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글자와 함께 사라진 비행기:BSAA stardust
오늘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비행기 실종 하고 하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1947년 스타더스트호 실종 사건입니다. 평범한(?) 실종 사고라고 생각 할 수 있지만 사고의 전개 과정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1.사건 개요
1947년 8월 2일, 영국 남미항공(British South American Airways, BSAA)의 여객기 star dust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칠레 산티아고로 향하던 중 안데스산맥에서 사라졌다.
당시에는 항공기가 어디에서 사라졌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대규모 수색이 이루어졌지만 잔해는 발견되지 않았고, 탑승자 11명의 행방 역시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 사건을 더욱 유명하게 만든 것은 비행기가 사라지기 직전 남긴 정체 불명의 모스부호 메세지였다.
그 단어는 바로,
"STENDEC"
이었다.
그리고 Star Dust의 잔해가 발견된 것은 사고로부터 무려 53년이 지난 2000년이었다.

Avro 691 Lancastrian c.3 G-AGWH stardust
2.사고 과정
스타더스트는 어떤 비행기였을까?
이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 당시의 배경을 알고 갈 필요가 있다
Star Dust는 Avro Lancastrian이라는 소형 항공기였으며, 등록번호는 G-AGWH였다.
1947년 8월 2일, 스타더스트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로 향하는 정기 여객편에 투입된다.
탑승자는 승객 6명과 승무원 5명으로 총 11명.
비행 자체에는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고, 연료 역시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산티아고까지 비행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 비행에는 한 가지 큰 문제가 있었다.
안데스산맥을 넘어야 한다는 것.
오늘날처럼 GPS로 자신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시대가 아니었기 때문에, 산맥을 넘는 비행은 상당히 까다로운 일이었다.
정상적인 출발
Star Dust는 현지 시각 13시 46분경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출발했다.
당시 조종사는 산티아고까지의 항로와 기상정보를 확인했다.
문제는 안데스산맥의 기상 상황이었다.
당시 산악지역에는 구름과 눈, 낮은 시야와 강한 바람 등이 예상되고 있었다.
특히 승무원들은 이전부터 기상 조건이 완전히 만족스럽지 않다면 멘도사에서 산티아고로 이어지는 중앙,직선 항로를 사용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조종사는 결국 중앙 항로를 선택했다.
이 선택이 훗날 사고와 연결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스타더스트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멘도사 방향으로 정상적으로 비행했다.
17시가 되었을 때 항공기는 멘도사에서 동쪽으로 약 14해리 떨어진 지점에 있었다.
당시 비행기는 고도 20000ft에서 24000ft까지 168kt로 상승하고 있었고
승무원 입장에서는 정상적으로 비행하고 있다고 생각할 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때부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스타더스트가 안데스산맥에 접근하면서 강력한 맞바람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승무원들이 예상했던 고도에서의 맞바람은 약 40~45kt 정도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항공기의 순항 속도는 약 206kt였기 때문에 승무원들은 실제 지상에 대한 이동속도를 약 160kt 정도로 예상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런데 실제 상황은 이보다 훨씬 심각했다.
조사 결과 스타더스트는 안데스산맥을 통과하면서 100kt 이상의 맞바람을 받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쉽게 생각하면 이렇다.
비행기가 공기 속에서 200kt로 날고 있어도
정면에서 100kt의 바람이 불면
지상에 대해서는 약 100kt정도밖에 전진하지 못한다
결국 스타더스트는 승무원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느리게 산맥을 통과하고 있었다.
여기서 당시 항공기의 항법 시스템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늘날 항공기는 GPS나 각종 항법 시스템을 이용해 자신의 위치를 매우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1947년의 이 비행기는 그렇지 않았다.
당시 사용하던 항법장비는 바람의 영향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면 실제 위치를 정확히 계산하기 어려웠다.
특히 산악지역의 구름 속에서는 지형을 직접 보면서 위치를 확인하는 것도 어려웠다.
결과적으로 다음과 같은 상황이 만들어졌다.
예상보다 강한 맞바람->항공기의 실제 이동속도 감소->승무원이 계산한 위치와 실제 위치의 차이 발생->구름 때문에 실제 위치를 확인하기 어려움
이것이 사고의 핵심적인 문제였다.
17시 33분경 Star Dust는 산티아고 도착 예정시간을 17시 45분으로 수정했다.
조사보고서는 이 시점에 항공기가 구름 속에서 비행하고 있었으며, 이미 하강을 시작하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문제는 자신들이 실제로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승무원들이 생각한 위치에서는 산맥을 상당 부분 통과한 것으로 보였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 항공기는 그보다 훨씬 뒤에 있었다.
JIAAC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타더스트는 승무원이 예상했던 위치보다 약 34.4해리 앞쪽에서 하강을 시작한 것으로 분석됐다. 승무원들은 산맥을 거의 통과했으니 내려가도 된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상황은 아직 산악지대 한가운데였던 것이다.
그리고, 스타더스트의 앞에는 거대한 산이 있었다.
결국 스타더스트는 산악지형에 충돌했고, 탑승자 11명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충돌한 곳은 안데스산맥의 Cerro Tupungato라는 곳이였다.
잔해는 약 15,500ft의 고도에서 발견됐으며, 멘도사 동쪽 14해리 지점에서부터 계산한 직선 항로보다 약 7° 왼쪽으로 벗어난 위치에 있었다.
그런데 사고 직후에는 사고 장소 자체를 찾을 수 없었다.
당시 대규모 수색이 이루어졌지만 스타더스트의 잔해는 발견되지 않았다.
안데스산맥은 지형 자체가 매우 험하고, 사고 지역 역시 빙하와 눈으로 덮인 산악지역이였기 때문이다.
결국 스타더스트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안데스산맥 어딘가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비행기"가 되었다.
그러던 중 2000년 1월 19일, 아르헨티나 산악부대와 민간인으로 구성된 순찰대가 Cerro Tupungato에서 항공기 잔해를 발견했다.
조사 결과 이 잔해가 바로 실종됐던 스타더스트의 것이었다.
사고가 발생한 지 약 53년 만의 발견이었다.

발견된 기체의 파편
잔해가 발견되면서 사고를 다시 조사할 수 있게 됐다.
아르헨티나 항공사고조사기관인 JIAAC는 당시의 기상자료, 항공기의 성능, 통신기록, 비행시간 등을 종합해 스타더스트의 비행경로를 재구성했다.
이 과정에서 재미있는 사실도 발견됐다.
1947년 영국의 사고조사 자료에는 일부 항공기 속도가 knots(노트)로 기록되어 있었지만, 실제 비행시간과 위치를 계산해보면 이것은 mph(마일/시간)로 해석하는 것이 맞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자료들을 다시 계산하면서 사고 당시 실제로 어떤 경로를 따라갔는지 보다 구체적으로 추정할 수 있게 됐다.
JIAAC는 당시 안데스산맥에 형성된 산악파와 제트기류의 영향을 중요한 요인으로 판단했다.
(강한 바람이 산맥을 넘으면서 공기의 흐름이 파동처럼 변하고, 이 과정에서 강한 난류와 상승·하강기류가 발생할 수 있다.)
조사보고서는 당시 스타더스트가 이러한 현상과 함께 100kt 이상의 강한 맞바람의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연구진은 당시 제트기류의 영향을 고려해 스타더스트의 실제 비행경로를 계산했다. 놀랍게도 계산된 경로와 실제 잔해가 발견된 위치의 차이는 약 1.3해리 정도였다.

3.그런데 마지막에 이상한 일이 있었다
사고 원인은 상당 부분 밝혀졌다.
하지만 아직 설명되지 않은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STENDEC이다.
17시 41분, 사고 발생 직전 스타더스트는 산티아고 관제소와 마지막 통신을 했다.
내용은 산티아고 도착 예정시간이 17시 45분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정체불명의 단어를 전송했다.
ETA SANTIAGO 17.45 HRS STENDEC
(17시 45분 산티아고 도착 예정, stendec)
산티아고의 무선통신원은 이 단어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다시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스타더스트는 같은 단어를 다시 전송했다.
그리고 한 번 더 반복했다.
총 세 차례 STENDEC이라는 단어가 전달된 것이다.
더 이상한 점은 통신 자체는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당시 무선통신원은 마지막 신호가 강하고 명확하게 수신됐다고 기록했다.
그렇다면 대체 STENDEC은 무엇이었을까?
지금까지 여러 가지 가설이 제기됐다.
대표적으로 DESCENT(하강)와 관련된 단어(descent를 재배열하면 stendec이 나온다)가 아니었느냐는 해석부터, 모스부호의 문자 간격을 잘못 해석한 것이 아니냐는 가설까지 다양하다.
필자가 가장 그럴듯하다고 생각한 가설은 축약어 가설인데, 이 가설은 기장이 급박한 상황에서 stendec을 Santiago Tower, Emergency, Now Descending, Entering Cloud(산티아고 관제탑, 비상사태, 현재 하강 중, 구름 진입)로 의미하고 보낸 줄임말이라는 가설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것들이 어디까지나 가설이라는 것이다.
2000년 JIAAC 조사보고서 역시 최종적으로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STENDEC의 의미는 밝혀지지 않았다.
따라서 "STENDEC은 ~라는 뜻이었다"고 단정하는 것은 현재 확인된 자료로는 어렵다.
사고 자체는 상당 부분 설명됬지만 마지막 무선 메세지만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것이다.
도대체 조종사는 통신이 끊긴 그 마지막 시간에 무엇을 말하고자 한 걸까?
결국 스타더스트 사건은 사고는 풀렸지만 마지막 메세지는 풀리지 않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어쩌면 이 사건을 가장 흥미롭게 만드는 것이 그것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