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더지를 만지지 마라
두더지를 만지지 마라
그날 이후로 나는 두더지를 보아도 절대 가까이 가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가까이 갈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예전에는 달랐다.
두더지라고 하면 그저 땅속에 사는 작은 동물이라고 생각했다. 흙 위에 조그맣게 솟아오른 흔적을 보면 신기해하기도 했고, 운이 좋게 모습을 드러낸 두더지를 발견하면 귀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나는 두더지를 보면 먼저 주변을 살핀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뒤에도 최대한 멀리 돌아간다.
사람들은 내가 왜 그러냐고 묻는다.
나는 그때마다 대답하지 못한다.
그날 일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히는 설명하고 싶지 않다.
그날 우리가 본 것이 정말 두더지였는지조차 아직 확신할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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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우리는 지인 한 분과 함께 시골에 내려갔다.
그분은 평소 건강하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철인삼종경기에 나가 완주할 정도로 체력이 좋았고, 운동도 꾸준히 했다. 헬스장에 빠지는 날이 거의 없었으며, 웬만한 산길쯤은 가볍게 걸어 다녔다.
그런 사람이었기에 그날의 일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오후 무렵이었다.
우리는 밭 근처를 걷고 있었다.
햇빛은 따뜻했고 바람은 선선했다. 별다른 일 없는 평범한 시골 오후였다.
그러다 그분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어? 저거 두더지 아니야?"
우리 모두 그쪽을 바라봤다.
밭 가장자리의 흙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처음에는 바람 때문인 줄 알았다.
그러나 흙이 한 번 크게 들썩이더니, 작은 검은색 머리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정말 두더지처럼 보였다.
작고 둥근 몸.
흙투성이가 된 털.
그리고 이상할 정도로 긴 앞발.
그분은 웃었다.
"와, 진짜 두더지네."
그리고 천천히 다가갔다.
우리는 장난처럼 말했다.
"야, 만지지 마."
"그러다 물리면 어떡해."
"그냥 놔둬."
하지만 그분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괜찮아. 두더지가 뭘 하겠어."
그게 마지막으로 우리가 들은 평범한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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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이 두더지의 등에 닿는 순간이었다.
두더지가 움직였다.
너무 빨랐다.
우리가 무언가를 제대로 인식하기도 전에 두더지의 몸이 갑자기 흙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분의 손목이 함께 사라졌다.
"어?"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다.
그분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음 순간 표정이 바뀌었다.
"잠깐."
그분이 뒤로 물러나려 했다.
그러나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몸이 조금씩 앞으로 끌려가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제야 달려갔다.
그분의 발이 흙을 긁었다.
"야! 잡아!"
몇 명이 동시에 팔을 붙잡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분명히 우리가 여러 명이서 잡고 있었는데도 그분의 몸은 조금씩 앞으로 움직였다.
마치 땅 아래에서 누군가가 잡아당기는 것처럼.
"놓지 마!"
누군가 소리쳤다.
우리는 있는 힘껏 당겼다.
그분도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었다.
그때였다.
밭 한가운데에서 낮고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쿵.
흙이 흔들렸다.
그리고 그분의 몸이 한순간 크게 끌려갔다.
우리가 잡고 있던 손이 미끄러졌다.
"잠깐—!"
그분의 외마디 비명이 들렸다.
그리고 사라졌다.
정말 눈앞에서 사라졌다.
흙만 남았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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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분명 사람이 사라졌는데도 주변은 너무나 평온했다.
새가 울고 있었다.
바람이 불고 있었다.
멀리서 농기계 소리까지 들렸다.
마치 세상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
우리는 곧바로 흙을 파기 시작했다.
삽을 가져오고, 손으로도 파고, 주변을 전부 뒤졌다.
하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구멍조차 없었다.
사람 한 명이 끌려 들어갔다면 당연히 있어야 할 흔적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작은 두더지굴 하나.
그게 전부였다.
그날 이후 나는 두더지를 절대로 만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 웃을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두더지가 사람을 잡아당긴다는 게 말이 되는가.
당연히 말이 안 된다.
하지만 나는 그날 직접 보았다.
그리고 지금도 가끔 생각한다.
그날 우리가 본 것이 정말 두더지였을까.
혹시 우리가 두더지라고 생각했던 것은—
땅속에서 오랫동안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던 다른 것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밭을 지나갈 때면 흙을 유심히 바라본다.
작은 흙더미가 보이면 멈춘다.
그리고 돌아간다.
절대로 건드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이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땅속에 무엇이 있는지는,
땅을 파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