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벌써 다섯 시간째 위층 사람들이 생일 노래를 멈추지 않아
난 원래 일요일엔 거의 일하지 않아. 그런데 돈이 좀 더 필요해서 아침 일찍 교대 근무를 맡았어.
오후 2시쯤 집에 돌아왔지. 내가 사는 곳은 오래된 아파트야. 내 집은 1층에 있는데, 같은 층엔 거의 집에 없는 남자 하나가 사는 집이 하나 더 있어.
0층(현관층)에는 로그 아주머니가 살고, 2층에는 두 집이 있는데 한쪽은 노부부, 다른 한쪽은 내 바로 위층에 사는 가족이야.
직접 마주친 적은 거의 없지만, 아침이면 학교 가기 싫다고 투덜거리는 아이들 목소리와 계단을 쿵쿵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고, 낮에는 작은 목소리와 식기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곤 했어.
밤 10시만 넘으면 늘 조용해졌고.
현관문 앞에서 가방을 뒤적이며 열쇠를 찾고 있는데 위층에서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어.
목소리는 낮게 깔려 있었고, 어딘가 긴장한 듯 말을 빠르게 주고받고 있었어.
무슨 말을 하는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졌지.
근데 말이야. 난 저 사람들을 실제로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아이들 목소리가 들리고, 가족집에서 날 법한 생활 소리가 들렸으니까 그냥 가족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야.
직접 본 적은 없었어.
어쨌든 겨우 열쇠를 찾아 문을 열었는데, 이상하게도 바로 들어가질 않았어.
왜 그랬는진 모르겠지만 문을 반쯤 연 채 그대로 서서 2초 정도 더 위층 소리에 귀를 기울였지.
그러길 잘했다는 생각이 지금도 들어.
내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난 순간 위층의 대화가 완전히 끊겼거든.
정말 순식간에.
마치 이번엔 저쪽이 날 듣고 있는 것처럼.
나도 그대로 굳어 있었어.
잠시 동안 우리 모두가 침묵을 듣고 있었던 것 같았어. 그때 위층 계단에서 발자국 하나가 들렸어. 그 순간 이유도 없이 등골이 서늘해졌고, 온몸에 힘이 들어갔어.
당장 집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가야겠다는 충동이 들었고, 그대로 문을 닫아버렸지.
그 뒤로는 장을 봐 온 것들을 냉장고에 넣고 집안일을 하며 시간을 보냈어.
처음엔 희미하게.
그리고 점점 또렷하게.
위층에서 생일 축하 노래가 들려오기 시작했어.
난 피식 웃으며 안도했지.
'아, 생일 파티 준비 중이었구나.'
그래서 그렇게 긴장했던 거였네. 대충 다섯 명, 여섯 명쯤이 부르는 것 같았어.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조나~"
귀엽다고 생각했어.
노래가 끝났는데...곧바로 다시 시작됐어.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아이가 한 번 더 불러 달라고 했겠거니 했어.
애들은 촛불 끄는 걸 좋아하니까. 그런데 노래가 너무 길었어.
원래 끝날 타이밍이 한참 지나도 계속 이어졌고, 불필요한 애드리브와 이상한 가사가 계속 붙었어.
마침내 끝나더니.
잠깐의 침묵.
그리고 또 처음부터.
똑같이.
'별난 가족이네...'
그때쯤엔 짜증이 나기 시작해서 헤드폰을 끼고 소파에 누웠어.
그리고 오후 4시쯤, 아니면 5시쯤 잠이 들었지.
눈을 떴을 땐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
일 끝나고 자는 낮잠은 정말 독한 것 같아.
시계를 보니 밤 8시.
건물 사이로 저무는 해가 비치고 있었는데, 붉다기보다 푸른 노을이었어.
학교 끝나고 집에 와 잠깐 잤다가 목도 칼칼하고 베개 자국이 얼굴에 선명한 채 어스름한 저녁에 깨던 어린 시절의 기분.
엄마가 밥 먹으라고 부르던 그 애매하고 우울한 시간.
창문 너머 황금빛과 호박색이 뒤섞인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눈을 비비고 얼굴을 문질렀어.
물 한 잔 마시려고 맨발로 부엌까지 걸어갔는데, 밤 8시 특유의 어둠이 집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어.
잠시 멍하니 서서...내 인생을 뭘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지.
그러다 문득 아주 중요한 사실 하나를 깨달았어. 위층 사람들이 아직도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걸.
한동안 귀를 기울였어.
혹시 녹음된 걸 반복 재생하는 건가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어.
매번 조금씩 다르게 불렀거든.
정말 계속 부르고 있었던 거야.
그리고 그때 처음으로 이상한 걸 알아챘어.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 수가 줄어들고 있었어.
처음엔 대여섯 명쯤 되던 목소리가, 이제는 세 명, 어쩌면 두 명쯤으로 들렸어.
그런데 소리의 크기는 줄지 않았어. 오히려 그 두어 명이 나머지 몫까지 채우려는 것처럼, 더 크고 갈라진 소리로 부르고 있었지.
이상한 사람들이거나...아니면 아이가 유별난 건가.
혹은 공연 연습이라도 하는 걸까.
직접 본 적이 없으니 저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몰랐고, 별의별 추측을 다 했어.
헤드폰을 다시 쓰고 저녁 비슷한 걸 만들기 시작했어.
배는 별로 안 고팠지만 목은 여전히 아팠거든.
밥을 먹고.
드라마를 보고.
샤워까지 마쳤는데도.
위층에서는 여전히 생일 축하 노래가 들렸어.
샤워를 하다가, 물소리 사이로 노랫소리가 섞여 들릴 때 순간적으로 소름이 돋았어. 마치 그 소리가 벽을 타고 오는 게 아니라, 욕실 안, 내 등 바로 뒤에서 들리는 것 같았거든. 돌아봤을 땐 당연히 아무도 없었지만, 그 잔상이 오래도록 목덜미에 남아 있었어.
시간은 어느새 밤 10시를 향하고 있었고 이젠 정말 올라가서 그만 좀 하라고 말해야 하나 싶었어.
난 원래 남한테 따지는 걸 정말 못 해. 누가 나를 불편하게 했다고 말하는 걸 싫어하고, 대부분은 그런 말을 들으면 좋은 반응도 안 보이니까.
그래서 차라리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어.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려는데 엄마가 먼저 위층 얘기를 꺼냈지.
"아직도 그래?"
"응... 몇 시간째야. 진짜 슬슬 미치겠어."
"올라가서 문 두드려 봐. 다른 주민들은 안 시끄럽대? 위층 노부부는 벌써 자고 싶을 시간이잖아."
"그냥 음악 틀면 안 들리지 않을까..."
"너 음악 듣고 싶은 거야?"
"아니."
"그럼 왜 참고 있어? 올라가, 미카일라."
난 한숨을 쉬며 알겠다고 했어. 전화를 끊고 스웨터를 걸친 뒤 현관문을 열었지.
문을 여는 순간 복도가 조금 더 차갑게 느껴졌어. 문틈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과 위층에서 희미하게 비치는 불빛만이 어두운 계단을 비추고 있었어.
계단을 오르는데, 발밑에서 뭔가 밟히는 감촉이 났어. 아래를 봤더니 스프링클처럼 작고 알록달록한 조각들이 계단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어. 케이크에서 떨어진 걸까 싶었는데, 밟은 자리에 남은 자국이 이상하게 붉었어. 그때는 그냥 조명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거라고 생각했어.
난 천천히 계단을 올라갔어. 2층은 아래층보다 훨씬 더 활기찼어. 가족이 산다고 생각했던 집의 현관문은 살짝 열려 있었고, 안에서는 불빛과 사람들 움직이는 그림자가 보였어.
난 조용히 다가가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봤지. 안에는 작은 복도가 있었고, 천장에는 풍선이 달려 있었어.
색종이 조각들이 공기 중을 천천히 떠다니고 있었고, 촛농 냄새와 달콤한 케이크 향이 희미하게 흘러나왔어. 그런데 그 달콤함 아래로, 아주 옅게, 뭔가 비릿하고 축축한 냄새가 섞여 있었어. 마치 냉장고 안쪽 오래된 고기를 열었을 때 나는 그런 냄새.
괜히 방해하고 싶진 않아서, 거의 소리도 나지 않게 문을 조금 더 밀었어.
복도 끝에는 식당이 있었어. 식탁을 둘러싼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있었지.
식탁 위에는 분홍색과 보라색 크림으로 장식된 케이크가 놓여 있었고, 알록달록한 스프링클과 무언가 글씨도 적혀 있었지만, 어두워서 읽을 수는 없었어.
노래는 계속 이어졌지만...내가 아래층에서 들었던 것보다 훨씬 쉰 목소리였어.
사람들은 촛불 앞에 앉아 있는 누군가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몸을 좌우로 흔들고 있었어.
방 안은 어둡고 아늑했어.
빛이라고는 케이크 위 촛불뿐이었고, 사람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조금 묻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어릴 적 내 생일파티를 떠올리게 하는 풍경이었어.
바닥에는 선물 상자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고 난 그 선물들이나, 생일의 주인공을 좀 더 자세히 보려고 눈을 가늘게 떴어.
생일 모자를 쓴 어린 남자아이처럼 보였어.
아마...열 살? 많아야 열두 살 정도?
얼굴은 동그랗고, 입은 귀가 찢어질 만큼 활짝 웃고 있었어.
난 이상하게도 그 아이의 치아를 계속 바라보게 됐어. 왜 그런 데 시선이 갔는지는 지금도 모르겠어. 아이의 입 안에는...어른의 치아가 있었어. 누렇게 썩어 있었고, 이리저리 비뚤게 튀어나와 있었지.
눈은 새빨갛게 충혈돼 있었어.
한참을 울었던 사람처럼.
몇 분이나 그 아이를 바라봤는데...단 한 번도 눈을 깜빡이는 걸 보지 못했어.
아이는 잔뜩 굳어 있었고 겁에 질린 것처럼 보였어. 난 살면서 그런 아이를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어.
정말 단 한 번도.
그리고 그 순간, 식탁을 둘러싼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씩 눈에 들어왔어.
박수를 치는 손목의 각도가 다 똑같았어. 마치 누가 하나하나 조종하는 것처럼, 완벽하게 같은 리듬으로. 그리고 그중 한 사람 — 아이 왼쪽에 앉은 여자였는데, 그 사람은 입을 벌려 노래를 부르고 있었지만, 목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어. 입만 움직이고 있었던 거야. 마치 소리 내는 법을 잊어버린 사람처럼.
문틈으로 들여다보기 전까지 가지고 있던 용기는 그 순간 완전히 사라졌어.
얼마나 넋을 놓고 있었는지는 몰라. 정신을 차리게 된 건...그 아이가 움직였기 때문이야.
촛불만 바라보던 시선이 천천히 움직이더니.
정확히.
나를 바라봤어.
그 눈과 마주친 순간 평생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각이 밀려왔어.
심장이 그대로 주저앉는 것 같았고 가슴속엔 고통스러운 매듭이 생긴 것처럼 답답했어.
아이의 미소가.
아주 천천히.
일그러지기 시작했어.
웃음이 사라지고 기괴한 찡그림으로 변했어.
그리고 그 순간, 식탁에 둘러앉은 나머지 사람들도 전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어. 하나같이, 아이와 똑같은 속도로, 똑같은 각도로.
도망치고 싶었어. 그런데 몸이 움직이지 않았어. 그때 아이가 촛불을 후 불어 껐어. 순간 방 안이 완전한 어둠에 잠겼어.
그리고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내 쪽으로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어.
여러 개였어. 발소리가.
여러 개의 발이, 서로 다른 속도로, 나무 바닥을 긁으며 다가오고 있었어.
난 숨을 삼키며 문을 세게 닫고, 거의 굴러떨어질 듯 계단을 뛰어 내려왔어.
뒤에서는 긁는 소리와 질질 끄는 발소리가 계속 따라왔어.
현관문을 붙잡고 힘껏 닫는 순간.
쿵!!
무언가가 반대편에서 그대로 문에 부딪혔어.
눈은 초점을 잃은 채 떨리고 있었지만, 간신히 문을 잠글 수 있었어.
곧바로.
쾅!
쾅!!
쾅!!!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시작됐어.
위층에서 들리던 생일 축하 노래는 완전히 멈춰 있었어.
난 떨리는 손으로 현관문의 문구멍을 들여다봤어.
복도는 완전히 어두웠지만 희미한 빛 속에서도 아까 식탁 앞에서 봤던 그 얼굴은 분명히 알아볼 수 있었어.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어.
지금 그 얼굴은...내 눈높이에 있었어. 그건 말이 안 됐어. 아까 분명 아이였잖아.
...정말 아이였을까? 아니면 그냥 사람이었을까?
곰곰이 떠올릴수록 더 이상해졌어. 애초에 내가 왜 그걸 아이라고 생각했는지조차 모르겠더라.
둥근 얼굴 때문이었을까. 아이 같은 옷차림 때문이었을까.
그 기억을 되짚는다는 건 결국 그 끔찍한 얼굴을 하나하나 다시 떠올려야 한다는 뜻이었고 난 그러고 싶지 않았어.
문을 두드리던 소리는 이내 손톱으로 긁는 소리로 바뀌었어.
문 아래 틈으로, 뭔가 가느다란 것이 스륵 밀려 들어왔어. 처음엔 종이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그건 머리카락이었어. 몇 가닥이, 문 밑 좁은 틈으로, 천천히, 마치 뭔가를 찾듯이 안쪽으로 밀려 들어오고 있었지.
난 있는 힘껏 소리쳤어.
"경찰 부를 거예요!"
하지만 내 목소리는 떨려서 제대로 나오지도 않았어. 반면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점점 더 거세졌고 이대로라면 정말 문이 부서질 것 같았어.
그때 위층에서 또렷한 소리가 들렸어.
철컥.
문이 열리는 소리.
노부부가 사는 집 현관문이었어.
"이봐요! 지금 밤중에 대체 뭐 하는 겁니까?"
그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내 문을 긁고 두드리던 소리가.
거짓말처럼 멈췄어.
문 밑으로 밀려들던 머리카락도, 그대로 스르륵 빠져나갔어.
난 문구멍으로 계속 지켜봤어.
'아이 같지 않은 그 아이'는 내 문 앞을 떠나 천천히 위층으로 걸어 올라갔어.
걸음걸이가 이상했어. 무릎이 아니라 허리부터 접히듯이 움직였어.
"경찰 부르기 전에 그만 좀 하시오! 당신네 애들 떠드는 것도 매일 참고 사는데, 아주머니..."
그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어. 갑자기 뚝 끊겼어. 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귀를 기울였어.
비명도 없었고 몸싸움 소리도 없었어.
아무 소리도.
아무것도.
잠시 후 희미하게 긁는 소리가 들렸어.
그리고 무언가를 질질 끄는 소리.
무겁고, 축축하고, 계단 하나하나에 걸리는 듯한, 느리고 규칙적인 소리.
마지막으로 억지로 울음을 참는 것 같은 흐느낌이 아주 작게 들렸어.
그 흐느낌은 여자 목소리 같기도 하고, 남자 목소리 같기도 했어. 마치 두 사람이 동시에 울음을 참고 있는 것처럼, 미묘하게 겹쳐 들렸어.
난 들킬까 봐 숨도 죽인 채 경찰에 전화를 걸었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겨우 속삭이며 설명하고 있었지.
그러다 다시 문구멍을 들여다봤어.
그리고.
그 얼굴이.
바로 거기 있었어.
문에 바짝 붙어서. 마치 처음부터 거기 있었던 것처럼, 소리 하나 없이.
일그러진 표정.
충혈된 눈.
머리 안쪽으로 푹 꺼져 들어간 것 같은 눈동자.
그 얼굴이 날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어.
"내년에는 당신도 함께해도 돼."
"그래서 일부러 문을 열어뒀잖아."
그 목소리는 분명 어른의 목소리였어.
그런데...
그 목소리가.
열두 살쯤 되어 보이는 그 얼굴에서 흘러나오고 있었어.
그리고 그 얼굴 뒤로, 아주 잠깐, 다른 얼굴이 겹쳐 보였어. 하나가 아니었어. 여러 개의 얼굴이 그 아이의 얼굴 아래 켜켜이 쌓여 있는 것처럼, 아주 짧게, 서로 다른 표정으로 스쳐 지나갔어.
난 숨을 들이마시며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어. 몸을 숙이면 보이지 않을 거라는 아이 같은 생각뿐이었지. 경찰이 도착한 건 약 30분 뒤였어.
그 30분은 내 인생에서 가장 긴 시간이었어.
경찰은 곧장 2층으로 올라갔고 2층 전체를 출입 통제했어.
하지만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어.
난 이후 뉴스와 수없이 걸었던 전화 통화 속에서 흘러나온 단편적인 이야기들만 받아들여야 했어.
경찰은 이렇게만 말했어.
"아가씨... 위층에는 애들이 살고 있었던 적이 없습니다."
"네 명 중 두 명은 성인이었고..."
"...나머지 두 명은 아이인 척하고 있었어요."
노부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끝내 말해주지 않았어.
납치.
학살.
내장 적출.
그런 단어들만 얼버무리듯 흘러나왔어.
피해자는 아주 많았고.
그중 일부는 인질이 되어.
억지로 생일파티에 참가하고 있었대.
선물 상자 안에는 선물이 아니라.
잘려나간 살점이 들어 있었고.
뼈로 만든 장난감에는 리본이 묶여 있었으며.
그중 하나는.
사람 치아로 만든 목걸이였대.
수사관 하나가 넌지시 흘린 말이 있었는데, 그 집 안 벽지 아래에서 발견된 낙서들이 전부 같은 날짜였다고 했어.
매년, 같은 날짜.
몇 년 치가 겹겹이 쌓여 있었다고.
그리고 그 낙서들 중 하나에, 이름이 하나 적혀 있었는데.
경찰은 그게 뭔지 끝까지 말해주지 않았어.
다만, 내가 그 이름을 물었을 때, 그 수사관의 표정이 아주 잠깐 달라졌던 것만은 기억나.
지금 난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어.
짐을 옮기려면 그 아파트에 몇 번은 더 가야 하는데 가능하면 다시는 그곳에 가고 싶지 않아.
집을 팔 수도 없고 세를 줄 수도 없어. 뭐, 진짜 범죄 마니아 정도라면 모르겠지만 결국 난 부모님 집으로 들어왔어.
대신 부모님께 문과 창문에 보조 잠금장치를 달고 집 안팎에 CCTV도 설치하자고 부탁했지.
부모님은 내가 PTSD 때문에 지나치게 예민해졌다고 생각해.
난 그냥 그렇게 믿게 내버려 뒀어. 하지만 그날 밤 CCTV 영상을 직접 봤거든. 내 현관문 바깥을 비추는 영상이었어.
내게 말을 걸었던 그 '생일 소년'은 다시 위층으로 올라가지 않았어.
그냥...
창문까지 기어가더니.
밖으로 뛰어내렸어.
그게 어디로 갔는지는 몰라.
그리고.
부디.
그쪽도 내가 어디 있는지 모르길 바랄 뿐이야.
한 가지만 더 적어둘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부모님 집 시계로 밤 9시 47분이야.
아까부터 아래층에서, 아주 희미하게, 노랫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기분 탓이겠지.
여기는 1층짜리 단독주택이니까.
아래층 같은 건, 있을 리가 없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