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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쾅,쾅

익명
2026-10-24 15:21

그 당시 나는 초등학생으로, 여동생, 언니, 엄마와 함께 작은 맨션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밤이 되면 언제나 작은 다다미 방에서 가족이 모두 함께 베개를 죽 늘어놓고 자고 있었습니다.

어느 밤 엄마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엄마에게 부탁 받아 내가 집 안의 불을 끄게 되었습니다.

화장실과 거실의 불을 끄고, 텔레비전의 코드도 뽑은 후 다다미 방으로 가서 엄마에게 집 안의 전기를 모두 껐다고 말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옆에는 이미 여동생이 자고 있었습니다.

평소보다 훨씬 빨리 잠자리에 들었기 때문에 그 때 나는 잠이 잘 오지 않았습니다.

잠시 동안 멍하게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조용한 방에서 [쾅, 쾅]하는 이상한 소리가 길게 울려퍼졌습니다.

나는 이부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어두운 방을 둘러보았습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쾅, 쾅]

잠시 뒤 아까와 같은 소리가 다시 들렸습니다.

아무래도 거실 쪽에서 나는 것 같습니다.

옆에 있던 언니가 [지금 들렸니?]라고 물어왔습니다.

나만 들은 것이나 잘못 들은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한 번 더 방을 둘러 보았지만 여동생과 엄마가 자고 있을 뿐 방에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이상하다...

확실히 금속을 두드리는 것 같은 소리로, 그것도 상당히 가까이에서 들렸습니다.

언니도 아까의 소리가 마음에 걸리는 지 [거실에 가볼게]라고 말했습니다.

나도 언니와 함께 침실에서 나가 어두운 거실로 갔습니다.

그리고 부엌 쪽에서 살짝 거실을 보았습니다.

거기에서 우리들은 보아버린 것입니다.

거실의 중앙에 있는 테이블.

언제나 우리들이 식사를 하거나 둘러앉아 단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곳.

그 테이블 위에 사람이 앉아 있는 것입니다.

이 쪽을 향해 등을 돌리고 있어 얼굴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허리 부근까지 길게 자라있는 머리카락, 호리호리한 체격, 입고 있는 흰 기모노를 보아 여자라는 것은 알 수 있었습니다.

나는 소름이 끼쳐 언니 쪽을 보았습니다.

언니는 나의 시선은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 여자만을 열심히 보고 있었습니다.

그 여자는 어두운 거실에서 등을 곧게 편 채 테이블 위에서 정좌를 하고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나는 무서운 나머지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목소리를 내면 무서운 일이 생길 것 같아 겨우겨우 참았습니다.

그 여자는 이 쪽을 뒤돌아볼 기색도 없이 단지 정좌를 하며 우리들에게 그 흰 등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나는 마침내 도저히 참을 수 없게 되어 [으아악!!!]하고 큰 소리로 외치며 침실로 뛰어들었습니다.

엄마를 억지로 깨우고 [거실에 사람이 있어!]라고 큰 소리로 울부짖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밤중에 그럴 수 있니?]

투덜거리는 엄마를 데리고 거실로 데리고 갔습니다.

거실의 불을 켜보니 언니가 테이블 옆에 서 있었습니다.

아까 그 여자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테이블 위도 깨끗이 정리되어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거기에 있었던 언니의 눈은 텅 비어있었습니다.

지금도 확실하게 그 때 언니의 표정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나와 다르게 언니는 무서워하지도 않았고, 테이블 위만을 가만히 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엄마가 언니에게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니 [저기에 여자가 있었어요]라고만 말했습니다.

엄마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고 테이블을 보고 있었습니다.

[빨리 자거라]라고 말하셔서 우리 세 사람은 침실로 되돌아왔습니다.

나는 이부자리 안에서 생각했습니다.

그 여자를 보고 소리치고 침실에 가서 엄마를 일으켜 거실에 데리고 온 잠시 동안 언니는 거실에서 쭉 그 여자를 보고 있던 것일까?

언니의 모습은 어딘가 이상했습니다.

무언가 무서운 것을 본걸까?

그리고 다음 날 언니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언니, 어젯 밤에 말이야...]

그렇게 물어도 언니는 아무 것도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침묵할 뿐.

나는 끈질기게 질문했습니다.

그러나 언니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습니다.

[네가 큰 소리로 소리쳤기 때문에...]

그 이후 언니는 나에 대한 애정이 식었습니다.

말을 걸면 언제나 밝게 대답해주었는데, 무시해버리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그 때의 일은 다시는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아마 그 때 내가 외친 소리로 저 여자는 언니 쪽을 돌아본 것 같습니다.

언니는 여자와 눈이 마주쳐 버린 거겠죠.

분명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무서운 것을 보아버린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차 그런 것도 잊어 갔습니다.

중학생이 되어 고등학교 입시를 눈 앞에 두게 된 나는 매일 내 방에서 열심히 공부를 했습니다.

언니는 다른 지역의 고등학교에 진학해 기숙사에 들어가 집으로 오는 일은 좀처럼 없었습니다.

어느 밤 늦도록 책상 앞에 앉아 있는데 문 쪽으로부터 노크와는 다른, 무언가의 소리가 들렸습니다.

[쾅, 쾅]

상당히 희미한 소리입니다.

금속을 두드리는 듯한 소리.

그것이 무엇인지 기억한 나는 전신에 바짝 식은 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 소리는 분명 어릴 때의 그것이다...

[쾅, 쾅]

또 울렸습니다.

문의 반대편에서 아까와 똑같은 금속 소리.

나는 무서운 것을 참을 수 없게 되어 여동생 방 쪽의 벽을 치면서 [어서 일어나!]라고 외쳤습니다.

그러나 여동생은 이미 자고 있는지 아무런 반응도 없었습니다.

엄마는 최근 계속 일찍 잠자리에 들고 계십니다.

즉 집 안에서 이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은 나 뿐...

혼자서 어딘가에 동떨어져 있는 기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그 소리가.

[쾅, 쾅]

나는 결국 그 소리가 어디에서 울리는 것인지를 알았습니다.

살짝 방문을 열어보니 어두운 복도의 저 쪽에 있는 거실.

거기에는 커튼 사이로 새는 창백한 빛으로 어렴풋이 비치고 있었습니다.

부엌 쪽에서 거실을 바라보니 테이블 위에는 그 여자가 있었습니다.

어릴 때 언니와 함께 보았던 기억이 급속히 되살아났습니다.

그 때와 같은 모습으로 여자는 흰 기모노를 입고 등을 곧게 편 채 테이블 가운데에서 정좌하고 그 뒷모습만을 내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쾅, 쾅]

이번에는 확실하게 그 여자에게서 들렸습니다.

그 때 나는 소리를 질러버렸습니다.

뭐라고 외쳤는지는 기억하고 있지 않습니다만, 또다시 목소리를 내 버린 것입니다.

그러자 여자는 나를 되돌아보았습니다.

여자의 얼굴과 마주한 순간 나는 이미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 여자의 양 눈에는 정확히 눈 구멍만한 대못이 박혀 있었습니다.

잘 보면 양손에는 망치 같은 것을 쥐고 있습니다.

그리고 입은 씩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도... 당신들 가족도 이제 끝이에요. 후후후...]

다음 날 일어나보니 나는 내 방 침대에서 자고 있었습니다.

나는 어제 무슨 일이 있는지를 떠올리고 엄마에게 거실에서 자던 나를 방으로 옮긴 것이냐고 물어보았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무슨 소리니?]라고 반문할 뿐이었습니다.

여동생에게도 물어봤지만 [에? 언니, 꿈꾼 거 아니야?]라고 웃음을 살 뿐이었습니다.

게다가 내가 방 벽을 두드렸을 때 여동생은 이미 자고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무언가 이상했습니다.

나는 확실히 거실에서 그것을 보고 거기에서 의식을 잃었습니다.

누군가가 거실에 쓰러져있는 나를 보고 침대로 날랐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려 해도 머리가 몽롱할 뿐이었습니다.

단지 마지막에 그 비웃으며 내게 던진 말만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나와 가족은 이제 끝이라는.

이변은 그 날 중에 일어났습니다.

내가 저녁 무렵 학교에서 돌아와 현관 문을 열었을 때입니다.

언제나라면 거실에는 엄마가 있고 부엌에서 저녁 식사를 만들고 있었을텐데, 거실은 어두웠습니다.

불이 켜져 있지 않았습니다.

[엄마, 어디 있어요?]

나는 현관에서 그렇게 물었습니다만 집 안은 조용할 뿐이고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집 문이 열려있는데도...

가까운 곳에 쇼핑이라도 간 것일까?

만사에 태평한 엄마기 때문에 가끔 그런 일도 있었습니다.

투덜거리며 구두를 벗고 집에 들어가려던 그 순간.

[쾅, 쾅]

거실 쪽에서 그 소리가 났습니다.

나는 전신의 피가 단숨에 얼어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몇 년 전, 그리고 어젯밤과 똑같은 저 소리.

안 된다.

더 이상 여기에 있어서는 안 된다.

본능이 공포에 미쳐 이성을 모두 지워버렸습니다.

문을 난폭하게 열고 정신 없이 맨션의 계단을 뛰어 내려갔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 것일까?

엄마는 어디에 있지?

여동생은?

가족을 생각하며 그 소리를 어떻게든 잊으려 했습니다.

더 이상 그것을 생각하면 완전히 미쳐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완전히 어두워진 골목길을 달리고 달린 끝에 나는 가까운 슈퍼에 도착했습니다.

[엄마, 제발 여기에 있어주세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숨을 몰아쉬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시간대가 시간대이다보니 가게 안에 사람은 그다지 없었습니다.

나 같은 중학생 정도의 사람도 있었고, 주부처럼 보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 지극히 평범한 광경을 보고 나는 마음이 안정되어 조금 전에 집에서 있던 일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어두운 거실, 열려 있던 집의 문, 그리고 그 금속 소리.

집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것' 이외에는.

내가 현관에서 엄마를 불렀을 때 느꼈던 집의 이상한 조용함.

그 상태라면 누군가 있었을리가 없다...

그러나 만약 아니라면?

나는 현관까지밖에 들어가지 않았으니 집 안을 모두 둘러보지는 않았다.

단지 불이 꺼져 있었을 뿐이다.

어쩌면 엄마는 어딘가의 방에서 자고 있어서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한 것뿐인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확인하고 싶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집에 전화를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슈퍼 앞에 있는 공중전화에서 돈을 넣고 떨리는 손가락으로 신중히 번호를 눌렀습니다.

수화기를 잡은 손의 떨림이 멈추지 않습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전화벨 소리가 머릿속 깊은 곳까지 울려퍼집니다.

[탈칵]

누군가가 전화를 받았습니다.

나는 숨을 들이켰습니다.

잠시간의 정적이 흐릅니다.

[여보세요, 누구신가요?]

그 목소리는 엄마였습니다.

그 온화한 목소리를 듣고 나는 조금 마음이 놓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때 잠시라도 안심했던 나는 정말 어리석었습니다.

[여보세요, 엄마?]

[어머, 어떻게 된거니. 오늘은 상당히 늦네? 무슨 일이라도 있니?]

나의 손은 다시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손만이 아니라 온 몸이 떨려옵니다.

무언가가 매우 이상했습니다.

아무리 냉정함을 잃고 있던 나라도 이것은 확실하게 알아차렸습니다.

[왜... 엄마지...]

[응? 왜라니, 무슨 말이니? 괜찮니? 정말 무슨 일 있는거 아니니?]

엄마가 지금 이렇게 전화를 받을 수 있을리가 없습니다.

우리 집에는 거실에만 전화기가 있습니다.

아까 거실에 있던 것은 엄마가 아니라 그 여자였습니다.

그런데도 어째서 이 사람은 침착하게 전화를 받고 있는 것일까요.

거기다 [오늘은 상당히 늦네?]라니, 마치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집에 있었던 것 같은 말투.

나는 전화 저 편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나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의 정체를 도저히 알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바싹 마른 입술을 어떻게든 움직여 쉰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당신, 누구야?]

[응? 누구라니...]

조금의 간격을 두고 대답이 들려왔습니다.

[너의 엄마야. 후후후.]

.

.

.

.

.

.

.

.

.

.

.

.그로부터 8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습니다.

또다시 끔찍한 일이 있어 여러분께 전해드리겠습니다.

현재 저희 집 아파트에는 어머니와 여동생이 살고 있습니다,

두 살 위인 언니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취직했고, 저는 이웃 현에 있는 대학에 다니면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단신부임으로 8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전국을 떠돌아다니는 외근직입니다.

작년 겨울, 오랜만에 친가에서 연락이 왔는데, 어머니가 '집으로 돌아오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아무튼간에 집에 가기 싫었고, 모처럼의 휴일을 그 끔찍한 곳에서 보낼 수 없다고 생각했고, 매년 어머니의 권유를 고집스럽게 거절했어요.

하지만 올해는 좀처럼 돌아오지 않던 언니와 아버지가 돌아오기도 하고, 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서, 졸업을 논문을 앞두고 있었지만 마지못해 귀향하기로 했습니다.

끔찍한 일을 겪은 집에 다시 돌아가는 것도 충분히 거부감이 들었지만, 사실은 그보다 더 두려운 것이 있었습니다.

어머니께는 죄송한 일이지만, 어머니를 직접 대면하는 것이 무엇보다 두려웠습니다.

예전에 어머니와 전화 너머로 대화를 나누었을 때, 어머니가 분명히 아니었던 것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어머니의 목소리인데 어머니가 아닌 다른 존재와 대화를 나누던 그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지나간 일.

그 사건을 겪은 이후에 제 주변에서 특별히 이상한 일은 없었고, 다행히 가족 중에도 아프거나 다친 사람도 없었습니다.

언니도 동생도 건강한 모양이었고, 어머니도 아버지도 지난 8년 동안 변함이 없으신 것 같았습니다.

이제는 '가족은 끝이예요'라는 저주의 말뿐만 아니라 하얀 기모노를 입은 여자를 본 것조차도 꿈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귀에 달라붙어있는 그 불쾌한 소리도 언젠가는 분명 잊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절대로 괜찮아!'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나는 친가로 향했습니다.

귀향을 피하는 진짜 이유를 어머니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적어도 집에 있는 동안은 밝게 행동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집에 돌아온 저는 안도했습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언니도, 여동생도 모두 건강해 보였고, 오랜만에 귀향한 저를 보고,

"졸업은 무사히 할 것 같으니?", "남자친구는 생겼니?" 등, 약속된 잔소리를 늘어놓으셨어요.

그토록 신경쓰였던 어머니도 달라진 모습은 없었고, 호텔 청소 일을 하시느라 매일 바쁘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언니에게 말을 거는 것만은 어색하고 망설여졌다.

그 이유는 8년 전의 그 사건 이후 언니는 지금까지 저를 철저하게 무시해왔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때 그 캄캄한 거실에서 제가 큰 소리를 외쳤던 것이 단절의 계기가 된 것이 분명했고, 언니의 차가운 태도는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그런 언니가 집에서 내뱉은 말에 저는 귀를 의심했습니다.

"너를 계속 무시해서 미안해."

설마 저를 8년 동안이나 무시해왔던 언니에게서 사과의 말이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내가 오히려 미안해. 근데 갑자기 왜 그래?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너무 놀라서 묻지 말아야 할 것까지 물어본 것 같았습니다.

언니는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표정을 지었지만, 예전에 언니와 제가 함꼐 사용하던 방으로 저를 불러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내 집에서, 그 소리가 들렸어."

'그 소리'라는 말만 들어도 저는 무언가 서늘한 것이 등줄기를 타고 내려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언니는 그런 제 모습을 보고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그날 퇴근하고 집에 돌아온 게 밤 9시쯤이었어. 방에서 TV를 보고 있었는데, 욕실에서 쾅, 쾅 하는 소리가 나는거야. 어렸을 때 너랑 같이 그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어서 바로 알았어. 이건 위험하다고. 근처에 직장동료가 살고 있었기 때문에 집을 나와서 그 친구 집으로 갔거든. 그 친구 집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또다시 욕실 쪽에서 쾅, 쾅 하는 소리가 들려왔어. 그 이상한 철판같은 소리였어. 친구도 나도 당황해서 방을 나가서 경찰을 불렀지. 결국 화장실에는 아무 것도 없었고, 일단 방도 조사해봤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어."

언니의 이야기는 8년 전의 끔찍한 기억을 완전히 되살려주었습니다. 그때의 사건은 지금도 잊을 수 없었습니다.

칠흑같이 어두운 거실. 테이블에 앉아있는 여자. 쾅, 쾅 하는 금속 소리. 뒤돌아보는 여자. 끔찍한 얼굴.

아무런 예고 없이 들려오는 그 소리는 저를 한동안 극도의 금속음 공포증에 빠뜨릴 정도로 끔찍했습니다.

음악이 흘러나오는 곳에서는 카우벨이나 방울 같은 소리가 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부엌의 프라이팬이나 냄비에서 나는 금속 소리에 귀를 막고 겁을 먹으며, 멀리 갈 때는 건널목이 있는 도로를 피해서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다만 언니의 이야기에는 8년 전과 다른 점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하얀 기모노를 입은 여자를 보지 못했고, 목소리도 듣지 못했습니다. 들리는 것은 '쾅, 쾅'하는 섬뜩한 소리뿐입니다.

게다가 장소는 욕실. 저는 거실의 탁자 위에 그것이 정좌해 있는 모습은 알고 있었지만, 욕실이라니.........

정말 그게 그것이었을까... 그렇게 언니에게 물어보려는데, 갑자기 언니가 눈물을 흘리며 울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당황하면서도 "아직 그거라고 결정된 건 아니잖아..."라며 언니를 달래주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언니는 울먹이는 얼굴로 제 얼굴을 노려보았고, "너, 엄마에 대해 미카(여동생 이름)에게 듣지 못했어?"라면서 무서운 목소리로 다가왔습니다.

엄마 이야기를? 여동생에게? 저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해 잠시 당황했습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어머니가 만든 맛있는 비프 스튜를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의 모습에는 아무 이상도 없었고, 여동생도 평소와 다름없어 보였습니다.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는 저를 향해 언니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습니다.

"가끔 한밤중에 몰래 집을 나간다고 하더라. 자세한 건 미카에게 물어봐."

저는 언니의 말을 듣고 바로 동생의 방으로 가서 물었습니다.

"엄마가 밤에 밖에 나간다는 게 무슨 말이야?"

"아, 언니한테 들었구나. 진짜야. 뭐 같이 확인할래?"

그날 밤, 저는 여동생의 방에 들어가 여동생의 침대 옆에 이불을 깔고 누워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렸습니다.

여동생의 말에 따르면, 어머니가 집을 나가는 시간은 대략 정해져 있는데, 1시가 넘으면 집을 나가서 10분 정도 후에 돌아온다고 했습니다.

처음 어머니의 외출을 알아차린 여동생은 기분전환을 위해 담배를 피우러 나가시는 줄 알았기에, 특별히 신경 쓰지 않고 그대로 잠을 잤다고 합니다.

하지만 눈이 내릴 정도로 추워진 후에도 어머니의 외출은 계속되었습니다.

그 사실을 어머니에게 물었더니 "무슨 소리야?"라는 반응.

시치미 떼는 기색도 없이, 자신이 심야에 외출한 것 자체를 전혀 자각하기 못하는 눈치였습니다.

수상하게 생각한 여동생은 몰래 어머니의 뒤를 따라간 것입니다.

"이제부터야."

여동생이 말하자 저는 귀를 쫑긋 세웠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복도 쪽에서 사람 기척이 있었습니다.

'바스락, 바스락' 현관 쪽에서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마도 부츠를 신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저벅저벅 하는 발소리, 분명 지금 밖으로 나갔습니다.

저와 여동생은 얼굴을 마주보고는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조용히 문을 열고, 발걸음을 재촉해 현관문으로 갔습니다.

문은 잠겨있지 않았습니다. 여동생은 조심스럽게 문고리를 잡고 살며시 문을 열었습니다.

칠흑같이 어두운 골목길. 가로등과 달빛만이 유일한 빛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어디 가신거냐고 여동생에게 물었더니 놀랍게도 바로 근처에 있다고 하는겁니다.

불길한 예감이 서서히 밀려왔습니다.

집에서 100m쯤 가니 골목길을 비추는 가로등 아래에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전봇대 주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었습니다.

산책하듯 느긋하게 걷는 속도가 아니라 꽤 빠른 걸음걸이로.

거의 구보처럼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빙글빙글 돌고 있었습니다.

낮에 보여줬던 밝고 온화한 표정은 이제 어디에도 없었고, 멀리서 봐도 반야같은 귀신의 형상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너무 무서워서 기절초풍할 지경이었는데, 여동생은 "이제 가자"고 재촉하는 동시에 "아마 10분 정도 더 계속될거야, 저거"라고 덧붙였습니다.

정말 무서웠습니다. 어머니의 이상 증세를 목격하고 나서야 저는 비로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당신도... 당신들 가족도 이제 끝이에요.'

이제와서야 그 여자의 끔찍한 말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여동생보다 한발 먼저 집에 돌아온 저는 거실의 전등을 켜려고 벽을 뒤졌습니다.

대충 여기에 스위치가 있었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며 손끝으로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 손가락 끝에 뾰족한 플라스틱의 감촉이 느껴졌다.

그와 거의 동시에 캄캄한 공간에서 '쾅, 쾅'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아, 라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늦었고, 저는 벽의 스위치를 눌러버렸습니다.

하얀 빛이 비추는 거실. 강한 빛에 눈이 익숙하지 않은 저는 반사적으로 눈을 가늘게 떴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하얀 기모노를 입은 여자가 앉아 있었습니다.

이쪽을 등지고 있어서 얼굴까지 알 수 없었습니다.

현실감이 전혀 없어서 냉정하게 사고할 수 없었습니다.

테이블 위에 여자가 정좌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상했는데, 방금 켜진 실내 조명에 적응하지 못한 저의 눈에는 거실 공간 전체가 이상하게 보였습니다.

식은 땀이 흘러나오는 것을, 옷이 몸에 달라붙는 것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몇 분, 아니 몇 초를 그렇게 지냈는지 모르겠다,

제 손가락이 다시 한 번 스위치를 눌렀을 때 거실은 칠흑 같은 어둠에 휩싸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때, 현관문에서 달그락 하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여동생인가?

하지만 제 시선은 어둠에 휩싸인 거실로 고정되어있었고, 탁자 위에는 여전히 그 여자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한편 현관에서는 '부스럭, 부스럭'하는 신발을 벗는 소리가 들린 후에, 나무바닥에 체중이 실릴 때 나는 특유의 '삐걱, 삐걱'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는 복도 쪽을 돌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분명 여동생일 텐데, 그쪽을 볼 수가 없습니다.

아니, 어쩐지 알 수 있었습니다.

예감이라고 할까, 직감이라고 할까, 애매모호한 것이었지만, 뒤에서 다가오는 것은 아마 여동생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감각이 '삐걱, 삐걱'하는 소리와 함께 점점 더 강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캄캄한 거실 한가운데, 테이블이 놓여 있는 곳에서 '쾅, 쾅'하는 금속음이 울렸습니다.

의식이 흐려지기 직전, 저의 바로 뒤에 있던 누군가의 손이 제 어깨를 강하게 잡아당기는 것을 확실히 느꼈습니다.

덧붙여서, 그 다음날 저는 언니 방에서 자고 있었다고 합니다. (언니가 깨워주었습니다)

언니도 동생도 그 캄캄한 거실에서 제 어깨를 잡은 적이 전혀 없다고 단언했고, 게다가 여동생이 돌아왔을 때 어머니는 아직 귀가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신발뿐만 아니라 어머니의 침실도 확인했기 때문에 절대로 아니라고 합니다.

여동생에 따르면 어머니의 이상행동은 지금도 계속되는 것 같습니다.

"정신과 상담도 하셨고, 우리 집에서 액막이도 했어. 신고를 당한 적도 있으니까."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여동생은 이미 언니로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고, 아버지 몰래 여러 가지를 해봤다고 합니다.

하지만 모두 헛수고로 끝났습니다.

어머니의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면 효과가 없다는 것은 일목요연했으니까요.

그리고 저는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 여자 때문이라는 것을.

언니네 집에서 울린 소리도, 그날 밤 어머니의 끔찍한 모습도 모두 그 여자 때문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하지만 분노 이상으로 그 여자가 너무나도 무섭습니다.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아버지에게 털어놓고, 아파트에서 나오는 것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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