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밖에 나가지 마시오 part.1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있다. 7월 중순이라 당연한 일이기는 하지만 이놈의 더위는 해가 바뀔수록 더 심해지는 것 같다. 며칠 전만 해도 이런 날씨는 아니었는데.. '인간들이 벌 받는거야. 그만치 환경을 더럽혔다는 거거든.' 가끔 마주치는 동네 할아버지가 그리 말씀하시곤 한다. 평소 헛소리를 할때가 많아 무시한 적도 많지만 가끔은 가슴에 와닿는 말을 하기 때문에 가벼이 넘기진 않는 편이다.
우리 집은 부모님과 나, 그리고 쌍둥이 남동생이 있다. 태어난지 몇 십초 차이로 내가 형이긴 하지만, 실제로 나와 동생 사이에 그런 개념은 없다. 그냥 ‘야‘ 로 통한다. 그렇다 보니 우린 어릴 때부터 친구처럼 편하게 지내며 많은 것을 공유하고 함께 한다. 쌍둥이는 서로 통한다고 했던가. 우린 느끼지 못하지만 주위 사람들이 '과연 쌍둥이는 다르네.' 라고 심심찮게 말하곤 한다.
“아, 죽었네.”
“내가 아까 빼라고 했잖아.”
이렇게 해가 뜨거운 날에는 집에 틀어박혀 게임질을 하는게 상책이다. 우리들은 취미도 같아서 종종 어울리곤 한다.
“아, 수류탄 좀!”
“기다려. 살린다.”
선풍기 한대로 미적지근한 몸을 식히며 마우스를 누르는 것. 그것이 우리 형제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그리고 냉장고에 비치되어 있는 아이스크림을 누가 가져오는지 내기하는 것으로 나와 동생의 게임 실력차이를 가늠하곤 한다. 물론 항상 좋은 결과가 따르진 않지만..
"튀어갔다와라."
득의양양한 얼굴로 웃고 있는 동생의 얼굴을 날려 버리고 싶었지만 간신히 참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따르르릉. 내가 일어나는 것을 기다리기라도 한듯 전화가 울렸다. 보나마나 광고 전화일 것이다. 요즘 선거철이다 뭐다 해서 누구 뽑아달라는 아주 귀찮은 전화일게 분명하다.
“야 받아봐.”
“효율적으로 움직이자. 지금 누가 서있지?”
정곡을 찌르는 말에 괜히 무안해지니 몸이 반응하기라도 한건가.. 터벅터벅. 햇빛에 적당히 구워진 마룻바닥의 온기가 찜찜하게 느껴졌다. 따르르릉. 나를 보채는 전화벨 소리에 천근 같은 발걸음을 하나씩 떼기 시작한다.
“예. 갑니다. 가요.”
[여보세요?]
[……진성이냐?]
[아빠?]
의외의 목소리였다. 요즘 같은 때에, 특히 이런 오후 시간대에 스마트폰을 두고 집 전화로 연락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웬일이야. 핸드폰으로 하지.]
내 말에 아빠는 잠시 침묵을 지키고는 곧 무거운 숨을 내쉬며 말했다.
[지금부터 아빠가 하는 말 잘 들어. 밖에 나가지 말고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 지금 엄마 데리러 가고 있으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동생이랑 집에서 나오지 말고 이제부터 다른 사람은 믿지 마. 절대로.]
아빠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리는게 느껴졌다. 호흡도 거친 상태. 평소에 내가 알던 아빠의 그것이 아니었다.
[무슨 말이야?]
[시간이 없어. 진성아, 제발 그렇게 해다오. 무사히 있길 바란다.]
뚜. 뚜. 뚜. 할 말을 마친 아빠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장난기가 많긴 하지만 이정도로 진지한 장난을 칠 사람은 아니었다. 뭐가 잘못됐나?
“뭐해? 네 꺼 나왔잖아.”
“어? 응.”
동생의 말에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일단 게임은 뒤로 하고, 인터넷을 켜 실시간 검색창과 뉴스를 대충 훑어보았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었다. 또 아빠가 장난치는 건가? 아니야. 목소리에서는 그런 게 느껴지지 않았어.
아빠는 꽤 잘나가는 연구원이다. 내 입으로 말하기가 참 민망할정도지만 대한민국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저명한 연구원들 중에 한 사람이다. 곧 있을 노벨상의 후보에 오르니 마네라는 루머가 돌정도로 아빠의 연구 성과는 실로 대단하다.
무식한 내가 이해할 수 있는건 그리 많지 않지만 아빠의 존재는 간접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학교의 선생들이 뜬금없이 성의를 표하거나 가끔 아빠가 집에 있을 때 정장을 멋들어지게 입은 사람들이 수시로 방문한다거나..
그 덕인지 몰라도 아빠 덕분에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빨리 캐치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어디가 하향세네, 상향세네라는 알아듣기 힘든 언어로 우리 형제들에게 가르치는 아빠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평소 장난끼가 다분하지만 그래도 이런 식의 장난을 쳐올 만한 사람은 아니다. 분명 뭔가가 있으리라.
“야.”
“왜.”
동생은 여전히 게임 중이었다. 녀석은 한 번 빠지면 그 집중력이 실로 놀라워서 다른 곳에 정신을 팔지 못한다. 이대로는 대화가 되지 않는다. 그나마 조금 머리가 돌아가는 냉철한 동생의 의견을 들어보려면 녀석이 현재 정신이 팔려 있는 것을 차단시키면 된다.
“아, 뭐야! 야 이진성 이새끼가!”
동생은 온갖 짜증을 내며 나를 노려보았다. 합당한 이유를 대지 않으면 나를 죽이겠다는 눈빛이었다. 나는 굳은 얼굴로 아빠에게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다. 처음엔 반신반의하던 동생도 내 말투와 진지한 표정에 점점 차분해졌다.
“너 아직도 아빠가 치는 장난에 놀아나는거냐?”
“그게 아니래도. 평소 그런게 아니었어. 왜 그런 감이란게 있잖냐.”
“지랄났네.”
다시 본체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하는 동생을 보며 난 강수를 둬야만 했다.
“야. 만약 이번에도 아빠가 장난친거면 다음 달 용돈 너한테 몰아준다.”
돈이란 말에 동생의 손이 허공에 멈췄다. 스윽. 고개를 슬쩍 돌린 동생이 자리에서 일어나 씨익 웃었다.
“자신 있나본데.”
“진짜 네가 통화하지 않아서 그렇다니까? 정말 심각한 상태였다고.”
“예. 예.”
“너. 아빠 정보통이 얼마나 빠른지 알지? 왜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했겠어? 분명 이상하고 괴상한 일들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기 때문에 그런거라니까?”
내 말을 듣는둥 마는둥, 동생은 새끼 손가락으로 귀를 몇 번 후비더니 대수롭지 않다는 듯 툭 던졌다.
“그럼 확인해보면 될 거 아냐?”
“……나가자고?”
“넌 너무 겁이 많아.”
“그건 나랑 별 차이 없는 걸로 아는데?”
“시끄러. 옷이나 입어. 나가보자. 대충 택시타고 동네 돌면 될거아냐. 아빠가 그렇게까지 말할 정도면 벌써 난리가 나도 났을거라고.”
주섬주섬 옷을 입기 시작하는 동생을 보며 당장 바닥에 굴러다니는 옷을 입고 나갈 채비를 했다. 먼저 옷을 입은 동생은 채비를 다 끝내놓고 현관문 앞에 서 있었다.
“와 진짜 덥다. 이래갖고 어떻게 살겠냐?”
투덜대며 먼저 문을 나서는 동생의 뒤를 따랐다.
“……”
기우였을까? 동네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분위기였다. 다른 집들에 비해 호화로워 보이는 우리집. 그리고 자주 드나드는 익숙한 골목길들 변한건 없었다.
“개뿔. 담배나 사러가자.”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동생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휘적대며 앞을 걸어다니는 동생의 뒷모습을 보니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분명 언제 보던 골목길이 분명한데..
“근데 사람이 이렇게 없었냐?”
“그러게.”
편의점 앞에는 커다란 사거리가 있는데 이상하게도 운행 하는 차들이 보이지 않았다. 평소라면 활발하다 못해 미어터지기 직전의 도로인데.. 한 번 도로를 훑어 본 우리 형제는 바로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다.
“?!”
문을 열자마자 코를 찌르는 악취에 눈살을 찌푸렸다.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동생 역시 작게 욕을 내뱉고 있었으니까.
“무슨 냄새지?”
“어서 오세요.”
“형, 담배요.”
동생은 알바형에게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 알바형은 우리보다 한 살 많은 형인데 약간 어수룩한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심성은 착한 사람이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어느정도 안면이 트이고 말을 섞게 되자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네.”
알바형은 익숙하게 담배를 건네주었다. 담배를 받아들며 무심결에 그의 손을 보니 그 상태가 꽤나 이상해보였다. 언제부터 저런 털로 뒤덮여 있었지? 분명 어제만 해도 깨끗한 상태였는데.. 무슨 발모제라도 바른건가?
“제 얼굴에 뭐가 묻었나요?”
알바형은 내 시선을 느낀 건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아, 아뇨. 그런 건 아니고…….”
띵동. 곧 전자레인지에서 소리가 나자 그는 재빠르게 몸을 움직이며 희미한 소리를 남겼다. 그건 자세히 들을 수는 없었지만 뭔가 동물의 울음소리와도 비슷해보였다.
이내 전자레인지를 열자 처음 편의점에 들어설때 났던 악취가 후각을 마비시켰다.
“야, 그냥 가자. 여기서 못 사겠다. 시팔.”
동생은 눈살을 찌푸리며 짜증스럽게 말했다. 어차피 동네에 편의점은 많으니 아쉬울 것도 없었다. 서둘러 악취에서 벗어나기 위해 문을 열고 나가려는 순간,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으그적. 으적. 뭔가 딱딱한 것이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소리가 나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으저적. 으적. 정신없이 뭔가를 먹기 시작하는 알바형의 뒷모습이 유난히 낯설어 보였다. 대체 저런 냄새나는 것을 왜 먹는거야?
“……미친.”
동생은 조용히 욕설을 내뱉었다. 나는 온 신경을 집중해 형의 손에 들린 것을 더욱 자세히 보았다.
“어……?”
동그란 원의 형태는 온통 붉은 색의 뭔가로 뒤덮여 있었다. 눈살을 찌푸리며 가만히 보니 아주 익숙해 보이는 구의 형태가 보였다. 악취의 원인은 단 번에 알 수 있었지만 유쾌한 장면은 아니었다.
으적. 으저적. 그는 그것을 거침없이 뜯어먹고 있었다. 순간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간신히 헛기침을 하며 나가려는데.
“……야.”
툭툭. 동생은 손을 뻗어 한 곳을 가리켰다. 착각이었을까? 순간 알바형의 손들이 급격히 변하기 시작했다. 담배를 건네 받을때 본 것과 마찬가지로 검고 딱딱해 보이는 털들이 눈에 띄게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건 도저히 상식선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크르르르."
그리고는 사람이 낼 수 없는 소리를 내며 쩝쩝거리기 시작했다.
5분, 10분. 체감상 그 정도쯤은 지난 것 같았다. 우리는 석상처럼 굳어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강한 충격을 받아서인지 원초적인 공포에 사로 잡혀서인지 두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마침내 식사를 다 마친 알바형은 손에 묻은 찌꺼기까지 삭삭 핥고는 입맛을 다셨다.
“크르르르.”
곧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알바형은 우리를 보고는 낮게 으르렁거렸다. 붉은 색으로 뒤덮인 혈안이 우리를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다. 그것은 사람이 아닌 한 마리 짐승의 모습이었다.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거대한 살기에 나와 동생은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아!”
우리는 문을 박차고 나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가기 시작했다.
“크아앙!”
도저히 사람이 낼 수 없는 소리였다. 머릿속에 온갖 의문이 가득했지만 확신할 수 있는 건 한 가지였다. 저 빌어먹을 괴물 녀석이 우리를 먹이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언제나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던 알바형은 온데간데 없다는 것이다.
“미친!”
우리는 빛의 속도로 집마당으로 들어가 철문을 닫았다. 아직 집까지의 거리는 있다. 작은 마당 위로 발걸음을 떼니 맹수의 포효가 달팽이관을 뒤흔들었다.
“크르르르.”
우리를 쫓아온 괴물 녀석은 더 이상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다. 온 몸이 검은 털로 뒤덮여 있었고, 검붉은 눈동자에 날카로운 송곳니까지 있었다. 이때까지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괴물이었다.
“하…… 아. 하아.”
괴물 녀석의 거리는 불과 10미터였다. 놈은 우리를 잠시 노려보더니 몸을 돌려 걸어갔다. 나와 동생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뱉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
너무 놀라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빠가 말한 게..”
“일단 들어가서 생각하자…….”
나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
집 안으로 들어온 우리들은 집안에 있는 모든 구멍은 다 틀어막았다. 뭐라도 홀린거처럼 나와 동생은 빠른 속도로 그 작업을 끝내며 자리에 주저 앉았다. '후우..' 그나마 들어오던 바람까지 차단되자 이마에서 굵은 땀방울들이 흘러내렸다. 손등으로 대충 땀을 닦고 의자에 앉아 인터넷을 확인했다.
“뭐지…… 저런 게 돌아다니면 인터넷에 떠야 하는 거 아니야?”
“……아니야. 잘 봐.”
동생은 손을 뻗어 검색창을 가리켰다.
“이게 왜?”
“아까랑 똑같아. 원래 뉴스부분이 실시간으로 계속 올라가야 하잖아. 인기 검색어도 그래. 몇 분 단위로 순위가 계속 바뀌는데 아까랑 그대로야.”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니야?”
“……그런가?”
동생은 거친 숨을 내쉬며 인기 검색란에 마우스를 가져갔다.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검색창을 보았지만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없었다. 굳이 수상한 점을 꼽자면 지금 이 상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검색어들이었다.
“야…… 이거 봐봐.”
“뭐.”
“검색어들 앞글자만 세로로 보라고.”
“!!”
포털 사이트에선 검색어들의 앞 글자를 이용해 사람들에게 위험을 알리고 있었다.
'밖.에.나.가.지.마.시.오.' 나는 그 글자를 보며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아빠가 했던 말이잖아.”
조금 전 아빠가 했던 말들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아무도 믿지 마라.’ ‘절대 나가지 마라.’ ‘무사히 있어다오.’ 결국 이런 뜻이었구나.
“……”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아빠는 무사할까. 엄마 상태는? 데리러 간다고는 했지만 저런 놈들이 도사리고 있다면…….
“일단 여기서 사태를 지켜보자. 아빠가 올 때까지 기다려 보는 거야.”
동생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게 최선일 것 같아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우리에게 닥칠 일들을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두려움이 점점 커져갔다.
***
“음?”
“깼냐.”
눈을 뜨니 거실 천장이 보였다. 가볍게 몸을 일으키자 소파가 움푹 파여 있었다.
“나 잤어?”
“아니. 기절.”
“……기절했다고?”
“어.”
하긴, 무리도 아니지. 순식간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으니까. 나는 나약한 정신을 탓하며 굳은 근육을 풀었다. 동생은 진지한 표정으로 인터넷을 하고 있었다.
“뭐 좀 찾은 거 있어?”
“응. 일단 생존자들만 모인 카페나 블로그가 많이 생겼어. 여기에 다 가입해서 정보를 공유하고 있어.”
“잘됐네.”
잘된 일일까.
“하지만 문제가 있어.”
“문제라니?”
“뭔가가 개입하고 있는 듯 해. 카페나 블로그들이 1시간도 못 넘기고 사라지거나 폐쇄되고 있어.”
“차단하는 건가?”
“그래서 카페에 가입할 때 사는 곳을 꼭 적게 돼있어. 이 근처에 사는 사람들도 몇몇 가입했더라. 실제로 보진 못했지만 나중에 연락 할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거야.”
인터넷을 마음대로 조종하고 통신사도 마음대로 부린다? 윗대가리들 밖에 생각나지 않는데…… 이번 일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건가?
“밥이나 먹자.”
동생과 나는 묵묵히 밥을 먹기 시작했다.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챙겨 먹어야만 했다. 그러나 낮에 있었던 충격적인 일은 정신을 뒤흔드는데 충분했다.
“……”
무거운 침묵이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인정할 수 없는 현실. 영화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들이 왜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걸까.
“녀석들은 밤에 본격적으로 활동 한 대.”
동생은 우물거리며 말했다.
“그래?”
“응. 한 가지 분명한건 괴물 녀석들이 남의 집에는 못 들어온다는 거야.”
“그러고 보니…… 아까 그 괴물도…….”
“응. 왜 그런지 이유는 모르겠어. 하지만 밤엔 절대 나가면 안 된대.”
“그 카페 되게 유용하네. 그런 정보도 얻고.”
“일단 고층 건물에 사는 사람들은 안전하다고 보면 돼. 위험한건 우리 같이 지상과 가까운 건물이나 1층에 사는 사람들이나 지하에 사는 사람들이겠지.”
동생은 무거운 분위기를 깨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다. 그러나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렇게 서로 영양가 없는 잡담을 나누는데 갑자기 벨이 울렸다. 띵동- 날카로운 벨소리가 귓가를 울리자 신경이 예민해졌다. 나와 동생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인터폰으로 다가갔다.
한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우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무심하게 여자를 바라보았다. 여자는 우리가 안에 있는 것을 알기라도 한듯 벨을 연달아 눌렀다.
띵동. 띵동. 띵동.
오싹. 소름이 돋았다. 동생도 마찬가지인지 이를 악물고 인터폰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온 몸이 떨렸다. 제기랄.. 나란 인간은 이렇게 나약한 건가. 여자는 인터폰에 달린 조그만 카메라에 얼굴을 가까이 들이댔다. 지극히 평범한 여자의 얼굴은 아무런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
“거기 있는 거 다 알아.”
마치 옆에서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였다.
“미친…….”
동생은 무시하려는 듯 인터폰을 꺼버렸고, 나는 부들거리는 손으로 인터폰에 연결된 전선을 뽑아버렸다. 거실은 그제야 조용해졌다. 나는 거실 창문으로 다가가 철문이 있는 곳을 보았다. 순간 가로등 아래에 묵묵히 서 있는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오싹. 소름이 온 몸을 타고 돋아났다.
“저 여자도 괴물이겠지?”
“어. 보지도 마.”
“미치겠다. 저렇게 멀쩡한 여자가 괴물이라니. 대체 어떻게 살아야하지?”
“절망적으로 생각하지 마. 우리 같은 사람들도 많으니까 일단 옥상으로 올라가서 녀석들이 어떻게 활동하는지 보자.”
동생은 무서우리만큼 침착했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손을 깊게 베였어도 묵묵히 피를 지혈했고, 차 사고가 날 뻔한 순간에도 뛰어난 반사 신경으로 사고를 피했다. 어린아이가 해낼 수 없는 행동들을 자연스럽게 해냈다. 그래, 동생은 나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하아…….”
머리를 저으며 동생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역시…….”
어두운 도로를 활보하는 사람들은 무척이나 많았다. 믿기 힘들 정도의 수였다. 낮에는 어디에 있던 거지?
“이게 다 괴물들이라는 건가?”
“생각보다 심각한데…… 이렇게 많을 줄이야.”
우리는 덤덤하게 사람들을 응시했다. 낮에 보았던 털 복숭이 괴물과는 다르게 평범한 모습이었다. 특별한 목적지가 있어 보이진 않았다. 대부분 그 자리를 돌아다니며 배회할 뿐이었다.
왈왈!
어디선가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하도 조용하다 보니 작은 소리도 크게 퍼질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그 소리에 일시적으로 반응했고, 곧 소리가 나는 쪽으로 우르르 달려가기 시작했다.
왈! 왈!
개는 사력을 다해 도망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크아아!”
“크우!”
깨갱. 깽. 낑.개는 애처로운 비명을 끝으로 더 이상 소리를 내지 못했다. 우리는 그 소리를 들으며 멍하니 서 있었다. ‘밖에 나가면 안 된다.’ 라는 사고가 머릿속에 박히기 시작했다.
“아…… 저 미친…….”
동생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아래를 보자 그 여자가 아직도 현관문 앞에 서 있었다. 특별한 행동도 없이 그저 묵묵히 서있기만 할뿐이었다. 환한 달빛을 받아서인지 안색이 창백해 보였다.
“계속 저렇게 서 있으면 저 여자를 죽여야 할지도 몰라.”
“하아…….”
“근데 약점을 모르니까…….”
“카페에 올라온 거 없었어?”
“없지. 정상인이라면 누가 저런 괴물이랑 싸우고 싶어 하겠냐?”
뚜렷한 해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나는 주머니를 뒤적거려 담배를 물었다.
“나도.”
동생에게 한 개비를 건네주고 가만히 서서 담배를 태웠다. 조금이라도 마음의 안정을 얻고 싶었다. 그때였다.
툭.뭔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와 동생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동그랗게 말은 이불이 놓여 있었다. 뭐지? 동생은 이불에 말린 실들을 조심스럽게 풀어내기 시작했다. 안에는 군대에서 볼 수 있는 P9XK 소형 무전기가 있었다.
무전기를 집어든 동생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걸 던진 것이 사람이라면 우리와 같은 처지일 것이었다.
치지직. 치직.
[아. 들리는가?]
무전기에서 정상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동생은 침착하게 무전기를 켜고 말했다.
[예. 누구시죠?]
[자네 옆 고층 건물에 사는 사람이라네. 창가에서 녀석들의 동태를 살피는 도중에 우연찮게 두 사람을 발견하고 이걸 던진 거야. 솔직히 거기로 떨어질지 반신반의했는데 그래도 잘 가서 다행이군.]
[우리 같은 생존자가 있다는 게 놀랍네요.]
[아직 많아. 그들 모두 대부분 이런 식으로 통신을 하지.]
[하지만 이건 군용이잖아요? 흔히 볼 수 있는 게 아닌데.]
[며칠 전만해도 통신 쪽에서 근무했던 장교일세. 이런 일이 생길 줄 알고 미리 준비해두었지.]
미리 준비했다고? 군에서는 뭔가를 알고 있었군. 내 눈빛을 읽었는지 동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군에선 이 사실을 알고 있었나요?]
[사고사례를 통해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
사고사례는 부대 근처에 일어나는 일이나 부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서 형식으로 만들어 모든 자대에게 돌리는 것을 말한다. 그럼 최초의 발견 역시 부대 근처인가?
[그럼 이거 기밀 사항 아니에요?]
[기밀은 얼어 죽을. 지금 다 죽게 생겼는데 따질 처지인가? 일단 지금은 푹 쉬게. 내일 아침에 다시 연락하지.]
[예. 알겠습니다.]
통신을 마친 동생은 이불을 잘 챙겨 옥상에서 내려갔다. 나는 여전히 문 앞에 서 있는 여자를 한번 보고 내려갔다. 이상하게 자꾸 시선이 간다. 왜 저 여자는 괴물과는 다를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걸까.
“나 먼저 잔다.”
동생은 식탁 위에 무전기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응.”
잠이 오지 않아 컴퓨터 앞에 앉아 이것저것 검색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은 아까와 같은 화면이었다. 다른 게 있다면 실시간 검색란이 완전히 뒤바뀐 것 정도? 동생과 마찬가지로 카페나 블로그를 통해 여러 단어를 검색했다.
역시 나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렇게까지 차단이 완벽하다는 것이 무서울 정도였다. 실험을 하는 건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아니야. 지금이 어느 때인데…… 그럴 리가 없어.
띠리링.
“흡.”
헛바람을 들이키며 스마트폰을 바라보았다. 분명 통신 불량 상태였는데? 신기하고 불안한 마음을 애써 감추며 액정을 확인했다. '새로운 메시지가 있습니다.'
(지금 밖으로 나와.)
어떻게 기현이 놈이 톡을 보낸 거지? 분명 서버 불량이라고 했었는데…… 설마 하는 심정으로 답장을 보냈다.
(지금 밖은 위험해.)
전송됐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밤에만 통신사의 제재가 풀리는 건가?
(나 지금 무서워죽겠어. 지금 당장 와줘…….)
(어딘데?)
(근처 PC방…….)
근처 PC방이라면…… 친구들과 자주 모이던 그곳을 말하는 건가?
(너 상황이 어느 때인데 PC방에 있냐?)
(내가 이럴 줄 알았겠냐? 지금 미치겠다.)
(거기 몇 명이나 있어?)
(10명 정도 돼.)
(지금은 안 돼. 아침이 될 때까지 기다려봐. 내일 군인 아저씨랑 같이 구하러 갈 테니까.)
(진성아…… 제발.)
(미안하다. 아침까지 버텨줘 기현아…….)
(…….)
녀석에게 더 이상 톡은 오지 않았다. 마음이 착잡하고 무겁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이기적인가? 아니다. 지금 동생과 간다고 해도 녀석을 구할 방도가 없었다. 일단은 내일을 위해 잠을 자둬야했다. 다시 군인 아저씨와 조우하게 되면 조금이나마 해답의 실마리를 얻을 거라는 기대를 하며 눈을 감았다.
***
얼마나 잤을까. 뻐근한 몸을 일으켰다. 어제 잠을 이상한 자세로 잤나? 왜 이렇게 몸이 뻐근하지..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오자 동생도 방에서 나왔다. 우린 서로 말 없이 식탁에 앉아 아침 식사를 먹었다. 특별한 일이 아니고서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저 서로 무사히 있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무언의 눈빛으로 할 뿐이었다.대충 끼니를 때우고 창가로 다가가자 여자는 보이지 않았다. 안도의 숨을 내쉬며 인터폰 선을 다시 꼽았다. 동생은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새로운 정보를 알아보는 중이었다. 나 역시 그 옆에 앉아 검색을 시작했다. 하지만 나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쓸데없는 없는 광고들만 주구장창 나와 마음을 혼란스럽게 했다.
치지직. 치직.
[일어났나?]
군인 아저씨였다. 동생은 무전기를 받아 들었다.
[예.]
[어제 밤새도록 녀석들을 감시했는데 역시 밤에만 움직이는 것 같네. 해가 뜨기 전에 약속이라도 한듯 각각 뿔뿔이 흩어지더군.]
[그럼 낮에는 안전하다는 얘기인가요?]
[그렇지만도 않네. 녀석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생명체. 즉, 신선한 고기 냄새지.]
[어제 형하고 담배를 사러 갔는데 동네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편의점에는 그 괴물 녀석이 있었는데, 정상인처럼 행동하다 인간 머리를 먹더니 갑자기 변하기 시작했어요.]
[그게 녀석들의 특징이야. 낮에는 사람의 모습을 하고 정상인처럼 행동하다가 고기를 한입이라도 먹으면 모습이 변하고 공격적으로 변한다네. 밤에는 자유자재로 변신을 하는 것 같고. 우리가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은 해가지기 전까지야.]
[하지만 안전하지 않다면서요?]
[그래서 총을 소지하고 다니지. 곧 그리로 가겠네. 30분도 안 걸릴 테니 문 열어놓을 준비하게.]
아저씨와의 교신이 끝났다. 이렇게 쉽게 타인을 믿어도 되는 걸까. 아빠는 절대 다른 사람을 믿지 말라고 했는데…… 하지만 기현이 녀석을 구하려면 아저씨의 힘이 꼭 필요하다. 아저씨는 나를 도와줄까? 어제 잠깐 무전을 한 것이 전부인데 친구를 구하는 일에 선뜻 나서줄까?
”괜찮아. 지금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야.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서 이 빌어먹을 상황을 타개해 나가야돼. 약한 마음 갖지 마.”
동생은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담담하게 말했다.
“너…….”
“나도 이 상황이 개 같아. 실제인지 의심 된다고. 하지만 어제 너도 봤잖아. 그건 사람이 아니야. 괴물이라고. 그런 것들에게 먹히고 싶어? 이 동네에 분명 무슨 일이 있는 거야. 아니, 우리나라에 뭔가 터진 게 분명해.”
동생은 다시 검색을 시작했다. 어떻게 넌 그렇게 침착할 수 있는 거지?
“하아…….”
그래,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돼. 나는 다시 자리에 앉아 기계적으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인터폰이 울렸다. 창문을 통해 바깥쪽 철문을 보니 40대쯤으로 보이는 건장한 아저씨가 주위를 경계하며 서 있었다. 하지만 선뜻 열어주기에는 뭔가가 꺼림칙했다. 그러나 동생은 망설임 없이 문을 열어주었다.
철문이 열리자 아저씨는 문단속을 꼼꼼히 하고 느릿하게 걸어 들어왔다. 등에는 더블 백을 메고 있는데 꽤 묵직해 보인다.
“들어간다.”
낯선 사람이 집에 들어오는 게 이렇게 떨리는 날이 있을까. 집으로 들어온 아저씨는 우리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자네들 쌍둥이인가?”
“네. 일란성.”
“신기하군. 우리 옆집에 이런 쌍둥이가 살고 있었다니. 허허.”
“그렇죠. 뭐…….”
세상이 그렇다. 옆집에 사는 사람의 정보 따윈 아무런 관심도 없다. 나하나 간수하기 바쁘다 보니 남을 챙길 여유가 없는 것이었다. 뭐,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예외겠지만. 아저씨는 식탁 위에 더블 백을 조심스레 내려놓고는 우리에게 손짓을 했다.
“둘 다 군대는 다녀왔나?”
“네.”
“그럼 K-2나 권총 쏠 줄은 알겠지?”
“네. 그런데 권총은 반동이 심해서 맞추기 힘들 텐데요.”
“그래도 K-2를 쓸데없이 난사하는 것보다는 권총이 더 나을 수도 있네.”
아저씨는 총기를 꺼내 K-2와 권총을 주었다.
“K-2 150발, 권총은 20발씩 주도록 하지. 더 주고 싶지만 내가 가진 게 이것뿐이군.”
“아니요. 정말 큰 도움이 돼요. 감사합니다.”
사실이었다. 맨손으로 대항하는 것보다 이런 살상무기로 대처하는 게 백배 천배 낫다.
“생존자끼리 뭉쳐야 해. 그게 살길이라네. 이 권총은 반동이 제일 작은 모델이지만 그래도 아예 없는 건 아니야. 목표물의 약간 아래쪽을 겨냥해야 반동으로 목표물을 명줄 할 수 있네. K-2는 워낙 명중률이 좋으니까 알아서 하고.”
아저씨는 사뭇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저기, 아저씨.”
“음?”
“부탁드릴게 있는데요…….”
“부탁?”
아저씨는 살짝 눈썹을 찡그렸다.그리고 곧 퍼져나오는 아우라로 느껴지건대 나의 말을 쉽게 승낙할 것 같지가 않았다. 그래도 해야만 한다. 기현이를 위해서.
“제 친구가 근처 PC방에 고립돼 있어요. 거기에 10명 정도 사람이 있대요. 거기로 저희랑 갈 수 있나요?”
동생의 의사는 물어보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가겠다고 하면 군말 없이 따라올 녀석이었다. 아저씨는 한숨을 내쉬며 팔짱을 꼈다. 고민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사람을 구하러 간다는 건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까짓 거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가지. 단단히 준비하게.”
아저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됐고, 남는 담배 있나?”
“예.”
소파에 놓인 담배 한 개비를 아저씨에게 건넸다.
“이걸 피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했다네. 이번에 나가면 편의점이나 들려야겠어.”
“네.”
동생은 아무 말 없이 준비를 했다. K-2의 멜빵 길이를 조정해 어깨에 메고, 단독군장을 챙겼다. 나 역시 서둘러 채비를 마쳤다. 담배를 다 태운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걸음을 옮겼다.
우린 바깥 철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3Kg 정도의 K-2 무게가 천근같이 느껴져 입이 바짝바짝 말랐다. 녀석들이 등장하면 이 총으로 명중 할 수 있을까? 지레 겁을 먹고 엉뚱한 곳을 쏴버리는 건 아닐까. 이런저런 불안한 마음이 정신을 어지럽히는 것 같다.
“긴장하지 말게. 너무 긴장하면 근육이 굳어서 아무것도 못해. 적당히 심호흡을 하면서 따라와. 내 뒤는 자네들에게 맡겼으니까 확실하게 책임져 줘야 돼.”
“네.”
후우. 후우. 심호흡을 길게 하며 아저씨의 뒤를 따라갔다. 집에서 볼 땐 몰랐지만 여기서 보니 상당히 듬직하고 믿음직스러웠다.
“PC방은 어디에 있나?”
“여기 편의점에서 왼쪽으로 3분정도 걸어가면 돼요. 5층에 있어요.”
“좋아. 일단 PC방을 들리고 저기 편의점으로 가지.”
저벅저벅. 세 사람은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녀석들을 어디에서 잠복하고 있는 걸까. 지금도 숨어서 우리들을 몰래 지켜보는 건 아닐까. 3분 정도 걷자 PC방 건물에 다다랐다. 차례차례 느릿하게 걸어가 엘리베이터 앞에 멈췄다.
“1층이군.”
우리는 계단 대신에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로 했다. 계단은 어둡고 비좁아 되도록이면 피하기로 했다. 조심스럽게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5층 버튼을 눌렀다. 지이이잉. 오래된 엘리베이터인지 꽤 요란한 소리를 내며 작동됐다. 후우…… 크게 심호흡을 했다.
"후우.."
K-2의 소총을 잡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5층입니다.' 라는 기계음조차 오싹하게 들렸다. 쿵쾅거리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며 걸음을 옮겼다.
“긴장하지 마.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도 총 쏘는 것을 주저해서는 안 돼. 사람들의 안위도
중요하지만 최우선으로 해야 할 건 우리들의 목숨이네. 구하러 왔다가 개죽음 당하는 건 사양일세.”
선두에 선 아저씨는 조용하게 말했다.
“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다리가 후들거렸다. 아저씨는 굳은 얼굴로 서서히 문을 열었다. 나와 동생은 조종간을 격발로 맞춘 후 총구를 앞으로 하며 걸음을 옮겼다. 뚜벅. 뚜벅. 뚜벅. 우리의 발자국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후우…….”
PC방 안은 생각보다 고요했다. 10명이라는 사람이 안에 있나 싶을 정도로 조용했다. 150석이라는 넓은 평수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기분이 영 꺼림칙했다. 한 걸음. 두 걸음. 느릿하게 걸음을 옮기자 카운터 쪽에서 뭔가가 쑥 올라왔다.
“흐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