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밖에 나가지 마시오 part.4
“야! 개자식아!”
나의 외침에 기현이가 돌아보았다. 늠름한 모습으로 나를 쳐다보던 눈빛이 아닌 한없이 약하고 약한 모습이었다. 학창시절 나를 도와주던 녀석과 나의 모습이 왜 떠오르는 걸까. 순간 충동을 이기지 못해 단숨에 기현이 쪽으로 달려갔다.
기현이는 곧 놀란 표정을 짓더니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진성아.."
“살아 있어야 돼!”
“……”
"살아있어라.."
기현이는 힘없이 웃고는 답했다.
"진성아.. 네가 알고 있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변해도 넌 절대 흔들리지 마."
기현이는 영문 모를 소릴 해댔다. 하지만 그건 내게 중요치 않았다.
"무슨 소리야 임마. 지금 네 몸 걱정이나 해."
"그래. 다음에 보자."
그렇게 말한 기현이는 걸어가기 시작했다. 난 그 자리에 서서 점차 멀어져가는 기현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가슴이 먹먹하고 답답해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진 기현이의 잔상을 눈에 담으며 몸을 돌린다.
“……허억!”
꿈을 꿨다. 꿈에서 뭔가를 도륙하고 있었는데 아마 괴물이었던 것 같다.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는 녀석의 목을 사정없이 갈라버렸다. 도망가는 녀석을 끝까지 쫓아가 머리를 반으로 쪼개고…… 쾌감을 느끼며 크게 웃었다. 그 웃음소리는 내 것이 아닌 괴물과 비슷했다. 그리고 점차 세상이 어두워지고 뭔가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꿈에서 깨어났다.
“후우…….”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오니 고요했다. 조심스럽게 움직여 동생 방문을 열어보니 쥐죽은 듯 잠들어 있는 동생의 모습이 보였다. 은혜 역시 세상모르게 자고 있었고, 아저씨들은 정원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어느새 보름달이 환하게 떠있었다. 나는 현관문을 열고 아저씨들에게 다가갔다.
“정신이 드나?”
“……네.”
“고생했어. 필래?”
“감사합니다.”
준우 아저씨에게 담배를 받아 물고 깊게 한 모금 빨았다. 폐에 가득 차는 연기를 그대로 삼켰다.
“꿈이…… 아니었네요.”
“……”
“이젠 기현이라고 부르지 못하겠죠?”
“자네 친구에게 총구를 겨눈 건 미안하네.”
“……아뇨. 이젠 친구가 아니에요.”
우리 셋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보름달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틀…… 삼일사이에 너무 많은 일들이 지나갔다. 맨 정신으로는 도저히 버티기 힘든……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참. 진성아 20시에 통신이 된다고 했지?”
“……네.”
준우 아저씨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형님, 집에 통화 안하셔도 됩니까?”
“됐어. 알아서 잘 살고 있겠지. 외국이잖아.”
아저씨는 손을 내저었다. 준우 아저씨는 아저씨에게 두 번 권하지 않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르. 뚜르르르. 신호음이 크게 들릴 정도였다. 1분여 동안 신호음이 울린 끝에 누군가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준우 아저씨는 작게 입술을 떨었다.
[……여보?]
[……당신이야?]
[다친 데는 없고? 괜찮아?]
[응. 별일 없어.]
[예한이는…… 잘 있고?]
준우 아저씨의 눈이 촉촉해졌다. 금방이라도 울 듯한 표정이었지만 그러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아니. 배고파서…….]
[어?]
[배고파서 먹어버렸는데? 하도 울어대서 말이야.]
[……뭐?]
[그보다 당신 어디야? 빨리 들어와. 나 배고파.]
준우 아저씨는 손을 격하게 떨었다. 더 이상 놔두면 큰일 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아저씨는 전화를 빼앗아 강제적으로 통화종료를 눌렀다. 준우 아저씨는 세상을 다 잃은 듯한 표정으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소리 없이 흐느꼈다.
“정말 세상이 더럽게 굴러가고 있어.”
준우 아저씨의 말이 너무 와 닿아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인간은 자기가 보려고 하는 진실만을 보려고 한다지. 하지만 이 빌어먹을 세상에는 그런 게 허용되지 않아. 어제 같이 지냈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변해버리고, 그동안 알아왔던 사람이 더 이상 내가 아는 존재가 아닌걸 알았을 때 그걸 과연 감당해낼 수 있을까?”
“…….”
아저씨는 준우 아저씨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사실 준우씨가 전화를 할 때 말리고 싶었어. 내가 거절을 한 이유도 그거야. 난 지독한 현실을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건지도 몰라. 이런 개 같은 상황에서 가족마저 잃어버린다면 삶의 이유 또한 잃게 되겠지. 준우씨에 비하면 나는 겁쟁이야. 사실 준우씨도 알고 있었잖아?”
“끄윽. 끅. 끅.”
준우 아저씨는 애처롭게 몸을 떨었다. 그러나 난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었다. 이런 세상에서 개인의 문제는 개인이 극복해내야만 했다. 나 또한 기현이를 보내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다짐해야 했다. 다음에 만나면 죽여야 할 대상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아저씨…….”
“응?”
“어쩌면…… 사람들이 괴물일지도 몰라요.”
“…….“
“생각해 보니 사람보다 잔인한 것은 없더라고요. 아무렇지도 않게 동물들을 사육하고 그것을 식용으로 삼고 눈앞에 아른거리는 허영을 쫓다가 살인을 하고 도박을 하고…… 그런 우리들을 벌하기 위해 괴물들이 나타난 걸지도 몰라요.”
“하지만 너는 죽기를 바라지 않잖나? 그 논리라면 마땅히 벌을 받고 죽어야 하는 것 아닌가?”
“……맞아요. 그래서 더 제 자신이 싫어요. 사람들을 비하하면서 정작 나 자신은 살고 싶어서 버둥거리며 살아가는…… 정말 재수 없을 정도로 이기적이에요.”
그때 현관문이 열리더니 은혜가 눈을 비비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준우 아저씨도 조금 진정이 됐는지 아예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나쁜 사람…….”
은혜는 아저씨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뭐라고 은혜야?”
아저씨는 은혜와 눈을 맞추며 다시 한 번 물었다.
“와…… 나쁜 사람.”
은혜는 철문 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 셋은 은혜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가로등이 환하게 비춘 탓에 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1분 정도 지났을까 어두운 골목에서 뭔가가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착각이길 바라며 실눈을 뜨고 가만히 바라보았다.
어두운 실루엣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급박한 상황 속에서 단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그 사람. 나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던 그 사람이었다.
“무사…… 했구나.”
“아…….”
아빠다. 마지막 모습과 그대로 검은 양복을 입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철문을 열어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다.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는 건…… 더 이상 인간이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누구지?”
아저씨는 나를 보며 물었다.
“제 아빠예요.”
나는 철문 앞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
“안심하세요. 문을 열지는 않을 거니까.”
아빠는 철문 사이로 손을 넣고 꽉 쥐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걸까. 이 사실을 동생에게도 알려야 하는 걸까.
“……아빠도 괴물이야?”
“그런 거 아니야.”
“거짓말 하지 마! 빌어먹을…… 그런 식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간 줄 알아?”
“진성아…… 제발 내 말 좀 들으렴. 시간이 얼마 없어.”
“…….”
아빠는 무거운 한숨을 쉬고는 숨을 골랐다.
“일단 난 괴물이 아니야. 믿고 안 믿고는 네 자유다. 엄마는 잘 있어. 걱정하지 말고…… 내가 걱정 되는 건 너야. 내가 절대 다른 사람들을 믿지 말라고 했잖니. 집에서 나가지도 말라고 그렇게 당부 했거늘…….”
아빠의 표정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그 정도로 내가 한 행동이 잘못 되었다는 건가? 아냐. 이 사람들 덕분에 내가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어.
“이 사람들은 좋은 사람들이야. 내 목숨도 구해줬어.”
“……그런 문제가 아니야. 되도록이면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라. 생존자들이 제주도로 모여들고 있어. 일단 부산까지 최대한 빠르게 가. 항구 쪽에 제주도로 가는 큰 유람선이 있을 거야. 매일 생존자들을 구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으니까 그리로 가거라.”
“왜? 굳이 나가지 않아도 되잖아. 괴물들은 여기로 넘어오지 못해.”
“아니야. 진성아. 일부러 넘지 않는 거야.”
아빠는 처연한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응?”
“괴물들은 그런 식으로 생존자들을 고립시켜서 아무데도 가지 못하게 하는 거야.”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괴물들은 변신을 하면 이성을 잃은 상태로 공격을 하는 건 맞아. 하지만 녀석들 중에 우두머리가 있다면 얘기가 크게 달라지지.”
그 말에 뒤에 아저씨들이 크게 술렁거렸다. 나 역시 마음 속에 큰 동요가 일었지만 지금은 아빠에게서 정보를 들어야만 한다.
“…….”
“돌연변이라고 말하면 이해가 될 거다. 변신을 해도 이성을 잃지 않는 유일한 녀석들…… 그걸 우리는 우두머리라고 부르지. 심지어 우두머리 녀석들은 유창하게 말도 하고 다른 사람의 목소리도 흉내를 낼 수 있어.”
“…….”
가만…… 우리? 분명 아빠는 우리라고 말했어. 그렇다면 아빠 이외에 다른 사람들이 뭔가를 하고 있다는 건가? 괴물에 대한 조사?
“진성아, 제발 무사히 있어다오. 진우는 네가 알아서 잘 지켜주고…… 다음에 만날 때에는 철문 사이가 아니었으면 좋겠구나.”
아빠는 그 말을 남기고 다시 나타났던 골목길로 돌아갔다. 문을 열수가 없었다. 내 손에는 다른 사람들의 목숨도 달려있었다. 점점 멀어져가는 아빠의 뒷모습을 보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괜찮나?”
아저씨는 내 어깨를 두드리며 물었다.
“..예.”
“일단 들어가서 상의하지. 밤공기가 차가워.”
아저씨가 이끄는 대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시선은 골목길로 향했다. 오랜 고생 끝에 만난 아빠와의 재회는 5분 만에 끝나버렸다.
집으로 들어오자 멍하니 물을 마시는 동생이 눈에 들어왔다. 눈물이 나려 했다. 이를 악물고 빠른 걸음으로 화장실로 들어가 세수를 했다. 약한 모습을 보여선 안 돼.
물기를 대충 닦은 다음 거실로 나가자 다른 사람들이 모두 식탁에 앉아 있었다.
“일단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네.”
아저씨는 특정 인물을 지목하지 않은 채 말했다. 나름의 배려인 것 같았다.
“하지만…… 거짓말 같지는 않았어요. 그런 상황에서 거짓말을 할 리가…….”
준우 아저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두머리라…….”
영문을 모르는 동생은 가만히 이야기를 들었다. 궁금해 하는 것이 역력하게 느껴졌다. 아저씨는 그런 동생에게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얘기를 들을 때마다 동생의 표정은 시시각각 변했다. 물론 '아빠'의 얘기는 쏙 뺐다. 괜히 얘기해서 좋을 것이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아빠는 왜 다른 사람들을 절대 믿지 말라고 한 걸까.
“결정을 내려야만 해. 우두머리 녀석이 있다는 게 제일 마음에 걸려. 그리고 무엇보다 여기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게 영 찝찝하고 말이야.”
“당장은 떠날 수 없어요. 충분히 준비를 하고 난 뒤에 가야만 해요.”
“낮이면 몰라도 밤이 문제야. 목숨을 건 실험을 해야 할지도 몰라.”
어려운 결정이었다. 분명 여기를 떠나야만 했다. 왠지 그래야만 하는 기분이 들었다. 아빠의 말이 거짓이라고 해도 어제 보았던 그 덩치 큰 녀석의 판단력은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이곳은 이제 안전하지 않다.
“그럼 여태까지 운이 좋아서 우두머리 녀석에게 안 띈 걸까요?”
동생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흐음…… 그것도 그렇군.”
“형님. 운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절묘해요. 우리가 알아내지 못한 뭔가가 있을지도 몰라요.”
“녀석들은 보통 사람과 같은 지성을 갖고 있다고 했어. 그렇다면…….”
아저씨는 한손으로 턱을 쓰다듬으며 답답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무리들을 이끌고 차례차례 생존자들을 잡으러 다닐 수도 있겠군요.”
“그래. 뭐든지 확실하게 처리하는 것이 좋은 거니까.”
“그럼 대충 아귀가 맞아 떨어지네요. 일부러 문을 넘지 않음으로써 사람들을 집안에 고립시킨 뒤에 우두머리가 다른 녀석들을 이끌고 생존자의 집을 공격한다. 이거 정말 소름 돋는데요.”
괴물들의 행동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상상 이상이었다. 이대로라면 정말 시간문제였다. 마음속으로는 당장 떠나라고 말을 하고 있지만 지금은 준비가 덜 된 상태였다.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일 당장 출발하도록 하지. 오늘부터 불침번을 서면서 녀석들의 행동을 살피자고. 다들 어느 정도 잠을 자뒀으니까 지금부터 짐을 꾸리면 좋을 것 같네. 꼭 필요한 것들만 챙기고…… 진성아, 먼저 망을 봐줘.”
“네.”
모두 분주히 움직이는 가운데 은혜만이 멀뚱멀뚱 서 있었다. 나는 은혜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오빠랑 같이 올라갈래?”
“…….”
뻗은 손이 민망할 정도로 은혜는 반응이 없었다.
“그럼 그렇지…….”
머쓱해진 것을 감추기 위해 걸음을 옮기자 은혜가 내 손을 잡았다.
“…….”
작고 고운 손이었다. 은혜는 물끄러미 나를 올려다보기만 할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은혜에게 가볍게 웃어주고 옥상으로 향했다.
휘이잉- 선선한 밤공기가 기분을 좋게 해주었다. 동네를 비추는 환한 보름달이 유독 아름다워 보였다. K-2를 어깨에 단단히 메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우리 동네를 차근차근 눈에 담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전학을 와서 큰맘 먹고 지은 우리 집. 일주일에 한 번은 옥상에 모여 바비큐 파티를 하곤 했었는데…… 잔디에 누워 햇볕을 받으며 낮잠을 자던 그런 집이었는데…….
“추워?”
은혜는 추운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
은혜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흰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옷도 갈아 입혀야겠네. 휘이잉- 쌀쌀한 바람이 스쳐지나가자 은혜는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었다.
“이거라도 입자. 은혜야.”
바람막이를 벗어 은혜에게 입혀주었다. 작고 여린 어깨였다. 이런 몸으로 어떻게 밖에서 지내왔을까.
“미안해. 처음엔 네가 괴물인줄 알았거든.”
“은혜 착해.”
“그래. 착하지.”
20분정도가 지났다. 아저씨가 최소 1시간은 서줘야 한다고 말했다. 은혜는 추운지 오들오들 떨었다. 나는 그 모습이 안쓰러워 은혜를 옥상에서 내려 보냈다.
휘우웅-
옥상에 혼자 남게 되니 두려움이 몰려왔다.
[절대 다른 사람을 믿어선 안 돼. 밖에 나가서도 안 된다.]
아빠의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그리고 아빠와 같이 행동하는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 아니, 아빠의 정체는 대체 뭐지? 아빠는…… 평범한 연구원이 아니었나? 설마 이상한 연구를 진행 하다가..?
아니다. 본인에게 직접 물어봐야 돼. 이런 어중간한 잣대로 아빠를 짐작할 수는 없어. 무엇보다 아빠가 정상이라는 것을 내 눈으로 똑똑히 확인해야 해.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 끝에 자연스럽게 철문 앞 가로등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뭔가가 있었다. 하지만 너무 자연스럽게 서 있어서 그냥 고개를 돌렸다.
“!?”
비릿한 냄새에 이끌리듯이 다시 고개를 돌린다. 검은 털로 뒤덮인 괴물은 상당히 좋은 신장을 가지고 있었다. 괴물은 거칠게 숨을 내쉬며 나를 가만히 노려보았다.
크르르르르.
환하게 비추는 붉은 눈매가 내 몸을 뚫어버릴 것 같았다. 녀석의 입 꼬리가 서서히 올라갔다. 내가 겁먹은 것을 한눈에 알아버린 것이었다. 기 싸움에서 완전히 밀린 나는 이를 악물고 총구를 겨눴다. 여기서 총을 쏜다면 상당히 큰 소음이 울려 퍼진다. 그렇게 되면 다른 녀석들이 몰려올 가능성이 크다.
크르르.
그렇다고 녀석을 이대로 놔두기에는 너무 불안했다. 아빠가 말한 '우두머리'가 바로 저런 녀석이라면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어쩌지…… 어떡하면 좋지? 목이 바짝 마르는 것 같다.
“지금 너희들을 죽이는 건 어린아이들을 죽이는 일만큼이나 쉽다. 나약한 생물아.”
마치 옆에서 말을 하는 듯 녀석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렸다. 어떻게……? 녀석은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거리도 상당히 멀었다.
“놀란 얼굴 하지마라. 보기에도 역겨우니까. 넌 그저 내 명령만 따르면 돼.”
“네…… 네가. 우두머리……?”
“어떻게 부르건 상관없다. 내가 원하는 건 너희 집 안에 있는 계집이다.”
계집? 설마 은혜를 말하는 건가?
“그 계집만 넘겨주면 너희들의 목숨은 살려주지. 잘 생각해라. 하등 생물아. 세 시간. 세 시간의 여유를 주겠다. 빨리 넘기는 게 좋을 거야. 너희들이 저항을 해도 어차피 저 계집은 내 손에 들어오게 되어 있어. 차라리 계집을 나에게 넘겨주고 아주 멀리 떠나버리는 것이 너희 하등 생물에게도 좋겠지.”
그렇게 말한 녀석은 어둠속으로 서서히 사라져갔다. 선전포고. 아니, 이건 알아도 막을 수가 없는 공격이었다. 당장 옥상에서 내려와 아저씨들에게 다가갔다.
“크, 큰일 났어요.”
그 말에 일제히 작업을 멈춘 사람들은 나를 바라보았다.
“우두머리라는 게…… 정말 있긴 한가 봐요.”
나는 있는 그대로를 모두에게 전했다. 아저씨들과 동생의 표정은 점차 어두워져갔다. 이건 선택이 아닌 강제였다.
“절대 못하네. 은혜를 녀석에게 주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아.”
아저씨는 잔뜩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짧은 시간이긴 했지만 은혜는 하나의 일원이었다. 게다가 녀석들은 괴물일 뿐이었다. 정말 만에 하나 은혜를 넘겨 준다고 해도 우리들을 살려두지 않을게 분명했다.
“좋은 방법이라도 있어요?”
동생은 초조한지 발을 떨며 물었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총과 총알뿐. 녀석에게 대항할 수 있는 건 극히 한정적이었다.
“그래도 꽤 신사적이네요. 선전포고라는 것도 하고.”
준우 아저씨는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장난 섞인 말을 했다. 하지만 그 말에 어느 하나 답해주진 않았다.
"...."
앞으로 세 시간. 세 시간 안에 뭔가를 생각해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린 모두 죽게 된다. 은혜를 넘기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은혜는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양심이자, 지켜야만 하는 순결의 존재였다.
“어렵겠는데…….”
아저씨도 거의 포기 상태에 이르렀는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동생은 그저 묵묵히 총을 점검했고, 준우 아저씨는 쌓아 놓은 짐 위에 걸터앉아 우리를 바라보았다.
“죽긴 죽더라도 한 놈이라도 더 죽이고 죽는 게 어때요?”
“뭐?”
“이왕 이렇게 된 거 한 놈이라도 더 없애자고요. 까놓고 말해서 우리들이 이렇게 살아온 것도 단순히 운이 좋아서가 아니에요. 뭔가가 우리를 보호해준 거라고요. 이제 그 약발이 다 떨어진 거고…… 그러니까 저 빌어먹을 놈들을 저승 가는 길동무로 최대한 많이 데려가자고요.”
맞는 말이었다.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마지막 발악이라도 해야 했다. 동생과 아저씨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했지. 준우씨 말이 맞아. 녀석이 공격을 예고한건 세 시간 후. 그럼 그 안에 우릴 공격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되겠지. 지금부터 내 집에 빠르게 간 다음, 쓸 만한 것들을 챙기고 나서 다시 이리로 오는 거야.”
아저씨는 덤덤하게 말했다. 그 말에 선뜻 동의할 수 없는 나와 동생은 아저씨를 그저 보기만 했다. 아저씨는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우두머리 녀석이 분명 괴물들을 통솔하고 있을 거야. 세 시간 후에 공격을 하려면 좀 쉬게 놔둘 확률이 높아. 그렇게 되면 우리가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은 최소 두 시간. 물론 공격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어. 하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녀석들에게 좀 더 많은 피해를 줄 수 있으니까 꾸물거릴 시간이 없네.”
“형님, 제가 같이 가겠습니다. 너희들은 여기서 은혜를 지키고 있어.”
준우 아저씨는 결심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지.”
두 사람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현관문을 열고 나섰다. 나와 동생은 거침없이 걸어가는 두 아저씨를 보며 제발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빌었다. 아저씨 집이 바로 옆이라고 해도 최소 7~8층은 됐다. 큰 리스크가 따르는 일인 것은 틀림없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자.”
동생은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며 말했다.
우리가 향한 곳은 옥상이었다. 시야가 제일 넓고 괴물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파악이 용이한 곳. 제길…… 이젠 죽음을 피할 수 없는 건가?
"근데 너무 이상하지 않아?"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동생이 말했다. 그 말이 선뜻 무슨 뜻인지 몰라서 고개를 몇 번 갸웃거려야했다.
"아빠 말야. 어떻게 그 말을 한 후로 바로 우두머리라는 녀석이 오는거지? 너무 앞뒤가 잘맞는거 아냐?"
"..들었어?"
"아저씨들이 살짝 얘기해주더라. 너무 이상하다고. 나도 그래. 아저씨들이랑 나만 이런 생각 하는거야? 아저씨들도 영 표정이 안좋았다고."
"일단은 우리 아빠야. 사실을 확인하기 전엔 아무것도 판단하지 못해."
동생과 나는 말없이 전방과 후방을 맡고 묵묵히 그곳을 주시했다. 어두컴컴한 거리에는 이제 가로등 불빛들도 모조리 꺼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자살이 더 편하지 않을까?”
가만히 전방을 주시하던 동생이 말했다.
“아니, 그건 싫어.”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어차피 같은 거잖아.”
“그렇긴 하지. 하지만 조금이라도 녀석들을 조지고 죽는 게 편하겠어.”
“좋아.”
오랜만에 동생과 하는 대화였다. 하지만 이 대화도 곧 끊기게 되겠지. 앞으로 2시간 40분 정도가 남았다.
휘이잉. 선선하고 차디찬 바람이 양 볼을 스쳐지나갔다.
앞으로 남아 있는 시간은 두 시간. 그동안 후회 없이 살았었나? 남들에게 꽤 괜찮은 삶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 말하지 못하겠지. 죽어버리면 그걸로 끝이니까. 다시 느릿하게 예전 일들을 떠올랐다. 주마등처럼 느리게 떠오르는 기억들. 이대로 정말 괜찮은 걸까.
“야.”
“왜?”
“정상일까?”
그 물음에 시원한 답을 내릴 순 없었다.
“자기 말로는 정상이라고 했어.”
“네가 보기엔 아빠…… 어때 보였어?”
“그냥 정상 같았어. 다른 사람들이랑 괴물들을 여러 방면으로 조사를 하는 것 같더라고.”
'그래.' 라고 말한 동생은 다시 말 없이 경계를 시작했다. 무거운 침묵만이 감도는 공간. 끼이익. 멀리서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무사히 돌아온 아저씨들은 각자 더블 백을 매고 들어왔다.
“거들어주게나.”
아저씨는 우리를 보고 말했다. 나와 동생은 지체 없이 옥상에서 내려가 정원으로 나갔다.
“아저씨, 생각보다 무서운 게 많네요.”
“허허. 군 시설에서 슬쩍 했지. 일이 이렇게 되가는데 군대는 뭐하고 있는지 원…….”
이건 슬쩍한 정도가 아니다. 10개 정도의 수류탄과 2개의 크레모아. 그리고 몇 개의 알람줄…… 이건 절대 혼자서 빼낼 수 없는 대량 살상무기였다. 아저씨도 은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군인이 있다는 건가? 아무렴 어떤가. 지금 우리에게는 내일을 생각할 여유 따윈 없었다.
“수류탄은 각자 2개씩 받아두게. 군대도 다녀왔으니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고 있겠지?”
“네.”
우리는 수류탄을 단독군장 앞에 단단히 고정시켰다. 준우 아저씨는 아저씨를 도와 크레모아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나와 동생은 크레모아에 연결되는 선들을 정리하고 걸레로 닦아내었다. 만일에 대비해 스위치 테스트도 해보고 정원 가운데에 설치하기로 했다.
줄은 넉넉했다. 길게는 50미터까지 줄을 연결할 수가 있어 집 안에서도 크레모아를 작동시킬 수 있었다. 만반의 준비를 끝낸 우리들은 다시 집안으로 들어왔다.
“이거…… 실감이 안 나는데요? 폭풍전야라는 말이 딱 어울리네요.”
“괴물들이 들이 닥쳐야 실감이 나겠지.”
“그나저나 은혜는 어쩌죠?”
소파에서 곤히 잠을 자고 있는 은혜가 눈에 들어왔다. 곧 죽을 시간이 다가오는데 은혜는 아무것도 모르고 잠을 자고 있었다.
“일단 2층에 데려다두고 정말 최악의 상황까지 가면 우리 중 은혜와 가까이 있는 사람이…….”
“……네.”
우리는 은혜에게 고통을 안겨줄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아저씨는 말을 끝까지 하지 않았지만 그것이 무얼 뜻하는지 알고 있었다. 아저씨는 은혜를 조심스럽게 안아들고 2층으로 올라갔다. 남은 우리들은 초조한 마음으로 식탁에 앉았다. 그러다 문득 아빠가 자주 마시던 양주가 생각났다.
“맨 정신으로 버티기에는 힘든 일이니까 술이라도 한잔씩 하죠.”
동생은 내 의견에 동의한다는 듯 컵을 꺼내 왔다.
“웬 술?”
은혜를 눕히고 온 아저씨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마지막인데 뭐 어때요. 형님, 한잔 받으십시오.”
“나 참…….”
아저씨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잔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조르륵. 독한 알코올 냄새가 후각을 마비시킬 것 같았다.
“이거 비싼 술 아닌가? 00타인…… 50년산?”
“지금 그런 거 따질 때입니까. 자, 건배!”
“건배!”
마지막 각오를 이 한잔에 모두 담아 단숨에 들이켰다. 식도가 타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배가 알싸하게 뜨거운 것이 정말 맛이 없었다.
“왜 이런 걸 마시는지 모르겠어요.”
“네가 아직 사회에 나가보지 않아서 그래. 대한민국에서 가정을 가진 남자들은 절대 나약함을 보여선 안 되지. 가장이라는 존재가 그만큼 어깨를 무겁게 하는 거야. 밖에서 당한 설움이나 안에서 당한 설움을 양주 한잔으로 달래는 거지. 왜, 그렇잖아? 대부분 외식을 권하는 것도 아버지들이고…… 음식보다는 술로 기분을 풀 수 있기 때문에 외식을 하는 걸 거야.”
“전 아직 젊어서 모르겠는데요? 하하하.”
“그렇지. 준우씨도 막 결혼했으니까. 나처럼 기러기 생활을 오래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더군.”
아저씨들은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걸까. 어떻게 하면 이렇게 편하게 대화를 할 수 있는 걸까. 지금도 나는 초조해서 죽을 것 같은데. 아저씨는 두 번째 잔을 단숨에 비워냈다.
“진성아, 너무 긴장하지 마. 진우 너도…… 사람이 태어나는 것에는 순서가 있지만 죽는 것에는 순서가 없어. 태초에 우리는 흙으로 만들어졌다고 하잖아?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것뿐이야. 물론 자신들의 존재 자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은 분명 두려운 일이야. 하지만 피할 수도 없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모든 걸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후회 없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방법이야.”
“……아저씨는 그런 경험이 많았나 보네요.”
“그렇지. 몇 년 전에 북한이 땅굴을 파고 남침을 한 적이 있었잖아? 그때에도 나는 총알이 난무하는 현장을 아무런 보호구 없이 뛰어다녔어. 당시에는 두려워서 죽는 줄 알았지. 근데 돌아가신 아버지가 방금 내가 한말과 똑같이 해주시는 거야. 그래서 나는 용기를 낼 수 있었고 덕분에 이렇게 살아있지.”
“역시…… 죽는 건 무서워요.”
고개를 숙이고 눈을 꼭 감았다. 제발 이 현실이 꿈이길 바래보지만 시간은 냉정하게 흘러갔다.
“피워. 마지막 담배니까.”
동생은 담배 한 개비를 내밀었다. 나는 그것을 받아들고 입에 물었다. 치직. 불에 타는 담배가 점차 사라지며 폐에 안 좋은 연기가 가득 찼다. 우리 네 사람은 아무 말 없이 담배를 묵묵히 태우기만 했다.
"여기서 살아나가면 편의점에 있는 담배들 모조리 털어버리죠."
그 말을 시작으로 멀리서 희미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랑. 딸랑. 집 밖에 멀찍이 설치해두었던 방울 소리가 청각을 자극했다. 때가 되었다. 떨리는 심장 박동을 애써 진정시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반이나 남아 있는 양주를 컵에 따르고 단숨에 들이켰다. 식도가 타들어가는 이 느낌도 오늘이 마지막이겠지.
아저씨는 물고 있던 담배를 컵에 지졌다.
“이때까지 고생 많았네. 우리를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놈들을 최대한 많이 죽이는 걸로 만족하자고.”
“나름 괜찮은 삶이었어요. 예쁜 마누라랑 결혼도 하고 토끼 같은 자식도 낳고…… 남부럽지 않은 연봉제의 직장까지 얻었고, 제대로 된 효도도 한 번 해보고…… 그리고 이렇게 서로를 의지할 수 있는 동료들도 만나보고. 요즘 같은 세상에 타인을 알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이제야 알 것 같아요.”
준우 아저씨도 컵에 담배를 지지며 말했다.
“아저씨들에 비하면 제 삶은 짧았지만 여러 가지 경험해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동생은 짤막하게 말했다.
“제가 할 말을 동생이 해서 딱히 말할 건 없네요. 그래도 준우 아저씨 말대로 은혜와 아저씨들을 알게 돼서 기뻤습니다. 생사까지 같이 한 마당에 우리는 한 식구라도 봐도 되겠죠?”
“그렇지.”
모두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딸랑. 딸랑. 2차 알림이 들렸다. 이제 녀석들을 반겨줘야 할 시간이다.
“그럼 가지.”
그 말을 끝으로 우리는 천천히 움직였다. 굳게 닫힌 현관문을 열고 정원으로 나왔다. 어둠이 짙게 깔린 골목에는 무수히 많은 빨간 불빛들이 반짝거렸다. 오늘 여기서 나는 죽게 될 것이다.
크아앙!
크게 포효를 하는 녀석은 우두머리일 것이다. 그 소리와 함께 붉은 불빛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가 크레모아 스위치를 잡고 있을 테니, 자네들은 수류탄 한 발씩 날려주게. 목표보다 조금 더 힘을 줘야 잘 날아가는 거 알지?”
아저씨는 차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수류탄을 꺼냈다. 먼저 안전핀을 제거한 준우 아저씨는 크게 휘둘러 수류탄을 멀리 던졌다.
퍼엉.
크아앙!
크엉!
수류탄으로 인해 꽤 많은 불빛들이 사라졌다. 하지만 녀석들의 공격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동생 역시 안전핀을 뽑고 수류탄을 멀리 던졌다.
고막을 찢을 것 같은 소음이 울려 퍼지자 괴물들도 점차 사라졌다. 그러나 사라진 만큼 다시 나타났다. 소름이 돋았다. 이길 수 없는 싸움…… 하지만 죽기 전에 녀석들에게 조금이라도 많은 피해를 줘야만 해.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아 힘껏 던졌다.
“하아!”
요란한 소리와 함께 괴물들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리는 그저 녀석들의 불빛을 보며 감으로 수류탄을 던졌다. 아직 우리에겐 수류탄의 여유가 꽤 남아있었다. 크레모아도 쓰지 않았다. 준우 아저씨가 다시 수류탄을 던질 준비를 취했다.
“여보…….”
“이…… 목소리?”
준우 아저씨는 기계처럼 멈칫했다.
“여보…… 이제 그만 밖으로 나와요.”

