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사이트, 꽁머니, 사이트 홍보, 구인구직 중심 종합 커뮤니티 | 올블랙
올블랙보증업체후기게시판

유머게시판

짙은 안개 썰 풀어봄

익명
2026-08-31 03:01
출처: https://scpko.wikidot.com/a-dense-fog

42P1jfZEx2g8am2O4OGiEg.jpg

집 안에는 내가 서 있었고
문밖에는 짙은 안개만 둥둥 떠다녔음


좀 이상한 일이었음
누가 집 문을 두드려서 내가 문 열었거든
근데 문밖에 사람은 없고 안개만 잔뜩임 ㅋㅋㅋ
주변 아무리 봐도 마찬가지라 그냥 오늘 안개 낀 김에 동네 애들이 장난친 줄 알았음
대충 넘기고 다시 방 들어가서 하던 작업 계속함


그렇게 2시간쯤 지났나
또 문 두드리는 소리 들림
이번엔 진짜 다급하게 세게 여러 번 치는 소리였음
바로 뛰어가서 문손잡이 잡았는데
아까 그 일 때문인지 안개 때문인지 묘하게 기시감 와서 잠깐 멈칫함
그래도 고민하다가 확 돌려서 문 열었거든
문 앞에 누가 서 있는 게 보였음
근데 문 다 열기도 전에 그 사람이 그냥 증발하듯 사라짐
내가 이런 거 살면서 본 적이 없었음
심호흡 한 번 하고 문 닫으려는데
바닥에 발자국이 엄청 많이 찍혀 있는 거임
문 앞까지 온 발자국이랑 다시 돌아간 발자국이 수없이 많았음
그거 보는 순간 소름 쫙 돋음
내가 지금 안개에 홀린 건가 싶더라 ㅋㅋㅋ
일단 방으로 돌아가서 하던 거 계속하려고 했는데
이 발자국이랑 이 안개가 나를 부르는 느낌이 들었음
그래서 밖으로 한 발 내딛었음
무섭긴 한데 문 앞에 섰던 사람이 누군지도 궁금하더라
그거 못 참고 몇 걸음 더 가서 완전히 밖으로 나옴
다시 문손잡이 잡고 심호흡 몇 번 하고 문 잠갔음
안개 너머를 몇 초 멍하니 보다가
결심하고 안개 속으로 들어감


안개 속이 진짜 고요했음
차 소리도 없고 흔한 바람 소리도 안 들림
별일인데도 이상하단 생각이 안 들더라
안개가 내 감각까지 가린 느낌이었음
그냥 그렇게 계속 안개를 따라감


몇 시간 걷다가 앞에 낡은 표지판 하나 보임
거기에 무진이라고 적혀 있었음
나 이 근처 오래 살았는데 무진이란 데는 들어본 적도 없었거든
뭔가 쎄해서 뒤 돌아봤는데
내가 지나온 길이 사라져 있었음
순간 머리 하얘졌는데 심호흡 한 번 하고 천천히 생각함
솔직히 무진 쪽으로 가기 싫었음
길을 없애버리는데 저기 들어가면 나까지 안개처럼 사라질 것 같았거든
근데 갑자기 무진 쪽에서 세찬 바람이 확 불어옴
그 바람 때문인지 뭔지 갑자기 배가 미친 듯이 아프기 시작함
고통 와서 배 잡고 바닥에 쓰러졌고
짧게 신음하고 그대로 기절함


정신 차려보니까 무진 가는 길도 안개가 막고 있더라
결국 안개로 둘러싸인 섬에 갇힌 거임
안개가 점점 나를 조여오고
그 때문에 몸도 점점 차가워졌음
추위 버텨보려고 약하게라도 몸 떨었는데
그때는 그냥 집에 돌아가고 싶단 생각뿐이었음


아 근데 하늘이 내 편이었나 봄 ㅋㅋㅋ
갑자기 집으로 가는 길이 생김
따질 시간도 없이 땅 짚고 일어나서 걷기 시작했음
그 길도 안개로 꽉 찼지만
무조건 집으로 가는 길이라 믿었음
또 몇 시간을 걷다가 갑자기 등 뒤가 싸늘해짐
누가 내 뒤를 따라오는 느낌이었음
문 앞에 섰던 사람인지 안개가 만든 괴물인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나한테 친절할 리는 없잖아 ㅋㅋㅋ
그때부터 잡히면 끝이다 싶어서 냅다 달림
아드레날린 확 올라오고 몸이 이상하게 가벼워지더라
더 빨리 달림
달리고 또 달림
몇 분 뛰니까 등에서 느껴지던 섬뜩함이 사라졌음
따돌린 거임
다행이다 싶어서 한숨 쉬고 다시 걷기 시작함


몇 분 더 걸었는데도 집이 안 보임
근데 올 때도 몇 시간 걸렸으니 이상하진 않다고 생각했음


한참 걸은 것 같은데도 집이 아직도 안 보임


나 진짜 엄청 걸었음


꽤 오래 걸은 거 같은데 왜 집이 안 나오지


내가 길 잃은 건가 싶다가도
아니야 이 길이 맞아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제발


안개 때문임
이거 전부 다 안개 때문임
내가 길 잃은 게 아니라 안개가 그런 거임
안개 때문이라고


저 앞에 사람 하나 보임
저 사람이 유일한 희망 같았음
아니야 안돼 가지 마
나 좀 도와줘
멈춰줘
제발 도와줘


이제 그만 집에 가고 싶다
살려줘


집


집이다
앞에 집 보인다
드디어 왔다 ㅋㅋㅋ
집이다


집까지는 왔음
진짜 드디어 집임
손이 떨려도 문고리 잡아당겼는데
뭔가 걸린 것처럼 안 열리더라
들어갈 수가 없음
안돼 싶어서 다급하게 문 두드림
열려야 되잖아
제발 누군가 집에 있어라 했는데
그때 안에서 누가 문손잡이 돌리는 소리가 들림
살았다 싶었음
근데 갑자기 궁금해지더라
누가 내 집에 들어와 있는 거지
혹시 몰라서 문에서 한 발 물러서고 몸에 힘줬음
그때 문이 열렸고
집 안에 서 있는 사람을 보는 순간 온몸이 굳었음
그제서야 다 깨달았음
나는 그냥 짙은 안개한테 놀아난 거였음 ㅋㅋㅋ
다 알고 나니까 절망만 남더라
피할 데도 없고 도망칠 데도 없고
내가 문밖으로 나오는 순간부터 이건 정해져 있었던 거임
문이 완전히 열리자 나는 마지막 숨을 내뱉고 연기처럼 사라졌음


집 안에는 내가 서 있었고
문밖에는 짙은 안개만이 떠다녔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