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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위험한 호기심 part.2

익명
2026-10-26 13:49

“어?! 무슨 일이니?”

안에 있던 젊은 경찰관이 웃으며 우리를 맞이했다.

우리는 경찰관에게 다가가 말했다.

“도와주세요!”

나랑 신은 '그날 밤'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사진도 하나하나 보여주었고, 지금도 '중년 여자'의 표적이 되어 있다고 말했다.

얼추 말을 마치자, 경찰관은 온화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빠나 엄마한테 말씀드렸니?”

우리가 부모님께 말하지 않았다고 하자 경찰관은 다시 말을 꺼냈다.

"음~, 그럼, 집 전화번호 좀 알려줄래?"

신은 약간 화가 나서 쏘아붙였다.

"여기서 왜 부모님이 나와요? 표적이 된 건 저희라고요?!"

참고로 신의 부모님은 의사랑 간호사다. 형은 유명한 사립 고등학교 학생.

우리 셋 중 가장 부유한 가정이지만, 가장 엄한 가정이기도 하다.

만약 그날 밤 부모님께 거짓말을 하고 비밀 기지에 갔다가 이런 일에 연루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나랑 준도 그렇지만 신이 제일 곤란한 상황이었다.

신은 다그치듯 말했다.

“도와줘요!! 경찰관이잖아요!!!!”

경찰관은 조금 쓴웃음을 지었다.

"너희 초등학생 맞지? 역시 이런 일은 부모님께 꼭 말씀드려야 해.”

그렇게 아무 진전 없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하는 대화가 이어졌다.

결국 경찰은 우리에게 있어 ‘협박’처럼 들리는 말을 던졌다.

"그럼 너희 담임 선생님 이름이 뭐니?"

뭐, 경찰 입장에서는 우리의 '보호자 및 책임자'랑 이야기를 해봐야 했겠지만...

우리에게는 이럴 때 '부모님과 선생님'은 야단맞을 대상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그 사이 우리 마음속에는 눈앞의 경찰관에 대한 불신이 싹트기 시작했다.

[여기 있으면 억지로 주소를 알아낸 다음에 부모님한테 이를 거야!] 라고.

이 경찰관은 우리 이야기를 믿지 않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랑 신이 필사적으로 도움을 청하고 있는데, ‘부모님’, ‘선생님’ 타령만 한다.

우리는 중년 여자의 존재를 증명할 증거 사진도 있는데…

나는 경찰에게 사진을 보여주었다.

"개를 이런 식으로 죽이는 녀석이라니까요!!"

그러자 경찰관은 잠시 말을 멈추고 사진을 집어 들더니 예상치 못한 말을 했다.

"음~…이게 개? 라고?"

"네?"

나랑 신은 놀랐다. 이 사람이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니, 너희 말을 안 믿는 건 아니야. 그럼 좀 더 자세히 알려줘. 여기가 머리니?”

경찰관은 농담이 아니라, 정말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나는 해피 사진을 집어 들었다.

"그러니까..."

설명하려던 순간 말문이 막혔다.

확실히 이 사진을 객관적으로 보면 개의 사체처럼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연갈색으로 변색한 뼈에 군데군데 남아 있는 털...

나랑 신은 해피가 죽은 다음날에도 해피를 봤기 때문에 이미 썩어 있어도 원래 모양(쓰러져 있던 각도, 모습)을 알 수 있었지만,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저 더러운 돌에 더러운 걸레 같은 것이 얽혀 있는 모습으로만 보일지도 모른다.

나는 냉정하게 다른 사진도 보았다.

나무 판에 새겨진 ‘준 저주해 죽인다’와 여자아이의 사진에 박힌 수없이 많은 ‘못’…

확실히 ‘중년 여자’의 존재랑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건 어려운가?

혹시 경찰관이 초등학생 장난인 줄 알고, 아까부터 ‘부모님’이나 ‘담임 선생님’을 찾고 있는 건가?

나는 이대로 여기 있다가는 위험하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무조건 부모님을 불러낼 거야!"

나는 신에게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신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턱을 휙 움직여 ‘나가자는 신호’를 보냈다.

다음 순간, 신은 힘차게 몸을 돌려 달려 나갔다. 나도 곧 신을 따라 파출소에서 빠져나왔다.

"얘들아!!"

경찰관이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우리는 돌아서지 않고 계속 달렸다.

경찰관이 쫓아올 기미는 없었다.

아마 장난치러 온 초등학생이 거짓말이 들킬 것 같으니까 달아났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나랑 신은 경찰관이 쫓아오지 않는지 확인하고 길가에 주저앉아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제 어떡하지?”

“어떡하냐…”

우리는 막막했다.

비장의 카드인 경찰조차 우리를 믿지 않았고, 중년 여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방법을 잃었다.

이걸로 모든 게 해결될 거라고 믿었던 만큼 충격은 컸다.

"이대로라면 중년 여자한테 집 주소를 들켜서..."

나는 두려웠다.

“…당분간 그 여자랑 마주치지 않도록 조심하자…"

신이 말을 꺼냈지만 나는 조금 언성을 높였다.

“이젠 끝났어!! 준의 학년이랑 반이 들통났으니 우리도 곧 들킬 거야!!"

그때 신이 다시 말을 꺼냈다.

“그런데, 그 여자…우리한테 해코지할 생각이 있나?”

“?”

“저번에 우리 학교 끝났을 때 그 여자 봤잖아. 만약 해코지할 생각이었다면, 그때 하면 되잖아.”

"…"

신은 계속해서 말했다.

“그리고 산... 만약 우리를 용서하지 않는다면, 산에 무슨 저주 같은 걸 새겨놨을 거 아냐.”'

"…"

그 말이 맞았다.

산에 갔을 때 확실히 ‘우리에 대한’ 새로운 저주는 없었다. 비밀 기지는 부서졌지만...

여자아이의 못 박힌 사진이 새로 생기긴 했지만, 우리, 하물며 풀네임이 들통난 준의 저주조차 없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그런가?' 하고 반박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신의 말대로 중년 여자가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우리를 원망하지 않고, 잊어버렸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신은 다시 한번 나를 안심시키듯 말했다.

"만약 정말로 우리를 원망한다면, 행동으로 옮기겠지. 그렇지 않냐? 학교 근처를 돌아다니는 것도, 우리를 찾는 게 아니라 사진 속의 여자애를 찾고 있을 가능성도 있잖아?”

"그렇구나..."

나는 그 말을 듣고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오히려 신이 한 말을 자기 자신에게 되새기며 자신을 억지로 납득시키려 했다.

현실 도피에 가까웠을지도 모른다.

신 또한 그랬을지 모른다.

중년 여자한테서 더 이상 벗어날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우리는…

“역시 그렇지!! 조만간 우리를 잊어버릴 거야!!”

"이미 까먹었을걸!!"

"아 뭐야, 씨!! 괜히 쫄았네!!"

"아 그러니까!! 그 여자, 눈물 쏙 빠지게 만들어 버릴라!!”

둘 다 허세를 부려 보였다. 어떻게 보면 자포자기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잠깐 그 자리에서 중년 여자를 욕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집에 가기로 했다.

“내일 집에 갈 때 준 보러 가자!”

“오케이, 그러자!”

신이랑 헤어지는 길목에 다다랐을 때 우리는 밝은 모습으로 손을 흔들며 헤어졌다.

내 마음은 조금 맑아졌다.

"그래... 신 말대로, 중년 여자는 이미 우리를 잊어버린 거야.."

마치 자기암시를 걸듯 반복해서 자신을 타일렀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멩이를 걷어차며 집으로 향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 한 점 없고, 수많은 별이 반짝반짝 빛나 아주 맑은 밤하늘이었다.

지금까지 중년 여자 때문에 고민했던 것이 바보 같았다.

집에 거의 다 왔을 때 그날 보고 싶은 애니메이션이 있다는 것이 생각나 종종걸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탁 탁 탁 탁…’

밤이 드리운 동네에 내 발소리가 울려 퍼진다.

‘타닥타닥타닥…’

조용한 밤이었다.

‘탁 탁 탁 탁…’

응?

‘타닥타닥타닥..’

내 발소리 말고도 다른 발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봤다.

어두워서 잘 안 보이지만 아무도 없었다. 기분 탓일까…

내가 참 소심하기는 하다고 생각하면서 다시 뛰었다.

‘탁 탁 탁 탁…’ ‘타닥타닥타닥..’

..응? 누군가 있다.

나는 다시 한 번 멈춰 서서 눈을 부릅뜨고 뒤를 돌아봤다.

…역시 아무도 없다…

확실히 내 발소리에 섞여 뒤에서 누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는데?!

나도 준처럼 어느새 중년 여자에게 정신적으로 몰린 걸까? 너무 쫄아있는 걸까?

잠시 멈춰 서서 계속 뒤를 보았다.

쿵쾅쿵쾅 뛰던 심장이 순간 쿵 멈췄다.

약 15m 떨어진 곳, 주택 현관 앞에 세워둔 오토바이 뒤에 누군가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아니, 숨어있었다.

달빛만으로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한 가지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 있었다.

'코트를 입고 있어!!'

나는 한동안 굳어 있었다.

숨어있는 녀석은 들킨 줄 모르는 것 같았지만, 그 실루엣이 똑똑히 보인다!

순간 혼란스러웠다.

‘중년 여자다! 중년 여자다! 중년 여자다!! 중년 여자!!! 중년 여자!!!!’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질 뻔했는데 본능이었을까, 다음 순간 또 다른 내가 자신에게 명령하고 있었다.

‘도망쳐! 도망쳐!! 도망쳐!!! 도망쳐!!! 도망쳐!!!! 도망쳐, 도망쳐야 해!!!!!’

나는 최대한 빨리 달렸다! 운동회 때보다 더 열심히 달렸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숨도 못 쉬고 달렸다.

집으로 미친 듯이 달려갔다. 집까지 앞으로 10m.

좋아! 도망갈 수 있어!

‘!’

순간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이대로 집 안으로 도망가면 틀림없이 집 위치가 들통날 거야!]

집 앞을 지나 그대로 주택가 좁은 골목길을 달려 내려갔다.

정처 없이, 그저 내 뒤를 따라오고 있을 중년 여자를 따돌리기 위해…

약 5분 정도 엉뚱한 길을 달렸다.

그쯤 가니 역시 숨이 차서 걷기 시작했고, 뒤를 돌아보았다.

이제 중년 여자 같은 모습도 보이지 않았고 발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주변을 경계하며 집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다시 집에서 10m 정도 떨어진 곳까지 도착해, 한 번 더 주위를 경계하고 현관으로 달려갔다.

부모님이 맞벌이하시느라 늘 혼자 집을 보던 나는 재빨리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재빨리 문을 잠갔다.

“…후우우…”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일단 신에게 말해야겠다는 생각에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신발을 벗으려던 그때, 현관 앞에서 소리가 났다.

“!?”

나는 신발을 벗던 상태로 굳어서 현관문을 응시했다.

우리 집 현관은 알루미늄 틀에 불투명 유리로 된 미닫이문인데, 불투명 유리 반대편…

현관 앞에 누군가 서 있는 모습이 비쳐 있었다.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 1m 정도 거리에 중년 여자가 있었다!

나는 숨을 죽이고, 움직임을 멈추고, 기척을 없앴다.

아니, 꼼짝할 수가 없었다. 마치 가위눌린 것 같았다.

뱀이랑 눈이 마주친 개구리가 이런 심정일 것이다.

불투명 유리 너머로 보이는 중년 여자의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한동안 중년 여자는 현관문 너머에 가만히 서 있었다. 미동도 하지 않았다.

여기에 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걸까?...

그때, 유리 너머로 중년 여자의 왼팔이 천천히 움직이는 게 보였다.

그리고 천천히 문손잡이까지 뻗어 나가더니 “끼익!”하고 문이 삐걱거렸다.

심장 고동이 태어나서 처음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속도를 높였다.

문이 잠겨 있는 것을 확인한 중년 여자는 천천히 왼팔을 다시 가져오더니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나는 여전히 경직된 상태...

그러고 나서 중년 여자는 현관문 가까이 다가가 그 자리에 쪼그리고 앉았고, 유리에 왼쪽 귀를 딱 붙였다.

방 안을 확인하고 있다!

눈앞의 불투명 유리에 중년 여자의 귀가 선명하게 비쳤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토할 것 같았다. 심장 박동이 최고조에 달해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중년 여자에게까지 심장 소리가 들릴 것 같았다.

중년 여자는 2, 3분 동안 문에 대고 귀를 기울이더니 다시 일어나 이쪽을 향한 채 천천히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섰다.

조금씩 유리에 비친 중년 여자의 모습이 희미해지고, 이윽고 사라졌다.

“갔나…?”

전혀 안심할 수가 없었다.

중년 여자는 떠난 건가?

내가 여기(현관)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나?

아직도 집 근처를 서성거리고 있나?

만약 중년 여자가 내가 이 집에 들어오는 것을 봤고, 내 존재를 확신하고 나서 아까의 행동을 취한 거라면, 중년 여자는 분명 집 주변에 있을 것이다.

나는 천천히, 조심스럽게 신발을 벗고 거실로 걸음을 옮겼다.

방의 불은 일절 켜지 않았다. 불을 켜면 내 존재를 알리는 꼴이 될 것이다.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수화기를 들고 손으로 번호판을 더듬으며, 외워서 잘 알고 있는 신의 집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통화음이 3번쯤 울리고 신 본인이 직접 받았다.

"신이야?! 완전히 미쳤어! 왔어! 중년 여자가 왔어! 들켰어! 들켰다고!!"

나는 작은 목소리로 초조하게 말했다.

“뭐라고? 왜? 무슨 일인데?"

“우리 집에 중년 여자가 왔어! 어떻게 좀 해봐!!”

나는 신에게 매달렸다.

"진정해! 집에 아무도 없어?"

“없어!! 빨리 도와줘!!”

"우선, 집에 문 다 잠갔는지 확인해! 중년 여자는 지금 어딨어?”

"모르겠어!! 하지만 아까까지 바로 집 앞에 있었어!!”

“당황하지 마! 문 잠갔는지 확인하는 게 먼저야! 알겠지!"

"알았어! 잠겼는지 보고 올 테니 빨리 와줘!!"

나는 전화를 끊고 문과 창문이 잠겼는지 확인하러 우선 화장실로 향했다.

물론 집안의 어떤 불도 켜지 않았고, 감각을 날카롭게 집중해 어두운 집안에서 벽을 따라 쭉 걸어 화장실로 갔다.

우선 화장실 창문을 살짝 소리 없이 닫았다. 다음은 옆에 있는 욕실.

욕실 창문도 천천히 닫고 잠갔다.

그리고 욕실에서 나와 툇마루 창문을 확인하러 갔다.

복도 벽을 따라 쭉 걸어가 툇마루가 있는 일본식 방으로 들어갔다.

툇마루 창문을 보고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여느 때처럼 창문은 닫혀 있었고 레이스 커튼을 쳐 놓았는데, 왼쪽 끝에...

사람 형체가 보였다..

창밖에서 누군가가 창문에 얼굴을 바싹 붙이고 마치 쌍안경을 보듯 두 손으로 눈을 감싼 채 집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집안에 불을 켜지 않아 밖이 더 환했기 때문에, 여기서는 그 모습이 훤히 보였다.

창문에 중년 여자가 도마뱀처럼 붙어 있었다.

다리에 힘이 풀릴 뻔했다.

동물적인 본능일까?

나는 육식동물을 발견한 초식동물처럼 웅크리고 앉았다. 온몸이 무의식적으로 떨리고 있었다.

중년 여자도 이쪽이 보이는 걸까?

중년 여자는 잠시 집안을 들여다보더니, 그대로 천천히 창문 중앙까지 이동했다.

그리고 ‘끼긱, 끼긱’ 하는 소리가 창문에서 들려왔다.

중년 여자의 오른손이 창문을 문지르고 있었다.

왼손은 아직도 눈가에 둔 채, 집안을 들여다보면서…

‘끼기긱, 끼긱..’

불쾌한 소리는 계속되었고, 내 공포심은 극에 달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중년 여자의 기행이 너무 무서워서 목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

그러자 중년 여자가 갑자기 뒤를 돌아보더니 엄청난 기세로 달아났다.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움직일 수도 없었다. 그저 창문만 쳐다보았다.

그때 창문 너머 도로에 깜박이는 빨간 불빛이 보였다.

‘경찰이 왔구나!’

그제야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중년 여자는 우연히 지나가던 경찰차를 발견하고 도망친 것이다.

한동안 나는 웅크리고 앉은 채 벌벌 떨고 있었다.

“따르르르릉!”

그때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전화기 화면을 보니 신의 집에서 걸려 온 전화였다. 나는 황급히 전화를 받았다.

"어떻게 됐어?"

"집안을 들여다보다가, 어디론가 사라졌어…"

"그렇구나, 부모님 돌아오셨어?"

"아니, 우연히 경찰차가 지나갔는데, 중년 여자가 그거에 쫄아서 도망간 것 같아."

"진짜! 다행이다. 너희 집 근처에 수상한 사람이 있다고 신고해놨어. 근데 그 녀석한테 집을 들켰다면, 이제 슬슬 부모님한테 얘기해야 할지도 몰라…”

"…"

“나도 오늘 부모님한테 말씀드릴게. 너도 말해! 이거 보통 일이 아니야!"

"...응..."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

30분 후, 어머니가 일을 마치고 돌아왔다.

불을 켜지도 않고 현관으로 달려가 어머니의 얼굴을 본 순간, 안도감 때문인지 울음을 터뜨렸다.

어머니는 당황해서 멍하니 계셨지만, 나는 한참을 울다가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나는 그날 밤의 사건부터 조금 전의 사건까지 모든 것을 설명했다.

설명 중간에 아버지도 집으로 돌아왔고, 아버지에게는 어머니가 설명했다.

그 후 아버지는 말없이 일본식 방에 있는 유리창을 보러 갔다.

유리창은 무언가 예리한 것에 심하게 긁혀 흠집이 나 있었다.

그 예리한 것이 대못이라는 것을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부모님은 나를 꾸짖지 않았다. 어머니는 나를 안아 주었고, 아버지는 전화로 경찰을 불렀다.

10분쯤 있다가 경찰이 왔다.

아버지는 경찰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있었다.

어머니와 함께 잠시 거실에 있었는데, 조금 있다가 경찰관이 거실로 들어와 그날 밤에 관해 물었다.

해피랑 터치, 나무에 못 박힌 소녀의 사진, 비밀 기지에 새겨진 준의 이름...

그 후 '중년 여자'와 관련된 모든 것을 얘기했다. 방과 후에 중년 여자를 본 것, 그리고 아까 있었던 일도...

내가 말하는 동안 감식반 같은 사람도 와서 창문에서 지문을 채취하고 있었다.

내가 얘기한 내용 중 경찰관이 가장 자세히 물어본 것은 소녀의 사진이었다.

소녀의 외모나 아는 사람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지만, 나로서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는 뒷산 지도를 그리게 했고, 다음날 경찰이 조사하러 가겠다고 했다.

집 주변 야간순찰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한 뒤 경찰관은 돌아갔다.

결국 지문은 발견되지 않았다.

잠시 후, 신이랑 준의 부모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부모님들끼리 무슨 얘기를 했는데, 중년 여자 얘기보다는 학교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를 얘기하는 것 같았다.

그날 밤, 나는 몇 년 만에 부모님이랑 같이 잤다.

부끄러움은 전혀 없이 순수하게 중년 여자가 무서워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어머니가 나를 깨웠을 때는 이미 아침 8시가 넘어 있었다.

지각이다! 하고 당황하고 있었더니 어머니가 오늘은 집에서 쉬라고 했다.

아무래도 이미 학교에는 연락한 모양이었다.

아버지는 이미 출근했지만, 어머니는 일하러 가지 않았다.

아마 신이랑 준도 오늘은 학교를 쉬겠지…라고 생각했지만, 굳이 전화는 하지 않았다.

신은 엄격한 부모님께 혼나고 있을 것이고, 준의 부모님은 등교 거부하는 준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되어 충격을 받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전화하는 것이 무서웠다.

나는 중년 여자가 빨리 경찰에 잡히기를 바라며 방에 틀어박혀 있었다.

하루빨리 궁지에 내몰리는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어머니는 어째서인지 중년 여자 얘기를 전혀 꺼내지 않았다.

나에 대한 배려일까 생각해서 나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점심을 먹고 다시 내 방에 틀어박혀 있었는데, 쿵 하고 집 외벽에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나는 순간 '신이다!'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 녀석은 나를 부를 때 현관 초인종을 누르지 않고 종종 창문에 조약돌을 던지곤 했기 때문이다.

나는 창밖을 내다봤다.

집 앞 골목 전봇대에 신이 있을 줄 알았는데, 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딘가에 숨어있는 줄 알고 보이는 데까지 찾아봤지만, 어디에도 없었다.

그때 내 방 아래 정원에서 “꺄악!!” 하고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라서 창문을 열고 몸을 내밀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어머니가 땅을 쳐다보면서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무언가를 보고 놀라 있었다.

나는 무슨 일인지 몰라 어머니한테 물었다.

“왜 그래!”

어머니는 내 목소리에 흠칫 놀라며 이쪽을 올려다보더니, 놀란 표정으로 말없이 집 외벽을 가리켰다.

뭔가 나쁜 예감이 들었지만, 어머니가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뭔지 모를 걸쭉한 보라색 액체와 젤리 같이 생긴 것이 묻어 있었다.

이게 아마도 아까 들린 ‘쿵’하는 소리의 정체일 것이다.

어머니의 발밑으로 시선을 옮기고 대체 무엇을 보고 놀랐는지 살펴보았다.

내장이 튀어나온 커다란 황소개구리 사체가 떨어져 있었다.

어머니는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중년 여자가 바로 머릿속에 떠올랐다.

즉시 눈으로 중년 여자를 쫓았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는 퍼뜩 생각난 듯 거실로 뛰어 들어가서 경찰을 불렀다.

어머니는 얼굴이 파랗게 질려 있었다.

아마도 이때 비로소 어머니 또한 중년 여자가 정상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래, 그 여자는 정상이 아니다.

분명 개구리를 던져 넣고 나서 나랑 어머니의 놀라는 모습을 보고 지금도 히죽히죽 웃고 있을 것이다.

분명 가까이서 날 보고 있을 것이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경찰이 빨리 오기를 마음속으로 외쳤다.

이제 이 집은 더 이상 '집'이 아니다.

중년 여자의 입장에서는 마치 새장처럼 우리의 움직임이 훤히 보이는 것이다.

항상 중년 여자에게 감시당하고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 경찰차가 왔다. 어제와는 다른 두 명의 경찰관이었다.

경찰관 한 명은 외벽과 여자가 서 있었을 도로를 조사했고, 다른 한 명은 나랑 어머니에게 어딘지 모르게 막연한 질문을 몇 번이나 했다.

"뭔가 못 보셨나요?"

"그때 상황이 어땠나요?"

마지막으로 그 경찰관은 불길하기 그지없는 말을 꺼냈다.

"분명 어제도 괴롭힘을 당하셨죠? 범인은 가까운 시일 내에 비슷한 짓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는 참을 수가 없어서 반쯤 울며 간청했다.

“그 저주하던 여자예요! 코트를 입었고 40살 정도 된 여자요!! 빨리 잡아주세요!!!"

“아까 산을 보고 왔어… 죽은 개도, 판자에 새겨진 친구 이름도, 소녀의 사진도 있었단다. 지금부터 그것들을 가지고 조사해서 범인을 꼭 잡아줄게!"

경찰관은 말을 끝낸 뒤 내 어깨를 가볍게 툭 두드리고는 어머니에게 가서 뭐라고 얘기하고 있었다.

남편에게 연락을…하는 말이 얼핏 들린 기억이 있다.

벽에 묻은 개구리 얼룩과 개구리 사체 사진을 찍은 후, 약 한 시간쯤 지나 경찰관들은 돌아갔다.

잠시 후 아버지가 집에 왔다. 아직 5시도 안 된 시간이었다.

어제오늘 일로 걱정이 되었던 모양이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던 어머니와 석간신문을 읽고 있던 아버지 모두 말이 없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안절부절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나 또한 다음에 중년 여자가 언제 올지 불안해서 견딜 수 없었다.

그날 저녁 식사는 온 가족이 아무 말도 없었고, 방에는 TV 소리만 울리고 있었다.

그리고 밤 11시가 넘어서 다 같이 잠자리에 들었다. 만일을 위해 1층 거실은 불을 켜두기로 했다.

그날 밤에도 온 가족이 한방에서 잤다. 물론, 좀처럼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이녀서억!!!!”

갑자기 험악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아아!! 아아아악!!!!”

그리고 그와 동시에 기괴하지만 익숙한, ‘중년 여자’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우리 가족은 모두 벌떡 일어났고 아버지는 황급히 현관으로 향했다.

나는 어머니에게 꼭 안긴 채 둘이서 침실에 있었다.

“철컥철컥…드르르륵!”

아버지가 현관문을 열고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렷다.

“아아아!!!! 씨바아아알!! 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악!!!!”

문 여는 소리와 함께 다시 중년 여자의 절규가 들려왔다.

"조용히 해!”

"이 녀석! 날뛰지 마라!”

남자의 목소리도 들렸다.

무슨 상황인지 이때 파악했다.

'경찰이다! 경찰한테 잡혔구나!’

중년 여자는 계속해서 괴상하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부들부들 떨며 어머니의 품 안에 있었는데 아버지가 돌아와서 내게 물었다.

“범인이 잡혔구나. 네가 산에서 본 사람이 맞는지 아닌지 확인해달라는데... 괜찮겠니?”

물론 괜찮지는 않았지만, 이걸로 정말 모든 게 끝난다, 끝낼 수 있다! 라고 자신을 타일렀다.

"...응..."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 현관으로 갔다.

"너어어!! 이 씨바아알!!!! 너까지 날 괴롭히려는 거냐!!!!!”

현관 앞에서 엄청난 고함이 들려 다리가 움츠러들었지만, 아버지가 내 어깨를 감싸 안아주었다.

나는 두 명의 경찰관에게 붙잡힌 중년 여자 앞에 섰다.

처음에는 너무 무서워서 내 발밑밖에 볼 수 없었지만, 아버지가 어깨를 가볍게 두들겨 주셔서 천천히 중년 여자에게 시선을 옮겼다.

중년 여자는 두 명의 경찰관에게 제압당한 채 땅바닥에 턱을 문지르며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몹시 날뛰었던 듯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고, 눈은 충혈되어 있는 데다 입에서는 들개처럼 침을 흘리고 있었다.

"너!! 너!!!! 언제까지 나를 괴롭힐 셈이야!!!!"

중년 여자는 영문 모를 말을 외치며 버둥거렸다.

중년 여자를 제압하고 있던 경찰관이 물었다.

“확실하니? 산속에 있었던 게 이 사람 맞아?”

중년 여성의 박력에 눌려 말이 나오지 않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경찰관은 즉시 중년 여자에게 수갑을 채웠다.

"이 녀석! 방화 미수 현행범으로 체포한다!"

수갑을 찬 후에도 중년 여자는 계속 고함을 지르며 난동을 부리고 있었지만, 경찰관 둘에게 붙잡혀 경찰차로 연행되었다.

그리고 한 명의 경찰관이 다시 이쪽으로 돌아와 상황을 설명하겠다고 했다.

“집 앞을 순찰하고 있었는데, 현관에 수상한 사람이 보였습니다. 그 여자가...쪼그리고 앉아서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 있더라고요. 현관 앞에 헌 신문 두셨잖아요?”

“아뇨, 아무것도 안 뒀는데요...?”

"그럼 이것도 그 여자가 준비한 모양이네요."

경찰이 가리킨 곳에는 신문지 다발이 있었다. 확실히 우리 집에서 구독하는 신문이 아니었다.

그때 경찰이 무언가를 알아차린 듯, 신문지 다발 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목판이었다.

거기에는 내 풀네임이 새겨져 있었다.

[○○○ 소사(燒死) 기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역시 내 이름을 알아내고 만 것이다.

만약 경찰이 순찰하지 않았다면……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정신이 아찔해졌다.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나를 껴안고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경찰관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

"사실, 저 여자는...정신 질환이 좀 있어요…○○쵸에 살고 있는데, 거기서도 민원이 꽤 많이 들어와서...뭐, 동정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만…”

경찰관은 중년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쭉 이어갔다.

“저 여자, 2년 전에 교통사고로 남편과 아들을 잃었거든요.

그 이후로 정서불안과 조현병이 생겼다나 봐요. 그때부터 이웃과의 갈등도 생기기 시작했죠.

사실 산에서 발견된 사진으로 그 여자일 거라고 특정은 하고 있었어요.

2년 전 교통사고……그 사진 속 여자아이가 도로로 뛰쳐나온 걸 피하느라 핸들을 꺾었다가 벽에 충돌하는 바람에, 남편과 아들을 잃었다고 하더군요.

뛰쳐나온 여자아이는 상처 없이 살았지만……그 이후로 그 집에도 엄청나게 괴롭힘을 가하고 있습니다.

다만 사고가 사고였던 만큼, 여자아이네 집에서 들어온 피해 신고는 없었습니다......그 여자아이를 상당히 원망하고 있겠지요......”'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도 나는 전혀 불쌍하다고 생각할 수 없었다.

오히려 중년 여자의 집념이 뼈저리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경찰도 인정하는 ‘정서 불안과 조현병’.

이래서는 곧 석방되지 않을까?

그 후에도 또 중년 여자의 존재를 두려워하며 살아야 하나?

경찰관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안심이 되기는커녕 절망감이 가슴에 퍼졌다.

그로부터 5년 후…

나, 신, 준은 각각 다른 고등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우리는 연락도 뚝 끊긴 채, 각자 다른 인생을 살고 있었다.

물론 중년 여자 사건을 잊을 수는 없었지만, 공포심은 상당히 사그라져 있었다.

그러던 고1 겨울 방학, 오랜만에 준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야!! 오랜만이다!"

서로 적당히 인사를 나누다가 준이 말을 꺼냈다.

"사실, 오토바이 타다가 사고당했어......다리랑 허리 골절로 병원에 입원했다."

"뭐?! 잘~하는 짓이다! 어디 병원인데? 외로우니까 문병 오라고?”

"음, 그것도 있고……너, 그 중년 여자 기억하냐? 사건에 관한 거 말고……얼굴 기억하냐?”

"……왜? 뭔데 갑자기!"

“……매일 밤 면회 시간이 지나면...이상한 할망구가 날 보러 와...히죽거리면서…"

준의 말을 듣는 순간 중년 여자의 얼굴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처음 마주친 그날 밤의 이를 악물고 있는 얼굴.

하굣길에 마주친 기분 나쁘게 히죽이는 얼굴.

집 현관 앞에서 본 미친 듯이 소리 지르는 얼굴.

잊으려고 노력했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트라우마였다.

나는 준에게 대답했다.

마치 자기 자신에게 타이르듯이…

“뭔 소리야?! 이제 잊어버려!! 하여튼 닌 진짜 소심해서 탈이다?!''

"역시 그렇지...아니, 이런 상황에서는 이상하게 소심해진다니까!!"

“그런 점은 하나도 안 변했네!”

나는 태연하게 대답하며 여유를 보였다. 나 자신도 전혀 성장하지 않고 그날 그대로였지만.

“조만간 야한 책 가지고 문병 갈게!”

준이 입원한 병원이 어딘지 물은 뒤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는 순간 왠지 모를 불안감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중년 여자.

준의 말이 묘하게 마음에 걸렸다.

전화를 끊고 나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설마 이제 와서 중년 여자가 나타날 리 없지...

게다가 그 녀석은 체포되었을 텐데......아니, 석방됐나?

애초에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셋은 중년 여자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그저 중년 여자의 저주 의식을 보고 말았을 뿐인데, 이쪽이 치른 대가가 너무 컸다.

밤에 산에서 우연히 만났을 뿐인데 갑자기 공격당했다.

우리는 중년 여자로부터 아무것도 빼앗지 않았다. 해치지도 않았다.

중년 여자는 우리에게서 해피와 터치를 빼앗았고, 비밀 기지를 부쉈고, 무엇보다 우리 세 사람에게 공포를 심어줬다.

아무리 중년 여자가 집념이 강하다고 해도, 더 이상 우리와 엮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뭣하지만, 만약 원망할 거라면, 그 원념은 사진 속 소녀에게로 향할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을 억지로 납득시켰다.

이틀 후, 아르바이트를 쉬고 서점에서 야한 책 3권을 사서 준이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준을 만난다는 두근거림과 준이 전화로 했던 말에 대한 '두근거림'으로 마음이 착잡했다.

병원에 도착했더니 정오가 조금 지났을 무렵이었다.

준의 병실은 3층에 있다. 준의 명찰을 찾아 다녔다.

303호 6인실에 준의 이름이 있었다.

맨 안쪽 창가 근처 왼쪽에 준의 모습이 보였다.

"야! 준, 오랜만이다!"

"그래 인마! 진짜 오랜만이다!"

생각보다 훨씬 건강한 준을 보고 조금 안심이 되었다.

약속했던 야한 책을 건네자 준은 새 장난감을 받은 아이처럼 기뻐했다.

그리고 실없이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준이랑 있으니 초등학생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 매우 즐거웠다.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은 흘러 면회 종료 시각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럼, 이제 슬슬 집에 갈…"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준이 갑자기 정색하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실, 아까 전화로도 말했는데 말야..."

“중년 여자 말이지?”

"기분 탓이겠지만... 항상 이 시간에 오는 아줌마가 있거든…뭔가 좀…마음에 걸린다고 해야 하나…”

“아니, 그러니까 기분 탓 맞을 거라고! 무서워하지 마!"

내 강경한 대답에 준은 조금 화가 났는지 세게 말했다.

"그러니까 내 착각일 수도 있다고!! 겁쟁이라서 존나 미안하다!”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나는 눈치를 보다가 준한테 사과하려고 했다.

그때.

“드르르르르륵….”

대차 바퀴 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준이 중얼거렸다.

“왔다..."

나는 병실 입구로 시선을 돌렸다.

“드르르르르륵.”

대차가 문 앞에서 멈춘 모양이었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짙은 파란색 작업복을 위아래로 입은 아줌마가 있었다.

나는 가슴을 살짝 쓸어내렸다.

“아 뭐야! 놀래키지 좀 마라. 쓰레기 수거하는 아줌마잖아.”

아줌마는 환자 개인 쓰레기통에서 쓰레기를 수거했고 마침내 준의 침대로 다가왔다.

준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한 번 봐줘!"

나는 그 아줌마 얼굴을 살짝 봤다.

“….!”

숨을 삼켰다.

닮았어... 아니, 중년 여자인가? 아닌가?

너무 놀라서 한동안 아줌마를 바라보고 있었더니, 아줌마는 이쪽을 향해 꾸벅 고개를 숙이고 병실에서 나갔다.

“어때? 역시 아닌가? 내가 너무 쫀 건가?”

“전혀 아니잖아! 그냥 청소부 아줌마구만!”

아니, 하지만 비슷했다. 그냥 우연히 닮은 사람인 건가?

“...그럼, 이만 간다! 너무 이상한 생각하지 말고, 빨리 퇴원해!"

내 말에 준은 씩씩하게 대답했다.

“역시 그렇지.. 그 여자가 병원에 있을 리가 없지. 네가 아니라고 하니까 안심이 된다. 또 와라! 한가하니까!”

나는 병실을 나오자마자 서둘러 계단을 내려갔다.

아까 아줌마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중년 여자의 얼굴은 생생하게 기억한다.

하지만 중년 여자의 가장 큰 특징은 ‘제정신이 아닌 느낌’이다. 아까 아줌마는 온화한 표정이었다.

만약 아까 아줌마=중년 여자라면 내 얼굴을 보는 순간 이상한 소리를 지르며 덤벼들어도 이상하지 않다.

맞아. 역시 우연히 닮은 사람일 거야.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어째선지 병원에 있는 것이 무서워 일찌감치 집에 들어갔다.

집에 와서도 중년 여자=청소부 아줌마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역시 신경 쓰여...

그날은 잠들 때까지 계속 그 생각만 했다.

다음날 청소부 아줌마가 신경 쓰여서 아르바이트를 일찍 끝내고 병원에 가기로 했다.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자전거로 30분 거리.

병원에 도착하니 오후 8시가 넘었고 면회 시간도 끝나 있었다.

청소부 아줌마도 이미 퇴근했을 게 뻔했지만, 임시 입구를 통해 병원으로 들어가 일단 준의 병실로 향했다.

몰래 준의 병실에 들어가자 준의 침대는 커튼이 쳐져 있었다.

‘자나?’

살짝 커튼을 열고 그 틈으로 안을 들여다봤다.

“으악!”

준은 황급히 벌떡 일어나 베개 밑에 무언가를 숨겼다.

“놀래키지 좀 마!”

아무래도 준은 야한 책에 푹 빠져 있던 모양이다.

굳이 야한 책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기로 하고 준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심심할 것 같아서 왔다!”

준은 조금 어색한 듯이 말했다.

“어! 이 시간에 심심하긴 하지! 우리 로비 가서 뭐 좀 마실까?"

나는 침대 옆으로 휠체어를 가져와 준의 양 옆구리를 잡고 휠체어에 앉혔다.

준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로비 1층이라 간호사한테 안 들키게 가야 돼!”

우리는 도둑처럼 살금살금 1층 로비로 갔다.

도중에 간호사 몇 명한테 들킬 뻔했지만, 그때마다 기척을 감추고 그늘에 숨었다가 간신히 로비에 도착했다.

낮과 달리 로비는 캄캄했고, 불빛이라고는 자판기와 비상등 불빛밖에 없었다.

“뭔가 어둠 속에서 너랑 살금살금 돌아다니니까, 그날 밤 생각난다.”

“그러게. 그때 왜 그 녀석을 미행했을까……"

준이 말을 걸었지만, 내 대답에 준은 입을 닫았다.

준에게 오늘 병원에 온 이유, 즉 청소부 아줌마에 대해 말하려고 했는데……망설여졌다.

준은 앞으로 여기서 한 달 가까이 입원해야 하는데, 그런 말을 하기가 껄끄러웠다.

또 그때처럼 원인불명의 두드러기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때 준이 말했다.

"너 그 아줌마 때문에 온 거 아냐?"

“어? 뭐가?”

“그런 거지? 역시 닮았지…아니, 중년 여자 본인일지도 모르는 거지?”

나는 순간적으로 시치미를 떼었지만, 준은 정색하고 쏘아붙였다.

준에게 압도당해 나도 모르게 대답하고 말았다.

"확실히 닮았어……분위기는 완전 달랐지만……닮았어."

준은 고개를 푹 숙였다.

"역시...... 전에도 전화로 말한 거지만……"

준은 목소리를 조금 낮췄다.

“입원하고 이틀째 되던 날 밤에, 다리랑 허리가 너무 아파서 잠을 잘 수가 없었어. 돌아누울 수도 없는 데다 이미 소등 시간이라 어쩔 수 없이 눈을 감고 억지로 자려고 했어.

그러니까 조금 잠이 오길래 꾸벅꾸벅 졸고 있었는데, [시선]이 느껴졌어.

당직 서는 간호사인 줄 알고 무시했는데, 갑자기 하아..하아..하는 숨소리가 들려서……

뭐지? 옆 환자 숨소리인가? 싶어서 눈을 살짝 뜨고 봤거든.

그랬더니 침대 커튼이 3cm 정도 열려있었고, 그 틈으로 누군가가 날 보고 있었어……

그 눈은 분명히 날 보고 히죽히죽 웃고 있었어......

그때는 너무 무서워서 자는 척했었는데......

그대로 잠들었나 봐, 눈 떠 보니 아침이었어.

나중에 생각해 봤어. 그 히죽거리는 눈, 어디서 본 것 같다고…

그래. 청소부 아줌마 눈이랑 똑같았단 말이야!"

히죽거리는 눈.

나는 그 눈을 알고 있다!

중년 여자가 그 히죽거리는 눈으로 쳐다본 적이 있는 내게는, 준이 말한 광경이 바로 떠올랐다.

준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게다가 그 청소부 아줌마, 쓰레기 수거하러 왔을 때, 유독 눈이 자꾸 마주쳐. 내가 무심코 쳐다볼 때마다, 날 자꾸 보고 있는 거야. 반쯤 웃으면서..."

그 말을 듣자 내가 품고 있던 의문, [중년 여성=청소부 아줌마]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역시 그렇구나. 출소한 거야!

캔 커피를 들고 있는 손이 약간 떨렸다. 추워서 그런 게 아니다. 몸이 반응하고 있었다.

그 공포를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내 뒤쪽에서 불빛이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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