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사이트, 꽁머니, 사이트 홍보, 구인구직 중심 종합 커뮤니티 | 올블랙
올블랙보증업체후기게시판

유머게시판

(공포) 밖에 나가지 마시오 part.7

익명
2026-10-18 02:37

“꽉잡아!”

끼이익! 커다란 소음과 동시에 우리들의 몸은 앞으로 튀어나갔다. 생각보다 강한 압력에 나와 옆에 앉은 동생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할수 있는 최대한의 동작으로 피해를 최소화 하려 했다.

“캬오오오!”

성과가 아예 없진 않았다. 괴물이 나가떨어졌는지 비명소리가 점차 멀어졌다. '크으윽.' 사람들의 신음 소리가 가득한 밴 안은 그야말로 초토화였다. 대략적으로 짐을 정리하기는 했지만 워낙 큰 충격 탓에 물건들이 모조리 뒤엉켜 버렸다.

“다들 괜찮아?”

아저씨는 다시 밴을 몰며 물었다.

“……네.”

괜찮지가 않았다. 너무 무리한 충격 탓에 한쪽 어깨가 심하게 쓸려 따갑고 배가 당겼다. 동생도 나와 마찬가지인지 표정을 찡그렸다. 뒤에 앉은 민정 누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옆에 앉은 준우 아저씨만 멀쩡해 보였다. 조수석에 앉은 은혜는 다시 멍한 표정으로 창문을 바라보았다.

“아직 안심하기에는 일러. 긴장 풀지 마.”

아저씨 말에 우리는 각자 맡은 창문 앞에 붙었다. 이동하는 내내 이런 식으로 가야할 것 같았다. 아저씨는 넓은 길을 두고 일부러 구석진 곳으로 밴을 돌렸다.

여러 골목길을 지나 우리가 의도했던 길과는 전혀 다른 곳으로 밴을 몰았다. 이렇게라도 해서 녀석과 거리를 떼어 놓은 다음 부산으로 가야 했다. 10분. 15분. 우리는 나타나지 않는 녀석의 모습에 서서히 안정감을 되찾아 갔다.

“캬오오!”

그러나 녀석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잔뜩 긴장한 우리들은 창문을 통해 녀석의 위치를 파악했다.

투둑. 투두둑.

이 소리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커다란 건물 위쪽에서 벽돌 같은 것이 떨어지고 있었다. 녀석은 건물의 벽을 타며 우리를 추격하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었지만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움직이는 다리가 그것을 가능케 해주고 있었다.

“제길…….”

방법이 없는 걸까. 대체 녀석의 한계는 어디까지지? 왜 지치지도 않고 우리를 따라다니는 거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 어느새 가까워진 녀석은 다시 힘껏 도약해 밴의 위를 차지했다.

쿠웅. 강력한 진동이 느껴졌다. 녀석의 능력이라면 밴의 구멍을 뚫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왜 창문으로 들어오지 않는 거지? 굳이 지붕 쪽을 부수는 이유가 뭐지?

“꺄악!”

민정 누나는 고개를 숙인 채 어깨를 덜덜 떨었다. 아저씨는 이를 꽉 깨물고 다시 밴의 속도를 높였다.

“다시 할 테니까 단단히 준비해.”

부아앙! 강한 공기의 마찰음이 귀에 울렸다.

“간다!”

끼이이익. 다시 한 번 어깨와 배에 고통이 가중됐다. 하지만 녀석의 비명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크윽…….”

위를 보니 녀석의 날카로운 발톱이 굳게 박혀있었다. 제길…… 그 짧은 시간에 저런 판단을 했단 말인가?

쿠웅!

녀석은 손톱을 빼내 충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골프채로 녀석을 저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물론 수는 우리가 더 많지만 녀석의 힘을 당해낼 수 있을까? 빌어먹을! 출구가 없는 건가?

마침내 밴의 윗부분이 서서히 들려지며 녀석의 굵고 검은 복부가 눈에 들어왔다. 안에 있으면 속수무책으로 당하니 일단 밖에서 승부를 봐야 했다. 나는 제일 먼저 옆문을 열고 나가 녀석의 발등을 강하게 내리쳤다.

파악.

“캬우우!”

뭔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녀석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곧 녀석은 날카로운 이를 갈며 위에서 천천히 내려왔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이 싸우기 위해 밴에서 내려 사방을 막았다.

176CM 정도 키를 가진 괴물이지만 온 몸에는 단단한 근육이 박혀 있었다. 그 중에서도 다리 근육은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있었는데 과연 저 정도의 스피드가 이해가 될 정도였다.

“나를 포위한다고 해서 너희들이 살아나갈 것 같나?”

약간의 지친 음성. 인간의 언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며 지성이 그대로 남아 있는 걸로 봐선 우두머리가 확실했다.

“아쉽군. 오랜만에 마음껏 달리고 있었는데 말이야.”

녀석은 비웃듯이 말했다.

“…….”

우리는 아무 말 없이 골프채를 움켜쥐었다. 어차피 가망 없는 싸움이라면 우리가 먼저 나서는 것이 최선이었다. 놈과의 거리는 불과 다섯 발자국이었다.

“하아아!”

손에 들린 골프채를 양손으로 단단히 잡고 강하게 휘둘렀다.

텁. 하지만 내 공격은 이어지지 않았다. 골프채의 끝을 잡은 녀석은 그대로 돌려 다른 쪽으로 날려 보냈다. 나는 골프채에 이끌려 꽤 먼 거리에서 몸을 굴렀다.

“커헉.”

엄청난 고통이 온 몸을 마비시키는 것 같았다. 그대로 맨땅에 몸을 박아서인지 쉽게 일어서지 못했다. 그러나 해내야만 했다. 여기까지 살아왔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죽어버릴 수는 없었다.

퍼억. 꽤 큰 소리가 나며 준우 아저씨와 동생이 나가떨어졌다. 아저씨는 사력을 다해 골프채를 휘둘러 녀석의 어깨를 맞췄지만 별로 타격을 입은 것 같지 않았다. 녀석의 단단한 다리가 아저씨의 배를 그대로 걷어찼다.

아저씨는 나와 비슷한 거리에서 바닥을 굴렀다. 괴물은 비틀거리며 일어나려는 우리들을 가소롭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이내 나에게 다가오던 녀석은 뭔가를 발견했는지 몸을 휙 돌렸다. 조수석으로 걸어간 녀석은 문을 거칠게 열고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은혜를 들어 올렸다.

“어쩐지 맛있는 냄새가 난다 했더니 이 계집이었군. 클클클.”

“개…… 개자식아!”

할 수 있는 거라곤 소리를 지르는 것뿐이었다. '드디어 드디어..' 괴물은 전율을 이기지 못하고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곧 투명한 타액을 흘리며 가녀인 은혜의 목을 물어 뜯는데는 정말 찰나의 순간이었다. 제길…… 제길! 움직이라고 빌어먹을 몸아!

퍼억!

그때 밴의 옆에서 나타난 민정 누나가 골프채를 강하게 내리쳤다. 하지만 여자의 힘으로 큰 타격을 주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녀석은 은혜를 내려놓고 민정 누나의 목을 잡았다.

“쥐새끼를 숨기고 있었군 그래? 클클.”

“컥…… 컥.”

민정 누나는 숨을 쉬기가 어려운지 헛기침을 뱉었다.

“우선 이년부터 먹어볼까.”

괴물은 다시 민정 누나의 목을 물어뜯으려 했다. 막을 수 없었다. 오늘 우리는 여기서 다 죽게 되는 걸까.

착각이었을까. 하늘에서 꽤 큰 검은 인영이 떨어지며 녀석의 등을 그대로 가격했다. 덕분에 바닥으로 떨어진 민정 누나는 은혜를 데리고 멀리 달아나기 시작했다.

“이 놈들은 내 먹이다. 건들지 마라.”

익숙한 목소리. 이건…… 설마? 커다란 검은 인영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에게 선전포고를 하고 수많은 무리들을 이끌고 우리 집을 초토화 했던…… 기현이를 없앴던 그 우두머리였다. 일이 꼬여도 단단히 꼬였다. 우두머리가 하나도 아니고 둘이라니……!

“크…… 웃기는군. 고릴라 같은 새끼가.”

녀석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자신보다 두 배는 커 보이는 괴물 앞에서도 전혀 꿀리는 기색이 없었다. 우두머리는 가소롭다는 피식 웃었다.

“포기한다면 네 하찮은 목숨은 살려주지.”

“웃기는군. 네놈이야 말로 내 눈 앞에서 꺼진다면 목숨 하나 정도는 살려주도록 하지.”

“……해보겠다는 건가?”

녀석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민정 누나와 은혜는 우리와 멀어지고 있었다. 녀석들은 그 두 사람에겐 관심도 없는지 서로를 죽일 기세로 노려보고만 있었다. 그러나 이 몸으로 달아나기엔 무리가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나와 비슷한 처지인지 힘겹게 몸을 일으키기만 할 뿐 달아나지는 못했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를 보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폭풍전야. 괴물들은 은혜를 두고 싸우려는 것 같았다.

[이 계집에게서 맛있는 냄새가 나는군.]

두 괴물은 왜 은혜에게 집착하는 걸까.

“이기는 쪽이 그 계집을 차지하는 거다.”

우리머리는 살짝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쳇. 나 말고 계집을 노리는 녀석이 있을 줄이야.”

“아름다운 꽃에는 벌들이 끊임없이 몰려드는 법이지.”

먼저 달려든 것은 작은 괴물이었다. 전광석화. 이럴 땐 그 말이 딱 어울릴 것이다. 작은 괴물의 위력적인 돌려차기가 우두머리의 옆구리에 꽂혔다. 그러나 우두머리는 우악스러운 손으로 작은 괴물의 발목을 단단히 잡고 그대로 높이 들어 던졌다.

꽈앙!

우두머리는 잡은 발목을 놓지 않고 그대로 힘껏 패대기쳤다. 힘으로는 이길 수 없는 상대였다.

“쳇…….”

작은 괴물은 주위에 있는 가로등을 발로 찼다.

가로등은 두 세 번의 일격으로 두 동강이 났다. 녀석은 그것을 대충 부러트려 길이를 맞추고는 우두머리를 향해 돌진했다.

“캬오!”

우두머리는 작은 괴물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그 정도로 여유가 있다는 건가?

붕. 부웅.

바람을 가르는 파공성이 생상하게 들렸다. 우두머리는 매서운 공격들을 여유롭게 피해내며 때때로 날카로운 반격을 날렸다. 하지만 우두머리의 몸에도 자잘한 생채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괴물들이 필사의 전투를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만화나 영화에서 나올 법한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격투가 실시간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본능 안에서 꿈틀거리는 뭔가가 몸을 쉽게 놔주지 않았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듯 괴물들의 싸움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크아아!”

작은 괴물의 공격이 성공했는지 우두머리의 왼쪽 팔꿈치가 이상하게 접혀 있었다. 상태가 꽤 심각한지 뼈가 튀어나와있었다. 하지만 우두머리는 저 정도 부상으로 포기할 근성이 아니었다.

하지만 작은 괴물 녀석은 자아도취에 빠져 여유를 부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가로등을 막은 우두머리가 눈을 빛냈다. 오직 이 순간을 위해 지금껏 버텨온 건지도 몰랐다. 여유를 부리던 작은 괴물은 서둘러 몸을 돌리려 했지만 너무 늦었다.

“크워어!”

우두머리는 흉기처럼 돋아난 자신의 뼈를 작은 괴물의 복부에 꽂아 넣었다.

푸우욱. 듣기에도 소름이 돋는 생생한 소리에 인상이 찌푸려졌다.

“캬오오오!”

작은 괴물은 고통에 몸부림을 치며 뒤로 물러났다. 복부에 박힌 뼈는 자연스럽게 빠졌지만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승부는 순식간에 결정됐다. 이제 작은 괴물에게서는 희망이 없어 보였다.

“쿠…… 으.”

작은 괴물은 구멍이 뚫린 자신의 복부를 내려 보다 공격 태세를 갖췄다. 마지막 공격일 것이다. 우두머리 역시 상태가 좋지 않았다. 왼팔이 거의 떨어질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었다.

두 괴물은 상대를 보며 원을 그렸다. 두 녀석 모두 치명상을 입은 상태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해지는 것은 작은 괴물 쪽이었다.

사람들은 어느새 내 곁으로 모여들었다. 밴을 이용해서 탈출할 수 있을까? 아니야, 놈들이 밴을 공격한다면 우린 살아남지 못할 거야.

“젠장. 나까지 떨리잖아. 어느 놈이 살건 우린 죽을 텐데 말이야.”

준우 아저씨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누나랑 은혜는 잘 도망갔나 모르겠네…….”

동생은 아예 바닥에 주저앉았다. 버티기 힘든 모양이었다. 아저씨는 민정 누나가 사라진 곳을 가만히 응시했다.

“불쌍한 은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는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여기까지인가.. 우리들의 운은?

“하늘에서 동아줄이라도 내려줬으면…….”

준우 아저씨는 하늘을 보며 중얼거렸다.

“…….”

두 괴물은 탐색전을 끝내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휘두를 무기가 없어진 작은 괴물은 빠른 발놀림을 이용해 우두머리의 왼팔을 노렸다. 우두머리 역시 작은 괴물에게 사정거리를 주지 않았다. 그러나 작은 괴물은 날카로운 손톱을 온 몸으로 받으며 우두머리의 왼팔을 강하게 쳐냈다.

“캬오오!”

“크아아아!”

두 괴물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복부를 완전히 뚫린 작은 괴물은 고개를 힘없이 늘어트렸다. 죽은 것이었다. 우두머리는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작은 괴물을 신경질적으로 땅에 내다 꽂고 길게 포효했다.

“크워어어어어!”

승리의 포효일까. 동족을 죽였다는 안타까운 포효일까. 그것도 아니면 고통스러운 포효일까. 2미터가 훌쩍 넘는 큰 괴물의 왼손이 허전해 보였다. 길게 포효를 마친 괴물은 우리들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곧 괴물은 죽어버린 동족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

한 마리의 맹수가 따로 없었다. 지금이라도 도망쳐야했지만 저 우두머리 상대로는 그것마저도 여의치 않아 보였다.

“이제 우리 차례인가…… 쳇.”

“역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네요. 마지막 순간까지도 살고 싶어 하는 욕구가 멈추지 않아요. 하하하.”

준우 아저씨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 털썩 앉았다. 나와 아저씨도 그 옆에 나란히 앉았다. 우리들은 멍하니 앉아 점점 다가오는 괴물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물리면 저렇게 변할 수 있을까. 아니면 흉하게 침을 질질 흘리며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평범한 괴물로 변할까.

“하아…….”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죽음이라는 벽 앞에서 이렇게 무지할 줄이야. 결국 이렇게 죽는 거구나.

“크으으.”

바로 앞까지 다가온 괴물은 우리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이윽고 손톱을 길게 세운 괴물의 손이 서서히 올라갔다. 저것이 내려쳐지면 제일 먼저 죽는 것은 준우 아저씨가 된다. 그 다음은 동생…… 나. 아저씨.

“제길.”

준우 아저씨는 그렇게 말하며 눈을 감았다.

휘이잉. 날카로운 바람소리가 생생하게 들렸다. 아아. 이렇게 죽는 것일까.

푸슉.

“크아아아!”

녀석의 고통스러운 비명소리에 퍼뜩 고개를 들었다. 날카로운 화살촉 같은 것이 녀석의 옆구리에 깊게 박혀있었다.

“크으으.”

우두머리는 예상치 못한 공격에 몸을 휘청거렸다. 하지만 공격이 멈추지는 않았다. 녀석의 날카로운 손톱이 빠른 속도로 아래로 내려갔다.

“하압!”

찰나의 기지를 발휘해 준우 아저씨가 옆으로 굴렀지만 녀석의 속도가 너무 빨랐다. 곧 익숙한 파육음과 함께 준우 아저씨가 비명을 질렀다.

“크아악!”

준우 아저씨는 자리에 주저앉아 일어나지 못했다. 괴물은 씩씩거리며 화살촉을 단숨에 뽑아내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슉. 슈우욱. 연이은 두 발의 파공음이 들렸다. 이윽고 우두머리의 명치에 깊게 박힌 두 개의 화살이 눈에 들어왔다. 명사수.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는 않지만 누군가가 우리를 도와주고 있었다.

“크오오오!”

괴물은 거칠게 포효를 하며 두 개의 화살을 동시에 뽑았다.

슈욱. 슈욱. 슈우욱. 다시 공격이 이어졌다. 녀석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한 곳을 노려보았다.

“항상 재수가 좋구나. 하등한 생물주제에.”

그렇게 말한 녀석은 멀찌감치 떨어진 왼팔을 들고 빠른 속도로 멀어져가기 시작했다. 이내 완전히 사라져버린 괴물의 비릿한 냄새만이 남은 공간 우린 격한 숨을 몰아 쉬었다. 꿈만 같다. 다시 한 번 죽음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크윽.."

“아저씨..”

준우 아저씨는 거칠게 호흡을 하며 나를 천천히 올려다보았다. 그 눈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알지만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저씨는 살 수 있다고요. 포기하기에는 아직 일러요. 우리를 구해준 사람들이 아저씨도 구해줄 거예요. 조금만 참아요.

“……아저씨.”

그러나 계속 새어나오는 피가 어느새 조그만 웅덩이를 이루고 있었다. 이렇게 오래 방치하면 분명 살지 못할 것이다. 나는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낡고 허름한 건물 창가 쪽에서 두 명의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살려주세요! 여기 사람이 죽어가요!”

내 말에 두 남자는 서로를 보며 뭐라고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아니, 지금 사람이 죽어 가는데 무슨 할 얘기가 있다는 거야? 어느새 내 곁으로 다가온 아저씨와 동생은 그저 묵묵히 준우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빌어먹을! 이럴 거면 왜 구해줬어! 이 망할 놈들아!”

분노 섞인 나의 외침에 두 남자는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만두게. 저 사람들도 목숨을 걸고 우리들을 구해준거야.”

뜨거운 눈물이 흘러 내렸다. 누구보다도 착하고 우리를 위해주는 사람이었다. 이대로 죽게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그…… 그만해. 난 괜찮으니까.”

“아저씨…… 포기하지 마세요. 제발.”

준우 아저씨의 손을 꽉 잡았다. 점점 창백해져가는 준우 아저씨를 보며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그저 손만 잡아주는 것뿐이었다. 순간 준우 아저씨와 함께 했던 추억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을 훑고 지나갔다.

[난 박준우라고 해. 사는 곳은 여기 근처야. 경호 일을 맡고 있지.]

처음 4층 사무실에서 우리들을 구해준 준우 아저씨.

[오~ 내가 방해 된 건가?]

병원 앞에서 은혜와 나를 보며 음흉한 표정으로 웃음을 짓던 준우 아저씨.

“쿨럭…… 쿨럭.”

가슴이 먹먹했다.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은데 목에 뭔가가 콱 막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준우 아저씨의 손을 더욱 꽉 잡았다.

“사, 사내자식이 이정도 갖고…… 울고 그래…….”

혈색을 잃은 준우 아저씨는 나를 보며 힘겹게 미소 지었다.

“진성아, 저길 보게.”

아저씨의 말에 고개를 돌리자 아까 두 남자가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등에는 꽤 커다란 석궁을 매단 채 구급상자를 들고 있었다.

“진성아, 숱하게 겪어 와서 알지 않은가? 인간의 욕심이란 끝이 없다는 것을…….”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다시 고개를 돌려 준우 아저씨의 손을 꽉 잡았다.

“……제길. 갑자기 왜…… 이렇게 졸리지?”

준우 아저씨는 서서히 눈을 감았다. 아저씨의 한쪽 눈에서 투명한 액체가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많이 다치셨습니까?”

두 남자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우리 앞에 멈춰 섰다. 준우 아저씨의 상태가 꽤 심각하다는 걸 알았는지 표정이 어두웠다. 두 사람은 구급상자에서 헝겊과 소독약을 꺼내 준우 아저씨의 상태를 살폈다.

“아직…… 약하게 숨을 쉬고 있어. 상태가 위독해.”

준우 아저씨는 끝까지 생명의 줄을 놓지 않았다.

“그럼 그렇지. 우리를 두고 갈 아저씨가 아니야.”

“준우씨가 그 정도로 약한 사람은 아니야.”

동생과 아저씨는 두 남자의 일을 거들어주었다.

“이 사람의 혈액이 뭔지 모르겠네. 다들 혈액형이 어떻게 되세요?”

한 남자의 말에 우리 형제는 A형이라고 말했고 아저씨는 O형이라고 말했다. 남자는 잠시 고민하더니 구급상자에서 헌혈을 할 때 쓰는 기구들을 꺼내 나와 아저씨의 동맥 쪽에 주사를 놓았다.

“혹시 모르니 두 사람의 혈액을 뽑도록 하죠.”

우린 말없이 끄덕이며 준우 아저씨의 치료과정을 지켜봤다. 검은 등산복이 완전히 붉게 물들어 있었다. 두 남자는 등산복을 거침없이 잘라내고 그 안에 있는 티까지 잘라냈다.

“다행히 척추는 다치지 않았어.”

잘만 치료를 한다면 걷고 서는데는 지장이 없을 것 같았다. 남자는 구급상자에서 소독약을 꺼내 베인 부분에 쏟아 부었다. 그 고통이 엄청났는지 혼절한 준우 아저씨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어느 정도 소독이 된 것을 확인한 남자는 깊게 베인 부분을 꿰매기 시작했다. 다른 남자도 마찬가지로 허리 옆 부분을 꿰매기 시작했다.

한 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풍부한 경험에서 비롯된 실력이었다. 두 남자는 최선을 다해 준우 아저씨를 치료했고, 우리는 초조한 심정으로 그것을 지켜보았다. 5분도 되지 않아 봉합을 모두 마친 두 남자는 혈액 팩을 들고 준우 아저씨에게 투여하기 시작했다.

“이 혈액이 맞기를 기도나 하십시오.”

그 말을 한 남자는 준우 아저씨의 상태를 지켜보기 위해 편하게 앉았다. 남은 남자는 동생과 함께 구급상자를 정리하고 우리에게 다가왔다. 갈색 피부와 탄탄한 근육. 약간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30대 정도의 남자였다.

“정말……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아저씨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닙니다. 덕분에 돈 주고도 못할 구경을 했어요.”

남자는 손을 내저으며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아깐 욕해서 정말 죄송했습니다. 너무 흥분해서…….”

생명의 은인에게 빌어먹을 놈이라고 한 것이 뼈저리게 후회가 됐다. 하지만 남자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가볍게 웃어 넘겼다.

“하하하. 아니에요. 그 상황에서 동료가 다쳤는데 안 그러고 배기겠어요? 이해합니다.”

“김 대위님. 일단 자리를 옮겨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겠군.”

대위? 두 사람의 행색은 영락없는 일반 아저씨인데…… 군인이었던가? 아저씨는 초라하게 서있는 밴을 가리켰다.

“괜찮으시다면 저희 밴을 이용하시는 게…….”

“아, 감사합니다. 이 소위. 밴으로 환자를 옮기지. 여러분들은 여기 구급상자를 챙겨주시기 바랍니다.”

구급상자를 건네준 김 대위는 이 소위와 함께 준우 아저씨를 들어 밴에 옮겼다. 우리는 구급상자를 잘 품고 각자 자리에 앉았다.

“제가 운전하죠.”

김 대위에 말에 아저씨는 선뜻 운전대를 넘겨주고 조수석에 앉았다. 우리들은 뒤에 앉아 천천히 출발하는 밴에 몸을 맡겼다.

우우웅-

김 대위는 천천히 밴을 몰았다. 우린 멍하니 앉아 창밖의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토록 무기력한 적도 없었을 거다. 정말 이런 곳에서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부우웅. 밴은 5분도 되지 않아 처음 김 대위와 이 소위가 우리에게 지원 사격을 해준 낡고 허름한 건물에 도착했다. 김 대위와 이 소위는 조심스럽게 준우 아저씨를 들어 2층으로 올라갔다.

1층에 있는 사무실이 눈에 들어왔다. 다시 계단을 올라가니 김 대위와 이 소위가 문 앞에서 약간 물러나 있었다.

“당구장……?”

당구장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는 큐대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여기서 뭐하려는 거지?

“당구대가 넓어서 침실 대용으로 쓰고 있습니다. 남는 게 당구대이니까요. 여러분들도 충분히 쉴 수 있을 겁니다.”

김 대위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주저 없이 당구장의 출입구를 열었다. 역시……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거라곤 초라하게 자리 잡은 여러 개의 당구대와 아무렇게나 어질러 놓은 큐대뿐이었다. 거기서 정말 여러 밤을 보냈는지 꽤 많은 모포가 한 당구대 위에 아무렇게나 접혀 있었다. 김 대위와 이 소위는 가장 가까운 당구대 위에 준우 아저씨를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모포를 덮어 주었다. 이 소위는 혈액 팩이 잘 공급할 수 있도록 준우 아저씨 곁에서 가만히 서 있었고, 김 대위는 식은땀을 대강 훔치며 우리를 바라보았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닙니다. 저희야말로…… 어찌 감사의 인사를 해야 할지.”

모두가 같은 심정이었다. 두 사람이 아니었다면 이미 죽은 목숨이었다. 김 대위는 멋쩍은 듯 웃음을 흘리며 아이스티를 가져와 한잔씩 따라주었다.

“……고맙습니다.”

김 대위가 건넨 아이스티를 들이켰다. 시원하고 달달한 맛이 혀를 마비시키는 것 같았다. 뇌가 조금 트이는 요상한 기분이다.

“궁금한 것이 많겠죠.”

“예. 군인입니까?”

아저씨 말에 김 대위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다가 군인 두 분이 여기까지…….”

김 대위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고는 우리는 소파로 안내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밀사항이랄 것도 없겠지요. 예. 여러분들이 보시는 바와 같이 괴물들이 판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것을 저지하기 위해 우리 같은 군인들이 곳곳에 배치되었지요. 처음엔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위에서 말하길 그냥 커다란 야수라고만 했거든요. 근데 막상 보니까 얘기와는 전혀 딴판이더군요.”

“이상하군요. 두 분이서 어떻게 버티는 건지 이해가 안갑니다. 게다가 괴물들이 활동한 것은 5년 전입니다. 당신들은 5년 전부터 활동을 해왔다는 겁니까?”

아저씨는 이의를 제시했다. 그러자 김 대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정곡을 찔린 모양이었다.

“어떻게 아셨죠? 5년 전에도 녀석들의 활동이 있었다는 것을?”

“……당시 국립과학기술원에서 연구하는 연구원이었소. 괴물에 대한 연구를 맡았었지.”

아저씨가 덤덤히 말하자 김 대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셨군요. 후우…… 5년 전엔 전 소위에 불과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풋내기였죠. 당시 엘리트들만 모인다는 곳에 지원했습니다. 뿌듯했죠. 이 작은 몸으로 국가에 도움이 될 만한 일들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하지만 5년 전…… 제가 본 것은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괴물이었죠.”

김 대위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많이 답답한 모양이었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5년 전에 저도 연구소에서 활동하고 있었으니까요. 꽤 빈번히 사고가 일어났었죠?”

“……예. 죽을 고비를 정말 수도 없이 넘겼습니다. 매번 일을 처리 할 때 마다 느끼는 거지만…… 정부의 개입은 정말 소름이 돋더군요.”

김 대위는 힘없이 웃으며 말했다.

“외부와의 매체를 완전히 끊었겠죠.”

“예. 괴물들을 저지하는 와중에 제가 왜 이런 곳에서 일을 하고 있는지 회의감이 들더군요. 평범한 사람들은 우리들의 존재를 알지도 못하는데 말이죠. 거기서 큰 결심을 했습니다. 사람들에게 알리자고…… 근데 그것이 영 쉽지만은 않더군요.”

“외부와 단절시키는 것이 그들의 특기라면 특기지요.”

“맞습니다. 하아…… 이미 지난 얘기 해봤자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아까 얘기를 이어서 해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소파에 편히 앉아 김 대위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물론 처음부터 단 둘이서 여기를 지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나의 소대 단위로 여러 지역별로 파견이 되었죠. 적게는 15명에서 많게는 20명까지…… K-2보다 훨씬 상회하는 신형 소총을 지급받으며 파견 되었습니다만 기쁘지 않았습니다. 괴물들의 실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죠. 당시 저희 소대는 경험이 전무한 병사들이 많았습니다. 3~4명을 제외하고는 괴물의 정체조차 모르는 병사들이 대부분이었죠. 소대원들에게 충분한 브리핑을 해줬어야 하는 건데…….”

김 대위의 안색이 어두웠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었다.

“다 죽었군요?”

동생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렇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우리가 죽인 거죠. 괴물로 변하기 전이니까요. 여기에 온지는 이제 일주일이 되었습니다. 그동안은 주둔지에서 훈련을 받고 있었죠.”

헌혈이 끝났는지 이 소위도 이쪽으로 걸어와 김 대위 옆에 앉았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외모와 듬성듬성한 수염이 그간에 고생을 말해주었다.

“남은 인원이라고는 우리 둘 뿐이니…….”

“아무런 지식이 없어도 고도의 훈련을 받았을 텐데…… 우두머리라도 만난 겁니까?”

“그런 녀석들을 우두머리라고 하는군요. 하지만 우리 소대원들은 그런 놈에게 당한 게 아닙니다.”

“……그러면?”

“방심해서 당한 것이죠. 낮에는 녀석들이 취약해지는 시각입니다. 확실히요. 하지만 밤에 녀석들의 특성을 모른 채 무작정 나갔다가 당한 소대원들이 엄청납니다. 게다가 감염이 된 소대원이 이쪽으로 오는 일이 생기는 바람에 또 여러 명의 소대원들을 잃어버리기도 했죠. 적이긴 하지만 같이 목숨을 건 동기가 막상 눈앞에 오자 병신처럼 머뭇거리더군요.”

당시의 상황이 머릿속에 재연됐다. 감염 된 채 주둔지로 돌아온 군인. 하지만 감염이 된 군인을 동기로 인식한 나머지 쉽게 공격하지 못했고, 감염이 된 군인은 닥치는 대로 학살했을 것이다. 물론 김 대위와 이 소위의 손에 최후를 맞이하기는 했지만 둘의 상황이 나아지지 않은 것 같다.

“현재로서는 다른 군인들과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이겠군요.”

“예…….”

김 대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P99B가 있긴 하지만 전파가 터지지 않아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흐음. 군 무전기는 제한이 없을 줄 알았는데…….”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몇 번이나 만져보고 다시 껐다 켜보기도 하고, 선을 다시 꼽아도 봤지만 되지 않더군요.”

모두가 무거운 한숨을 내쉴때 불현듯 기현이와의 통신이 이어졌던게 생각났다. 그래! 20시. 20시에는 스마트폰이 일시적으로 통신이 되긴 했잖아? 어쩌면 무전기도 똑같이 작동할지도 몰라.

“아저씨. 20시에 통신이 일시적으로 풀리긴 하잖아요.”

“맞아! 정신이 없어서 까먹고 있었네. 20시에는 잠시나마 제재가 약해지는 것 같아요.”

동생은 손뼉을 치며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반신반의한 표정을 지은 이 소위는 한쪽 구석에 있는 커다란 무전기를 가져왔다.

“20시라…….”

이 소위는 안테나를 길게 뽑으며 중얼거렸다.

“은혜…….”

그때 아저씨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잊고 있었다. 워낙 정신이 없던 순간이라 민정 누나와 은혜가 사라진 것을 잊고 있었다. 어쩌지…… 아무리 은혜가 괴물을 탐지하는 능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둘은 연약한 여자였다. 민정 누나가 은혜를 지켜줄 수 있을까.

“일행이 있었습니까?”

김 대위가 아저씨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있습니다. 제 딸과 어느 아가씨에요. 우두머리의 습격을 받고 도망갔소.”

김 대위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해가 저물어가는 시각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대로 나간다면 죽도 밥도 안 된다. 은혜와 민정 누나가 걱정되기는 하지만 빌어먹을 시간이 우리를 도와주지 않는다.

“침착하십시오. 아시다시피 지금 나가는 것은 무리입니다. 내일 아침이 밝으면 나가는 걸로 하죠.”

김 대위는 단호하게 말했다.

“…….”

아저씨의 표정이 창백해져갔다. 김 대위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저씨의 양 어깨를 단단히 움켜쥐었다.

“당신의 딸이 얼마나 소중한지 압니다. 하지만 지금 나가는 것은 목숨을 버리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밖에서 지내온 당신들이라면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예. 감사합니다.”

아저씨는 이를 악 문채 한숨을 쉬었다.

그런 두 사람을 가만히 보던 이 소위는 뭔가 생각났는지 카운터 옆에 있는 캐비닛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병원 탈의실에 있는 캐비닛의 반 정도 크기였다. 이 소위는 캐비닛의 문을 열고 석궁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녀석들이 소리에 민감하다는 것을 고려해볼 때 석궁이 가장 최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화살이 한정적이고 다시 회수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소음이 거의 없어서 밤에도 안정적인 공격을 할 수가 있죠.”

우린 말 없이 석궁을 받아들였다. 석궁의 무게가 꽤 나갔다. 생명을 없애는 무게가 바로 이런 것일까. 이 소위는 등에 매는 화살통과 수십 개의 화살을 우리에게 나누어주었다.

“조준과 발사는 저기서 연습하시기 바랍니다.”

이 소위는 한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고개를 돌리자 모포를 돌돌 말아 화살과녁처럼 만든 것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말없이 석궁을 들고 이 소위가 가리킨 곳으로 걸어갔다. 손을 뻗어 화살을 장전하려는 예비 동작이 생각보다 힘들었다.

“그래가지고 제대로 쏘기는 하겠냐.”

여유롭게 장전을 마친 동생이 나를 보며 혀를 찼다. 저 자식은 못하는 것이 없군. 이거 정말…… 무게도 만만치 않아.

“천천히 해. 뭐든지 쉽게 되는 일은 없으니까.”

어느새 장전을 마친 아저씨는 목표물을 향해 조준을 한 뒤 망설임 없이 석궁을 쐈다.

핑. 화살은 맑은 소리와 함께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푸욱.

화살은 모포더미 정 가운데에 꽂혔다. 과연…… 오랫동안 수련을 해온 사람은 다르구나. 나와 동생은 이 소위의 도움을 받으며 석궁의 요령을 익혀가기 시작했다. 반동이 있는 권총과는 다르게 석궁은 꽤 쉬운 편이었다. 물론 조준을 잘 했을 때의 얘기지만.

“이 정도로 하죠. 이제 해가 지고 있습니다.”

이 소위는 당구장의 문을 걸어 잠그기 시작했다. 우리들은 땅에 떨어지거나 모포에 박힌 화살들을 모조리 회수하고 창 하나를 맡으며 석궁을 만지작거렸다. 빨리 오늘 밤이 지나길 바랐다. 조금만 기다려줘 민정 누나. 그리고 은혜야.

휘이잉-

30분도 되지 않아 거리가 어두워졌다.

“…….”

눈에 띄는 움직임은 없었지만 방심할 순 없었다. 우리는 각자 적당한 자리에 서서 밖을 감시하기 시작했다.

“담배는 피우지 말아주십시오. 밤에는 작은 불빛도 잘 보이니까요.”

김 대위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소위는 전투식량 중에 하나인 파운드케이크를 전자레인지에 대우고 있었다. 케이크를 보자 어렴풋이 군 생활이 생각났다. 처음 신형 전투식량을 받아 파운드케이크를 맛있게 먹었던 날이 떠올랐다.

평소에는 상상만 해도 짜증났던 일들이 지금은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런 일들도 그저 하나의 추억으로 남을 수 있을까. 괜찮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을까.

“뭔 생각을 그렇게 해?”

동생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냥…….”

“그 때…… 아빠 말대로 밖에 나가지 않았더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겠지?”

“무슨 말이야?”

“그냥 빨리 죽어버렸다면 이렇게 고생하지도 않았을 거 아니야.”

“……죽는 다는 말 함부로 쓰는 거 아니다.”

“…….”

다시 무거운 침묵이 가라앉았다.

“진성이 말대로야. 진우야, 죽는다는 말은 쓰지 말자. 어른의 참견이 아니라 자네보다 인생을 오래 살아온 내가 느끼는 대로 말해주는거야. 지금은 밖에서 고생하고 있을 은혜와 민정씨를 걱정하자고.”

우리 얘기를 들었는지 아저씨가 작게 속삭였다.

동생은 말없이 현을 튕기며 창밖을 응시하기만 했다. 아저씨는 말없이 웃으며 동생의 어깨를 툭툭 쳐주고는 이 소위에게 다가갔다.

“이거 참 오랜만에 보는군요.”

아저씨는 케이크를 보며 작게 웃었다.

“하하. 그렇습니까?”

이 소위도 아저씨의 반응이 싫지는 않은지 호의적으로 대했다.

“매일 이걸로 버티신 겁니까?”

“낮에는 밥으로 끼니를 때우고 저녁은 케이크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보기에는 이래도 냄새가 거의 나지 않고 우유와 같이 먹으면 꽤 든든하거든요.”

“어휴. 이 빵 쪼가리로 저녁을…….”

“어쩔 수 없죠. 자, 다 됐습니다. 다들 이리로 오십시오.”

이 소위의 말에 우리는 선뜻 움직이지 못했다. 지금 우리가 자리를 비운다면 누가 망을 본다는 거지? 아, 교대식으로 한다는 건가?

“괜찮습니다. 아직 녀석들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간은 아니니까요.”

이 소위는 생각을 읽었는지 손짓을 하며 말했다.

이곳에서 오래 생활을 해온 이 소위의 말이라면 충분히 신빙성이 있었다. 우리는 군말 없이 전자레인지 근처에 서서 케이크를 하나씩 들고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이 소위는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컵에 따라주었다.

“여기에 얼마큼의 식량이 있소?”

“여러분이 다 있다고 쳐도 한 달은 너끈히 버틸 겁니다. 물론 매일 같은 식단을 먹어야만 하겠지만요.”

김 대위는 우물거리며 말했다.

“한 달…….”

아저씨는 그 말만 중얼거리며 창가 쪽으로 걸어갔다. 남은 우리들은 묵묵히 케이크와 우유를 삼켰다. 생각보다 케이크의 크기가 커서 먹는데 시간이 걸렸다. 씹히지도 않거니와 목에 잘 넘어가지도 않았다.

입안 가득 텁텁함에 침까지 말라가는 것 같다. 마치 우리의 상황을 대변하기라도 하듯이..

“대충 먹었으면 정리하고 불침번을 정하도록 하죠.”

김 대위는 우리들을 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21시부터 불침번을 서도록 하죠. 처음 불침번은 진성이라고 했나? 자네가 해주고. 그 다음은 진우, 그 다음은…….”

“편하게 아저씨라고 부르십시오.”

“예. 그 다음은 아저씨께서 맡아주시고 그 다음은 이 소위. 제가 마지막으로 서도록 하겠습니다. 1시간 30분씩 서도록 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잠이 오지 않을 수도 있으나 체력을 보충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 모포를 깔고 누워계십시오.”

우리는 당구대 위에 올라가 모포를 깔고 누웠다. 이 소위가 모포를 나눠주며 한명씩 덮어주었다. 생긴 것과는 다르게 자상한 사람이었다.

“지금이 19시 30분이니까…… 아, 20시에 통신이 된다고 했었죠?”

김 대위의 말에 동시에 자리에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한 곳에 서 있는 커다란 무전기를 바라보았다. 다른 군인들과 연락이 된다면 이 상황을 해쳐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앞으로 30분 정도 남았다.

“30분 정도 기다릴게요. 통신이 되나 보게.”

“그러겠나?”

내 말에 모두 동의를 표하며 다시 소파에 앉았다. 밖은 여전히 고요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창밖을 보았지만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우리는 그동안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앞으로의 일들이나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들을 토론하면서 계획을 세웠다.

열띤 대화를 하다 보니 어느새 20시가 되어 있었다. 이 소위는 긴장한 표정으로 무전기를 이리저리 만지며 [On] 스위치를 눌렀다. 무전기에 달린 전화기 같은 것을 빼내고 잠시 신호를 기다렸다. 하지만 들리는 거라고는 바깥에서 부는 바람소리가 전부였다.

“…….”

이 소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채 전화기를 내려 놓았다.

치지직.

그때 거짓말처럼 무전기에서 신호가 잡히는 소리가 들렸다. 화들짝 놀란 이 소위는 전화기를 붙잡고 흥분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여기는 브라보 소대. 여기는 브라보 소대. 들리는가?]

치직. 치지직. 신호가 제대로 잡히지 않은 탓일까. 이 소위는 무전기의 안테나를 창가 쪽으로 약간 빼고 다시 전화기를 들었다.

[여기는 브라보 소대. 여기는 브라보 소대. 응답하라.]

[……기는 ……소대 ……는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이 소위는 같은 말을 반복했고 1분 정도가 지난 끝에 상대의 목소리가 선명히 들리기 시작했다.

[여기는 차리 소대. 통신 상태 양호하다.]

[여기는 브라보 소대. 현 생존 인원이 어떻게 되는지?]

[여기는 차리 소대. 현 생존 인원 5명. 5명이라고 통보함.]

[여기는 브라보 소대 현 생존 인원 2명이라고 통보하고 민간인 4명과 함께 있음.]

[현 위치가 어떻게 되는지?]

[현 위치 오산이라고 알림.]

[차리 소대 위치. 세류라고 알림.]

그들의 무전이 이어질 동안 시간이 점차 지나가고 있었다. 1분도 남지 않은 시간이었다. 나는 열심히 무전을 하며 정보를 나누고 있는 이 소위에게 말했다.

“1분 남았어요. 그러면 통신이 끊겨요.”

이 소위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곧 통신이 두절될 것이라고 알림.]

[양호. 내일 연락을 기다리겠음.]

치지직. 그렇게 교신이 끝났다. 김 대위와 이 소위는 살았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세류라면…… 여기서 올라가야 하지 않소? 합류 하려면 아침 일찍 떠나야 할 것 같은데…….”

“아저씨 따님은 어쩌시려고요. 내일 다시 교신하기로 했으니 그 때 보고…… 일단은 통신이 된다는 시각을 알아냈다는 것에 만족하죠.”

이 소위는 다시 무전기의 [Off] 키를 누르고 안테나를 접었다. 아직 남은 생존자들이 있었다. 그들 모두 괴물에게 대항할 수 있는 무기들을 갖고 있었다. 모두가 하나로 뭉친다면 부산까지 가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 같았다. 문제는 민정 누나와 은혜인데…….

“21시부터 정상적으로 불침번을 서도록 할 테니 각자 자리에 누워서 쉬도록 하십시오.”

모두 잠자리에 들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나는 소파에 앉아 화살을 다시 한 번 점검했다. 어차피 첫 번째로 서기 때문에 지금 자봤자 도움도 안 될 것 같았다.

모두 당구대 위에 누워 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오늘 하루가 꽤 고단했기 때문인지 모두 10분도 안 돼 잠에 빠졌다. 곧 조그맣게 코고는 소리와 커다랗게 숨을 내쉬는 소리가 당구장 안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철컥.

석궁에 화살을 장전시키고 창문 쪽으로 걸어갔다.

휘오오-

창문 밖을 내다보니 활동을 시작하는 녀석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보자 나도 모르게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고개를 들어 눈앞에 있는 수많은 건물들을 훑어보았다. 저 곳에도 생존자가 있을까…….

“…….”

다시 거리를 내려다보며 녀석들의 행동을 살폈다. 어느새 수많은 녀석들이 나와 먹이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

“후우…….”

문득 지하철에서 기독교 신자가 하던 말이 생각났다.

[곧 천벌이 내릴 겁니다! 세상이 열리는 날이 올 겁니다! 여러분 모두 그 날을 즐겁게 맞이하여야 합니다. 하느님은 여러분에게 기회를 줬습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곧 천벌이 내릴 겁니다! 피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천벌이 내릴 겁니다!]

워낙 진지한 표정과 태도에 승객들 다수가 꽤 겁에 질렸었다. 난 무교였기 때문에 그 신자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었지만,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던 것 같다.

[피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천벌이 내릴 겁니다!]

어찌되었건 간에 우리들은 살아남아야만 한다. 살아남아서, 은혜와 민정 누나를 데리고 제주도까지 간 다음 아빠와 만나는 것. 그것이 내 최종 목표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 빌어먹을 녀석들을 없애야만 했다.

휘이잉.

싸늘한 바람에 몸이 떨렸다. 무거운 눈꺼풀이 떠지자 사방이 어두웠다.

“헉.”

그제야 내가 잠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언제 정신을 놓은 거지? 두려운 마음에 당구장 안을 둘러보았다. 다행히 일행들 말고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다급한 마음에 시계를 보니 다행히 많이 지나지 않아 있었다.

“후우…….”

거리에는 여전히 괴물 놈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기지개를 펴고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다 문득 움직임이 없는 녀석에게 눈이 갔다. 이 건물과 꽤 멀리 떨어진 곳에서 멍하니 하늘만 올려다보는 녀석. 무슨 생각이라도 하는 것일까.

“…….”

쓸데없는 호기심 때문인지 나는 녀석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하늘에 뭐가 있길 래 저러는 거지. 깜깜한 하늘은 환한 달빛을 제외하고는 작은 별 하나조차 보이지 않았다.

녀석에게서 시선을 뗀 나는 다른 곳을 둘러보았다. 반복되는 행동만 이어질 뿐 특별한 행동을 하진 않았다.

“크으…….”

작은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나는 곳은 바로 아래쪽이었다. 나는 두려움과 긴장감을 최대한 억누르고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

아까 보았던 그 녀석이 아래에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빨갛게 물들인 눈이 광기로 번뜩였다. 망설이면 안 돼. 내 손에 다른 사람들의 목숨이 걸려 있어. 석궁을 들어 녀석의 머리 에 천천히 겨누었다.

“크으…… 도와줘.”

멈칫. 석궁 방아쇠를 당기는 손이 멈칫했다. 저런 말에 속아서는 안 돼. 나와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는 괴물이야. 나는 망설임 없이 방아쇠에 손을 가져갔다.

“……도, 도와줘. 크으.”

피잉. 푹 소리와 함께 녀석의 이마 중앙에 화살이 꽂혔다. 생각보다 잘 맞아서 스스로도 놀랐다. 만약 총이었다면 그 소음에 모든 괴물들이 몰렸겠지만 석궁의 작은 소음 덕분에 다른 괴물들은 눈치 채지 못했다.

“위험했어.”

문득 움직이지 않는 녀석을 보며 의구심이 들었다. 나를 어떻게 발견한 거지? 잠깐의 틈이라도 보인건가? 냄새를 맡은 건가?

“후우.”

다시 한숨을 쉬며 주위를 경계했다. 거리를 활보하던 녀석들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뭐지?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눈치 챈 건가. 나는 창문 옆에 달린 검은 색 커튼으로 몸을 가리고 눈만 내놓았다. 만약을 대비해 자고 있는 사람들을 깨워야 했다.

“흐으…… 흐으.”

“크으.”

식은땀이 흘렀다. 만약 저 정도의 규모가 들이닥친다면 우리는 당해낼 수 없을 것이다. 들고 있는 석궁을 더욱 꽉 쥐었다. 제발 돌아가기만을 바라면서…….

으적. 으적.

다행이었다. 녀석들은 이 건물에 관심도 없었다. 녀석들이 관심이 있는 건 오직 죽어버린 자신의 동료였다. 그동안 많이 굶주렸는지 시체를 허겁지겁 먹는 괴물들을 보자 속이 매스꺼워졌다. 나도 물리면 저렇게 변하는걸가.

픽.

그 중 한 녀석이 시체의 이마에서 뽑아낸 화살을 손에 꽉 쥐었다.

“크아아!”

녀석은 다른 동료의 이마에 화살을 찔러 넣었다. 그리고는 몸을 들썩이며 살려고 발악하는 동료의 목을 거칠게 물어뜯었다. 이런 식으로 허기를 때웠던 건가? 창민 아저씨가 있던 병원에서 없어진 그 괴물의 시체도…… 그렇군. 대충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으적. 으적. 으적.

녀석들은 동료의 시체로 허기를 달래기 시작했다. 별로 좋은 광경이 아니었지만 눈을 뗄 수는 없었다. 좋든 싫든 녀석들을 감시 해야만 했다.

10분 만에 두 녀석이 싸늘한 주검으로 되어 버렸다.

“크으.”

화살을 가진 녀석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허기를 채우기 위해 사냥감을 물색하는 것이었다. 이윽고 녀석은 괴성을 지르며 두 녀석의 이마를 꿰뚫었다.

푸슉. 푸슉. 아까보다 빠른 속도로 식사를 마친 녀석은 또 다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크어어!”

그 중 한 녀석이 화살을 든 녀석과 눈이 마주치자 서서히 뒷걸음을 쳤다. 그제야 살고자 하는 욕망이 생긴 것 같았다. 괴물들은 둘의 대치 상태를 멍하니 보기만 할 뿐 나서지 않았다. 화살을 쥔 녀석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다. 근데 왜 변신을 하지 않는 거지?

“크으으으.”

궁지에 몰린 녀석은 서서히 뒤로 물러났다. 제길. 낭패다. 우려했던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녀석은 머뭇거림 없이 우리가 있는 건물로 들어왔고, 화살을 쥔 녀석도 이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탁. 탁. 탁. 탁.

느리지만 정확한 소리가 들렸다. 나는 황급히 커튼을 치고 자고 있는 사람들을 조용하게 깨웠다. 피곤한 기색인 아저씨와 동생과는 다르게 김 대위와 이 소위는 일어나자마자 석궁부터 챙겼다. 이런 경험이 꽤 많은 것 같았다.

“녀석이 오고 있죠?”

이 소위는 화살을 장전시키며 물었다.

“네. 근데 그게 참……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지금은 다 설명할 시간이 없었다. 우리는 화살을 단단히 장전시키고 당구대를 조용히 끌어 입구 쪽을 막기 시작했다.

탁. 탁. 탁. 천천히 올라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제발 2층만은 지나가야 할 텐데.

꿀꺽.

침을 삼키는 작은 소리가 고요한 당구장을 가득 매웠다. 우리는 말없이 석궁을 만지작거렸다. 저 문이 열리는 순간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겨야만 했다.

“흐으…….”

녀석의 실루엣이 어렴풋이 보였다. 우리가 있다는 걸 눈치 챘을까. 녀석은 입구 쪽에 가만히 서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