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목매다는 마을 part.2
4화
그 날부터 학교는 잠시 휴교에 들어갔어요.
남자교사의 죽음은 물론,
원인이 불가해하다고 알려진 이상,
학생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 통신문을 통해 전해진 학교 측의 설명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그 무서운 소리를 들은 학생 대부분의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학교 측이 결단하지 않았어도 곧 학급 폐쇄 등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형도 사츠키도 학교가 있기 때문에 놀 상대가 없었습니다.
학교 친구들과도 그다지 적극적으로 놀려고는 생각하지 않았기에,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신사에 가서 시즈 할머니와 보내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시즈 할머니는 거의 매일 찾아오는 신자들의 상담 상대를 해주었습니다.
이 마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좋은 것인가.
항상 그런 질문을 받으니까 시즈 할머니도 약간 피곤한 것처럼 느껴졌어요.
“평상시처럼 지내게. 안 좋은게 이 마을에 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것에 지면 안 돼.
이 마을을 떠난다고 한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비록 도망가더라도 그것은 쫓아간다.
뭐 그런거지, 그러니 이 동네에 머물며 해결을 기다리게.”
시즈 할머니는 그렇게 신자들을 격려했어요.
당신들이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시즈할머니에게는 뭔가 해결책이 있을거라 저는 생각했습니다.
“시즈 할머니, 안 좋은거라뇨?”
“케이타야, 너에게 이런 이야기는 아직 이르단다. 할머니들에게 다 맡기렴.”
“응. 그런데 나도 학교에서 목소리 들었는데?”
저는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무서운 신음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 소리를 생각하면 몸이 떨려올 정도로 무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도 그것에게 노려지고 있다고 생각해.”
“그렇지 않아. 그것이 원망의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은 이 마을 자체니까.
너 하나만을 노리는게 아니란다.”
마을 자체가 표적이라면 저자신도 표적이었지만,
시즈 할머니의 수수께끼 같은 설명에 그때 저는 입을 다물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 후로도 나는 몇번이고 시즈할머니에게 원령이나 괴이함에 대해 물었습니다.
시즈 할머니는 둘러대시거나,
얼버무리거나,
가능한한 저를 불안하게 하지 않도록 고심해주셨습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죽은 남자 교사의 목 매단 모습을 보았을 때
시즈할머니는 원령의 모습을 보고 영시하고 있었습니다.
시즈할머니가 말해주신 내용에 따르면,
남자교사의 매달린 모습을 보았을때,
이 일련의 괴이한 일들의 원인이 하나의 원령임을 밝혀냈다고 합니다.
터무니없는 원한을 머금은 악의의 집합체.
자연재해조차 쉽게 일으킬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원념의 힘을 느꼈다고 해요.
“귀신이 자연재해 같은 걸 만들 수 있어?”
“아아, 그렇지. 원령이라고 하는 것은 때로 엄청난 힘을 가지지.
옛-날 옛날 이야기지만 말이야.”
호기심 때문에 나중에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일본의 역사속에서는,
원령에 의한 국가 규모의 위기가 몇번이나 일어났던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일본 3대 원령이라고 불리는 원령이 일으킨 액재는 매우 화려한 것이 많아,
조사하면서 조심성 없게도 두근거려 버린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생각하는 겁니다.
우리 마을을 휩쓴 그 원령은, 일본 삼대 원령 못지 않은 엄청난 원념을 갖고 있다고.
초등학교에서 흘러나온 무시무시한 소리는 이후에도 여러 번 우리 마을에서 주민들을 떨게 합니다.
대체로 많은 사람이 모이는 시설에서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데,
그 중에는 전화로 직접 걸려온 사람이나,
뒤에서 신음소리가 따라오는 것을 듣고 달려서 도망친 사람도 있었고,
이미 원령의 존재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가을이 점점 깊어져 단풍이 산을 물들일 무렵, 신사에 여러 스님이 찾아왔습니다.
그날도 저와 형은 신사에서 사츠키와 시즈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우리 형제는 집에 있는 것보다 신사에 있는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에 새삼스러운 이야기입니다만.
스님들은 장삼을 입고 머리에 삿갓을 쓴 차림으로 손에는 석장을 들고 있었어요.
신주가 맞이하여 서로 인사를 나눈 후 시즈 할머니도 함께 본전으로 모셔졌습니다.
우리는 밖에서 엳듣고 있었어요.
잠시 이야기가 계속되다가 웬일인지 제가 불렸어요.
저와 형 그리고 사츠키도 본전으로 들어갔습니다.
고바야시 케이타입니다, 라고 인사했습니다.
스님들이 의아한 듯 형과 사츠키를 보고 있었어요.
신주님이 사츠키와 형에게 ‘너희들은 나가 있어라.’고 하였으나 사츠키가 양보하지 않았습니다.
“케이는 우리가 지킬거야.”
라 말하며 제 손을 잡았습니다.
저는 부끄러웠지만 기쁘기도 해서, 그대로 손을 잡고 있었습니다.
스님중 가장 고령으로 보이는 인물이 피식 웃으며 ‘상관 없어요. 앉으세요.’라고 말했습니다.
이 나이 지긋한 주지스님은 이 마을 절의 정리역 같은 사람으로 신주와도 잘 아는 사이 같았어요.
주지스님은 제게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처음부터 말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신주님이나 시즈할머니에게 했던 것처럼 등교한 후부터 시신이 발견되기까지의 일이나,
신주가 온 후부터 그 소리가 들리고,
시즈 할머니들이 온 뒤로 어떻게 됐는지 최대한 명확하게 얘기했습니다.
형이나 사츠키에게도 이미 같은 말을 하고 있어 놀라는 기색도 없이 듣고 있었습니다.
스님들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제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때때로 끙하고 신음하기도 했습니다.
대충 이야기를 마치자, 주지스님은 변함없이 웃는 얼굴로 ‘무서웠지’라고 했어요.
“네. 그래도 신주님과 모두가 와주셨기 때문에…”
신주, 시즈할머니, 사츠키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주지스님은 끄덕끄덕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습니다.
“학교 친구들은 아픈 아이들도 많다고 들었는데, 케이타군은 괜찮니?”
제가 잠자코 고개를 끄덕이자,
“아무렇지 않다고? 그거 참 잘됐구나.”
주지스님은 끄덕끄덕 자꾸 고개를 끄덕였어요.
어딘지 모르게 어투도 조금씩 바뀌어 갔고,
주지스님은 사실 아무렇게나 말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질의응답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영의 목소리는 몇 명 정도였다던가.
남자교사의 시체가 걸려있는 것을 최초로 발견한 것은 누구인가.
그 외에 또 이상한 일이 생기지 않았는가.
그런 것을 물어보셨던 것 같습니다.
모두 신주나 시즈 할머니가 묻는 것과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이야, 잘 알겠다. 케이타, 무서운 것 생각나게 해서 미안하구나.”
주지스님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괜찮아요, 그때부터 계속 무서운걸요.
그리고 학교에서 이미 일어난 일보다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 무서워요.”
주지스님은 후-하고 한숨을 내쉬고 다시 앉았어요.
“맞아, 그렇다.”
끄덕끄덕했습니다.
“그래서요 시노미야님.”
주지스님이 신주에게 얼굴을 돌립니다.
“그쪽도 마찬가지겠지만, 저희 쪽에도 많은 상담과 제령 요청이 들어옵니다.”
주지가 몇번째인가 한숨을 쉬었습니다.
“초등학교에서의 일로 적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원령을 적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연속 살인 뿐만이 아니라 사체를 더럽혀 위압하거나,
스피커로부터 목소리 같은 것을 들려 아이를 겁먹게 하거나 하는 성가신 녀석이에요.
솔직히 내가 알기로는 최악이죠.”
“동감입니다. 정말로 곤란해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지친듯 헌숨을 쉬는 신주.
“시노미야님, 이 마을에서는 이쪽 신사가 가장 오래됐습니다.
뭔가 옛 문헌 같은 것이 남아있습니까?”
“주지스님이 언젠가 경찰과 같은 질문을 하셨습니다.
“아뇨. 저도 다 조사했지만 원령의 종류에 관한 문헌은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원래 이동네는 오래전부터 귀신을 거슬리게 했던 것과는 무관했던 것 같아요.”
“그렇습니까. 이런, 단서조차 없군요.”
주지가 천장에 얼굴을 향하며 흠-하고 신음했습니다.
“단서라고 할정도는 아니지만 말이지.”
그때 조용히 시즈할머니가 소리를 냈습니다.
그리고 그때 학교에서 영시한 내용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죠.
“일련의 재앙은 모두 한 원령의 짓이구나.”
천천히 주변에 또렷이 들리게.
“지진이고 폭우고, 목매다는것도 심장발직이고 모두 그 귀신이 혼자 한 짓이야.”
“그 원령의 정체를 아시겠습니까?”
바로 주지스님이 끼어들었습니다.
“정체는 알 수 없네. 그런게 있는지 모르겠구만. 수많은 인간들의 원망이 모여 하나가 되었네.”
129, 하고 시즈 할머니가 말했어요.
“많은 영혼이 있다는 것을 알고서야 129라는 숫자가 보였네. 아마 많아도 129명의 혼이 모여있어.”
“그렇게나…”
말문이 막힌 스님들.
신주는 미리 듣고 있었는지 어려운 얼굴로 조용히 있었습니다.
100명이 넘는 영혼이 모인 원령.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흠… 그렇게 되면….
마을이 통째로 원령에 먹혔는지, 모종의 주술적 집단이었거나,
아니면 더 오래된 종교적 단체였을 가능성도 있겠군요.”
주지스님은 여러가지 가능성을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정체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겠네. 다만 원념의 강도는 대단한 것이지.”
자연재해조차 쉽다던게 생각났어요.
“태풍이나 지진은 시작의 하나라고 생각되네. 본디부터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을 계산하고 이 동네에 왔을지도 모르지.”
그리고 이를 이용해 재난을 만들었다.
뭐든지 너무 많은 것들이라 갑자기 믿기지는 않았습니다.
“못쓰게 된 신, 이라고 말하는 편이 전해지기 쉬울지도 모르지. 그만큼 그것은 원한이 강하네.”
마치 신과 같은 힘을 사용하는 방법을 원령이 하다니, 무섭다 이외에는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내 안에 어떤 두려움 같은 감정마저 일었습니다.
그런 강대한 존재에 대항할 방법이 없어보였습니다.
“신이라면 진이나 봉, 야성이라도 만들어 모시면 좋겠지만 그것과는 달라.”
시즈할머니는 머리를 흔들며 분명하게 말했어요.
“이 마을의 멸망을 원한다.
거꾸로 말하면 이 동네를 망치면 사라진다, 그건 그런거야.”
"........."
주지스님은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개인을 저주하는 게 아니네.
원망하는 마음 말고는 아무것도 없으니까 대화도 진혼도 무리야.
악착같이 쫓아버리는 수밖에 없다네.”
그렇게 말한 채 시즈할머니는 침묵했습니다.
시즈할머니가 말을 마쳤을 때 주지스님이 어이없어하며 말했어요.
“이야, 굉장하네요… 과연 시노미야 신사의 신부라 불릴만합니다. 시신에서 거기까지 읽어내다니.”
저희도 충분히 두렵고 당황하고 있었습니다.
정체불명의 괴이가,
수많은 인간의 영혼이 모여든 원령이라는걸 알고도 대처방법을 몰라 진전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주지스님은 그래도 수확이 있었다고 납득한 것 같았습니다.
“시즈할머님,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알게 된 것이 있다면 뭐든 말씀해주세요.”
그러면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시즈할머니가 주지스님의 존경을 받고 있는 것을 보고 왠지 자랑스러워 자리를 뜨면서 미소를 짓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말입니다만, 시노미야씨.”
주지스님이 다시 신주에게 이야기를 돌립니다.
목소리 톤이 차분하게 느껴졌어요.
신주도 ‘네’라고 대답하고 얼굴을 향합니다.
여기서부터가 본론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적이 터무니없는 괴물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희들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만. 재해가 일어나진 않지만,
여기저기서 목이 매달리니 사람들이 불안해 죽을 지경이에요.”
“말씀하신대로입니다.”
신주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와함께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한 신음소리의 사건.
처음엔 소문으로, 그리고 서서히 그림자가 목격되더니, 이번엔 소리입니다.”
주지의 말투가 한층 빨라졌습니다.
“적이 점점 이쪽으로 다가오는것 같은 기분입니다.”
그렇게 말을 마친 후, 주지스님은 일단 말을 끊고 다시 앉았습니다.
원령이 다가오고 있다.
어제까지 존재조차 느끼지 못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바로 뒤를 타닥타닥 따라오는 발자국 소리가 난다.
그런 불안이 무겁게 덮쳐왔습니다.
뚜렷한 공포 이외, 막연히 느꼈던 불안감.
그것이 주지스님의 말로 형태를 이루고, 학교에서의 체험과 겹쳐 마침내 공포에 몸이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사츠키가 괜찮으니까, 그런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습니다.
스스로도 두려울텐데, 나이 어린 나를 염려하는 여느때와 같은 사츠키에 안심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용기를 얻은 저는 사츠키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을 계속하는 주지스님에게 시선을 돌렸습니다.
“우리는 여태까지 서로의 입장이나 교의를 존중하며 잘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신주도 막힘없이 대답했습니다.
“일이 이지경에 이른 이상 우리도 일치단결하여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잠시 사이를 두고 주지스님이 제안하셨습니다.
“시노미야씨, 이쯤에서 시노미야 신사와 우리가 공동성명이라도 낼 수 없을까요. 교회와도 함께말입니다.”
신주는 선뜻 대답하지 못하셨습니다.
5화
주지의 제안은 빈발하는 괴이함과 그 공포에 질린 주민에 대한 대응으로서,
지역의 각 종교지도자가 연명으로 성명을 내고,
주민들을 안심시킨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합동으로 어떤 집회를 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확실히 이렇게까지 뚜렷이 괴이의 정체를 알고 있다면,
스님들이 구체적인 대책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군요.”
신주가 말했습니다.
“이것은 하겠다든가 하지 않겠다든가 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우리 신사의 생각으로는 악령을 물리친다는 적극적인 의식은 없거든요.
우리가 액막이하는 것은 재앙이나 더러운 것일뿐이니,
신사의 액막이라는 것은 절이하는 제령처럼 악령을 해치우는 것이 아니라,
장소를 깨끗이하고 올바르게 하는 것입니다.
신과 인간을 맺어주는 것이 우리의 몫이니까요.”
뭐, 시즈할머니 같은 분은 어느정도는 확 해치워 버릴지도 모릅니다만, 라고 웃으며 신주가 말은 계속됩니다.
저는 신사에는 제령이 없다는 것이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아서, 조금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어요.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야기가 빠릅니다.”
주지스님이 약간 앞으로 몸을 기울이며 계속 말했습니다.
“이번에 저희쪽에서 악령퇴치의 대법회를 거행하겠습니다.
그 자리에 시노미야님도 가능하면 동석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주민들 모두는 우리가 일치단결해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겠습니까?”
“그 정도면 아무 문제 없어요.”
“고맙습니다. 교회에도 말씀은 해보겠지만 저쪽분은 어려울지도 모르겠네요.”
신주가 동의를 표한것으로, 그 후 대법회의 협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여기서부터의 대화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어린 마음에 무언가 지루한 이야기가 오갔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기억에 없는 부분은 후에 조사한 내용입니다.
주지스님들이 신사를 찾은지 며칠이 지났습니다.
시노미야 신사 신주 시노미야 소우코
◯◯종묘련사 주지 오오하사마 이치젠
성 안드레아 천주교회 교구 사제 토마스 야나기다 준토쿠
이 세명의 연명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이례적인 성명이 발표되었습니다.
공동성명의 내용은 신불을 믿고 마음을 단단히 가질것,
불안이 있으면 믿고 있는 종교의 지도자를 의지할 것,
괴이함에 대해서 지역에서 단결해 총력을 기울여 대응할 것이니,
부디 안심해주었으면 하는 등의 내용으로,
회람판이나 신문의 삽입 등으로 마을 전역에 배포되었습니다.
신불조화 등 일본인에게 친화성 있는 신도와 불교라면 몰라도,
뭣하면 타종교를 눈엣가시로 여길 것 같은 기독교의 신부가 연명에 참가한 것은 의외의 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렇게해야할 정도로 우리 마을은 이상현상을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점점 짙어지는 괴이의 그림자.
멎지 않는 목매닮.
불가해한 신음소리.
주민들의 불안감은 폭발 직전이었습니다.
가톨릭만 나몰라라 할 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성명을 발표한 후 며칠 동안 신사의 전화는 쉴새없이 울렸습니다.
끊임없이 걸려오는 상담 전화.
때때로 걸어도 걸어도 통화중이라는 불만도 있었습니다.
전화만으로는 너무 효율이 나쁘다고 해서, 주민들을 불러 상담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신사 본당에 모두가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초등학교 체육관을 빌려서 실시했습니다.
아침부터 비가내려 쌀쌀한 날이었습니다.
이 무렵에는 초등학교도 재개했기 때문에 토요일 낮에 상담회가 열렸습니다.
그날도 우리는 차심부름, 의자 준비 등으로 바빴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초등학교에 모여
신관들이나 휴일 출근을 하는 선생님들 틈에 끼어 저도 형도 사츠키도 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신사의 도령 같은 형제였습니다.
뭐 형이나 물론 저도 사츠키가 목적이었으므로 당연한 이야기였습니다만.
서서히 거주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여 체육관의 절반 정도가 차버리게 되었습니다.
주민 앞에 나란히 앉은 신주와 시즈 할머니.
긴 책상 위에 자료와 마이크가 놓여있었습니다.
예정된 시각이 되어 신주께서 마이크를 들고 인사를 하셨습니다.
상담회는 험악해지는 일 없이 담담하게 진행되어 갔습니다.
주민의 상담 내용은 신사를 방문한 사람들이 시즈할머니에게 하고 있던 것과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마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대부분 그것 뿐이었습니다.
그것들에 대해 신주가 대답해가는 형태였습니다.
일련의 괴이한 현상은 어떤 원령에 의한 것이라는 점.
그것은 강력하지만, 불제할 수밖에 없다는 것.
마을을 나가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
등을 세심하게 설명하였습니다.
그자리에서 한 남자가 손을 들었습니다.
50대 중반의 날렵한 체격을 가진 남성으로, 소네자키씨라고 합니다.
소네자키씨는 책자 한권을 꺼냈습니다.
구마모토에 있는 그의 집에 오래된 곳간에서 오래 전 청소를 하다가 발견한 고문서라고 합니다.
오랫동안 책의 존재조차 잊고 있었지만,
일련의 괴이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을 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구마모토까지 가지러가서 그것을 오늘 가지고 온 것이었습니다.
사실은 진작에 누군가에게 말했으면 좋았겠지만, 내용이 내용인만큼 내키지 않아 방치했다고 합니다.
‘◯◯촌 기록’
그건 우리 동네의 옛 이름이 적힌 고문서였어요.
아무도 그 존재를 모르는, 신주조차 처음보는 고문서였다고 합니다.
판독하기 힘들지만 제대로 내용을 읽을 수 있는 그 고문서에는
우리 마을이 아직 아직 여기저기 흩어진 촌이었을 때의 생각지도 못한 처참한 역사가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그 문헌에 따르면, 우리 선조들은 인근의 한 마을과 역사적인 갈등을 겪었고,
결과적으로 그 마을을 궤멸시켰다고 합니다.
오늘날 차별받는 부락
(일본에서 차별받고 소외되어 있던 근세로부터의 천민신분으로 주로 천업에 종사하는 사람,
죄인들의 집단주거지를 일컫는 말),
당시는 좀더 모멸적인 호칭이었다고 하는데,
그 마을을 덮쳐 여자이에 이르기까지 몰살했다고 쓰여져 있다고 합니다.
후에 소실되어 더 이상 그 고문서를 볼 수 없으나,
‘말굽으로 배를 짓이기는 것’
‘사지를 박살낸 후 아직 숨이 붙어있는 상태로 집에 보낸다 다음 불을 질러 타 죽게함’
‘아이들의 다리를 잡아올려 땅에다 내려쳐서 죽이는 방법은 잔혹한 악귀 나찰이 하는 짓이다’
‘우리들은 이미 사람이 아니다.’
그런 내용이 적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대략적인 내용을 소네자키 씨가 읽어 내려갔을 때, 모인 거주자 중 1명이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럼 그것에 대한 저주라고? 그래서 지금와서 이렇게 사람이 죽었단 말이냐?”
남성은 소네자키씨에게 대들듯이 언성을 높였습니다.
소네자키씨는 남성을 제지하듯 양손을 들어올렸습니다.
“모릅니다. 그래서 신주님께 부탁드리려고 가져왔어요.”
“그 책이 확실한 것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어!”
남자는 꽤 열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이런 것도 포함해 신주님께 맡기려고요.”
소네자키씨는 신주 앞의 긴 책상 위에 고문서를 탁 내던졌습니다.
“드려야죠, 여기”
그렇게 말하며 고문서를 가리키고 나서 더이상 자신과 상관없다는 듯
두손을 앞으로 들어보이고는 그대로 자리에 돌아왔습니다.
남자가 일어서서 뭐라고 했지만, 신주가 마이크를 들고 일어섰기 때문에 다시 착석했습니다.
“어쨌든 이 문서가 어떤 것인지는 차후 알아볼 생각입니다. 오늘은 여러분의 질문을 계속 받고 싶습니다.”
신주의 말에 질의응답이 재개 되었습니다.
비슷한 상담회는 주지스님들의 절에서도 했다고 합니다.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시노미야 신사보다 많은 시주인을 거느린
주지스님들의 상담회는 분위기가 어느정도 난폭해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12월을 코앞에 둔 화창한 토요일, 주지스님의 절인 묘련사에서 원령을 쫓기 위한 대법회가 시작되었습니다.
각지에서 응원을 온 힘있는 스님들이 묘련사에 모여
호마(불을 피우며 그 불 속에 공양물을 던져 넣어 태우는 의식.
불을 하늘의 입이라 생각하여 불에 공양물을 던지면
하늘이 이를 먹고 사람에게 복을 준다는 생각에서 유래하였다.)를 태우며 독경을 합니다.
참가한 시노미야 신사 일행은 독경에는 가담하지 않지만 묘련사 본당 한쪽에 앉아 있었습니다.
신주와 시즈할머니, 신관 몇 명과 사츠키,
사츠키와 언제나 함께인 우리 형제,
시노미야 일족 대표자 몇 명도 참가하고 있었습니다.
신사에서 행하는 기도와 달리,
호마를 모시고 하는 집단에서의 독경은 무너가 박력이 대단하여 압도되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천장까지 치솟는 불길의 열은 불당 구석에 있는 우리까지 열을 느낄 정도였죠.
불길 바로 앞에 있는 주지스님들에게는 얼마나 뜨거웠을까 아직까지도 생각합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좌선을 하고 앉아 있었는데, 무릎과 허리가 아파서 안절부절 못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스님들은 바른 자세로 독경을 계속하고 있었죠.
역시 프로는 다르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더니, 그것이 시작되었습니다.
스님들의 독경 소리와 종 같은 것을 치는 기도소리에 이질적인 소리가 섞여 있는 것 같아요.
한동안은 단순한 위화감 밖에 느끼지 못했지만, 점차 크고 명확하게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신음소리입니다.
“으으….으….으어어…으으….”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그…으… 기.. 기긱….”
아주 불쾌한, 고통을 참아내는 듯, 고통스러운 신음소리였습니다.
그것은 학교에서 들은 것보다 생생하게 들려서 어디서인지는 모르지만 당안에서 퍼지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우으으으으…우…아…아으으으….”
그 소리가 눈앞에서 들렸을때는 앉은 채로 뛰어올랐습니다.
저만이 아닙니다.
사츠키도 형도 신주조차도 갑작스런 신음소리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심장이 잡힌 것처럼 멈춘 기분이 들었어요.
땀이 솟구쳤습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눈앞의 신음소리는 기세를 더해갑니다.
고통의 신음이 아니라 분노의 신음으로도 들렸습니다.
비유가 아닌 정말 코앞에서 들렸습니다.
그와 동시에 냄새도 풍겨왔습니다.
당내를 감싸고 있는 향을 피운 냄새와는 다른, 썩은 물 과 같은 시궁창의 오물 같은 비린내입니다.
그리고 시선.
바로 근처에 있는것처럼 그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코앞에 얼굴이 있고 지근거리에서 이쪽을 노려보고 있는, 그만큼 강렬하게 느껴지는 또렷한 시선.
분명히 눈앞에 얼굴이 있는데 보이지 않아.
그런 불가해하고 불가사의한 무서운 압박감을 모두가 느끼고 있었습니다.
아마 보이지 않았을 뿐이고, 그자리에 그것이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히이~하고 소리를 지르며 시노미야 일족 중 한 명이 벌떡 일어나 도망쳤습니다.
엉키는 발로 쿵쿵거리며 당 밖으로 나가고자 활짝 열린 입구를 향해 나아갑니다.
“나가지마!”
누군가의 노성이 들렸습니다만 그 사람은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렸습니다.
안에서는 독경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스님 몇분이 그 사람을 따라나갔어요.
정신을 차려보니 눈앞의 신음소리는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강렬한 압박감도 사라졌습니다.
도망친 사람을 찾아봤습니다.
그렇게 생각한 것은 신주도 마찬가지여서, 일어나서 입구쪽으로 향했습니다.
좀 전의 “나오지마!”라는 소리가 신경 쓰였는지 입구를 통해 밖을 살피고 있었어요.
그 사람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저희쪽에서 찾을 테니 앉으시죠.”
근처에 있던 스님이 신주께 말했어요.
재촉을 받아 우리 곁으로 돌아온 신주님은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화가 난 표정이었어요.
조금 뒤, 느닷없이 주지스님들이 경을 외는 속도가 느려져서 독경이 끝났습니다.
그러고는 모두 숨을 돌릴 때에 밖에서 다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밖을 내다보니 스님이 뛰쳐나가는 것이 보였어요.
우리도 일어서서 밖을 보니 시노미야 가문 사람이 바닥에 뒹굴며 날뛰고 있었습니다.
이상하게도 아무도 없는 절의 경내는 넓고 한산했습니다.
그 경내의 한가운데, 우리로부터 1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그 사람이 몸부림치고 있는것처럼 보였습니다.
차근차근 살펴보니 그 사람 주위에 몇 개의 그림자가 매달려 있었습니다.
눈을 똑바로 뜨니 개인 것을 알 수 있었어요.
들개에게 습격당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불당에서 뛰쳐나와 그쪽으로 달려갔습니다.
앞서 달려간 스님은 이제 쓰러져있는 곁까지 도착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달려갔을때, 그 사람은 피투성이가 되어 들개와 격투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기 보다 필사적으로 들개에게 저항하고 있는 것 뿐이었습니다.
달려온 스님이 열심히 들개를 걷어차고 있는데, 다섯마리의 들개는 그 사람만을 노리고 달려들더군요.
신주도 형도 들개떼에 뛰어들어 발로 찼어요.
저와 사츠키는 그 사람에게로 달려갔습니다.
그 사람은 양손이 피투성이인데다 몸에도 얼굴에도 상처를 입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사람을 감싸듯이 들개에게 얼굴을 향했습니다.
그리고 이쪽으로 오는 들개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때, 들개라고 생각했던 그것이 갑자기 여자 영의 모습으로 바뀌었어요.
그 여자는 엎드린 상태로 핏기 없는 얼굴에 긴 검은 머리가 휘감겨 미친 듯이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고,
그 무시무시한 신음소리를 내면서 우리쪽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아니, 그눈은 이미 저밖에 보지 않았고 저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여자를 마주보고 엉덩방아를 찧는 듯한 자세가 되었습니다.
뒤로 물러서려고 하는데 도망쳤던 그 삶이 방해가 되어 물러설 수가 없습니다.
이때 사츠키의 외침소리도, 형들이 들개를 헤집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거의 무음에 가까운 가운데 여자의 신음소리와 사각사각 모래를 문지르며 다가오는 소리만이 들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엉덩방아를 찧은 채 여자의 얼굴을 짓밟듯이 발로 찼습니다.
꾸부덩 살을 찬 불쾌한 감촉을 신발 바닥에 느꼈습니다.
여자는 발로 차는 것을 무시하고 그대로 기어올라왔습니다.
여자가 손을 뻗어 제 발목을 잡았어요.
엄청난 힘으로 다리를 잡혀서 저는 으악 소리를 질렀어요.
그대로 다른 한 손으로는 내 옷을 잡고 나를 끌어당기듯 여자가 끌어당깁니다.
“으으….으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ㅏ…”
여자의 목소리는 점점 커져갔고 배 근처까지 여자의 얼굴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으와아아아아!!!!:
저는 필사적으로 악을쓰며 여자에게서 멀어지려고 몸부림쳤습니다.
그러나 여자의 힘은 강하게 제 허리를 꽉 껴안고 있었습니다.
저는 발을 동동 구르는 것 밖에 할 수 없었고, 완전히 움직일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아아아아!!!! 히이이아아아아아ㅏ!!!!”
무아지경으로 날뛰었습니다.
여자의 얼굴을 양손으로 후려쳤어요.
“아아아…..아…아…우우우으으으으….”
여자는 개의치 않고 다가왔습니다.
눈앞에 다가온 여자의 새하얀 얼굴 중 유일하게 새빯갛게 핏발이 선 눈이 저를 응시하고 있었어요.
그때, 옆에서 신주가 여자를 걷어찼습니다.
끙하고 울며 들개가 옆으로 굴러갔습니다.
갑자기 주위의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여자의 존재감은 사라졌고 그 신음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들개들은 체념한듯 도망쳐갑니다.
뒤에서는 사츠키가 일족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간호하고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의식을 잃은 듯 축 늘어져있었습니다.
나중에 모두에게 들은 얘기로는 저는 시노미야 가문 사람에게 달려간후
들개를 보고 기겁을 하며 멍해 있었다고 합니다.
실제 저는 땀을 흠뻑 흘리고 부들부들 떨고 있엇습니다.
모두들 그런 내 모습에 이상한 기색을 보였지만 곧 많은 사람들이 달려와,
시노미야 가문 사람이 본당으로 실려갔습니다.
우리도 걸어서 본당으로 돌아갈 때 저는 절뚝거리고 있었습니다.
잡힌 발목이 욱신거렸어요.
당내로 돌아와 앞자리에 앉아 바지를 걷고 발목을 보니 여자의 손자국이 남아있었습니다.
아아, 역시인가 싶어 신주님께 조금 전에 일어난 일을 전했습니다.
모두가 제 다리를 보고 말을 잇지 못했어요.
“홀렸군…”
하고 주지스님이 말했습니다.
곧 그자리에서 저를 위한 액막이가 진행됐어요.
방금처럼 독경을 하는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호마를 피우지 않고 대신 제 머리와 등이 쾅쾅 두드려졌습니다.
기도가 끝나도 발목에 묻은 손 모양의 멍은 사라지지 않았고 통증도 남아있는 채였습니다.
구급차가 와서 쓰러진 사람을 데려갈 때 저도 동승하도록 하라고 들었습니다.
다른 신사 사람들은 차로 병원까지 온다고 합니다.
“이 사람은 들개 떼에게 습격 당했지?”
구급차 안에서 구급대원이 물었습니다.
네라고 대답했더니 “너도?”라고 물어서 제가 물지는 않았지만 다리를 삔 것 같다고 설명했어요.
병원에 도착해서 진찰을 받았습니다.
피투성이인 가문 사람은 응급의료로, 저는 토요일 오후 일반 진료로 돌려졌습니다.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신관님들이 찾아왔습니다.
사츠키와 형도 같이였습니다.
시즈할머니와 신관님들은 대법회에 남은 것 같았습니다.
제 차례가 와서 진찰실로 보내졌습니다.
신주님과 함께였습니다.
바지를 걷어 올리자 의사는 “우와”했어요.
그리고 선명한 손 모양의 멍을 보고,
“뭐야 이거?”
라고 말했습니다.
신주가 사정을 설명하고 있는 동안 그 의사 요네즈 선생님은 머리를 긁거나 팔짱을 끼거나 하면서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꽤 생략된 설명으로, 하지만 그래도 꽤 긴 이야기를 대부분 다 들은 요네즈 선생님은,
“귀신을 거슬린걸까요?”
하고 신주에게 물었습니다.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주가 고개를 끄덕이자 요네즈 선생님은 또 흠하고 신음했습니다.
“확실히, 염증이라든가 내출혈인 것 같기도 한데 아무래도 그게 아니에요. 일반적인 타박상이나 염좌가 아닙니다.”
요네즈 선생님은 진료 기록 카드에 무슨 일인지 기입하고 나서 이쪽으로 돌아왔습니다.
“뭐 우리로서는 일단 지켜보아야 할 것 같네요. 이런건 신주님이 더 잘 아실테니까. 일단 파스를 드릴게요.”
이것으로 저의 진찰은 끝났습니다.
6화
그 날, 대법회에 참석했던 여러 스님이 행방불명되었습니다.
최초에 뛰쳐나가는 사람이 발생했을 때, 뒤쫓아간 스님들이었어요.
다음날이 되어 주지스님이 신주님께 전화를 걸어와, 이 쪽도 주의하라고 했다고 합니다.
도망쳤던 분과 저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아요.
그 분은 며칠 후 퇴원했지만, 집에서 나올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때 아마 그 사람도 보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그 여자의 영을.
그리고 더 무서운 것은 그 들개의 수만큼 영혼이 있었다면, 그 사람은 5인의 악령에게 괴롭혀 죽임당할 뻔했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상상하고 나는 마음이 꺾여버렸습니다.
이제 두번 다시 그것을 떠올리고 싶지 않아요.
저항도 못하고 공포에 질려 울부짖다가 죽는, 그런 생각을 하면 떨렸습니다.
저는 부모님께 속마음을 털어놓았습니다.
떨면서 펑펑 울고 있는 저를 본 어머니는 곧 신주에게 삼담해주셨습니다.
그결과 저는 잠시동안 신사에서 숙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신주님이나 시즈할머니가 기도해 주기도 하고, 배운 축사를 스스로 외우며 기도하기도 했습니다.
일주일동안 사츠키나 가족과의 접촉도 끊고 오로지 기도와 수행입니다.
폭포수를 맞기 위해 산에 들어갈 때는 여러명의 신관들이 동행해 주었습니다.
어느 날 본당의 툇마루에 걸레질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그때의 무서운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대법회 날, 절 경내에서 여자의 영혼에게 붙잡혀, 하마터면 살해당할 뻔한 광경이 떠올랐습니다.
이상하게도 몸이 떨려오는 일은 없었습니다.
무섭다고는 생각했습니다만, 그 두려움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의 두려움을 극복했었던 것 같습니다.
어렸었기 때문에 막연한 느낌이었지만, 안심하는 마음을 얻었다, 그렇게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때 웬일인지 본당쪽에서 달콤한 냄새가 풍겨왔습니다.
아, 신께서 보고 계셔.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신상에 엎드려 절을 했습니다.
그 후도 열심히 걸레질을 하고, 툇마루에 앉아 잠깐 있었더니, 맹렬한 졸음이 몰려왔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저는 본당 한복판에 정좌해 있었습니다.
신상쪽을 향해 혼자 앉아 있는 것입니다.
“케이타.”
뒤에서 말을 걸어 돌아보니 본당 입구에 사람의 그림자가 서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뒤에서 햇빛이 비치고 있어서 그 인물은 그림자가 되어 얼굴이 보이지 않습니다.
신주님처럼 생겼는데 군데군데 붉은 색이나 초록색 자수무늬가 장식되어 있어 신주님보다 멋있어 보였습니다.
그 실루엣을 보았을 때, 단발머리를 하고 있기에 여자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잘 보면 확실히 남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케이타.”
그 사람은 그 자리에 선 채 다시 제 이름을 불렀습니다.
목소리의 느낌으로 보아 형과 같은 나이대의 남자라고 생각했습니다.
“네.”
하고 대답했습니다.
“내 뒷 수습을 너희에게 맡기겠다. 괜찮겠나?”
정신을 차려보니 그 사람은 내 앞에 서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갸름한 얼굴의 남자로 역시 형과 동갑 정도의 청년이었습니다.
무표정하지만 이상하게도 무섭지 않은 그 인물에게 저는 다시 ‘네’라고 대답했습니다.
“사츠키는 가엽단다. 네가 받쳐줘야해.”
그렇게 말하며 그 사람은 내 머리에 손을 얹고 무엇인가 속삭였습니다.
뭐라고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아요.
눈을 뜨니 저는 툇마루에 큰 대자로 누워 있었습니다.
그날 밤 신주님께 그 사실을 알렸더니 이제 집에 돌아가도 괜찮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여전히 다리에 멍은 가시지 않았지만, 통증은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나는 신주님과 할머니께 인사하고,
학교에 등교하는 사츠키와 함께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며 집에 도착했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어머니가 기다려 주셨어요.
어머니는 그날 일을 쉬고 하루종일 조부모님과 함께 저와 이야기를 하며 보내셨습니다.
마을을 뒤덮은 괴이의 그림자는 희미해지지 않고 마을의 분위기를 어둡게 가라앉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 이상하게도 맑은 마음으로 지냈습니다.
12월을 맞아 생활이 다소 바빠지기 시작했을 무렵, 시노미야 신사에서 액막이 의식이 거행되었습니다.
시즈할머니께서 의식을 주관하여 저를 정화하는 기도를 드리는 겁니다.
다리의 멍은 사라지지 않았고, 대법회날 뛰쳐나갔던 분은 1주일 전에 목을 매어 사망했습니다.
신주가 아닌 시즈할머니가 주관하게 된 것은,
신주가 장례에서 일손이 부족했던 것과 자신이 실시하는 것보다,
영감이 있으신 할머니가 적임이라고 직접 그 자리를 거절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묘련사의 주지와 승려들이 액막의 의식에 게스트로 참석하였습니다.
먼저 사츠키가 카구라를 추었습니다.
원래라면 굳이 카구라가 아니더라도 상관없지만, 사츠키가 신께 저를 부탁하고 싶다며 강력히 요청했습니다.
제구전이 아니라 본당에서 춤추는 사츠키의 모습을 저는 하얀 기모노를 입고 정좌한 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어제는 무서워서 어쩔 줄 몰랐습니다.
오늘의 액막이로 결정적인 일이 일어날지도 몰라.
어쩌면 난 그 여자에게 끌려갈지도 몰라.
그렇게 되면 살아서 돌아가지 못할 거야.
그것이 무서워서 어젯밤은 엄마의 잠자리에서 엄마에게 매달려 울었습니다.
형도 조부모님도 한 방에서 같이 잤어요.
그리고 오늘 아침, 찬물로 몸을 깨끗이하고 흰 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무녀복을 입은 사츠키를 따라 본전으로 들어갔습니다.
사츠키는 무녀의 춤이 끝난 후, 신상에 절하고 나서 제 곁에 앉았습니다.
그때부터 시즈할머니의 기도가 시작되었습니다.
사전에 설명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나의 부정을 씻기 위한 기도를 한다.
원령이 무슨 수를 써서 들어온다면 그대로 원령 퇴치기도도 함께 한다.
신도적으로는 원령 퇴치 기도 등이 없기에 신주가 아닌 시즈할머니가 주관한다.
귀신을 봉하는 동안 나도 그 자리를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등등.
후에 들은 얘긴데, 시즈할머니는 현역때도 액막이를 했다고 합니다.
신도의 양식을 취하고 있었지만, 의식적으로는 완전히 시즈할머니 오리지널이었다고 합니다.
시즈할머니는 신의 힘을 조금 빌려 나쁜 것을 없애거나 소멸시켰다고 합니다.
이때도 저희 액막이와는 별도로 시즈할머니식 원령 퇴치기도도 계획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액막이가 시작되었습니다.
시즈 할머니가 졔례용 막대를 흔들며 축사를 외웁니다.
비록 생소한 말이지만 저를 위해 신께 여러가지 부탁을 드리고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기분좋게 울리는 축사의 선율에 두려움이 누그러져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기도가 시작된지 몇 분만에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여자에게 잡혔던 발목이 욱신거리기 시작했어요.
정좌하고 있을 수 없게 되어 다리를 무너뜨렸습니다.
발목을 보니 멍이 들어 군데군데 피부가 찢어지고 피가 났습니다.
백의가 더렵혀졌습니다.
사츠키가 저에게 다가오고 시즈할머니가 계속 기도를 합니다.
신관이 구급상자를 가지고 와주었고, 사츠키가 치료를 해주었습니다.
시즈할머니의 기도는 계속됩니다.
다리의 통증은 심해져, 이마에 구슬땀이 맺혀 통증에 신음하는 저를 어머니와 사츠키가 부축해주고 있었습니다.
등을 문질러주거나, 손을 잡아줍니다.
기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가만히 그렇게 해주었습니다.
마음속으로는 두려움이 일었지만 이제와서 되돌아갈수 없다는 점과
이를 극복하지 않으면 어차피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제 마음을 산란하게 하였습니다.
전에 이겨낸 두려움은, 그때가 되어서도 다시 저를 붙잡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도 신께서 날 보고 계셔.
무조건 지켜봐주신다. 어쨌든 여기는 본전, 신의 눈 앞에 있으니.
그렇게 강하게 마음을 먹고, 공포를 떨쳐버렸습니다.
다리의 통증은 상당했지만, 통증에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저는 공포와의 싸움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아픈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두려움에 져버리는 것이 더 무섭다.
시즈 할머니의 기도가 열띤 느낌이 들었어요.
제례용 막대를 흔드는 탁하는 소리가 크게 들렸습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갑자기 크게 그 목소리가 울렸어요.
평소의 고통에 찬 신음소리가 아니라 분노를 주장하는 듯한 목소리였습니다.
본당안을 날아다니듯 소리의 원인이 움직이고 있었어요.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시선을 허공으로 돌리며 귀신이 어디 있는지 찾았습니다.
두리번거리다 찾지 못하여, 서로를 얼굴을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저도 목소리의 주인을 찾아 본전 안을 둘러보았습니다.
“이제부터 원령퇴치의 기도를 올리겠다.”
시즈할머니의 엄숙한 목소리가 울렸습니다.
다시금 제례용 막대를 흔들고 축사를 외기 시작합니다.
이번에는 조금전과는 다른 분위기의 고어가 들렸습니다만,
그 자리에서는 닿지 않아 지금은 각나지 않습니다.
시즈할머니가 본당 안을 돌아다니며 제례용 막대를 휘둘렀어요.
평소 다리가 약해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걷던 시즈할머니였는데,
이때는 놀라울 정도로 힘차게 걸음을 옮겼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이때 이미 반이상 신이 들려있엇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본당 한 구석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 막대를 크게 흔들며 무슨 말인가를 외쳤습니다.
정확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모습을 드러내’인 것을 어려운 말로 했던 것 같습니다.
“오루루루로에에에에…..!!!”
신음이라기보단 환성을 지르는듯한 큰 소리가 들렸습니다.
모두가 뛰어오를 정도의 음량과 박력이었습니다.
“당황할 것 없네. 여기까지 끌어냈으니 이제 한숨 돌리자.”
시즈 할머니가 부드러운 음색으로 우리를 진정시켰습니다.
자아, 하며 시즈할머니가 다시 제단 앞에 섰어요.
신상을 보고 나서 다시 축사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그후로 우리에게 보이거나 들리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한동안 그 상태가 계속됐어요.
시즈할머니는 기도를 계속했고, 우리 역시 지칠줄 모르고 지켜봤습니다.
느닷없이 시즈할머니의 기도가 끝났어요.
주변은 정적에 휩싸였고 원령의 기색은 사라졌습니다.
“끝났다..?”
누군가가 중얼거렸습니다.
신상을 보고 시즈할머니가 이쪽으로 돌아와서 의자를 가져다 달라고 말했습니다.
신관이 전광석화의 움직임으로 들고 온 의자에 맥없이 걸터앉은 시즈할머니는,
“제령 됐어.”
하고 말했습니다.
“원념이 강하다느니 약하다느니 하는 말과는 다르다네. 그건 우리들의 업 그 자체지.”
한숨 섞인 듯 말하면서 천천히 고개를 흔듭니다.
“신께서도 신이시다. 일이 이렇게 되어 가슴으로 깊게 후회하고 계시다.”
그리고 시즈할머니는 일련의 재앙의 그 모든 인과를 말해주었습니다.
7화
저희는 신상에 배럐하고 나서 집회소로 옮겨, 시즈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소우히코, 모두에게 배달시켜 먹여라. 모두 길어지겠지만 들어다오.”
그렇게 시즈할머니는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기억나는한 정확하게 쓰겠습니다.
200년보다 조금 전, 에도시대가 말기에 접어들려고 하고 있었을 무렵.
이곳에는 ◯◯라는 촌이 있었습니다.
이 촌이 핵이 되어 주변 촌을 합치는 것이 반복되어 생긴 것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입니다.
당시 이 지역에는 우리 마을의 기본이 되는 동네 외에도 취락이 있었어요.
지금은 없는 그 취락은 범죄자나 모반인 혹은 살던 땅을 버리고 달아난 무호적자 등
공동체에서 쫓겨난 사람들이 모여든 취락이 대부분이었고 부락 차별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동네 주민들은 믿을 수 없는 모멸 수준으로 이 취락 사람들을 기피했고,
때로 젊은 남자들이 몰려나와 마을로 나가 집적거리거나,
저항하는 부락민들을 반 죽을 정도로 두들겨 패거나 젊은 처녀들을 농락하기도 했습니다.
악한의 되어도 상대가 부락민이라면 탓할게 없다는 부조리하기 짝이 없는 상황에 처해있었습니다.
당시에는 그것이 보통이었어요.
우리 조상들은 그 부락에 사는 사람들을 예다라고 부르며 멸시했는데,
얼마 안되긴하지만 상거래가 있었습니다.
그들이 산 등에서 잡아오는 짐승의 고기와 옷가지들을 교환하는 거였죠.
당연히 거기에도 차별의식이 존재하여, 시세를 밑도는 금액으로 매입하고 있었기에,
그들의 생활이 좋아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교류는 계속되었습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거래 상대는 우리 조상의 마을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조상 중에 예로부터 장사로 재산을 모아온 집이 있었는데,
당주의 이름이 야하기 토우에몬이었습니다.
영지에게 바치는 말을 길러 부적합한 말은 농민 등에게 파는 것을 허가받은 야하기가는
그 말 장사의 이익을 기초로 장사를 크게하게 되었습니다.
그 대 당주인 토우에몬은 촌장을 맡아 인심이 후한 인물로
인근 마을 사람들에게도 얼굴이 알려진 지역 최고의 거상이었습니다.
토우에몬에게는 잘난 아들들이 있었고, 장남의 이름을 토오키치라고 불렀습니다.
토오키치는 토우에몬의 일을 도우면서 반정도 상속을 받은 것 같은 상태였습니다.
동생들을 잘 보살피는 맏형으로서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주위의 평판이 좋아 장래의 촌장으로 인기가 높았습니다.
그런 토오키치가 부락의 여자와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부친을 대리해 장사를 하기 위해 부락에 갔던 토오키치는,
부락민들 중에서도 한층 가난한 차림의 여자를 처음 보게 되어,
몇번의 밀회 후 여자를 데리고 토우에몬에게 데려갔습니다.
토우에몬은 열화같이 화를 내며 여자를 손찌검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칼을 빼어들고 덤벼드는 토우에몬으로부터 여자를 감싸안은 토오키치는
그 자리에서 동생에게 가주를 물려주겠다고 내뱉고 여자와 함께 부락으로 도망갔습니다.
여자의 본가에 들어간 토오키치는 집을 버린 남자로서 부락민의 자격은 있었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부락에 대해 위압적인 장사를 해왔기에,
부락민에게 받아들여지지 못했습니다.
아내가 된 여자 사토와 함께 사토의 친정에 살면서 가진 것을 모두 팔아 식량으로 바꾸었습니다.
사토는 사내아이를 낳았어요.
이름을 츠루마루라고 지었습니다.
그 뒤 이웃 마을들의 부락 괴롭힘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장남을 잃은 토우에몬은 반쯤 은거를 하게 되었고,
토우에몬을 안쓰럽게 생각한 마을 사람이나 토우에몬에게 빌붙어 이익을 얻으려는 속셈을 가진 마을 사람들이
일부러 부락을 덮쳐 토우에몬의 비위를 맞추려고 했던 것입니다.
부락을 덮치는 마을 사람들은 점점더 가혹해져갔습니다.
그때까지는 괜찮게는 욕질로 나빠도 반쯤 죽은 상태였던 것이,
토오키치 이후로는 괜찮아도 반 죽음이고 심하게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하는 폭행을 저질렀습니다.
토오키치는 부락민 앞에 끌려나와 어떻게 할거냐 따지는 부락민 앞에서 무릎을 꿇고 간청했습니다.
제발 부락에 있게 해달라고.
아내와의 사이에 있는 아들을 불쌍히 여겨달라고.
그리고 아주 아슬아슬한 곳에서 토오키치 부자는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부락에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그들이 예다도 짐승도 아닌 보통 인간이라고 생각하게 된 토오키치는 열심히 일했습니다.
산과 들에서 짐승을 잡아오고.
밭이 될만한 땅을 찾아 내어 개간하고.
보수가 필요한 집이나 동네의 설비가 있으면 기꺼이 무상으로 보수하고.
짧은 기간 동안이었지만, 토오키치는 부락에 받아들여지려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그 즈음에는, 토오키치의 구실을 인정하는 부락민도 나오기 시작해,
토오키치 일가는 조심스러우면서도 미래에 희미한 불이 켜진 것 같은 자그마한 희망을 믿고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토오키치가 산에서 짐승을 메고 부락으로 돌아갈 때, 멀리 달리는 말에 탄 사내들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사내들은 칼과 몽둥이를 짊어지고 부락쪽으로 향하고 있었어요.
습격이다,하고 이해한 토오키치는 부락으로 달렸습니다.
당시 말을 탈 수 있는 농민이라고 하면 토우에몬과 친밀한 관계의 인근 마을 사람이나 그 아들들 입니다.
토우에몬의 마음에 들려는 그들의 습격은 항상 가차없었습니다.
그리고 토오키치가 당도했을 때 부락은 엉망진창이 된 상태였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거기에는 무사한 처와 아들과 장인, 장모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가족이 껴안고 무사함에 기뻐하고 있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고 남자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남자는 토오키치의 부락에 대한 봉사를 가장 인정하던 남자였습니다.
촌장 일가가 거의 전멸하여 촌장 아들이 죽어가고 있다.
지금은 잠자코 집 안에 있으라고 남자가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촌장의 아들이 숨을 거두었습니다.
다시 문이 열리고 토오키치가 보니, 분노에 찬 부락민들이 우르르 몰려왔습니다.
도망쳐!
방금 집에 있으라고 충고해준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지만,
도망칠 틈도 없이 토오키치는 집 밖으로 끌려나갔습니다.
부락민들은 제각기 토오키치를 욕하며 그를 구타했습니다.
토오키치는 웅크리고 폭력의 폭풍이 지나가는 것을 참고 있었습니다.
그때 귀에 익은 목소리가 비명을 지르는 걸 들었어요.
얻어맞고 걷어차이며, 토오키치가 주위를 쳐다보니,
발가벗겨진 사토가 남자들에게 깔려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토오키치는 일어서서 사토의 곁으로 향하려 했지만,
일어서려는데 아래에서 배를 걷어차여 나가 떨어졌어요.
사토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토오키치가 보자 알몸에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 있는 아내가 보였습니다.
그 얼굴은 이쪽을 향해 있고, 토오키치를 보고 있었지만 눈을 마주칠 수 없었습니다.
사토의 숨이 끊어져 있었습니다.
사토의 곁에서 뭔가가 내던져졌습니다.
그것은 이미 움직이지 않게 된 아들이었습니다.
토오키치는 눈물을 흘리며 아내와 아들 곁으로 기어갔습니다.
주변에서는 남자들이 뭐라 고함을 치고 있었어요.
이따금씩 또 걷어차였지만, 토오키치는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에게 서둘러갔습니다.
마치 꿈속에 있는 것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았어요.
그래도 필사적으로 사토와 츠루마루 옆까지 이르렀을 때 두 사람이 죽은 것을 알았습니다.
절규하는 토오키치를 누군가가 메어 올렸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마른 우물 바닥에 쳐박혔어요.
뚝 하고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어요
쿵! 쿵! 하는 소리와 위에서부터의 충격이 있었습니다.
아픔과 절망으로 눈물이 흘러내리는 눈으로 토오키치가 본 것은,
토오키치와 마찬가지로 마른 우물에 내던져진 처자식의 유해였습니다.
“우우…구…크후후우우우우우….”
토오키치는 아무생각도 할 수 없었습니다.
머리가 하얘졌어요.
눈앞에서 죽은 처자식이 불쌍해 울었습니다.
아팠겠다, 무서웠겠다, 사토의 몸에 일어난 비극을 생각하며 울었습니다.
“……다.”
“….어…. 키치…”
“살아….토오키치…”
어둠속에서 의식이 떠올랐습니다.
힘이 다하여 정신을 잃고 있던 토오키치 바로 옆에서 호소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토오키치! 살거라!!”
정신을 차려보니 장인이 토오키치의 몸에 밧줄을 감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미안해 사토! 미안해 츠루마루! 토오키치… 미안하네… 미안해….”
장인은 울며 토오키치의 몸을 끌어올렸습니다.
이윽고 위쪽으로 소리를 냈더니, 위에서 늘어졌던 밧줄이 당겨졌습니다.
토오키치 몸이 윗쪽으로 떠올랐습니다.
온몸의 뼈가 어떻게 되어가는 것 같고 온몸에 심한 통증이 엄습했습니다.
토오키치는 이를 악물고 참았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처자식을 위해서라도 스스로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우물에서 끌어올려진 토오키치는 땅바닥에 굴러져서 밧줄이 풀렸습니다.
격통을 견디며 어떻게든 일어섰습니다.
거기에는 장모와 마을에서 유일하게 토오키치 일가를 배려해준 남자가 서 있었습니다.
장모는 토오키치를 보고 입을 꽉 다물고 오열했습니다.
남자는 씁쓸한 얼굴로 토오키치를 보고 있엇습니다.
장인이 우물에서 자력으로 나왔습니다.
"토오키치 도망쳐…"
장인이 말했습니다.
“미안하네, 너희가 괴롭힘 당하는 동안, 우리는 아무것도 할수 없었네.
사토는 커녕 츠루마루까지….”
장인도 그렇게 땅을 짚고 오열했습니다.
그리고 결연한 얼굴을 토오키치에게 향햇습니다.
“토오키치! 도망쳐! 너만이라도 도망쳐!”
토오키치는 물론 도망칠 생각이었습니다.
자신까지 죽는다면 처자식에게 면목이 없다.
그런 마음으로 아슬아슬하게 서 있었어요.
“아버님, 어머님,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토오사토가 물었습니다.
“모르겠네.”
그렇게 말하며 장인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것보다 토오키치, 가게.”
장인이 어깨를 빌려주며 숲을 향해 걷기 시작했습니다.
숲으로 들어가 들키지 않게 도망치라는 거예요.
소리를 내지 않도록 숲을 향해 가능한한 서둘렀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소란스러운 상황에 휩싸였습니다.
부락의 사내들은 장인 장모가 토오키치를 구해내는 모습을 보고 있었습니다.
순신간에 포위되어, 남자가 무마하기 위해 부락민들에게 다가갔어요.
남자는 넘어뜨려져 끌려갔습니다.
그리고 장모가 각목으로 머리를 맞아 쓰러졌어요.
장인이 ‘아아…’하며 장모의 곁으로 달려갔습니다.
장인의 등에 도끼가 꽂혔어요.
쓰러져가는 장인의 등을 멍하니 바라보던 토오키치는 마음속으로 체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마을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어요.
말 울부짖는 소리와 달그락 달그락하고 쇳소리가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기세가 등등한 소리가 다수.
다그닥! 다그닥! 하는 말발굽소리가 크게 울리고, 갑자기 부락민 한 사람이 날아갔습니다.
이어서 말 몇마리가 토오키치 바로 옆에 있던 부락민들을 헤치며 지나갔습니다.
말을 탄 남자들이 유쾌하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습니다.
남자들 중 한 젊은이가 낯이 익었어요.
토오키치가 장사차 방문한 주변 마을의 일을 하는 사람의 아들이었습니다.
이름은 분명, 지로타.
낮에 이어 야간에도 습격을 해온 것일까, 다른 마을 사람일까.
문득 토오키치는 생각했습니다만, 곧 머리를 흔들어 생각을 부정했습니다.
지금, 생각해야 할 것은 딱 한가지.
그 남자들을 마을까지 데려가는 것.
그것외에 토오키치가 살아남을 길은 없었습니다.
남자들은 마을 깊숙이 침입하여 밤중에 인기척 없는 것을 빌미로 부락안을 뛰어다니고,
아무도 없는 집회소를 부수거나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거의 난동을 다 부렸는지 마을 입구 방향으로 되돌아왔습니다.
토오키치는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열심히 떨쳐 일으키며 걸었습니다.
토오키치를 둘러싸고 있던 부락민들은 이미 어디론가 가버린 듯했습니다.
두팔을 벌리고 길 한가운데 섰습니다.
통증으로 인해 웅크려질 것 같지만 필사적으로 계속 서 있었습니다.
여기서 그들을 놓치면 토오키치는 또다른 폭력을 당해 죽을 수 밖에 없습니다.
사내들을 태운 말이 후지요시 쪽으로 달려왔습니다.
“멈춰줘!”
토오키치는 목청껏 외쳤습니다.
남자들은 말을 멈추고 토오키치에게 의아한 시선을 던집니다.
“뭐야 너, 살해당했냐?”
토오키치가 얼굴을 아는 남자가 나섰어요.
“△△마을 지로타씨죠?”
토오키치는 남자를 향해 이름을 불렀습니다.
“아아?”
이름을 불린 지로타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위협적인 대답을 했습니다.
“◯◯촌 야하기 토우에몬의 아들 토오키치입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지로타는 아하라며 말에서 내렸습니다.
토오키치 곁까지 다가가서 얼굴을 말똥말똥 바라보았습니다.
토오키치는 너무 맞아서 인상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조마조마했습니다.
“어이! 당신 토오키치씨 아냐! 야하기씨네 젊은이!”
지로타가 놀라 소리를 질렀습니다.
살았다! 토오키치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여기서 잡혀 죽을 것 같아요… 제발…”
“미안하네! 이런 일이 있는 줄 알았다면 진작 도와줬을텐데.”
지로타는 그렇게 말하며 토오키치에게 어깨를 빌려 일으켜 세웠습니다.
“돌아가자! 이런 곳에 있으면 안돼! 이봐 너희들 손 좀 빌려줘!”
남자들이 토오키치를 말에 실어, 토오키치는 지로타의 등에 기대었습니다.
토오키치의 몸과 지로타의 몸을 밧줄로 고정시킬 때, 또 온몸이 아팠습니다.
달리기 시작한 말 위에서 고통을 참으며 토오키치는 오늘 있었던 일을 지로타에게 말했습니다.
낮에 잡혀간 후, 처자식이 함께 살해당한 것.
자신도 죽을 운명이었지만 장인장모의 도움을 받은 것.
도망치기 직전에 다시 포위되어 장인 장모님도 살해당한 것.
지로타들이 오지 않았다면 확실히 죽었을것.
그런 말을 마치자 지로타가 의아하다는 듯 말했습니다.
“우리도 말이야, 왜 이런 밤중에 부락으로 왔는지 이해가 안된단 말이야.
낮에 □□마을 놈들이 부락을 습격한 것을 듣고 왠지 우리도 안절부절 못하게 되어서, 그래서 와 보니, 네가 죽을 것 같잖아. 신기해.”
당시 부락을 습격하는 것은 주변 마을 젊은이들의 오락과도 같았습니다.
그것을 알고 있는 토오키치였습니다만,
조금이라도 부락민으로서 생활한 몸으로서는,
지로타들이나 □□촌 젊은이들의 만행에는 신물이 났습니다.
하지만 야밤에도 부락을 습격하러 왔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토오키치는 의식을 잃고 지로타의 등에 기대었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토오키치는 본가의 자신의 방에서 자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지로타들이 무사히 토오키치를 마을로 데려다준 것 같았습니다.
몸이 아파서 일어날 수 없었지만 이불에서 기어나와 장지문을 열고 밖의 상황을 살펴봤습니다.
밖은 밝고 생업에 종사하는 집안 사람들이 바쁘게 일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복도를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문이 활짝 열렸습니다.
고개를 들어보니 토우에몬이 토오키치를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토오키치는 몸을 떨었습니다.
집을 버리고 뛰쳐나갔다가 이꼴로 돌아온 자신을 아버지가 뭐라고 할까.
자상하면서도 엄한 아버지는 나를 여기서 내쫓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며 두려워했습니다.
떨리는 입으로 아버지께 말씀드리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어요.
목이 심하게 말라 깔깔한 입김이 새어 나왔습니다.
토우에몬은 토오키치 곁에 무릎을 꿇고 토오키치의 어깨를 껴안았습니다.
“아무 걱정 말거라. 여기는 네 집이다. 잘 살아 돌아왔다.”
그렇게 말하며 토우에몬은 토오키치의 등을 다정하게 어루만졌습니다.
토오키치는 아버지의 팔 안에서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어머니가 찾아와 아버지와 같이 토오키치를 껴안고,
그리고서 토오키치를 이불에 눕히고 끓인 물을 마시게했습니다.
겨우 말할 수 있게된 토오키치는 집을 나오고 나서 지금까지의 일을 모두 가족들에게 이야기했습니다.
모든 말을 마쳤을 때, 동석하고 있던 셋째 토자부로가 주먹을 다다미에 내리쳤습니다.
“에잇! 빌어먹을 놈들!”
일어서서 나가려는 토사부로를 토우에몬이 제지했습니다.
지금은 토오키치의 회복이 우선이라고 했습니다.
토오키치가 다시 잠자리에 들자,
토사부로는 남자들을 데리고 부락으로 가, 마른 우물에 내던져진 사토와 츠루마루의 시체를 수습하여 돌아왔습니다.
야하기가 무덤 옆에 간소한 묘석을 세우고 모자는 묻혔습니다.
그로부터 반년, 토오키치는 몸을 회복하는데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몸이 나을때까지의 기간동안 토오키치는 집과 신사를 왕복하고 있었습니다.
집에서 요양을 하는 것 외에는 오로지 신사에서 기도만 계속 했습니다.
처자식의 공양과는 별개로 토오키치가 간절히 기도한 것은
‘저 흉한 부락을 근절하소서.’
라는 것이었습니다.
보통을 벗어난 열정과 성실함으로 마냥 기원하는 토오키치의 모습에
연민을 느낀 신사에 모셔진 신은 부락의 근절을 허락했습니다.
이것이 지금까지도 신이 뉘우치고 있는 일이었습니다.
원래 마을 신사의 신으로 마을을 지키고 있던 신은
더러운 혈통의 부락으로 사랑의 도피를 한 토오키치를 불쌍히 여겨 죽기 직전에 구했습니다.
그리고 토오키치의 진심에서 우러나는 저주를 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후회되는 그 결단도, 당시엔 의문스러운 것이 없었습니다.
제신의 뜻에 호응하듯 마을에서 부락에 대한 분노가 커져, 토사부로를 필두로 토벌대가 편성되었습니다.
토우에몬이 무훈을 세운 자에게 고액의 보수를 주겠다고 한것도 좋지 않았습니다.
그 때문에 지역내 남정네들이 용기를 내어 참가하게 된 것입니다.
혈기가왕성해져 일종의 야릇한 흥분상태가 된 토벌대는 무턱대고 부락으로 몰려들어 부락민들을 살해했습니다.
토오키치 일가에 한 처사의 동등한 것 이상으로 보복하여 부락민을 근절한다.
토우에몬의 보수를 목적으로 앞다투어 부락민을 목매어 죽여가는 남자들.
처참하게 처참한 일을 극도로 높여가는 살해방법.
누구도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지옥을 휩쓴 듯한 처참한 살육의 터는, 당연히 엄청난 원한이 소용돌이치는 땅이 되었습니다.
정신을 차린 마을 사람들은, 누구도 그 이후에, 부락에 얽힌 이야기를 하지 않고 지냈어요.
그 살육이 마치 없었던것처럼 마을 사람들의 기억속에 봉인되어갔습니다.
그로부터 십여세대가 지난 쇼와시대 어느때,
이름 없는 꺼려지는 터로서 잊혀진 옛부락의 옛터에 하나의 원념이 형성 되었습니다.
부락민의 피에 의해 잉태되어 그 고통의 신음을 자장가로 맴돌던 원념의 덩어리는,
지역을 지키던 제신의 힘에 미치는 정도의 형상은 아니었지만,
시대의 변화와 함께 사람들의 신앙심이 희미해졌고,
마침내 마을 사람들이 제신에게 흥미를 잃어버린 결과,
제신은 하나의 영으로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두 세기를 거쳐도 더는 희미해지지 않는 사악한 의지.
발생하고 오랜시간을 제신에 의해 무위하게 보냈기 때문에, 충분히 갈아지고 숙성된 원념의 갈망은 오직 하나.
‘부락의 원통함을 씻는 것’
일찍이 미움이 미움을 부른 일.
자신들이 토오키치 일가를 린치 끝에 살해한 것이 계기가 된 것.
당시의 토오키치 일가는 부락민의 차별에 견디며 선량하고 조심하며 생활하고 있던 것.
그 기억들은 오랜시간 풍화되어 잊혀 졌지만 한만은 남았습니다.
한은 결코 떨쳐지지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제신의 힘에 의해 억눌려 있던 초조함도 원념을 조성시키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신의 멍에로부터 해방된 지금, 맑을 정도로 원한 이외의 감정은 버린 순수한 원령으로서,
일찍이 부락민이었던 자들의 영혼이 모여들었던 것이죠.
과거 여러 마을로 존재하던 주변 촌락들은 통폐합을 거치며 하나의 마을이 되었습니다.
고도 경제성장과 함께 개발도 진행되어 사람의 수도 증가했습니다.
원령이 당도했을 때, 우리가 사는 이 마을은 시골이면서도 사람의 활력이 넘쳐 흐르는 좋은 마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옛날만큼 제신의 힘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신사에 모셔진 느낌은 있지만, 과거 지역을 덮을 정도의 위압감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제신 대신 경제성장이라는 새로운 신에게 신앙을 바친 옛마을 사람들은,
그 살육의 기억을 조금도 하지 못한 채, 선량한 시민으로서 인생을 구가하고 있었습니다.
용서할 수 없어.
일찍이 자신들에게 한 일을 잊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지키고 있던 제신을 모시는 것조차 그만두고 스스로 방종하게 살고 있는 지난날의 마을 사람들.
죽인다.
흉한 이들에게 피의 보답을 준다.
그 때문에 200년이 넘는 세월을 꺼리는 땅에서 견뎌 온 것이다.
용서할 수 없어. 죽일거야. 용서할 수 없어. 죽일거야. 용서할 수 없어. 죽일거야.
용서할 수 없어. 죽일거야. 용서할 수 없어. 죽일거야. 용서할 수 없어. 죽일거야.
용서할 수 없어. 죽일거야. 용서할 수 없어. 죽일거야. 용서할 수 없어. 죽일거야.
그리고 참극으로부터 2세기가 훨씬 지난 오늘날 옛 부락민들의 영혼은 무서운 재앙이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난 것입니다.
“………….”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시즈할머니가 이야기해준 것은, 소네자키씨가 반입한 고문서보다 한층 더 깊이 파고든 내용이었습니다.
원령의 내력.
그 너무나도 이기적인 폭력의 가해자가 우리 조상이었다는 것은 아무도 믿고 싶지 않았습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죽을 수밖에 없는 건가요?”
누군가 말했습니다.
“아니야. 그것의 한을 풀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두 함께 생각해보게.”
시즈 할머니가 대답했어요.
마을 전체가 몰살당한 129명의 억울함.
그것을 어떻게 풀겠다는 건가.
“신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
또 누가 말했어요.
이봐, 하고 나무라는 소리도 들렸지만 그 소리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런 옛날일, 이제와서 우리가 어떻게 해줄 수 없어요.
그런데도 신은 우리를 지켜주지 않는건가요!”
그렇게 외친 것은 야마타니씨라고 하는 중년 여성이었습니다.
평소의 조용한 모습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강한 어조에 모두 놀랐습니다.
“좀 전의 기도로 부탁해보았죠?”
그 소리에 시즈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습니다.
“그렇지만 말이야, 옛날과 달리 지금은 신을 믿는 사람이 적어졌다네.
지금 신에게 부탁하고 있는 것은 여기에 있는 사람들 정도일 게야.
믿음을 잊은 백성들을 신이 어떻게 다루셔도 할 말이 없지.”
시즈할머니의 말에 침묵이 찾아왔습니다.
신은 돕지 않는다.
오히려 이 재앙은 신벌이라는 소리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마음속에서 다른 인상이 강하게 솟구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신이 도와주신 것 같아요.”
그날 신의 기척을 느낀 후 꿈을 꾸고 두려움을 이겨냈던 때를 이야기했어요.
“너희들은 열심히 신의 일을 돕고 있었으니까,
신께서도 좋은 기억이 있었겠지.
특별히 돌봐주신 건 정말 감사한 일이야.”
시즈할머니는 피식 웃음을 건넸습니다.
“그럼 우리는!”
야마타니씨가 또 외쳤습니다.
“침착하시게. 아까도 말했든 그것을 진정시키는 방법은 반드시 있을게야.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네.
이 마을에 대한 신의 흥미가 떨어졌다 해도,
그래도 여기에 있는 우리를 좋게 봐 주신다.
믿게. 네가 신을 믿지 못하는데 신이 자네를 어떻게 믿겠는가.”
그리고 나서 잠시 시즈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약간의 안정을 되찾은 우리들은 각자 집으로 향했습니다.
이 마을을 수호하던 신은 시대가 변하면서 이 마을과의 관계가 엷어져 버렸다.
그것은 우리 인간이 신으로부터 멀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이라 해도,
누군가 비는 것도 아니고 몸을 내주면서까지 우리들을 지킬 의미가 없어져 버린 것이라고 시즈할머니는 말했습니다.
신은 어디까지 우리들이나 이 마을을 지켜주는 걸까.
가족들과 그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랜만에 레스토랑에서 외식을 하고 집에 도착했습니다.
그날 저의 액막이는 실패로 끝났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