 다물었다.

' 너도 조금이나마 깨닫고 있었지? '

그렇게 말하는 남자의 얼굴에는 아까 보았던 깊은 바다 같은 차가움이 사라져 있었다.

마지막으로 본 그 여자의 얼굴을 나는 떠올렸다.

깨닫고 보니 내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 울어주는 거야? '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 넌.. 정말 상냥하구나.. 너를 그렇게까지 괴롭힌 A를 위해 울어주다니. 너는 정말 완고한 놈이었다.

뭘 하나 할 때마다 나는 네 용기에 감탄했으니까.... 가족의 사랑을 받고 자랐기에 그런거겠지.

지금이라면 A의 마음을 알 것 같아. 우리는 사랑에 굶주려 있던 거야. 정말 네가 부럽다. A는 살아 있을 적에

한번도 누군가를 좋아해 본 적이 없었어. 이런 모습이 아니라 A가 살아있던 때에 너와 만났더라면...

너처럼 나에게도 용기가 있었더라면.. 이렇게 까지는 되지 않았을텐데.. '

나는 울었다. 그 여자를 생각하며 울고 있었다.

그 여자는 적이다.

그 여자가 내게 무슨 짓을 했는지 모두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도 내 눈에서 흐르는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남자는 의자에서 일어나 하늘을 바라 보았다.

' 나도.. A도.. 수 많은 사람들을 괴롭혔어. 천국에는 갈 수 없겠지. A도 지옥에 떨어졌어, 그 녀석은 다시 태어나더라도

또 괴로운 인생을 보내야만 하겠지.. 만약 네가 그 녀석을 다시 만난다면.. 그때는.. '

남자는 말을 다 잇지 못하고 등을 돌렸다.

' 미안하다.. 제 멋대로인 것도 정도가 있지 '

남자는 조용히 고개를 떨궜다.

그 등에는 슬픔이 비치고 있었다.

' 그럼 이만.. '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멀어져 갔다.

' 이제부터는 어쩔 생각이야? '

내 질문에 남자는 발을 멈춘다.

' 나에게는 처음부터 수호령 따위는 없었어. 내 몸은 스스로 지켜왔지. 하지만 이제 능력을 봉인 한다.

내가 너를 괴롭혔던 것 처럼 , 이번에는 내가 괴로워 할 차례지. 이제 너와 다시 만날 일도 없어 내가 갈 곳은..

여동생과 아버지가 기다리는 지옥 뿐이야 '

그렇게 말하고 남자는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나는 레스토랑 화장실에 돌아와 있었다.

눈물에 젖은 얼굴을 씻으며, 나는 남자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 내가 갈 곳은... 여동생과 아버지가 기다리는 지옥 뿐이야 '

그 가족에게 구원이란 없는 것일까.

한번 길을 벗어난 인간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건 불가능 한 걸까.

나는 인생 무상을 느끼고 있었다.

화장실에서 나와 , 나는 가족이 기다리는 테이블로 향했다.

행복한 광경이다. 그 가족은 이런 광경을 단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것인가.

내 가슴은 안타까움으로 가득 찼다.

' 야, 뭘 멍하니 있는 거야 '

누나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 아.. 미안해 뭐 좀 생각하느라 '

' 아까전부터 계속 휴대폰에 전화가 오고 있잖아 '

나는 휴대폰을 봤다.

부재 중 전화가 5통이나 찍혀 있었다.

존이다.

나는 존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형씨? '

' 그래, 무슨 일이야 존? 전화 여러번 했던데 급한 일이라도 있어? '

' 아뇨, 내가 형씨한테 급한 일이 있는 건 아니에요. 사장이 빨리 사무실로 튀어 오래서 '

' 사장이? '

나는 전화를 끊고 가족에게 양해를 구한 뒤 레스토랑을 뛰쳐나왔다.

사장을 기다리게 하는 것 만큼 무서운 일도 없다.

전력으로 달려 나는 사장이 기다리는 탐정 사무소에 겨우 도착했다.

' 무.. 무슨 일로.. 헉헉.. 부르셨나요.. 헉헉 사장.. '

사장은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

' 헉헉 대지 좀 마 기분 나쁘니까!! 호흡 정리 좀 해 이 멍청아! '

존이 미소를 지으며 물이 담긴 컵을 건냈다.

나는 존이 준 물을 단번에 마시고 호흡을 정리했다.

' 이제 됐냐? 우선 이 서류 좀 읽어 봐 '

사장이 건낸 서류를 봤다.

그곳에는 ' 내정 통지서 ' 라고 적혀 있었다.

' 이게.. 뭐죠 사장? '

' 보면 모르겠냐? 너를 우리 회사에 채용하겠다고, 너 아직도 실업자지? 내가 너를 고용해주겠다 이 말이야 '

사장의 말에 놀라 나는 존을 봤다.

존은 웃는 얼굴로 따봉을 날렸다.

' 네..? 아니 감사하긴 한데.. 근데.. 뭐가 어떻게 된 건가요? 사장? 갑자기 이게.. '

' 당황스러운가 보네? 사실은 네 적이었던 그 남자가 부탁한 거야 '

' 그 남자 가요? '

' 나도 놀랬어, 우리 회사 계좌에 갑자기 천만엔을 보내더니 너를 채용해달라고 사정사정 하더라.

그나마 그게 최소한의 속죄라고 생각한 건지.. 아니면 네가 마음에 들었는지도 모르겠네. 뭐 천만엔 정도면 아무리 쌩 신입이어도 일류까지

키워줄 수 있어. 나는 바로 OK 했고, 이제 선택은 너에게 달렸지 ? '

나는 망설임 없이 ' 부탁 드립니다 ' 라고 했다.

' 너에게는 영 능력이 코딱지만큼 밖에 없으니까 탐정으로 고용 할 거야. 먼저 말해두지만 호락호락 한 일은 아니야.

각오는 됐겠지? '

그렇게 말하며 사장은 미소 지었다.

존도 웃고 있었다.

나는 탐정으로 살아 갈 것을 다짐했다.

내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탐정의 길을 걷기 시작한 내 앞에는 이런 저런 사건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고객의 이야기다. 비밀을 지킬 의무가 있으니 가볍게 털어놓을 수 없겠지.

그 소동을 거치며 나는 강해진 것 같다.

지금도 때때로 그 여자. A를 떠올린다.

그녀는 아직도 어디선가 괴로워 하고 있을까?

만약, 다시 그녀와 만날 수 있다면.. 그때야말로 나는..

그녀를 도와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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